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애인이 일하는 사회가
특별함 아닌 당연함 되기를
_ 밀알그린보호작업장 방문기
직업은 단순히 생계를 유지하기 위한 수단만은 아닐 것입니다. 비장애인에게도 그러하듯, 장애인들에게도 직업은 소득보장과 외에도 사회참여와 자아실현 등의 중요한 가치를 제공하는 곳입니다. 오늘은 중증장애인들이 직업을 가질 수 있도록 안정적인 일터를 제공하는 중증장애인 보호작업장, 밀알그린보호작업장을 다녀왔습니다.
보호작업장의 하루 22명의 지적장애인 및 자폐성장애인들이 일하고 있는 밀알그린*
보호작업장은, 일반직장에서 일하기 어려운 중증장애인들에게 직업훈련과
*보호고용을 제공하는 곳입니다. 근로기준법과 동일한 기준으로 고용된 이들은 일반 직장과 비슷하게 9시 30분에 출근해 5시에 퇴근을 하고, 업무 외 시간에는 미술치료 등으로 구성된 특별활동이나 일상생활훈련, 직무능력향상훈련 등을 받으며 업무역량을 비롯해 사회성을 향상시키고 있습니다. 밀알그린보호작업장 근로장애인들은 19세부터 37세까지 다양한 연령대와 성별로 구성되어 있으며, 졸업을 앞두고 밀알그린보호작업장에서 훈련생으로 재직중인 고3 학생부터, 10년 이상 다니던 회사가 지방으로 이전해 일터를 옮겨온 근로인 등 제각각의 사연을 가진 사람들이 모여 함께 일하고 있습니다. 주요 생산품은 천연비누입니다.
*보호 작업장이란 일반적인 직업 생활이 어려운 중증 장애인들을 위한 직업재활시설로, 장애인들이 경쟁고용시장에 진출할 수 있도록 직업훈련과 근로의 기회, 임금을 제공함으로써 장애인들의 자립과 자활을 돕는 시설
*보호 고용이란 일반적인 직업 생활이 어려운 장애인에게 특정한 근로환경을 마련해 주고 그 환경에서 근무하면서 보수를 받을 수 있도록 배려한 고용의 형태천연비누 만드는 장애인들“처음 봤을 때보다 근로장애인들의 기능이 상당히 많이 올라가있어요. 예전에는 하루에 비누 20개도 만들어 내기 어려웠는데, 지금은 하루에 2~300개도 가능하죠. 그래서 예전에는 납품수량을 맞추기 위해 그저 비누를 만들어 내는 것에만 급급했다면, 요즘에는 어떻게 품질을 향상시킬 수 있을까 고민하고 있어요.”
비누 제조 방식은 여러 가지가 있지만, 밀알그린보호작업장의 제조 공정 과정은 다음과 같습니다. 먼저 정해진 양에 맞게 계량된 비누원료를 녹인 후, 액체상태가 된 원료에 첨가물을 넣습니다. 이후 비누의 모양을 만들어주는 틀에 원료를 붓고 굳어지기를 기다립니다. 굳어진 비누는 규격에 맞게 자른 후 건조과정에 들어가는데, 비누에 따라 짧게는 하루에서 길게는 6주라는 시간이 필요합니다. 그렇게 건조된 비누는 비닐로 포장, 스티커를 붙이고 선물상자에 넣어 한번 더 포장합니다. 이렇듯 재료 준비부터 시작해 선물포장의 화룡점정인 리본끈을 만드는 과정까지, 모든 과정에는 근로인의 손을 거치지 않는 작업이 없습니다. 실제 작업장에서 본 밀알그린보호작업장의 근로장애인들은 아주 숙련된 솜씨로 비누를 제조하고 포장하고 있었습니다.
