누구나 단 한 번 태어나서 늙고 병들어 죽는 고통의 과정을 겪는다. 그것을 가리켜 생로병사(生老病死)라 한다. 나이가 들면 몸이 가장 먼저 변한다. 허리가 굽고 다리에 힘이 빠져 걷기 힘들어진다. 걸을 때는 지팡이를 짚어야 하고 흰머리에 얼굴에는 주름살이 깊어지는 한편 운동기능이 저하되는 등 빈뇨의 어려움을 겪는다. 한자 늙을 ‘老’자는 수염을 길게 기른 노인이 허리가 굽은 채 지팡이를 짚고 서있는 모습과 흡사하다. 지난 2010년 국제학술대회에서 영국 옥스퍼드대 인구문제연구소의 데이비드 콜먼(David Coleman) 교수는 “2300년이 되면 지금의 한국은 존재하지 않고 소멸할 것”이라는 충격적인 주장을 폈다. “2300년에는 지구상에서 한국이라는 나라는 없어질 것”이라고 예측했다. 저출산으로 인구 소멸국 제1호로 한국을 지목했다. 통계청 자료에서 우리나라 출산율은 지난해 합계출산율이 1.17명으로 서울의 경우 한 쌍의 부부가 0.9명의 자녀를 낳는데 그쳤다. 우리나라는 지난 2000년 고령화사회에 진입한 이후 17년만인 2017년 8월에 이미 고령사회가 되었으며 2026년이면 초고령사회로 진입할 것이라는 예측이다. 오는 2030년 인구의 정점을 찍은 뒤 계속 하향곡선을 그리며 인구가 줄어 콜먼 교수가 예측하기로 2100년에 가서는 지금 인구의 절반가까이 준 2천만 명대로 반 토막이 나고 2300년에는 한국이라는 나라가 지구상에서 영영사라질 것이라는 충격적인 전망이다.
UN은 나이에 따라 5단계로 나누었다. 1~17세까지 미성년(minor), 18~65세까지 청년(youth), 66~79새까지는 중년(middle), 80~99세까지를 노년(old), 100세를 넘어서면 장수노인(long live elder)으로 구분했다. 65세가 넘는 노인이 전체 국민의 7~14%를 차지하면 고령화사회(Aging Society), 14~20%면 고령사회(Aged Society), 20%이상은 초고령사회(Super-aged Society)로 들어선다고 했다. 행정안전부는 지난 8월말 현재 우리나라 노인인구가 14.02%로 이는 예상보다 1년 앞당겨 고령사회로 진입한 것이다. ‘노인 대국’인 이웃나라 일본이 고령화사회에서 고령사회로 가는데 24년 걸린 것에 비교하면 7년이나 빠른 초고속 고령화다. 프랑스는 113년, 미국 73년 독일 40년이 걸린 것과 비교하면 더욱 빠른 초고속 고령인구증가다. 이런 원인은 저출산 고령화가 그중 하나다. 지난해 미CIA가 세계의 모든 국가를 대상으로 분석 집계한 장수국가 랭킹은 일본, 싱가포르, 아이슬란드, 스위스, 이스라엘에 이어 한국이 8번째고 런던 임페리얼 대학 공공건강연구팀이 35개 선진국의 평균수명 추세를 조사한 결과 한국이 최장수국가가 될 가능성이 가장 높다고 분석했다. 최장수국가로 지목된 것이 축복인지 재앙이 될지 현재로서는 우리를 딜레마에 빠지게 할뿐이다.
