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월 15일
일본의 세시기중에 설만큼 큰 의미를 가진 오랜 전통의 오봉(お盆 )은 지역에 따라 다릅니다만 (전통적으로 에도는 7월15일 입니다)
전국적으로 양력 8.15일 전후입니다.
오봉기간 4일은 전국적으로 대부분의 직장이 휴무에 들어가게 됩니다.
기간중 일본인 6명중 1명 꼴인 2천만명이 고향방문 성묘 여행 등을 합니다. 그래서 신칸센의 탑승률은 2백%에 달합니다.
이 한국의 추석과 비슷한 오봉은 정말 한국의 추석과 그 기원이 같을까요? (한국은 음력8월15일 / 일본은 양력8월15일)
같은 동양문화권의 일원으로서 솔직히 말해서 매우 궁금한것도 사실입니다.
お盆(오봉)은 盆 (봉)을 공손하게 표현한 말 인데, 오봉은 추석보다 한달쯤 빨라 뙤약볕이 되게 내리쬐는 한여름이며, 실은 그 기원도 추석과는 다르답니다.
お 盆의 기원
오봉은 원래 우라봉(盂蘭盆:한국어에서는 '우란분')이라고 하여, 이 단어는 범어의 ullambana (울람바나:거꾸로 매달림)에서 왔다는 불교 행사인데 ‘우란분경(盂蘭盆經)'이라는 불경이 이 행사의 직접 근거가 되었다고 전해지고 있습니다.
'우란분경'에 따르면, 목련 존자(目蓮 尊者)가 그의 어머니가 죄를 지어 아귀도에 떨어져 있을 때에
그를 구하기 위하여 석가의 가르침에 따라 7월 15일의 자자(自恣) 때 백 가지 음식을 분에 담아 수행(修行)이끝난 중들에게 공양(供養)했더니, 그 중들의 위대한 공덕으로 인해 모친이 성불할 수 있게 되었다고 하지요.
그런데, 우람분의 원어 뜻이 '거꾸로 매달림'인 이유는 그 어머니가 아귀도에서 거꾸로 매달려져 있었기
때문이라고 하는군요. 이 고사(故事)를 본받아, 7월15일에 조상의 성불을 기원하여 민가와 절에서 여러 가지 음식을 만들어 분에 담아 조상의 영전이나 부처에게 공양하게 되었답니다.

중국에서는 6세기에 이 행사가 시작되었으며, 일본에서는 7세기에 전래되었다고 합니다.
그런데, 이렇게 중요한 경전인데, 원어인 범어로 쓰여진 원전이 전해져 있지 않고, 티베트어로 번역된 것도 없으므로, 아쉽게도 우란분경은 위경(僞經)인 가능성이 높다는 주장도 있는데, 이 경전은 5세기경 중국 또는 서역(西域)세서 쓰여진 것으로 추정되고 있습니다.
이와 같은 '우란분'은 한국이나 중국에서는 순수히 불교적인 행사로 남아 있지만, 일본에서는 범국민적인 행사로 변하여, 그 뜻도 상당히 토속화되었습니다. 따라서 현재 일본인에게 오봉의 기원이 무어냐고 물어 보아도 아마 대답할 수 있는 사람이 거의 없다고 하는 군요.
그리고 오늘날에는 꼭 음력 7월 15일에 하는 것이 아니라, 지역이나 개인에 따라 양력 7월 15일 또는
8월 15일을 중심으로 어느 정해진 며칠 동안을 조상을 모시는 것이 보통입니다.
※ 일본의 오봉은 음력 7월15일에 해당하는 양력 8월15일로 거의 모든 회사가 휴무를 하는 명절로 정착되었으며 일부 동경지방에서는 양력 7월15일을 오봉으로 지키기도 합니다.

우리집의 불단... 부모님의 위폐와 어려서 타계했다는 작은 형의 위폐가 있습니다.
우리는 장남은 아니지만 두 형님이 다 돌아가셔서 장조카 대신 부모님의 위폐를 우리가 맡았지요
오봉 기간에는 조상의 영혼을 영접하여 집에 있는 불단(佛壇)에 모시고, 오봉이 끝날 때 다시 보내는 풍습이 있습니다. 저희야 대충 성묘나 하고 보냈지만 영혼을 영접하는 의식이나 보내는 의식이 있는 지역도 많다고 합니다.
영혼을 영접할 때는 무까에비(迎え火)를 대문 앞에 켜놓고 조상의 영혼을 맞이합니다.
그리고, 오봉이 끝날 때는 조상의 영혼을 다시 저승으로 보내는데, 그때 등불을 켜놓고 바다나 강물에다가 띄우는 도오로오나가시(燈籠流し)는 자못 환상적이지요.
무까에비(迎え火)

도오로오나가시(燈籠流し)

도오로오나가시(燈籠流し)
지역에 따라 본다나카자리(盆棚飾り)를 만들어서 제사같은 것을 하는 곳도 있으나, 일반적으로 제사 같은 제사는 지내지 않고 불단에 등불을 켜놓고, 오는 사람마다 향을 태워 불단 앞에 꽂고 합장하는 형식 입니다.
지역에 따라 본다나카자리(盆棚飾り)를 만들어서 제사같은 것을 하는 곳도 있으나, 일반적으로 제사 같은 제사는 지내지 않고 불단에 등불을 켜놓고, 오는 사람마다 향을 태워 불단 앞에 꽂고 합장하는 형식 입니다.
그 때 사람마다 방식이 틀려서, 천태종(天台宗)에서는 향을 한 사람이 세개씩 태우는데 창가학회(創價學會)는 하나라는 군요. 시집쪽은 일본 불교중 가장오래된 기원을 가지고 있는 천태종 입니다. (천태종하니... 대각국사 의천이 떠오르는 저는 학생때 국사를 꽤 잘했지요... ㅎㅎ )
우리나라의 차례상에 해당하는 본다나카자리의 예(위)와 실제(아래) 사진

조상이 타고 가실 소와 말을 가지와 오이로 대신합니다.

