발등의 불…'도심 공동화'
'도심 공동화'현상이란 도시 중심부의 상주인구가 감소하고 도시 주변의 인구가 뚜렷하게 증가하는 현상으로 흔히 '도넛현상'이라고도 한다. 이와 같은 현상은 서울을 비롯한 대도시가 보다 심각하여 '발등의 불'이 되고 있다. 필자는 서울 종로구 도심에 있는 교동초등학교가 올해 7명의 신입생을 받아드리고 새 출발을 했다는 보도를 접하고 깜짝 놀랐다. 섬 마을 도서벽지와 외딴 농어촌에서나 있었던 미니학교가 우리나라 대도시 한복판에서 생겼다니 믿어지질 않았다.
우리나라의 수도 중심에 자리하고 117년 전통을 자랑하는 우리나라 최고(最古)의 교동초등학교는 지난 1894년 관립교동왕실학교로 시작해 1960-1970년대에는 전교 학생수가 4,000명이 넘었다고 한다. 그런데 이젠 재학생이 고작 100명 남짓으로 서울에서 가장 작은 초미니 초등학교가 됐으니, 당장 학교운영과 교육방식에 관한 연구가 선행되어야 할 과제가 됐다.
교동초등학교는 지난해 서울시교육청이 주최한 교육방법혁신연구팀 공모에서 최우수상을 받았다고 한다. 미국에서 시작된 프로그램을 기초로 이 학교 교사들이 도입한 ‘창의적 교수법(CTS)’은 학생 한 명 한 명에게 긍지와 자부심을 넣어주는 수업 방식이다. 모든 학생이 빠짐없이 수업에 참여하는 것이 특징이고, 매 수업시간에는‘40대 10대 4’라는 학습 원칙을 적용한다. 초등학생의 평균 학습 집중력이 3-4분이라는 점에 착안, 40분 수업에서 10분 단위로 섹션을 정해 책 읽기, 발표하기, 게임하기, 짝꿍과 토의하기 같은 프로그램을 바꿔서 진행하고 4분마다 아이들에게 직접 활동하도록 시키면서 학습 개념을 알려준다는 교육방식이다. 빙고게임으로 시작된 수업은 노래를 부르고, 또 그림 그리기로 이어져 40분 수업에서 그 날 배울 개념을 적어도 6차례 이상 반복해 듣는다고 한다.
오죽이나 연구하고 또 연구해서 폐교 직전에 있는 학교를 일으켜 세우려 노심초사했을까 마는, 그런데도 우려되는 것은 교육방식이 순수한 우리 것이 아니고 '미국에서 시작된 프로그램'이란 데서 조금은 갸우뚱거리게 한다. 왜냐면, 지금까지 우리나라에서 실시해 왔던 외국의 교육방식을 보면, 그것이 그것이었기 때문이다. 기껏해야 미국에서 실시했거나, 미국에서 한물간 교육방식을 도입하여 시도한 결과는 결국 우리 것이 되지 못했었기에 개인적으로 달갑지 않아 지적하는 말이다.
교동초등학교에서 실시한 '창의적 교수법(CTS)'은 유럽과 미국 등 선진국에서는 이미 우수한 프로그램으로 인정받은 학습법이다. 그러나, 교사 1명당 학생이 30명에 이르는 국내에서 적용하기는 사실상 불가능하고, 학생수가 적은 시골 농어촌학교나 교동초등학교와 같은 도심의 특수한 일부 학교에서만 가능한 교육방식이라고 한다. 어디한번 두고 볼 일이다.
'도심의 공동화'로 서울 교동초등학교와 같이 미니학교로 둔갑한 학교는 전국 도시마다 수두룩하다. 광주광역시의 경우, 역사와 전통을 자랑하는 광주서석초등학교 2011학년도 1학년 신입생현황을 보면, 2학급에 총 38명이다. 광주서석초등학교도 1960-1970년대에는 전남 화순, 나주, 담양 등지에서 앞다퉈 전학을 해 오고 공무원자녀 등이 많이 다녀 전체 학생이 7,000명에 달한 때가 있었다. 그러나 현재는 주거단지가 외곽으로 이동하면서 급격히 수가 줄어 전교생이 306명에 불과하다. 그리고 1945년 개교이래 서석초교와 쌍벽을 이루어 많은 인재를 배출했던 광주중앙초등학교는 2011년 신입생이 20명에 불과하고 전체 학생수는 138명으로 광주광역시 중심지 초등학교 중 초미니 학교가 되어 '도심 공동화'에 대한 심각성을 두드러지게 하고있다.
필자는 대도시의 초등학교 공동화 보다 더 시급한 것은 '농어촌 초등교육 공동화'라고 생각한다. <요즈음은 교사를 천한 직책이라 하여 빈곤하고 자산이 없는 사람에게만 그 자리를 주어 굶주림이나 면케 하니 교사가 된 사람은 학생을 이용하여 자기 이익이나 채울 뿐 교육이라는 것이 무엇인지 누가 알기나 하는가? 이렇게 된 마당에서 인재 기르기를 바란다는 것은 나무에 올라가서 물고기를 잡으려는 것과 무엇이 다르겠는가.>
조선조 14대 선조15년(1582)에 율곡 선생이 '학교사목(學校事目)'에서 당시 교사의 문제를 지적한 내용이다. 지금 시대가 달라졌음에도 불구하고 이와 같은 지적을 다시 한번 음미하는 것은, 오늘날 우리 교사들의 상황이 비록 정도 차이는 있을 망정 근본적으로는 조선 시대나 지금이나 본질적으로 크게 다름이 없다는 느낌을 떨쳐 버릴 수가 없기 때문이다.(호남매일신문 편집 논설위원장)
첫댓글 인재를 양성하고자 해도 대상자가 줄고 있어 걱정입니다. 학생은 소수일지라도 우리 선생님들은 최선을 다하여 교육에 임하고 있으니 다행입니다. 한 가정 세 자녀 이상 양육 가능한 국가적 지원을 기대합니다.
큰일입니다. 도시공동화도 문제이지만 결혼기피현상도 큰 문제입니다. 서른이 넘어도 결혼할 생각을 갖지 않는 젊은이들이 수두룩합니다. 지나친 교육열로 자녀양육비도 문제이거니와 맞벌이로 자녀를 돌보기도 힘들기 때문인데 정부에서 대책을 세우지 않으면 이땅의 사람들 얼굴모양이 많이 이국적으로 바뀔 것 같다는 생각이 드네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