미생물 효소를 이용해 유기물을 분해하는 것을 발효라고 합니다. 이때 우리 삶에 좋은 물질이 만들어지면 발효(醱酵)라 하고 고약한 냄새가 나거나 나쁜 물질이 만들어지면 부패라고 하지요. 우리나라는 발효 식품 천국인데 젓갈로 시작해서 김치, 된장·고추장·간장·청국장, 약주·청주 등의 술과 식혜 따위를 우리 겨레는 즐겨 먹었습니다.
이 가운데 젓갈은 옛날엔 황새기젓을 많이 담갔으나 요즘에는 경상도나 전라도에서 많이 쓰던 멸치젓과 새우젓으로 바뀌고 있습니다. 또 동해 명란젓, 명태 창자로 만든 창란젓, 충청 서산 어리굴젓과 오징어젓, 대구 아가미젓 등도 있지요. 젓갈은 칼슘 함량이 높은 알카리성 식품으로 체액을 중화시키는 구실을 하고 아미노산을 보충해주는 것은 물론 핵산이 풍부하며 티아민, 비타민B 등도 들어 있습니다. 새우젓, 멸치젓, 조기젓, 황새기젓은 김치를 담그는 데 많이 쓰고, 찌개나 국 간을 맞출 때에는 새우젓을 많이 쓰지요.
김치를 담글 때와 돼지고기 먹을 때 흔히 쓰는 새우젓은 잡는 시기에 따라 오젓, 육젓, 추젓, 세하젓, 자하젓, 동백하젓 따위가 있습니다. 5월에 잡히는 오젓은 새우 껍질이 두껍고 살이 단단하지 않으며 붉은빛을 띄는데, 주로 조리용으로 사용하며, 6월에 잡히는 육젓은 최상품으로 크고 부드러워 김장용으로 주로 쓰입니다. 추젓은 가을에 잡힌 새우를 발효시킨 것으로 찬바람이 난 후에 저장하고, 세하젓은 아주 작은 새우로 담그며 맛이 좋습니다. 또 자하젓은 초가을 잠깐 스치는 새끼새우로 만드는데 부드러운 맛이 있으며, 동백하젓은 한겨울 눈 내리는 바닷가에서 잡은 새우로 주로 무침용으로 씁니다. 이제 슬슬 김장철로 접어드는 때로 새우젓도 그 진가를 발휘할 시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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옛 얼레빗
1664. 동대문 밖 채소시장은 금남구역이었다 2009-/09-17
순조 임금 때 펴낸 ≪한경지략≫이란 책에 보면 동대문 밖 “동묘” 남서쪽에는 한양에서 가장 큰 푸성귀(채소)시장이 있었다고 합니다. 그런데 이 시장은 남자들이 드나들 수 없었던 금남구역이었다지요. 그 까닭이 무엇일까요?
그곳에서 가까운 곳에는 단종비인 정순왕후 송씨가 단종이 죽고 과부가 된 뒤 초막을 짓고 살았던 “정업원(淨業院)”이 있었습니다. 이후 세조는 정순왕후가 동냥으로 끼니를 잇는다는 소문이 돌자 그 근처에 영빈정이란 집을 짓고 살게 했지만 정순왕후는 영빈정에 들어가기를 거절했다지요. 또 조정에서 식량을 주어도 완강히 거부하고, 말년에는 베에다 자줏물 들이는 염색을 하면서 겨우 입에 풀칠했습니다. 그래서 이 근처 마을을 자줏골이라고 불렀는데 장안 부녀자들이 정순왕후를 도우려고 앞다투어 몰려들었다지요. 그런데 조정에서 이를 금하자 시장을 만들고 장사하는 척하면서 정순왕후의 생계를 도왔으며 혹시 조정에 밀고할까 봐 남자들은 모두 출입을 금하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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