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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롱이 시리즈 (산문 & 콩트)
용달차 운전하는 머저리 시인 (산문)
백화 문상희
스스로 생각해도 참 오지랖도 넓은 인간이다.
면허증도 그냥 1종 보통이면 될 것을
굳이 대형 면허증을 따 가지고 다닌다.
속 없이 물려받은 출판사로 인해 전재산의 오분의
일은 이미 날려먹고 욕은 욕대로 얻어 처먹은
상머저리에다 시인이요, 수필가요, 유튜브 소설가에
문학회 카페지기로 실속도 없이 종횡무진이다.
한때는 유튜브 베스트셀러 작가로 등극한답시고
죽자 사자 매달려 장, 단편 소설에 콩트까지
열 편 이상의 소설도 썼다.
유튜브에 조회수가 오만, 십만, 이십만을 넘었으니
어디에서 그런 열정이 솟아 나왔는지 모르겠다.
귀는 또 얇아가지고 이 말하면 이쪽으로 저 말하면
또 저쪽으로 쏠린다.
정년퇴직으로 놀고 있을 때 누군가가 출판사 인수와
폐업으로 남은 재고 책이 많으니
북카페를 열어보라고 해서 또 자격증에 매달렸다.
매주 일요일 장장 22주 154시간을 수강해서
바리스타 2급에 티마스터 자격증까지 획득했다.
아무리 생각을 해봐도 이것은 오직 열정으로 만든
오지랖이었다.
망할지 흥할지도 모르는 북카페 오픈,
형제들과 자식들의 만류로 포기했으니 망정이지
만약에 시작을 했다면 아마도 전재산의 오분의 일은
또 날렸을 것이다.
캥거루 아들놈과 둘이 살아도 만만치 않은 물가에
공과금과 보장보험까지 합하면 기본 생활비가
이백만 원을 훌쩍 넘는다.
돈 백만 원 되는 연금 가지고는 어림도 없는 것이다.
이제는 쉬어야 할 육십 대 중반에 무엇인가 일을 해야
먹고살 수가 있는 것이다.
고심 끝에 용달차 사업을 하기로 결심을 하고
또다시 화물운송 자격증을 땄다.
넘버값 포함 족히 오천만 원은 들어갔으나 사업이
안된다 해도 자동차와 영업용 넘버값은 남아있으니
내 인생 최고의 선택이 아니었을까 생각하며
오늘도 운전석에 올라타고 힘차게 시동을 걸어본다.
나는 용달차 운전수가 좋다 (산문)
백화 문상희
나는 꼬마 용달차 운전수 겸 차주다.
돈이 전부도, 목적도 아닌, 그냥 용달차 운전수다.
가고 싶은 곳이 있으면 언제든 어디로든 떠난다.
그곳이 조선팔도 어디든 좋다.
도심을 떠나 조금이라도 더 멀리 갈수만 있다면...
자연이 살아 숨 쉬는 곳이면 대한민국 어디든 좋다.
시상이 번뜩이는 그곳,
나 태어난 산골 향수가 살아 숨 쉬는 그곳,
들꽃 흐드러진 벌판이 눈앞에 보인다면 더 좋겠지!"
내 몸뚱아리를 좀 쉬게 하고 싶다.
피폐해진 육신을 잠시라도 쉬게 하고 싶다.
주차위반 단속이 없는 곳이라면 어디라도 좋다.
기다릴 사람도 없고, 외로울 틈도 없다.
걱정해 줄 이도 없으니 그냥 이대로가 좋다.
그저 나를 기다리는 것은 썰렁한 빈방 아니던가?"
시인이라고 꽁으로 밥 먹여 주든가?"
수필을 쓴다도 소설을 쓴다고 돈이 되든가?"
그까짓 글 나부랭이도, 명예도, 살아보니 부질없더라!
언젠가는 죽는 게 세상사 이치!
그냥 부초처럼 떠돌다 그렇게 가는게지!
바둥바둥 그렇게 산다고 죽을 때 싸 짊어지고 갈 것인가!"
나는 나 이기에,
천상천하 지존이기에...
이 세상 그 누구도 나를 막을 수 없다.
내가 가는 곳이 길이요!"
내가 멈춘 곳이 내 집이려니!"
발길 닦는 대로, 마음내키는 대로 어디로든 떠난다.
진리는 마음속에 있기에,
그 진리를 찾아서 어디로든 떠난다.
님도 보고 뽕도 따고 돈도 벌고 유람도 하고 이석이조라!"
내가 운영하는 문학회 카페도 관리하고 글도 쓰며
모기장 치고 캔맥주에 부스러기 안주 먹어가며
바람 술술, 별이 반짝, 차박의 묘미를 그대는 아실까?"
왜냐고 묻는다면 대답하리라!"
온라인 공간에 떠도는 목적지 오더만 선택한다면,
나는 내 가고 싶은 곳에 갈 수 있는 용달차 운전수니까!"
용달이와 다롱이
백화 문상희 (콩트)
오늘도 어김없이 용달이는 7시에 일어나서
속이 편한 죽 한 그릇을 먹고 일 나갈 준비를 했다.
점심에 먹을 고구마, 빵 쪼가리, 우유와 캔커피
그리고 얼린 물을 비닐봉지에 챙겼다.
용달이는 사먹는 음식보다 차에서 수시로
먹을수 있는 기호식품이 더 편했기 때문이다.
"덜그럭 덜그럭 부스럭부스럭!"
"아빠, 일 나가시는 거예요?"
"그래, 흥일아!
이따가 냉장고에 국하고 반찬 꺼내서 밥 챙겨 먹어라!"
"네~,
아빠 다녀오세요!"
"그래, 알았다 흥일아!"
덜그럭 거리는 소리에 늦둥이가 잠에서 깼나 보다.
용달이는 늦둥이와 둘이서 살고 있다.
"다롱아, 일 나가자!
네가 예전에 자가용으로 있을 때 편했을 텐데
나에게 와서 무거운 짐도 실어야 하고
또 하루종일 더운데 에어컨까지 켜느라
고생이 많구나 다롱아!
어제도 다롱이 너 덕분에 이십만 원을 벌었잖니?
그래서 어제 번 돈은 큰맘먹고 문학단체에
기부했단다.
모두가 네 덕분이야 고맙다 다롱아~!"