우에노 공원 뒤쪽의 절에 있는 우리 가문의 家墓
墓參り
오봉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당연히 하까마이리(墓參り:성묘) 이지요.
일본의 묘역은 보통 절 안에 있으며, 절에서 묘를 관리해 주고 있습니다.
오봉 때면 우에노 공원이 가까운 절 주변은 매미 소리가 끊이지 않고, 뙤약볕에 뜨겁디 뜨거워진 묘비를 식히려고 물을 뿌리면 금방 말라 버릴 지경입니다. 묘역은 거기서 쓰러지면 한쪽 신발을 두고 가야 한다는 이야기가 있기 때문에, 더워도 정신 똑바로 차려야 합니다. ㅎㅎ
한국에서 묘 앞에서 돗자리를 깔고 가족끼리식사를 하는 풍경이 일반적이지만 일본은 물을 뿌리고 합장을 하지만 돗자리를 펴고 앉거나 하지는 않습니다.

우리집의 성묘풍경: 묘앞에서 합장하고있는 이츠키, 그리고 장조카와 조카며느리 그리고 교복입은 여학생은 장조카의 외동딸 하루카, 하루카가 가리고 있는 이가 이츠키의 아빠
盆踊り
그리고 한 가지 또 떼놓을 수 없는 것이 있는데, 그것은 봉오도리(盆踊り)라는 축제 행사 입니다. '봉'은 오봉이며,'오도리'는 '춤'의 뜻인데, 이는 하나의 민속 춤으로, 동네 사람들이 저녁에 유까따(浴衣)라고 하는 예쁜 무명 홑옷을 입고 모여 망대 주위를 돌면서 춤을 추지요.
보통 신사나 절 구내에서 거행하며, 통나무를 짜서 높이 3~4m 정도의 망대를 만들고, 그 위에 북을 올려서, 민요 같은 음악(레코드로 재생된다)에 맞춰서 북을 치며 흥을 돋웁니다.
봉오도리의 원뜻은, 조상과 그 밖의 죽은 이들의 영혼을 달래고 저승으로 다시 보내자는 데 있었고 합니다.저승에서 찾아온 영혼들이 이승에 있는 후손들과 함께 즐겁게 춤추고 다시 저승으로 돌아갈 수 있도록하자는 것이라는 군요.
그러나 현재 봉오도리의 뜻은, 일반적으로 노오료오 봉오도리타이카이(納凉盆踊り大會)라고 불리는것을 보아도 알 수 있듯이, 한여름의 무더위를 잠시라도 잊어버리고 시원한 저녁 바람을 즐기자는 데 있는 것 같습니다.
대부분의 사람들은 그 분위기를 무척 좋아해서,우리나라의 반상회에 해당하는 쵸오카이(町会)에서 주최를 하고 안내 전단을 돌리면 남녀노소 할것 없이 동네의 신사나 공원의 회장으로 몰려갑니다. 그리고 동네사람들이 준비한 음료수와 먹을 것들(야키소바나 빙수등)이 돌려지기도 합니다.
때로는 절도 신사도 아니라 분수대가 있는 광장의 분수대 위에 망대를 만들어서 봉오도리를 하기도 하고, 주위에는 노점상들이 길게 늘어 스기도 합니다. 그리고 행사가 끝날 무렵 약 30분 동안, 활짝 피었다 사라지는 화려한 불꽃늘이를 계속 쏘아 올려 밤하늘을 장식하기도 하지요.



한국의 추석은 유교에서 나와 초가을이고, 일본의 오봉은 불교에서 나와 한여름 입니다. 뜻이 서로 상당히 다르기 때문에, '오봉'을 '일본 추석'이라고 부르는 것도 '추석'을 '한국 오봉'이라고 부르는 것도 어쩐지 망설이게 되기는 합니다만.....
조상의 영혼을 모시는 마음에는 별 차이가 없을 것 입니다.
첫댓글 와우, 굉장하군요...번번이 문화의 상식을 업그레이드 시켜주시는 멜론님께 감사드립니다. 건강은 하신 거죠? 너무 바쁘셔서 몸 챙길 시간이 없으면 곤란합니다 ㅎㅎㅎㅎ
한국이나 일본이 모두 물론 중국까지 불교 문화권이라 비슷한 부분이 많군요~! 오랫만에 올려 주신 기사 재미있게 읽었습니다.
늘 반갑게, 재미나게, 신나게 듣습니다.
편히 앉아서 좋은구경 좋은 이야기 듣고 감니다
오 신기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