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월도 끝나가는 찬란한 봄날에 반가운 친구들 얼굴도 볼겸,
바다 바람도 쐴겸, 겸사겸사 1박2일 일정으로 수학여행 다녀왔습니다.
오래간만에 보는 친구 신재선, 이양, 오공근, 오의균부부, 정하선부부, 김기창부부
특히 울진에서 올라온 최대훈부부, 얼굴 보니 그렇게 반가울 수가 없더라구.
그간 건강했냐, 예뻐졌구나, 사업은 어떠냐 등등 인사를 나누는데 김화영이 헐레벌떡 온거야.
본인은 바빠서 못가니 대신 바베큐용 참숯 10상자 가져가라고.
팬션 <설악의 향기>를 오픈한 황주하한테 보내는 선물이래, 기특한 친구지 뭐냐.
이번 여행 프로그램은 전 회장 염돈기가 짰는데, "감자바우" 출신이라
강원도의 명소와 입맛은 꽉 잡고 있으니 주는데로 먹고, 아무런 불편 없이 여행 즐기라는 거야.
버스가 출발하자마자 그 유명한 경동여고 합창단의 합창이 우아하게 떠오르는 거 있지.
<여기에 모인 우리>라는 곡인데 환상이더라.
인생 후반전을 준비하는 나이에 서로 손잡고 사랑하라는 내용이야.
이왕 사랑하는 거 같은 값이면 예수님 품안이면 더 좋지 않겠느냐, 하는 뜻이지.
아름다운 목소리에 취해 잠시 환상에 젖는가 싶었는데 차에서 내리래. 빨리 내리래. 밥 먹으래.
강원도 하진부 하고도 첩첩산중 한 가운데 이런 음식점이 있었다니.
일단 밥상을 보니 70프로가 풀이야. 주는데로 먹으라지만 너무한다 싶더라구. 우리가 무슨 토끼냐.
그때 주인 아저씨 같은 분이 오셔서 "이건 풀이 아니라 산나물이오, 먹기 싫으면 그냥 나가시오"
하는데 얼굴을 보니 박승기야. 언제 왔는지 박승기 부부가 합류한 거야.
그런데 그 옆에 또 한 아저씨가 "이건 산나물이 아니라 약초요. 먹기 싫으면 나가시오"
하는데 그 유명한 초민 박용설이지 뭐냐. 박용설 아냐? 서예의 대가 박용설.
초민 선생께서 추천하는 약초라니까 갑짜기 여기저기서 우걱우걱 약초 씹는 소리와 함께
향기가 진동하는데 우와- 허브향은 저리 가라지.
해발 8백미터 고지대의 개두릅, 9백미터 고지에서 캔 더덕,
해발 1천미터 이상에서만 자생한다는 일명 곰발바닥이라 불리는 곰취, 그리고 석이
몸에 좋다니까 여고생들은 아예 눈을 까뒤집는 거 있지. 눈을 까뒤집어요. 우와-
여고생들 하하호호 방실방실 웃어대는데, 배 아플일 없잖아. 그 모습 정말 보시기에 좋더라.
이 대목에서 신재선이 한마디 하는거야. "고로쇠는 없냐?"
있지, 그런데 해발 1천미터 이상에서 추출되는 고로쇠는 정말 귀한 약이라 그냥 먹으면
독해서 쓰러진다는 거야. 사망 아니면 졸도.
해서 고로쇠 1프로를 99프로의 참이슬로 희석시켜야 약효가 직빵이라는 거지.
즉 순도 99프로의 참이슬이지 뭐.
고로쇠가 나오자 재선이 의균이, 하선이, 주안에서 행복을 누린다는 이우윤까지 그냥 벌컥벌컥
그 또한 보시기에 정말 좋더라구
저녁 식사를 마치고 해변을 따라 버스가 달렸지.
<설악의 향기>에 도착한 시간이 8시 30분 경, 황주하 부부가 반갑게 맞아주었어.
팬션은 3층, 위치도 좋고 시설이 호텔 빰치더라. 뒤로는 우거진 소나무 숲, 옆에는 바람에 살랑이는
보리밭 물결, 전망이 확 뚫려 물치항 바다가 눈 앞에 들어오고, 그럼 훌륭한거 아니냐.
방 배정이 끝난 뒤 모두 한자리에 모였어. 그리고 간단한 예배가 있었지.
조일구가 시편 23편을 설교하는데 이양이 질문했어.
"여기에 나오는 어린 양이 나를 말하는 거냐?" 이름이 그냥 <양> 이잖아. 해서 또 웃었지.