"씨씨씨, 부르릉~!"
다롱이가 힘차게 대답을 했다.
용달이는 언제나 일을 시작하기 전에 점검을 하고
시동을 거는 일이 일상이었다.
다롱이는 용달이가 귀여운 다마스라서 다롱이라고
이름을 지어줬다.
"다롱아?
오늘은 또 어디 가는 콜을 받아볼까?
여하튼 오늘도 네가 수고를 많이 해줘야겠구나!"
용달이는 퇴직 후 쥐꼬리만 한 국민연금과
퇴직금으로 버티다가 아직은 일을 할 수 있고
또 민생고를 해결하기 위해 주택담보대출을 받아
용달차를 구입했다.
그것은 얼마나 살지는 모르겠지만 노년의 풍요로운
삶을 위해서이기도 하다.
용달이는 용달차를 하고부터 스스로 용달이라고
개명까지 해버렸다.
"띵똥, 새로운 오더!
09시 상차 11시 하차
출발지: 구리시, 도착지: 강남 모 백화점
요금 5만 원, 지하 3층 고기 상자 검품장 납품
오늘은 좀처럼 오지 않던 제2의 화물 엡에서
첫 콜이 들어왔다.
요금도 좋아 받고서 출근시간 때 차랑 정체를
뚫고 도착했지만 검품장과 출차신고를 하는
보안실을 찾느라 넓은 지하주차장을 물어물어
몇 바퀴를 돌아야 했다.
"다롱아!
어려운 첫 콜을 수행하느라 고생 많았다."
첫 콜을 마쳤지만 예상대로 용달이가 주로 받는
메인 콜에서 바로 콜을 주지 않았다.
이유는 다른 콜을 받으면 AI 컴퓨터가 이를 감지하고
페널티로 좋은 콜과 가까운 콜을 주지 않는 것이다.
용달이는 시대가 바뀌어 AI에게 지배당하는
것을 실감해야 했다.
용달이는 어쩔 수 없이 두 번째 콜도 제3의
화물 앱에서 콜을 받았다.
이번에는 강남에서 분당으로 가는 콜이었다.
이번 역시 백화점 납품 콜이었는데 백화점이
세일 기간이라 지하 주차장 진입 차량 정체로
지하 5층까지 내려가는데 30분 이상 소요되었다.
용달이와 다롱이는 어렵게 두 번째 콜을 수행했다.
"다롱아!
어디 한적한 곳에 가서 다음 콜을 기다려보자꾸나!"
용달이는 한참을 뺑뺑돌아 한적한 주택가에
정차를 하고 싸가지고 온 새참을 먹었다.
"다롱아!
에어컨 켜고 운행하느라 힘들었지?"
너도 좀 쉬도록 해라!"
용달이는 시동을 끄고 담배 한 대를 피우며 주차
카메라가 없기에 약 20분간 동네를 한 바퀴 돌았다.
아니나 다를까, 혹시나가 역시나였고
원래가 점심시간엔 콜이 없는 시간이었지만
오후 2시가 되어도 콜은 들어오지 않았다.
"다롱아?
여기 위치가 안 좋은 것 같은데 우리 다른 곳으로 가볼까?
낚시도 고기가 안 잡히면 자리를 옮기잖아 다롱아!"
용달이는 미신 같은 생각이 들어 자리를 옮겼다.
그러고도 한참이 지나서 주로 받던 메인 콜에서
어쩐 일로 콜이 들어왔다.
"새로운 오더,
출발지: 과천, 목적지: 동대문구 중랑천 제1체육공원
16시 상차, 18시 하차 요금:5만 원
배송 물품: 얼린 물 50 상자.
용달이는 요금도 좋았지만 과천까지 거리가 너무 멀어
처음엔 받지를 않았다.
콜이 연속해서 세 번이 들어왔지만 아무도 콜을
받지 않았다.
용달이는 이상하다고 생각을 하면서 자세히 콜을
살펴보았다.
사람들이 콜을 받지 않는 것을 그제야 알았다.
이유는, 목적지 근처에 가서도 5km의 나들목을
돌아서 와야 했고 눈에 들어오는 것은
"주의, 진입로 좁음,,이었다.
고속으로 주행하는 동부간선도로 1차로에서
진입을 해야 했고 또한 진입로를 놓치게 되면
이번에는 10km를 다시 돌아와서 들어가야 했다.
그래서 아무도 콜을 받지 않았던 것이었다.
"다롱아!
우리 집 근처 콜이니까 이 콜을 받아서 배송하고
퇴근을 하도록 하자꾸나"
용달이는 콜을 수락한 후 전화 통화를 했다.
"여보세요?
콜 오더를 받은 다마스 용달차입니다.
여기는 성남시 백현동입니다.
과천까지 30분 소요되는데 괜찮을까요?"
"네 ~,
괜찮으니까 빨리만 와주세요!"
"예, 알겠습니다."
콜을 부른 사람은 아무도 콜을 받지 않아서
안달이 났었는데 아주 반가운 목소리였다
용달이와 다롱이는 고속도로를 이용해서
30분 만에 과천에 도착했다.
용달이는 직원과 함께 얼음물이 녹지 않도록
비닐로 싸서 상차를 하고 동대문구 목적지로 향했다.
"기사님!
행사장에서 얼린물을 빨리 가져오라고 난리가 났으니
빠른 배송 부탁드립니다."
"예, 알겠습니다!
최선을 다해서 가도록 하겠습니다."
용달이는 빨리 가려고 했지만 금요일 오후
퇴근시간이 되어 서울로 가는 고속도로는
그야말로 주차장이었다.
용달이는 차선을 바꿔가며 최선을 다해서 목적지로 향했다.
6시쯤 되어 중랑천 제1체육공원 맞은편에 왔으나
또 5km 정도 나들목을 돌아서 와야 했다.
차들이 씽씽 달리는 위험한 동부간선도로 1차로에서
비상등을 켜고 서행을 하니 뒤차들이 빵빵 거리며
번쩍번쩍 상향등을 켜면서 난리가 난 것이다.
용달이는 몇십 년 운전을 한 프로급 기사였으나
잘 보이지도 않는 1차선 진입로를 놓치게 되면
이번에는 10km를 다시 돌아와야 하기에
용달이는 바짝 긴장을 했다.
