앞에 읽은 책이 아주 좋았고, 그래서 책을 읽는 즐거움에
약간의 설렘까지 안고 읽기 시작한 이 책은
그야말로 ‘재미없는 책의 표본’이라고 할 정도로
읽기에도 불편했고, 글쓴이의 성의라고는 어디에서도 찾을 수 없는
그런 어수선한 책이었습니다.
물론 ‘화학’이라고 하는 것 자체가
재미없는 분야라고 생각하는 사람들이 대부분이고
그것에 대해 재미있게 글을 쓸 수 있다는 생각을 못할 수도 있지만
우리 자신이고, 세계를 구성하는 기반으로서 원소라는 사실과
대부분의 원소들이 우리의 감각기관 너머에 있는데도
그것을 찾아내고, 발견하고, 심지어는 새롭게 조합하기도 하면서
세포의 안에 있는 단백질의 구조,
그 단백질을 구성하는 화학적 진실로서의 분자,
그리고 거기서 한 발짝 더 들어가면 만나게 되는 원자의 세계와
그것을 찾아 헤맨 선학(先學)들의 삶과 사고를 살피는 일에 대한 이야기는
조금만 성의를 갖춘다면 누구라도 재미있게 쓸 수 있다는 사실은
이미 먼저 읽은 이 분야를 다룬 몇 권의 책에서 확인했습니다.
그때 읽은 책에 있는 내용 중에 제대로 기억에 남은 것이 얼마 안 되니
그 나머지를 보충하기 위해 집어 든 이 책의 뒷표지는
그야말로 사기꾼의 바람잡이 같은 말들로 꾸며져 있습니다.
“매혹적이면서 기이한 책 ··· 사악하게 재미있다”
“이 놀라운 화학 연대기에서 피터 워더스는 마침내 뒤엉킨 원소의 어원을 풀어냈다.”
이것 말고도 책을 고를 때 뽑아 들지 않을 수 없게 하는
또 다른 말들도 있으니,
이 책을 고르게 된 것은 적어도 내게는 당연한 일이었습니다.
하지만 읽는 동안 ‘정리가 전혀 안 된, 성의라고는 찾아볼 수 없는’
재미있다는 말을 왜 했는지가 의심스러운 책이라는 것을 확인하는 일은
마냥 씁쓸하기만 했습니다.
모든 것을 다 아는 사람의 입장에서는 그렇게 말할 수 있을지 모르지만
적어도 내게는 아니었습니다.
물론 이 책이 ‘유익하다’는 사실은 틀림없는 사실입니다.
많은 것을 담고 있는 ‘화학지식의 창고’라는 점도 마찬가지고,
화학의 세계, 또는 존재의 화학적 진실에 대해 관심을 가진 사람이라면
누구에게라도 반드시 읽어야 할 필독서라고도 말할 수 있습니다.
하지만 교양서적 수준에서 읽고 싶은 책을 고르는 일반인에게는
결코 친절하지도, 재미있지도 않은 책임에 틀림없습니다.
그렇게 어수선하게 제멋대로 흐트러진 것 같은 이야기 조각들을
정리하는 일도 만만치 않았습니다.
하지만 ‘도움이 될 만한 많은 것들’을 나름대로 정리했으니
두고 두고 틈날 때마다 꺼내 보면서 부족한 지식을 채울 수 있는
소중한 자료가 될 것도 확실한 일이니
이번에 읽고 정리한 시간들이 하나도 아깝지는 않습니다.
날마다 좋은 날!!!
키작은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