다음 순서는 서로 칭찬해주는 시간이었어.
황주하가 "자연과 벗하며 사는 인생으로 노동의 신성함과 부인에 대한 고마움을" 말하자
부인이 그렇게 좋아하는 거 있지? 함박 웃음을 터뜨리며, 새색시처럼 부끄러워하며,
서방님의 손을 잡으며, 서방님의 어깨에 기대면서.....그 모습 너무 인상적이었어.
쉰이 넘은 여자가 저토록 순수하게, 해맑게 어린애처럼 좋아할 수 있을까?
맞아, 우리는 살아오며 상대에 대한 칭찬에 너무 인색했었지. 행복하시라 황주하 부부.
오의균은 마누라를 금지옥엽 사랑한 나머지 아침이면 당근쥬스를 만들어 대령한다나 뭐라나.
김한기는 무뚝뚝한 외모답지 않게 마음이 약해서 <저지르지> 못한데.
반대로 모든 일은 마누라가 저지르고 다닌다는 거야. 곱상하게 생긴 여자가.
자기는 그냥 뒷수습하기에 바쁘고.
그런데 마나님 혜안이 있어서 저지르는 일마다 에이프라스라나.
그런 친구 또 있어. 이우윤도 마누라가 저지르고 우윤이는 뒤에 숨어 있는 형이래.
그래도 이상하게 집구석이 잘 돌아간다는 거지.
그때 반대 유형의 부부가 나타난 거야.
최대환이 부인 왈 "저는 능력도 없고요, 경쟁할 줄도 모르고요, 모든 것을 양보하고요,
남편이 좋아하는 일이라면 뭐든지 할수 있어요"
우와, 색다른 발언에 긴장이 오더라구. 그 순간 이양이 한마디 하는데
스스로 몸을 낮추는 마음가짐, 그 고매한 인격이 최대환 보다 몇 수 위라는 거지.
맞아, 스스로 몸을 낮추는 마음가짐. 얼마나 큰 교훈이냐.
솔직히 우리 그냥 잘났다고 오만방자에 경고망동으로 설쳐온 젊은날 아니었냐.
밤은 깊어도 대화는 쉽게 끝나지 않더라. 그런 밤이었어.
술먹고 난동부리고 하던 젊은 날의 밤들과 틀린, 이상한 기쁨속에 마치 어린애가 되어간다는 느낌.
그리고 내 주위 사람들 하나 하나가 보석과 같다는 그런 느낌,
각자 자기를 돌아보는 소중한 시간이었지.
새벽 2시경, 자리를 끝내며 포도주를 나누어 마셨지. 남학생 여학생 할 것 없이, 밤하늘을 바라보며
안주는 염돈기 부인이 준비한 쑥떡과 한과, 박승기 부인이 챙겨 준 호도과자 등등.
다음날 비가 내려 대지를 촉촉히 적셔주었어.
"다시 태어나도 내 마누라와 다시 살겠다" 는 정하선은 새벽 5시부터 <일출>의 순간을
카메라에 담겠다고 설레었는데.
해서 황태 해장국을 먹고 초민 선생의 <서예와 인생>에 대한 특강을 들었지.
박용설은 이대교수 및 대한민국 서예대전 심사위원 운영위원 기타 등등 많이 역임했는데,
다 소용없는 짓이더래. 해서 다 버리고 진부에 내려와 자기 공부에만 매진한다는 거야.
멋있지 않냐. 초민 선생 계속 정진하시게.
비가 오니 온천을 갈것이냐, 박물관에 갈것이냐, 해변으로 갈 것이냐, 의견이 분분했어.
나는 따뜻한 목욕이 좋지. 남자 여자 따로 놀거 뭐있냐. 그냥 홀딱 벗고 혼탕에 들어가 봐야
누가 제일 <시꺼먼>가 알거 아니냐. 시꺼먼 놈 있으면 서로 때도 밀어주고.....
그런데 유감스럽게도 남녀칠세 부동탕이래. 할 수 없지 뭐.
해서 강능 가서 <참소리 박물관> 돌아보고, 선교장에 들렸다.
99간 짜리 집이라는데 99간까지는 아닌 것 같고.
거기서 김구선생이 썼다는 족자를 발견하고 박용설이 다시 실력발휘를 하는 거야.
초서로 휘갈겨 쓴 한문 우리 못 읽잖아.