"다롱아!
분명 여기쯤 진입로가 있을 텐데 말이야!"
용달이는 다롱이 에게 그렇게 중얼거리며
뒤차들을 무시한 채 두리번거렸다.
그때 출입구가 눈에 들어왔다.
그러나 그것은 출입구 전방 10m 지점에
좌측 비상주차 공터와 착시현상이 일어나
긴장한 탓에 깜빡 지나치고 말았다.
용달이는 어쩔 수 없이 공터에 주차를 시켰다.
차들이 씽씽 달리는 위험한 동부간선도로에서
후진은 언감생심 절대 불가능한 일이었다.
"다롱아!
나도 이런 실수를 할 때도 있구나!"
용달이는 주차를 시킨 후 행사장 담당자에게
전화를 했다.
"여보세요?
얼음물 실은 다마스 용달차 도착했습니다.
그런데 제가 실수로 진입로를 지나쳤습니다.
혹시 자동차가 있으면 행사장 후방 200m로
와주실 수 있나요?"
"아니요?
지금 스텝들이 바빠서 갈 수도 없고 얼음물이
떨어졌으니 빨리 좀 가져오세요!"
그렇게 말을 하고 전화를 끊어버렸다.
목적지까지 배송하는 게 용달이의 임무라서
어쩔 수 없이 손수레로 옮기기로 했다.
용달이는 동부간선도로 분리대 철책을 넘어
얼음물 box를 옮겨놓고 열개씩 손수레로
200m를 다섯 번 나눠서 옮겨야 했다.
용달이는 행사장에 얼린 생수를 모두 옮겨놓고
무더운 여름이라서 땀범벅에 완전 녹초가 되었다.
용달이는 다롱이 차에서 에어컨을 켜고
땀을 식히며 정신을 가다듬었으나
이번엔 50m 우전방 나들목으로
나가야 하는 위험한 모험 운전을 해야 했다
용달이는 5분쯤 기다리며 도로에 차의 흐름이
끊어지기를 기다렸다 기회가 와서 급발진으로
장안동으로 나가는 나들목으로 진입을 했다.
용달이는 등골이 오싹하는 모험 운전을 하고 나니
콜이고 나발이고 바로 집으로 향했다.
용달이는 집에 도착해서도 차에서 내리지를 못하고
오늘 일을 되짚어 보았고
멍하게 30분을 넋 놓고 앉아서 쉬어야 했다.
"다롱아?
오늘 내가 바보짓을 해서 다롱이 너를 위험하게
해서 미안하다.
나는 내가 좋아서 시작한 용달차 운전이니까
원망도 후회도 없단다 다롱아!"
그때 용달이가 90% 이상 의존하는 화물 앱에서
내일 상차 콜이 들어왔다.
"띵똥,
새로운 오더!
충남 당진 15만 원,
내일 아침 10시 상차 14시 하차"
"다롱아!
오늘 뒈지도록 고생했다고 위로 콜이 들어왔단다.
네가 살던 제주도는 아니지만 내일은
다롱이 너 바다구경 할 수 있겠다.
그리고 시원한 바람불면 경치 좋은곳으로 콜 받아서
여행삼아 차박도하고 그러자꾸나 다롱아 ~!"
다롱이는 신차로 출고되어 제주도 감귤 농장에서
삼 년간 일꾼들 새참, 점심을 실어 나르는 편안한
일을 하다가 용달이에게 중고차로 팔려온 것이다.
또한 다마스는 다용도로 사용할수 있는 단종된
차종이라서 더욱 귀한 대접을 받는다.
다롱이는 바다구경 소리에
"빵~, 하고 반갑게 인사를 했다.ㅁ
영화 단역으로 출연한 다롱이
백화 문상희 (콩트)
"다롱아!
오늘은 예약받은 당진 가는 날이다.
너 오랜만에 바다구경 가는데 기분이 어때?"
"네~,
좋아요, ㅎㅎ
씨씨씨 부르릉~!"
용달이는 휘파람을 불며 예약시간에 도착해서
상차를 했다.
"다롱아,
50 박스를 실어 화물칸은 가득 찼지만 내용물이
자동차 호스롤 보호하는 스펀지 계열이라
무게는 겨우 200kg 이란다."
용달이는 시동을 걸고 내비게이션에 당진
주소지를 치고 출발을 했다.
자~,
우리 서해안고속도로를 타고 당진으로 가볼까?
이번에는 장거리 운행이니까 안전하게 가자꾸나!"
"남들은 시속 100km 이상으로 쌩쌩 달리지만
우리는 안전속도 90km로만 가자 알았지?"
"네~,
알겠습니다 빵빵!"
용달이와 다롱이는 광명, 안산, 서평택을
지나자 드디어 서해바다가 보였다.
"우와~, 다롱아,
저기 바다 위에 다리가 무지하게 길구나!
저게 말로만 듣던 서해대교인가보다!
그나저나 속도를 좀 더 줄여야겠다.
바람이 심해서 우리 다롱이가 너무 흔들려!"
용달이는 다롱이가 바닷바람에 심하게 흔들려서
속도를 시속 70km로 줄였다.
"다롱아 저기 중간에 있는 섬이 행담도라고
적혀있구나!
너도 제주도에 삼 년이나 살았으니 섬은 알지?
여하튼 너도 오랜만에 바다구경 실컷 해봐라!
우리 신나게 노래 한번 해볼까?"
용달이는 다롱이 에게 혜은이 노래 "뛰뛰빵빵,, 을
신나게 불러주며 빵빵에 맞춰 짧고 약하게
경음기를 울렸다.
"다롱아?
남들이 보면 우리가 미쳤다고 욕할지 모르니까
우리만 들리도록 살짝 빵빵, 하자꾸나!" ㅎㅎ
용달이와 다롱이는 두 시간을 달려서 내비게이션이
안내하는 면천 IC로 내려와 농공단지로 들어가서
화물 하차를 했다.
"그나저나 다롱아!
여기는 바다를 40km나 지나서 온 아미산 이란다!
다시 돌아갈 수도 없으니 이 근처에서 나도 밥 먹고
너도 주식인 LPG를 넣어줘야 할 것 같다."
