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들레국수집의 홀씨하나”란 책의 인세를 받았습니다. 받은 인세의 10%는 필리핀의 가난한 아이들을 돕는데 보태려고 2011년 필리핀 마닐라의 나보타스 시티와 퀘존 시티의 빠야따스 쓰레기 처리장을 방문하고부터 시작된 필리핀과의 작은 나눔 이야기입니다.
찢어지게 가난한 필리핀 아이들에게 우리가 조금만 나누면 공부를 할 수 있을 것 같다는 이야기를 듣고 2012년부터는 빠야따스 쓰레기 처리장 인근에 사는 초등학생과 고등학생 약 100여명의 장학금을 수녀님들을 통해 지원하기 시작했습니다. 2013년에는 좀 더 인원을 늘려서 약 120여명의 아이들에게 장학금을 나누었습니다. 그러다가 2014년에는 아예 마닐라의 칼로오칸 교구 안에서 직접 가난한 아이들을 돕는 일을 시작했습니다.
필리핀 칼로오칸 교구에 있는 가난한 아이들을 돕는 프로그램을 인천교구와 함께 계획했다가 취소했습니다. 교구와 관계되는 일은 포기하고 필리핀으로 들어갔습니다. 그런데 제가 필리핀 도착하기 전날, “라 로마 가톨릭 공동묘지” 옆의 가난한 마을에 큰 불이 났습니다. 많은 이재민들이 산 판크라씨오 성당 마당에서 노숙을 하고 있었습니다. 칼로오칸 교구에서는 인천교구와 상관없이 저에게 이재민들을 도와달라면서 무상으로 공동묘지 안에 있는 산 판크라시오 성당 옆의 비어있는 건물을 빌려줬습니다. 그래서 급히 새 단장을 하고 작은 공부방을 만들고 그 동네 아이들에게 무료급식을 시작하면서 장학금 지원사업도 함께 시작했습니다.
BMBA(새로운 이름 행복 마을의 약자)우리 아이들 가정은 제대로 모양을 갖춘 집도 없습니다. 불타버린 자리에 천막을 치고 살고, 어떤 아이는 자기 집은 지붕마저 없다고 하소연합니다. 움막 같은 곳에서 여덟아홉 식구가 누울 자리도 없이 살고 있습니다. 그래서 우리 아이들이 사는 가정만이라도 해를 가릴 수 있고 비를 막고, 바람을 피할 수 있게 집짓는 일을 거들었습니다. 거의 일 년만에야 우리 아이들이 사는 집은 새로 짓거나 지붕을 올리거나 벽을 만들어주었습니다.
처음에는 필리핀 민들레국수집에 등록된 아이들에게만 식사를 제공했습니다. 우리 아이들은 집에 쌀이 떨어지는 것이 제일 무섭다고 합니다. 밥을 너댓 공기씩 먹습니다. 그러면서도 맛있는 반찬이 나오면 숨겼다가 집에 가져갑니다. 아이들을 데리러 온 엄마들은 아이들이라도 배부르게 해 주어서 고맙다고 합니다. 그런데 엄마들에게서 배고픈 소리가 “꼬르륵” 들었습니다. 그래서 엄마들도 함께 아이들과 식사를 할 수 있게 했는데 엄마들이 집에 있는 아이들 생각에 차마 밥숟갈을 들지 못합니다. 그래서 우리 아이들 가족이라면 누구나 와서 함께 식사를 하게 했습니다. 필리핀 민들레국수집은 매일 매일 잔칫집 분위기였습니다.
