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10.31.
시월의 마지막 밤
벌써 8개월째다. 농작물 재배를 중심으로 귀농귀촌 분야의 각종 교육에 참여했다. 정착 교육은 이제 2개월 남았다. 지금까지의 교육과 경험을 바탕으로 개인별 정착 준비를 할 시기가 되었다.
시간에 쫓기는 느낌이다. 가장 중요한 것은 주거지를 구하는 일이다. 땅을 매입해서 집을 짓는 교육생이 셋이나 된다. 주택을 구매한 교육생이 하나, 전월세로 농가 주택을 임대한 이도 셋이다. 센터에서 진행한 보금자리 주택을 계약한 2명의 교육생까지 합하면 아홉이나 된다. 11월 말까지 최소 5개의 보금자리 주택이 더 제공될 예정이라고 들었다.
궁하면 통하는 법이다. 맘에 드는 땅이나 집을 찾아서 알게 모르게 발품 파는 동료들 이야기도 들은 바 있다. 아는 연줄을 어찌어찌 붙들어 이장을 만나거나 집주인과 흥정을 진행 중인 교육생도 있다. 모두가 만족하는 결과를 얻길 소망해 본다.
헤어질 결심을 준비 중이다. 11월 어느 날 이삿짐을 챙겨 정착지로 떠날 동료들과 악수를 교환하며 앞날의 무궁한 발전과 건강을 기원할 마음의 준비는 이미 되어있다. 정착에 성공한 교육생에게 따뜻한 축하의 마음을 전하며 2025년 구례의 화려한 벚꽃엔딩을 함께 하자고 귀띔해 줘야 한다. 내가 놓친 올해의 4월을 꼭 보상받고 싶은 욕망 때문이다.
정착이 아니면 떠나야 한다. 교육생 대부분이 정착을 원하고 있지만 나를 포함한 2팀만 떠나겠다는 의사를 표했다. 구례보다 더 나은 지역을 찾아보겠다는 생각이지 구례를 반드시 떠나야 할 이유가 있는 것은 아니다. 산촌, 농촌, 어촌, 도농 복합도시 등 귀촌할 수 있는 지역은 다양하다. 살아보지 않고는 정착지를 결정할 수 없다. 적어도 섣부른 판단으로 귀촌에 실패하는 불상사는 없어야 하기 때문이다. 해서 내년에는 서해나 남해와 접한 지역으로 가서 정착 교육에 참여하고 싶다. 바닷가 마을이 아니라 바다가 가까운 마을에서 다시 시작하고 싶다. 정착은 그 이후에 아내와 충분히 소통해야 할 일이다.
정이 많이 들었다. 주고받는 이야기 속에 사랑이 담겨 있으니 말이다. 넋 놓고 불구경하기 좋은 시월의 마지막 밤이다. 지는 해에 맞춰 숙소동 앞 정자에 모여 숯불구이 돼지고기를 안주로 독주를 나눠 마신다. 8기 교육생의 리더가 나와는 헤어질 결심을 했다며 이용의 노래 볼륨을 최대로 높였다.
“지금도 기억하고 있어요. 시월의 마지막 밤을
뜻 모를 이야기를 남긴 채 우리는 헤어졌지요.
그날의 쓸쓸했던 표정이 그대의 진실인가요.
한마디 변명도 못하고 잊혀져야 하는 건가요.
언제나 돌아오는 계절은 나에게 꿈을 주지만
이룰 수 없는 꿈은 슬퍼요. 나를 울려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