용달이는 고속로로 IC 근처에서 LPG를 충전하고
아미산 근처 편의점에서 도시락과 덤으로 받은
컵라면으로 저녁을 때우고 캔맥주와 안주거리를
사서 아미산 근처 마을 공터 안전한 곳에
주차를 했다.
" 다롱아?
바닷가는 아니지만 여기서 우리 차박을 하자꾸나!"
용달이는 적적함도 달랠 겸 캔맥주를 마시고
잠들었다.
9월의 여름 날씨였지만 산바람이 불어 와 그럭저럭
견딜만했다.
이튿날 용달이는 해 뜰 무렵 잠에서 깨어나
근처 둘레길을 걸었다.
용달이와 다롱이는 근처 편의점 쪽으로 이동했다.
그때, 띵똥하는 소리와 함께 콜 오더가 왔다.
"상차지: 10시 신탄진, 하차지: 1시 세종시,
이동거리 총 110km 요금 70,000원"
용달이는 편의점에서 간단하게 김밥과 컵라면으로
아침을 때우고 60km를 달려 신탄진에
도착을 해서 화물을 싣고 세종시로 향했다.
다시 서울로 오늘길에 경기도 광주에서 서울
성수동으로 가는 화물 오더를 받아 해 질 녘에
서울에 도착했다.
"다롱아?
이틀 동안 고생 많았다.
우리 이제 집으로 가자꾸나!
그래도 네 덕분에 구경도 잘하고 이틀 동안
이십 칠만 원을 벌었잖니 고맙다 다롱아!"
용달이와 다롱이는 휴식을 위해 집으로 돌아왔다.
*다롱이 짐칸에 가득 실은 가벼운 화물*
충분히 휴식을 취한 용달이와 다롱이는 또다시
운행을 시작했다.
두 번째는 서울 증산동에서 남양주시로 운행하는
오더였다.
화물은 40 ×40 ×120cm 규격 30kg의 원목
장식장이었다.
"기사님,
꽤나 무거운데 들 수 있겠어요?"
"아이고, 걱정 마세요!
아직도 이 정도는 번쩍번쩍 든답니다."
"네~, 대단하네요 기사님!
그리고 그 장식장을 영화 소품으로 쓰고 내일 다시
여기로 가져와야 되는데 가능하세요?"
"네~,
상차 시간만 알려주시면 다시 가져오도록 하겠습니다."
용달이는 다롱이 짐칸에 장식장을 싣고 남양주시로
이동을 했다.
운행 중에 장식장 주인으로부터 전화가 왔다.
"여보세요 기사님!
아까 보니까 다마스 차가 깨끗하던데 영화
소품으로 쓸 수가 있나요?"
"네~, 선생님!
시간과 장소를 알려주시면 가겠습니다."
"그러면 영화 촬영엔 서너 시간 소요되고 소품을
다시 증산동을 가져오는데 까지 요금을
얼마나 드려야 할까요"
"운반비는 5만 원 정도입니다.
그러나 촬영 대여비는 저도 사실 모릅니다.
제작사에서 평시 지불하는 데로 주세요!"
"네~. 알겠습니다.
그럼 물어보고 다시 전화드리겠습니다."
"네~, 감사합니다."
용달이는 언제나처럼 친절하게 대답을 했다.
그리고 영화촬영으로 대여를 해보지 않았기에
사실 대여비를 알 수가 없었다.
다만, 우리 다롱이가 영화에 소품 단역으로
출연을 한다니까 기분이 한껏 고조되었다.
"다롱아?
네가 내일 영화에 출연을 한단다.
여하튼 나도 기분이 무지하게 좋단다."
용달이와 다롱이는 일요일엔 언제나 쉬었다.
일주일에 한 번은 에너지 재충전을 위해
쉬어야 했고 또 콜 오더도 거의 없었다.
퇴근을 했을 때 장식장 주인으로부터 문자가 왔다.
"운송비와 대여료 이십만 원을 드리면 될까요?"
용달이 역시 문자로 답을 했다.
"네~, 그렇게 하겠습니다.
제작사 방침대로 하겠습니다."
"사실 대본에는 파란색 다마스였으나 다마스 차와
기사님이 마음에 들어 촬영하기로 했답니다.
그러면 저녁 6시까지 남양주시 저번 그 장소로
와주시면 고맙겠습니다."
"네~,
시간 맞춰서 가도록 하겠습니다."
나중에 알았지만 그분은 촬영 감독이었다.
용달이는 사실 다롱이가 영화 단역으로
출연한다는 게 돈을 떠나서 기분이 너무나 좋았다.
이튿날 일요일 아침 충분히 휴식을 취한 용달이는
주차장으로 내려왔다.
"다롱아?
오늘 너 영화에 단역으로 출연을 한다니까
때 빼고 광을 내야지 안 그러니?"
용달이는 새 차처럼 보여야 하기에 바퀴 휠 까지
깨끗하게 세차를 했다.
" 야~, 다롱아!
세차를 하고 나니 정말로 새 차처럼 보인다 야!"
용달이 역시 샤워를 하고 5시쯤 남양주시로
출발을 했다.
약속대로 6시에 도착해서 1시간쯤 대기를 하고
다롱이 외관부터 촬영에 들어갔다.
영화 제목은 "다슬기마스터 도시로 가다,,였고
내용은 주인공 부부가 다슬기 잡기 챔피언이
되어 부상으로 받은 다마스로 젊은 부부가 함께
용달차를 시작하는 테마의 촬영이었다.
젊은 부부가 차에 앉아서 대화를 하는 장면을
동시녹음으로 촬영을 했다.
놀랍게도 운전자는 예쁜 여주인공이었고
바깥 촬영과 근접 촬영을 번갈아서 했지만
극성스러운 모기 때문에 여러 번 촬영이 중단되었다.
용달이는 재빠르게 차에 있었던 모기약을
근처 수풀에 뿌려 임시 처방이 되었다.
마지막 장면은 용달이가 운전을 해서 떠나는
후방 촬영이었다.
1시간 정도 지나서 이것저것 촬영이 끝났다.
"기사님,
수고하셨습니다.
저녁 도시락 드시고 장식장과 다른 소품도 함께
저희 집 앞으로 좀 옮겨주세요!
저는 다른 촬영이 있어서 기사님은 먼저 출발하시면
됩니다."
"예, 알겠습니다.