비누 작업중인 밀알그린보호장의 근로인들
비누제조가 정성과 시간이 들어가는 작업이듯
장애인 직업훈련도 마찬가지“처음에는 비누를 만들 수 있는 분이 한 명밖에 없었습니다. 그러나 지금은 비누를 제조하는데 투입되는 근로장애인이 6~7명 정도가 되었어요. 물론 그렇게 되기까지 오랜 훈련기간이 필요했죠.” 모든 사람이 그러하듯 근로장애인들 역시 개개인별로 특성이 다르기 때문에, 그 특성에 맞춰 직무를 적응하도록 훈련하는데도 시간이 걸렸습니다. “비누를 만드는 데는 오랜 시간이 들어요. 비누에 따라 다르지만 어떤 비누는 건조하는데 6주 정도의 시간이 걸립니다. 이렇듯 비누제조는 정성과 시간이 들어가는 작업인데요, 장애인 직업훈련도 마찬가지에요. 단기간에는 눈에 보이는 변화가 없지만, 장기적으로 보면 분명히 달라져 있어요.”
제조부터 포장까지, 작업장의 비누들은 처음부터 끝까지 근로인의 손으로 완성된다.
연계고용제도로
안정적 일자리 제공받는 중증장애인들
밀알그린보호작업장은 총 15명의 근로인과 7명의 훈련생으로 구성된 보호작업장으로, 이 중 15명은 2013년 밀알복지재단과 한화생명이 체결한 *연계고용협약에 따라 일자리를 얻게 된 근로인들입니다. 협약에 따라 한화생명은 밀알복지재단의 산하시설인 밀알그린보호작업장과 도급계약을 맺고 근로장애인들이 만든 천연비누를 구입해 고객 사은품으로 제공하고 있습니다. 이것이 장애인 연계고용이라 불리는 이유는, 실제로 기업이 장애인을 고용한 것은 아니지만 결국 장애인사업장이 수익을 창출할 수 있도록 도움을 줌으로써장애인이 일할 수 있는 일자리가 늘어나 장애인을 직접고용한 것과 같은 효과를 내기 때문입니다.
*연계고용이란 장애인 고용이 어려운 장애인 의무고용사업체(국가?자치단체, 상시근로자 50인 이상의 공공기관, 민간기업)가 직업재활시설장애인자립작업장에 도급을 주어 그 생산품을 납품받는 경우 장애인을 고용한 것으로 간주, 고용의무사업주에게 부과하는 고용부담금을 감면해주는 제도
한국장애인개발원이 2014년 발표한 자료에 의하면 발달장애인의 취업률은 21.6%으로 전체 장애인의 취업률인 35.49% 비해 낮은 편입니다. 모든 장애인에게 장벽 없는 고용환경이 만들어져야 하는 것이 당연하나, 인지나 의사소통, 사회적 능력이 부족하여 일반적인 직업생활이 어려운 일부 중증장애인의 경우 일반 기업의 입장에서는 직접고용이 어려운 부분이 있는 것도 사실입니다. 그렇기에 연계고용은 일반노동시장 진입에 어려움을 겪고 있는 중증장애인을 위한 안정적이고 지속적인 일자리를 창출하고, 장애인 직접고용이 어려운 기업에게도 연계고용을 통한 장애인 고용부담금 감면혜택을 제공하고 있다는 점에서 효과적입니다.
건조중인 비누(왼쪽), 포장까지 끝낸 비누의 모습(오른쪽)
장애인의 일자리 창출,
사회통합의 첫걸음
“집을 사고 싶어요.”, “저는 차를 살 거에요.” 하루 4시간의 노동시간을 통해 약 60여만원의 월급을 받는 밀알그린보호작업장의 근로장애인들에게는 저마다의 꿈이 있었습니다. 근로장애인들에게도 노동이란 스스로의 삶을 가치 있게 만드는 수단이 되는 것입니다. 근로장애인들이 꾸는 행복한 꿈. 그러나 그 꿈이 그들에게만 행복한 꿈은 아닐 것입니다. 장애인들이 일방적인 복지의 대상이 아닌 사회, 장애인들이 독립적으로 살아갈 수 있는 사회 역시 우리가 꿈꾸는 통합사회이기 때문입니다. 하루빨리 장애인이 일하는 것이 특별함이 아닌 당연함이 되는 세상이 되기를 바래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