무지무지 더운 어느 장학금 나누는 날이었습니다. 선풍기마저 없는 집은 손을 들어보라고 했더니 세상에 거의 전부 손을 듭니다. 마닐라에서 꽤 큰 SM 몰에 가서 겨우 수십 대의 가정용 선풍기를 사서 나누었습니다. 그리고 얼마 후에 또 엄마들에게 가장 필요한 것이 무엇인지 물었습니다. 너도 나도 일자리가 필요하다고 합니다. 작은 밑천만 있으면 구멍가게도 차릴 수 있고, 고물도 줍고 도시락도 만들어서 팔고 핫도그 장사라도 할 수 있다고 합니다, 가난한 사람은 필리핀에서는 은행은 이용할 길이 없고 동네에서 돈을 빌리면 이자가 엄청난 고리채랍니다. 그래서 소액 무이자 대출을 아이들 엄마들 대상으로 시작했습니다. 처음에는 작은 사업계획서를 받고 무이자로 5000페소(125,000원정도)를 빌려주고 매주 100-200페소(2,500원-5,000원정도)씩 상환하게 했습니다. 전부 갚으면 상금으로 500페소를 드리고 또 대출해 줬습니다. 거의 200여 차례 대출했습니다. 다른 지역으로 이사를 간 몇 가정 외에는 전부 상환 완료를 했습니다.
민들레국수집에 쌀뒤주도 마련했습니다. 집에 쌀이 떨어진 가정은 언제든지 쌀을 가져갈 수 있도록 했습니다. 아이들이 영양상태가 점점 좋아지고 민들레국수집에서 과외수업을 받으면서 공부에 취미를 붙이더니 학교 성적이 점점 올라갔습니다. 학교에서 상장과 메달을 받는 아이들이 늘어나면서 부모들도 신이 났습니다. 처음에는 자주 감기에 걸리고 아프던 아이들도 점점 줄었습니다. 이삼천 원 정도 하는 약값을 마련할 길이 없어 그냥 아플 수밖에 없었습니다. 그래서 비상 약품기금도 마련했습니다. 우리 아이들이 아프면 약을 사서 먹을 수 있도록 도왔습니다. 그래서 2016년도에는 아프다는 아이가 거의 없었습니다. 우리 아이들 가정들이 점점 가난에서 벗어나기 시작했습니다.
마닐라 시내의 빈민촌에 사는 우리 아이들은 시골아이나 다름이 없었습니다. 동물원도 사적지도 수영장도 박물관이나 미술관도 영화관도 가 본 적이 거의 없습니다. 그래서 틈이 나는 데로 아이들을 데리고 다녔습니다. 처음에는 조금만 차를 타도 멀미를 하고 난리였습니다. 피자도 먹어보고 한국 음식점에도 가보고 수영장도 가고 그러면서 문화적인 체험을 많이 했습니다.
호사다마라고 2016년 초부터 칼로오칸 교구의 신부들이 필리핀 민들레국수집을 대하는 태도가 이상해졌습니다. 곧이어 3월에 인천교구 주보에 민들레국수집에 대한 교구의 입장이라는 터무니없는 글이 주보에 올라온 후에는 더욱 노골적으로 변했습니다. 나보타스의 산 로꿰 성당 이층에서 가난한 아이들을 위해 하던 무료급식도 터무니없는 트집으로 중단하게 되었습니다. 곧 이어서 말라본 시티의 파라다이스 빌리지 빈민촌의 공소 이층에서 하던 민들레국수집 무료급식도 중단하게 되었습니다. 그러다가 결국은 2017년 1월에 칼로오칸 시티에 있는 산 판크라씨오 성당 근처에 있는 민들레국수집 건물도 교구에 돌려주고 떠날 수밖에 없었습니다. 이제야 겨우 우리 아이들이 꿈을 꾸기 시작했는데.... 그리고 아이들 가정이 빈곤에서 벗어나서 살 수 있다는 희망을 갖기 시작했는데 중단한다는 것이 너무나 안타까웠습니다. 그래서 아이들이 사는 BMBA 마을의 죠슬린 할머니의 구멍가게에 필리핀 민들레국수집 간판을 옮겨 놓고, 우리 아이들에게는 장학금 지원만이라도 계속할 수 있도록 해 놓았습니다. 아이들에게는 2017년 5월까지의 장학금을 미리 나눠주고, 2017년 6월에 다시 필리핀으로 돌아와서 장학금을 지원하겠다고 약속했습니다. 그리고 민들레국수집에 있던 모든 물건들은 우리 아이들 가정에 무상으로 나누어주었습니다.