"기사님,
돈은 내일 회사에 가서 입금해 드려도 될까요?"
"네~,
그렇게 해주셔도 됩니다 감사합니다."
용달이는 배우와 스텝진과 함께 도시락을 먹었다.
도시락 식사 후 꽤나 많은 소품들을 다롱이
화물칸에 싣고 출발을 했다.
"다롱아?
너, 정말로 출세했다야!
나도 못해본 영화에 출연도 하고 말이야!
나한테 중고차로 팔려와 고생을 시켜서
미안했는데 이번 영화에 단역으로 출연시켜서
조금은 은혜를 갚은 것 같아 나도 기분이 좋구나!
다롱아?
우리 기분 좋게 파이팅 한번 하자꾸나!"
다롱아 ~, 파이팅!"ㅁ
*다롱이 영화 촬영 중요장면*
머저리의 뒤죽박죽 추석연휴 일기
머저리 인간 (콩트)
용달이는 그동안 머저리 같은짓을 여러번 해서
당분간 자신을 머저리로 격을 낮춰서 부르기로했다.
"오늘 일요일은 쉬는 날이지만 빨간 날이 연속으로
네 개나 되니까 오늘은 일을 해보자!"
"용달이 아저씨 일 나가세요."
"네~, 추석에는 차례도 지내야 하고 일이 없을 테니
오늘은 일요일이지만 일을 해야 할 것 같아요!"
"네~, 잘 다녀오세요!"
이웃집 아저씨가 인사를 건네왔다.
"띵똥, 옳거니!
내 나와바리, 포천 왕복이라!
요금 좋고 거리도 좋고 가보세 머저리!"
머저리는 신나게 달려 목적지로 가고 있었다.
목적지에 거의 다 갔을 때였다.
"띵똥,
고객의 요청에 의해 오더가 취소되었습니다."
"이런, 빌어먹을!
웬일로 일요일에 포천 왕복이 떴더라 했지!"
그 이후로 1시간이 넘도록 콜이 없었다.
다롱아?
그동안 너도 오더 수행하느라 고생이 많았고
연휴엔 콜도 없는데 우리도 연휴엔 쉬도록하자!"
"네, 알았어용!" ㅎㅎ
"그러면 그렇지!
어이, 머저리, 쉬는 날은 쉬는 게 정석이야!"
머저리는 할 수 없이 집으로 돌아왔다.
"야, 머저리!
원래가 쉬는 날이었으니 차 점검이나 하고
이참에 세차나 하자!"
그때 전화벨이 울렸다"
"여보세요?"
"동생,
아들이 제사에 쓸 쇠고기 가져왔으니 가져가게!"
"네~, 알겠습니다 누나!"
누나 집 조카가 제육 가공공장을 하고 있어서
명절 때마다 최상급 불고기와 국거리를 가지고 온다.
머저리는 일을 포기하고 누나네 집으로 갔다.
"안녕하세요 누나!"
"응, 동생!
아들이 추석 때 쓸 고기를 가지고 왔네?
가지고 가서 쓰도록 해!"
"네, 고맙습니다 누나!
조카에게 고맙다고 전해주세요!"
머저리는 집으로 돌아와 세차를 마쳤다.
"오늘도 9시 뉴스나 보며 막걸리나 한잔 해볼까?"
머저리는 습관처럼 두부김치를 대충 만들어
술잔을 기울였다.
"어이, 머저리!
내일 또 시장 가서 까먹지 말고 제수용품 살 것
휴대폰에 미리 메모해 둬라!"
머저리는 휴대폰 메모장에 메모를 했다
"자~,
빼먹은 것 없이 저장했으니 술이나 마시게 머저리!"
머저리는 두부김치 안주로 막걸리 한 병을 비웠다.
"아이고, 벌써 자정이 넘었구먼!
이 닦고 한대 피우고 뒤비자자 머저리야!'
머저리는 하루를 마무리하고 잠들었다.
이튿날 아침 머저리는 아침을 먹고 시장으로
나갔다.
오전에는 과일과 케잌 등 가공식품을 사고
오후엔 나물과 떡과 전을 사기로 했다.
머저리는 단골 과일가게를 두군데나 다녀도
단감이 없었다.
"아니, 사장님!
왜, 단감이 안 보이는 겁니까?"
"아~, 그게요!
올해는 날짜상 추석이 빠르고 무더위 때문에
아직 맛도 안 들고 너무 비싸서 안 가져왔답니다."
"네~, 그렇군요 사장님!
그래도 조, 율, 이, 시, 구색은 맞춰서 차례상에
올려야지요!"
"그러게요! 저희 가게는 없으니 다른데 한번
가보세요!"
"네~, 알겠습니다 사장님!"
머저리는 시장을 몇 바퀴를 돌아도 단감을
사지 못해 이번에는 대형마트로 갔다.
"아니, 애기 주먹만 한 단감 한 개에 삼천윈?
그리고 제사상엔 일, 삼, 오, 칠, 구, 홀수가 원칙인데
4개, 6개 포장은 또 뭐야?
이 사람들은 조율이시 홍동육서도 모르나?"
머저리는 중얼거리며 할 수 없이 낱개로 다섯 개를
만 오천 원에 구입했다.
"나원참, 단감을 사러 오전 내내 헤매었구먼!"
대형마트를 나오던 머저리의 눈에 쇼킹한
코너가 있었다.
그것은 오징어 파전, 버섯 전 등 반조리 식품으로
집에 가서 프라이팬에 가열하면 되는 것이었다.
심지어는 동그랑땡 반죽도 집에 가서 계란 옷만
입혀서 프라이팬에 부치면 되는 것이었다.
"그래도 한 가지 덕뎀은 했구먼!
전집에 줄 서서 기다리지 않아도 되고 내가
푸짐하게 차려도 되니 그것 참 좋구먼 그래!"
머저리는 집으로 돌아와 점심을 대충 챙겨 먹고
다시 시장으로 나가서 나물과 떡을 사 왔다.
"자~, 머저리 씨!"
어디 한번 실력발휘를 해볼까?"
머저리는 계란을 물과 일대일로 풀어서
밀가루를 넣고 묽게 밀가루 반죽을 했다.
"오~, 예!
기가 막힌 전 작품이 되는구먼 그래!"