"밤으로 눈길을 갈때 마구 가지 마시오. 당신 발자욱은 뒤에 오는 사람의 본보기가 될거요"
이런 내용이래. 후세 사람들의 본보기, 숙연해지더라. 이거 또한 엄청난 교훈 아니냐.
어영부영 따라 나섰다가 공부 많이 했다. 정말
나는 뭐했느냐, 밥만 죽였지.
<곤드래 밥>이 있다는 거야. 평창 시장 뒷골목에. 곤드래밥 먹어 본 친구 있냐?
곤드래가 뭔가 했더니 이거 역시 약초더라구
곤드래를 밑에 깔고 지은 돌솥밥인데 향이 죽여.
곤드래, 하면 만드래 아니냐. 무슨 뜻인지 모르지만.
해서 참이슬을 돌렸지. 그런데 곤드래 약효가 금방 나타나는 거야.
10병을 돌렸는데 다리 풀린 애들이 하나 없어. 게걸게걸 헛소리 하는 애 하나 없고.
돌아오는 길, 달리는 버스에선 뭐 할게 없잖아. 노래 밖에.
다시 합창단이 실력을 발휘하자 김기창이 <투 데이>를 뽑더라구
여고생들이 레파토리를 살짝 바꿔 연분홍치마로 돌렸더니,
양이가 유심초의 <사랑이여>로 답하는 거 있지. 그 무뚝뚝한 사나이가 아줌마들 앞에서.
그 또한 보시기에 정말 좋더라구
아참 그리고 최대훈이 마나님이 아무나, 아무때나 울진에 오래. 영덕게 삶아준다고, 영덕게
1박 2일 짧은 일정이었지만 색다른 경험이었습니다.
뭔지, 우리는 어린애 마음으로 돌아간 것 같다는 거
자기를 낮추는 마음가짐을 배웠다는 거. 배웠다기 보다 봤다는 거.
서로 격려하고 도와주고 배려하는 아름다운 모습을 엿볼수 있었다는 점
우리 주위에 보석같은 존재가 많음을 알게 됐다는 거. 등등
같이 동행한 친구들은
김기창 부부, 김한기 부부, 박승기 부부, 염돈기 부부, 오의균 부부, 윤광헌 부부,
이우윤 부부, 이계호 부부, 이한석 부부, 정하선 부부, 최대훈 부부, 최대환 부부, 황주하 부부
그리고 솔로로 김진수, 김광성, 정수엄마(김진우 부인), 박상만, 박용설, 박은호부인,
신재선, 양수석 부인, 오공근, 오태영, 이양, 조일구, 정홍식, 홍병철 부인 였습니다.
<사진보기 > 여기를 클릭하세요 http://www.homeroot.com/after/list.asp
황주하의 <설약의 향기> 로비에서
첫댓글 이자 철들 들었구만, 마님들 모실줄 아니말이유..생생하구만..좋은 구경,좋은 소리, 좋은거 모두드시고 성님들은 조켔시다요..울 박회장님은 철인이다요..동서남북으로 번쩍번쩍하시니..
울 성님들 모두 즐거웠다하니 이 얼마나 반갑고 기쁜일이요... 울 친구들 그리고 마나님들까지 한 자리에서 즐겁고 즐거우니 이게 23회 동창인기 봅니다. 부디 모두들 행복한 시간이 되시길~~~
태영 성님! 울 친구들에게 자상한 영상을 느끼도록 수고해 주신 노고에 감사 감사 또 감사드림니다....오 태 영 작가님 화이팅~팅~
[보시기에 정말 좋더라구]에 100% 동감입니다. 서로 아끼고 배우는 마음이 이리도 절절하니 23회 동창회는 영원할 겁니다.
오작가님 글솜씨는 역시나....실제보다 더 생생하네....사진이 필요없어.근데 연극은 언제 올릴것이여 ?갑자기 보고싶다.
울 엉아들 덕분에 많이먹고 많이 배우고 많이 구경하고... 정말 좋았습니다.누구 누구를 사랑하고 아낌없이 칭찬하세요.
함께하지는 못했지만 사진만큼이나 생생한 묘사로고....오랬동안 못본친구들 볼수있는기회였는데 아쉽구나...특히나 초민선생본지가 일년은 조히된듯하구나...머지않아 함보세~~~~~
입가에 번지는 미소하며...... 천진난만(?) 한 오작가의 얼굴이 글을 읽는 내내 겹쳐졌습니다. 이토록 재미 있도록 1박2일간의 생생한 모습을 연출 해 주신 성님들과 어부인님들 그모습으로 내내 행복하시기를 기원합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