놀랍게도 2017년 6월에도 필리핀 우리 아이들에게 장학금을 나눌 수 있게 많은 고마운 분들이 도움을 주셨습니다. 우리 아이들이 제대로 밥은 먹고 사는지? 학교는 잘 다니는지? 가슴을 졸이다가 드디어 6월 6일에 필리핀 마닐라로 4박5일 일정으로 들어갔습니다. 이번 일정에는 기존의 칼로오칸 시티의 BMBA 마을의 우리 아이들 장학금 외에도 나보타스와 카비테의 두 지역에 새로 민들레국수집 장학금을 나눌 곳을 마련하기로 했기에 쉴 틈 없는 일정입니다. 인천 민들레국수집에서 지난 2년간 함께 했던 로사리아 자매는 카비테에 살고 있습니다. 한국에서 거의 5년을 살았습니다. 말이 어느 정도 통합니다. 이번 필리핀 일정에는 로사리아 자매가 도와주기로 했습니다.
6월 6일. 뜨거운 열기가 느껴지는 마닐라 공항에 내려서 기다리고 있던 로사리아 자매님을 만났습니다. 곧바로 호텔에 짐을 옮겨놓고, 식당에 가서 점심을 먹고, 칼로오칸 시티 BMBA 마을로 갔습니다.
우리 아이들이 사는 BMBA 마을은 “라 로마 가톨릭 공동묘지” 옆 개울가에 형성된 빈민촌입니다. 현지 사람이 아니면 마을이 어디에 있는지 알 수도 없습니다. 좁디좁은 골목길을 무작정 들어갔습니다. 들어가자마자 길이 헷갈렸습니다. 죠슬린 집을 찾았더니 아이들이 우리 일행을 신기한 듯 바라보면서 알려줍니다. 겨우 찾았습니다. 조슬린 할머니가 반갑게 맞이해줍니다. 죠슬린 할머니의 구멍가게는 지난 1월 달보다는 두 배는 커졌습니다. 구멍가게에 있는 사탕과 과자를 전부 샀습니다. 1200페소(30,000원)나 됩니다. 전에는 전부 사면 4-500페소면 충분했었습니다. 신기한 듯 몰려든 아이들에게 사탕과 과자를 나누어주었습니다. 마을 어느 곳에서 우리 아이들과 장학금을 나누는 모임을 할 수 있을까 고민을 했었는데 다행스럽게도 죠슬린 할머니의 집 앞에 모두 모일 수 있는 조그만 공간을 빌려놓았습니다. 준비해 간 아이들 유니폼과 학용품을 맡겨 놓고 내일 장학금 받는 아이들 가정마다 쌀을 25킬로씩 선물하기 위해 시장에 쌀을 사러 갔습니다. 이곳 가난한 사람들에게 가장 큰 선물은 쌀입니다. 크리스마스 선물로 쌀을 선물하면 참 좋아합니다. 시장에 가서 25Kg 쌀을 사려는 데 몇 십 포를 살 수 있는 곳이 없습니다. 세 번째 쌀가게에서야 겨우 25Kg 60여포를 살 수 있었습니다. 그런데 이 무거운 쌀을 어떻게 옮겨야할지 난감했습니다. 그런데 좁은 골목길을 한 포씩 짊어지고 배달해주겠다고 합니다.나보타스 시티의 산 로꿰 성당 근처의 강가 마을의 우리 아이들을 위해 봉사해 줄 ‘벌리’아주머니를 만났습니다. ‘벌리’아주머니는 필리핀 민들레국수집에서 나보타스 아이들을 위한 피딩 프로그램을 성당 2층에서 할 때의 봉사자입니다. 지난해에 억울한 누명을 썼습니다. 그래서 민들레국수집 피딩 프로그램을 그만둘 수밖에 없었습니다. 그런데 이렇게 다시 “벌리”아주머니와 함께 가난한 나보타스 아이들을 다시 도울 수 있게 되어서 참 좋습니다. ‘벌리’아주머니가 사는 집 근처에서 나보타스 민들레국수집 스콜라쉽을 하기로 했습니다. 그래서 9일 오후 1시에 아이들과 엄마들을 만나서 장학금을 나누기로 했습니다. 산 로꿰 성당에서 자전거를 개조해서 인력거처럼 만든 페디캅을 두 대 빌려서 탔습니다. 요금은 1대당 40페소(1,000원정도)입니다. 뜨거운 날씨에 땀을 흘리면서 두 사람을 태우고 복잡한 골목길을 달렸습니다. 하루에 200-300페소(5,000-7,500원정도) 벌기가 쉽지 않습니다. 고마워서 20페소(500원정도)를 더 드렸더니 입이 귀에 걸렸습니다.