머저리는 25년 솥뚜껑 운전수 실력을 발휘했다.
"아참, 냉장고에 어제 고기쌈 먹던 깻잎이 있었지!
깻잎전도 응용해서 부쳐봐야겠다. ㅎㅎㅎ
머저리는 깻잎에 밀가루 반죽을 발라서 속에
동그랑땡 반죽을 넣고 깻잎 전을 만들었다.
"캬~, 머저리 양반!
깻잎 전이 멋지게 만들어졌구먼 그래!"
머저리는 자화자찬에 기분이 흐뭇했다.
"자~,
그러면 어디 막걸리에다 부침개 맛이나 한번 볼까?"
머저리는 자화자찬에 들떠서 막걸리 한 병을
개눈 감추듯 비워버렸다.
"허허 참,
내가 만들었지만 맛이 기가 막히구먼 그래!
내일은 차례를 지내려면 6시에 일어나서 쌀을
씻고 탕국과 조기를 구워야겠지?"
머저리는 습관처럼 술이 취해서 휴대폰 알람을
맞춰놓고 잠이 들었다.
머저리는 부지런을 떨어 차례 음식을 준비해서
상을 차렸다.
캥거루 늦둥이는 밤새 컴퓨터를 했는지 아직도
한방 중이다.
머저리는 늦둥이를 깨워봤자 도움도 안 될 것이
뻔하기에 그냥 자도록 내버려 두었다.
"자~, 조율이시, 홍동육서, 두동미서라!"
머저리는 모든 준비를 마치고 늦둥이를 깨웠다.
그래도 늦둥이는 한 가지 술 따르는 것은 잘했다.
마지막으로 생전에 애연가 아버지 자리에
담배 한 개비 불을 붙이는 것으로 차례는 끝났다.
"캬~,
술 중에 제일 맛있는 술은 바로 음복주여 음복주!"
머저리는 언제나 백화수복으로 제사를 지내고
반 병은 음복주로 마셨다.
백화수복 반 병을 음복주로 비운 머저리는
대충 상을 치우고 졸려서 잠이 들었다.
두 시간쯤 자고 잠에서 깬 머저리는 음식들을
냉장고에 넣고 한대 피우고
또 설거지를 끝내면 옥상으로 가서 한대 피우고
잠에서 깨어나마자 또 정신없이 바쁘다.
"아니, 언제 빨래가 이렇게 쌓였었나?"
머저리는 세탁기에 빨래를 돌리고 샤워를 하러
목욕탕으로 들어갔다.
"아니, 내가 분명히 저번주에 목욕탕 대청소를
했는데 언제 이렇게 때가 끼었을까?"
머저리는 비닐장갑을 끼고 욕실청소제에 샴푸
두 방울에 락스를 비율에 맞춰 특별 세정제를
만들어 열심히 욕실 대청소를 하다가 힘들어
천장으로 고개를 들었다.
"아니, 세상에...
언제 천장을 곰팡이가 저렇게 생겼을까?"
긴 여름날 높은 습도로 인해 욕실 천장에 온통
곰팡이가 있었다.
머저리는 투덜거리며 돋움 발로 천장을 세정제로
깨끗하게 닦아냈다.
"휴~,
목 빠지는 줄 알았네 빌어먹을!
그래도 내가 조금 키라도 컸으니 망정이다."
어쨌거나 머저리는 추석 날이 평시보다 훨씬
더 바쁜 날이었다.
"아이고, 쉬는 날이 일하는 날이고 일하는 날이
쉬는 날이지!
일복 터진 팔자가 빨간 글씨라고 뭐 특별히
다르겠나 안 그런가 머저리?'
일과를 마친 머저리는 짬을 내서 페이스북으로,
유튜브로, 카페로 점검을 한다.
"모든 것을 포기한 마당에 다 부질없는 일이지!
그저 거미줄 안치면 다행이지!
안 그런가 머저리 씨?"
머저리는 술시가 되자마자 낮에 먹다만 백화수복
반 병을 꺼내어 차례음식을 곁들여 마셔버렸다
"그래, 술은 술술 넘어가서 술이고 담배는 빨리
피워서 없애라는 게 담배지 허허 참!"
머저리는 무심코 벽에 걸린 달력을 쳐다보았다.
"벌써 빨간 날이 삼일이나 지나간 거야?
쉬는 날이 더 바쁘니 도대체 어떻게 된 거야?
아니 그런데 왜 이렇게 무기력할까?
아이고, 피곤해! 아무것도 하기 싫다."
"야, 머저리!
그래도 일기는 써야지!"
"그래 그래, 알았다 알았어!
그러면 일기나 쓰고 뒤집어 자야겠다."
이튿날은 마지막 빨간 날이다.
"아이고, 내 팔자야!
노는 날도 힘들다 힘들어!
집안일은 해도 해도 끝이 없구나!
차라리 일을 하는 게 낫겠다
에라, 일이나 해야겠다."
머저리는 추석연휴 4일을 마저 쉬지도 못하고
결국 일터로 나갔다.
어쩐 일로 아침에 가까운 오더가 하나 떨어져서
운행을 마치고 난 이후로는 콜이 전혀 없었다.
콜이 있어도 먼 곳이라 갈 수가 없는 곳이었다.
"에라, 추석연휴라 콜도 없는데 누님집이나
들려 봐야겠다."
머저리는 추석 차례를 지낸 송편과 깐 밤,
대추를 싸들고 누나네 집으로 갔다.
"동생, 어서 와!"
"네~, 추석 때 쓴 대추와 밤 그리고 송편을
조금 가져왔으니 맛이나 보세요!"
"그래, 고맙네 동생!
그나저나 꽁지머리 하고 다니면 늙어 보이고
할베 취급받으니 머리나 좀 자르고 염색도 좀
하게!"
"예~,
안 그래도 생각 중이에요!
에이, 콜도 없는데 이참에 머리나 자를까요?"
"아이고 동생, 잘 생각했네!
아까 지나다 보니 단골 미용실에 문 열렸으니
가서 자르도록 해!
예전에 나하고 같이 가서 펌을 해봤잖아!"
"네~, 알겠습니다.
그럼 다녀올게요!"
머저리는 자의 반 타의 반으로 미용실로 향했다.
"아이고, 오랜만에 오셨네요?
머리가 엄청나게 길었네요!
꼭 자연인에 나오는 사람 같아요 호호호!"
"네~, 안 그래도 노인네 취급을 받아서 좀 잘라야
할 것 같아요!
남들이 멋있다고 길러라 해서 길렀지만 몇 번을
망설이다 자르기로 했어요!
처음 펌 했을 때처럼 잘라주세요!"
머저리는 처음 펌 했을 때 사진을 보여주었다.
"네~, 알겠습니다.
예전처럼 잘라서 펌을 하고 연하게 염색도
해드릴게요!"
머저리는 3년을 기른 꽁지머리를 자르는 것이
서운해서 의자에 앉아 눈을 감아버렸다.
머저리는 펌을 하고 수다스러운 아주머니 들과 같이
앉아있기가 민망해서 수건을 뒤집어쓴 채 차에서
1시간을 기다리다 드디어 머리를 감았다.
"아이고, 아저씨 멋져부러요!
뒤에서 보면 아주머니로 착각하겠어요 호호호!"
수대쟁이 아주머니가 멋있다고 훈수를 뒀다.
"아저씨, 머리를 기르다가 오랜만에 잘라서
처음만 이상하게 느껴질 거예요!
이삼일 지나서 머리를 감고 매만지다 보면
자연스럽게 느껴질 겁니다."
미용실 사장님이 위로의 말씀을 해주셨다.
"네~, 알겠습니다 감사합니다.
머리가 길면 다시 오겠습니다."
머저리는 몇 달간 망설인 끝에 자의 반 타의 반으로
결국 결단을 내려 머리를 잘랐다.
머저리는 단발머리가 이상해서 거울을 수십번
쳐다보았고
머저리의 꽁지머리 고집이 결국은 여론에 밀려
단발머리가 되었다.ㅁ
우리 빌라 지킴이 귀여운 "콩이,,
백화 문상희 (콩트)
용달이는 아침에 일어나면 주차장으로 내려가서
담배 한대 피우며 오늘의 계획을 세운다.
주차장으로 내려가면 다롱이 보다 먼저 눈에
띄는 게 바로 콩이다.
"야옹, 야옹, 야옹!!"
콩이가 격하게 반긴다.
세 번을 연속해서 외치는 말은 밥을 안 먹었으니
밥을 달라는 것이다.
"그래, 콩아 안녕~!
너 배고프구나 밥 줄까?"
"야옹, 야옹, 야옹!!"
"그래, 알았다.
오늘은 닭백숙이 있으니 조금 줄게 기다려~!"
"야옹~!"
콩이는 의사표현을 할 때마다 소리가 제각기
조금씩 다르다.
용달이는 닭백숙을 플라스틱 그룻에 조금 담아서
콩이에게 들이밀었다.
"야옹, 야옹!"
콩이는 냄새를 맡아보고 바로 먹지를 않는다.
그것은 처음 보는 음식을 경계하는 것이다.
"그래, 이따가 배고프면 먹도록 해라!"
콩이는 용달이가 준 음식은 왠지 잘 먹지 않았다.
"다롱이도 안녕~!"
용달이는 고마운 다롱이에게도 인사를 건넸다.
그때 4층 앵두네 집 부부가 주차장으로 내려왔다.
앵두는 4층 부부가 키우는 애완견 이름이다.
"야옹, 야옹, 야옹, 야옹, 야옹!!"
콩이가 연속적으로 다섯 번을 격하게 외친다.
" 콩이야 안녕!"
콩이라는 이름을 지어준 4층 앵두네 부부가
콩이에게 인사를 건넸다.
콩이가 반기는 이유는 좋아하는 음식을 아침저녁
주기적으로 주기 때문이다.
그것은 비린내 나는 사료와 튜브에 담긴 고양이
전용 음식이다.
"야옹, 야옹, 야옹, 야옹, 야옹!!"
콩이는 앵두네 부부에게 아양을 떨며 혀를
날름거리고 아양을 떨며 튜브 음식을 받아먹는다.
"야, 임마 콩이!
내가 주는 음식은 쳐다보지도 않고 앵두네
부부가 준 음식만 먹느냐?
야, 서운하다 임마!"
"야~옹!"
아니에요!,
이따가 한번 먹어볼게요!"
콩이가 용달이를 쳐다보며 말했다.
"그래도 그쪽에 둬보세요!
아마도 이따가 배고프면 먹을 겁니다."
앵두네 아빠가 위로의 말씀을 해주셨다.
용달이는 집으로 올라와 속 편한 죽 한 그릇을 먹고
다시 주차장으로 내려왔을 때
콩이는 용달이가 준 닭백숙을 반쯤 먹었다.
"콩아~,
이따가 마저 먹어라~!"
"야~옹 야~옹!"
콩이가 건성으로 대답을 했다.
"다롱아, 우리도 이제 일을 시작해 볼까?"
"씨씨씨 부르릉 ~!"
다롱이가 힘차게 대답을 했다.
퇴근을 했을 때 역시 콩이는 세 번의 울음으로
용달이를 반겼다.
"야옹 야옹 야옹!"
"그래, 내가 준 백숙은 다 먹었냐?"
콩이는 대답대신에 돌아서서 앞발로 다롱이
타이어를 긁는다.
콩이는 민망하면 못 본 척 타이어를 발로 긁는
습관이 있다.
그 이유는 알 수가 없다.
"야, 콩아!
아무거나 주는데로 먹을것이지 너는 왜그렇게
입이 까다롭냐 임마!"
"용달이 아저씨!
내가 길에서 붙잡혀 거세수술을 당했거든요?
産猫制限 (산묘제한)이레나 뭐레나!
암고양이들이 줄줄 따르는데 거세수술을 당했으니
써먹을수가 없어 짜증 나잖아요!
그래도 우리동네에서 내가 한인물하는데 말이예요!"
"힛 힛 힛
그래, 너도 나처럼 자화자찬이냐?
이해는간다 만 그래도 음식은 가리지마라 임마!"
"야~옹!"
알았다구요 알았어요!"
콩이는 그일로 날마다 심통을 부렸다
오늘은 일요일 용달이와 다롱이도 쉬는 날이다.
용달이는 느긋하게 아침을 챙겨 먹고 10시쯤
주차장으로 내려왔다.
"콩아~,
콩아 어디 있니?"