6월 7일에는 칼로오칸 시티 BMBA 마을의 우리 아이들과 가족들을 다시 반갑게 만났습니다. 처음보다는 모두들 형편이 좋아져서 흐뭇했습니다. 초등학생과 이제는 하이스쿨에 진학한 “필리핀 민들레국수집” 출신의 장학생들을 만났습니다. 장학금과 쌀을 나누고 12월에 다시 만날 약속을 하고 헤어졌습니다. 오후에는 나보타스 산 로꿰 바랑가이의 시장에 들러 우리 아이들 가정에 나눠 줄 쌀을 주문하고, 로빈슨 몰에 가서 요구르트와 빵과 사탕 그리고 바나나를 준비했습니다.
6월 8일에는 General Mariano Alvarez Cavite 약자로 GMA Cavite라고 합니다. 마닐라 근교입니다. 새로 민들레국수집 장학생이 된 아이들에게 장학금과 학용품 그리고 쌀을 나누었습니다. 그리고 아이들 가정을 방문했습니다. 칼로오칸의 BMBA마을과 별반 다를 것이 없는 가난한 가정들입니다. 엄마들이 너무도 고맙다고 합니다.
6월 9일에는 칼로오칸 교도소를 방문했습니다. 요구르트와 비누, 치약, 칫솔을 마련해서 갔지만 수용되어 있는 1,780여명의 재소자들에게 선물할 물건을 전하지 못하고 12월에 까리따스 봉사자들과 다시 방문하기로 예약만 하고 발길을 돌릴 수밖에 없었습니다.
간단한 점심을 먹은 다음에 너무도 가난한 지역인 나보타스 산 로꿰 마을에 있는 우리 아이들을 만나러 갔습니다. 비가 부슬부슬 내렸습니다. 그래서 장학금과 함께 쌀과 학용품 그리고 과자를 나누었습니다. 나보타스 산 로꿰 마을의 민들레국수집 장학생 중에는 전에 산 로꿰 성당 이층에서 하던 피딩 프로그램에 참석했던 아이들이 많이 보여서 참 반가왔습니다. 아이들과 장학금을 나눌 때 딸랑딸랑 종소리가 울렸습니다. 아이스크림 장수가 우리 모임을 어느새 알고는 찾아왔습니다. 조그만 일회용 컵에 아이스크림을 담아서 팝니다. 하나에 5페소(125원 정도)입니다. 우리 아이들에게 하나씩 담아서 나누었습니다. 90개 정도를 담았는데 통에는 아이스크림이 비었습니다. 아이스크림을 맛보지 못한 몇 명의 아이들에게는 빵을 하나씩 나눴습니다. 우기가 시작된 필리핀입니다. 나보타스에서 아이들과 헤어지고부터는 계속 비가 내렸습니다. 이렇게 필리핀 민들레국수집 장학(스콜라쉽)이 다시 시작되었습니다. 고맙습니다.
공동선 135호 2017년 7+8
희망의 메세지는 빛을 발하게 마련입니다.
민들레 가족들의 소망인 가난하고 소외된 우리이웃들의 삶을 희망으로 이끌어 가는 모습에서 많은것을 배워갑니다. 고맙습니다.
민들레공동체가 추구하는 모두가 함께 잘사는 그런 꿈이
꼭 이루어지시길 바래요.
필리핀에서도 아름다운 사랑을 응원할께요!^^
민들레의 사랑실천이 세상을 아름답게 하고 그 사랑이 삶의 이유고 삶의 가치입니다.
그 사랑 꼭 닮고 싶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