콩이는 용달이가 불러도 아무런 대답이 없었다.
용달이는 다롱이 운전석과 조수석 의자를
제치고 냉각수와 엔진오일 점검을 마쳤다.
용달이는 궁금증에 여기저기 콩이를 찾았다."
"콩아~,
콩아 어디 있니?"
그때, 콩이의 작은 소리가 들렸다.
"야~~~ 웅!"
"너 이놈!
자동차 밑에서 자고 있었구나!"
"야~~~ 웅!"
콩이는 앵두네 부부가 만들어준 채반 침대에서
자고 있었다.
콩이가 낮잠 잘 때 내는 소리는 사람이 하품하는
소리와 똑같았다.
"콩이 너 차암 팔자가 늘어졌구나!
자동차 아래 그늘에서 늘어지게 자는구나!"
콩이는 잠에서 깨어나 용달이에게 다가와
친근함을 표시하는 듯 빙빙 돌며 몸을 비볐다.
이번에는 앵두네 부부가 내려와서 튜브에 담긴
고양이 전용 음식을 짜주자 번개같이 받아먹었다.
"야~옹 야~옹 야~옹!"
이 소리는 고맙다는 인사말이다.
콩이는 기분이 좋은지 용달이와 앵두네 부부가
보는 앞에서 배를 드러내고 벌러덩 누워
이리저리 몸을 뒹군다.
이것 또한 콩이가 기분 좋을 때 하는 짓이다.
용달이는 오늘 하루 콩이와 고양이의 습성에 대해
알아보기로 마음먹었다.
4층 앵두네 부부가 올라가고 콩이는 습관처럼
빌라 현관 앞에 앉아서 4층 앵두네 부부가
다시 내려오기를 기다렸다.
"야옹 야옹 야옹 야옹 야옹"
"야 이놈아!
그렇게 시끄럽게 울면 쫓겨난다 이놈아!
아무리 동물보호법이 생겼다지만 그렇게
시꺼러우면 쫓겨난다 이놈아!
눈, 비 안맞고, 밥주고, 여기보다 좋은데가
어디있다더냐 이놈아!
그러니까 조용히 해라 알았니?"
"야~옹!"
콩이가 알았다는듯 조금 얌전해졌다.
콩이는 밥을 주지 않는 빌라 주민이 나올 때는
사람이 묵례를 하듯 그냥 건성으로 소리를 냈다.
"냐옹~!"
그것이 빌라 사람들에 대한 인사였다.
잠시 후 6층에 아주머니가 콩이 밥을 가지고
내려왔다.
밥은 작은 알갱이 사료에 물을 부어서 주었다.
"야옹 야옹 야옹!"
배가 부르니 그냥 반기는 어정쩡한 소리다.
콩이는 반쯤 먹다가 싫증이 났는지 화단에 둔
채반 침대로 갔다.
콩이는 느긋하게 기지개를 켜고 늘어져서 누웠다.
"냐~~~ 오~~~ㅇ"
이것은 콩이가 졸릴 때 내는 소리다.
용달이는 살금살금 조심스럽게 다가가서
동영상을 찍었다.
어느새 콩이가 눈치를 채고 용달이를 쳐다본다.
"야옹 ᆢ 야옹 ᆢ 야옹"
간헐적으로 내는 소리는 귀찮게 하지 마라는 뜻이다.
그래도 용달이는 동영상을 마저 찍었다.
피사채로 동영상을 찍는 게 싫증이 났는지
콩이는 어슬렁거리며 골목으로 나들이를 갔다.
"야 옹 ~~~, 야 옹~~~,
용달이 아저씨, 낮잠 자는데 왜 자꾸 귀찮게 하세요!"
하는 콩이의 푸념 섞인 소리였다.
콩이가 밖으로 사라지자 용달이도 집으로 올라와
이것저것 집안일을 마치고 주차장으로 내려가자
언제 왔는지 콩이가 현관 앞에 앉아서 기다렸다.
"콩이야, 어디 갔다 왔니?"
"야~옹, 야~옹, 야~옹
아저씨가 귀찮게 해서 동네 한 바퀴
돌고 왔어요!"
용달이의 귀에는 그렇게 들렸다.
그때 4층 앵두네 엄마가 앵두에게 예쁜 옷을
입혀서 저녁 산책을 가는 길이었다.
"콩아,
산책 다녀와서 밥줄께 기다려!"
앵두네 엄마가 그렇게 말을 하고 산책을 나설 때
콩이도 따라나섰다.
"야~~~ 오~~~ㅇ
나도 따라갈 거예요!
"야~~~ 오~~~ㅇ"
콩이는 뛰어서 따라가며 길게 울음소리를 냈다.
앵두와 앵두 엄마가 산책을 갈 때는 콩이도
꼭 따라나선다.
그 이유는 맨 처음 콩이에게 밥을 주기 시작한
사람이 바로 앵두네 부부였기 때문이다.
그다음부터 콩이는 앵두가 내려오면 산책가는줄
알고 꼬리를 흔들며 저만치 앞장서 간다.
콩이는 인사성 밝고 귀여운 짓을 해서 빌라
주민들도 정이 들어서 아무도 콩이를
내치지 않았다.
용달이도 콩이와 정이들어서 아침저녁으로
콩이와 인사를 나눴고
콩이는 다롱이가 일을 마치고 돌아오면
다롱이 주차 자리에 있다가 얼른 자리를 내준다.
그리고 비가오거나 날씨가 쌀쌀할때는
다롱이가 주차하면 다롱이 차 아래 따뜻한 곳에서
몸을 말리거나 쉬는게 습관이 되었다.
또 콩이가 안 보이면 이리저리 부르며 찾아다녔고
그럴 때면 자동차 밑에서 갑자기 튀어나와
깜짝 놀라곤 했다.
"콩이야~,
다롱이와 일 같다가 올 테니 잘 놀고 있어라!"
"냐옹, 야옹, 야옹,
오늘 일 나가시면 복권 사세용!
나에게 가장 잘해준 사람 심사해서 일등되도록
해줄거예용!
야~ 호~호~호~호~호~호~ 옹"
"그래, 알았다 콩아 히히히!"
용달이와 다롱이는 오늘도 콩이와 인사를 나누며
일터로 나갔다.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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