장수의 비결은 경제수준의 향상, 어린이의 영양상태 양호, 평등한 의료기관의 접근성, 서양에 비해 혈압이 낮고 여성흡연율 또한 낮은 점 등이다. 영국BBC방송은 ‘오래 사는 다섯 나라’라는 헤드라인의 뉴스에서 일본, 싱가포르, 스페인, 스위스 다음으로 한국이 올랐다. 한국의 장수비결을 발효식품, 찜질방, 활발한 사회적 교류, 불교에서 유래한 정신적 안정이라고 소개했다. 2030년이면 인구증가의 정점을 찍고 남녀 공히 최장수국이 될 것이라고 보도했다. 통계청과 한국은행도 앞으로 인구구조의 급격한 변화를 피부로 느낄 것이라고 했다. 지난 2002년 아프리카 가나 출신 제7대 코피 아난 UN사무총장은 세계를 향해 “급속한 고령화가 시한폭탄”이 될 것이라고 경고한 바 있다. 2005년 당시 노무현 전 대통령이 대통령직속으로 ‘저출산 고령사회위원회’를 설치한 뒤 이명박 대통령 때까지 10년간 저출산 대책에 출산장려금과 육아보조금 지원 등 저출산으로 인한 인구절벽을 극복하기 위해 80조원과 고령화대책에 57조원을 써서 모두152조원의 예산으로 191개 사업을 추진한 바 있다. 그러나 박근혜 대통령 취임 이후 단 한 차례의 위원회 소집도 없었고 홈페이지와 담당 공무원의 공석으로 저출산 대책은 겉돌았고 노인 연금도 65세 이상 모든 노인들에게 기초연금으로 월 20만 원을 지급하겠다는 대선공약도 당선된 뒤에는 축소 지급하는데 그쳤다. 그런데도 세상 사람들은 천국 다음으로 한국을 꼽는다.
우리나라 노인문제의 첫째가 가난이다. 65세 이상 노인의 빈곤율이 49%로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회원국 평균 13%보다 4배 가까이 높다. 통계청의 고령화 자료를 보면 연고자 없이 홀로 사는 1인 가구가 129만 4천 가구에 달하는데 그 가운데 33,5%가 노인층이다. 냉난방시설을 갖추지 않은 열악한 쪽방에서 하루 한두 끼로 연명하는 노인들도 허다하다. 이런 노인들은 홀로움과 극심한 빈곤과 병마에 시달린다. 조선시대 백성들의 평균수명이 35세로 고대 로마시대의 평민 수준이었다. 호의호식했던 왕들의 평균수명도 47세에 불과했다. 60세를 넘긴 왕은 드물었다. 올해 한국인의 평균수명이 81세로 여자 85세, 남자 79세고 보면 세상은 그동안 많이도 변했다. 우리나라가 최장수국으로 가는 과정에서 노인을 대상으로 하는 실버산업이 늘어나는 가운데 요양시설과 노인요양병원이 정부의 지원으로 우후죽순처럼 생겨나 전국에 6천여 곳에 이른다. 요양원과 요양병원의 비용을 본인이 20%, 노인장기요양보험에서 80%를 부담한다. 지난1981년 노안복지법이 제정되고 매년 10월 2일을 노인의 날로 정했으나 대부분의 국민과 단체기관이 무관심하다. 더구나 가정과 사회 정부에서 노인을 보살피고 도우려는 기초 복지사업마저 빛 좋은 개살구다. 노인인구는 지난 2013년 110만7000여명에서 현재 133만7000여명으로 늘어났고 우리나라가 올해 고령사회로 접어들면서 독거노인 가구는 갈수록 증가할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쪽방에서 홀로 살아가는 독거노인은 지난 2013년 110만7000여명에서 현재 140만여 명으로 늘어났으며 우리나라가 올해로 이미 고령사회에 접어들면서 독거노인 가구는 갈수록 증가할 수밖에 없다. 그 중에 대부분이 건강상태가 나쁘고 가족과 주위의 보살핌을 받지 못하는 무연고(無緣故) 노인으로 홀로 임종을 맞는 고독사(孤獨死) 또한 우리사회에 짙은 그림자다. 노인 고독사는 2011년부터 2013년까지 3년 동안 2천279명에 달했다.
노인이 가정이나 사회에서 겪는 고통과 서러움은 한두 가지가 아니다. 젊은 날 열심히 일해서 가족을 부양하고 자식공부 시키느라 자신의 노후생활준비를 제대로 하지 못한 채 경제활동이 멈춘 지 오랜 노인들은 빈곤과 각종 질병, 소외감과 상실감에 시달리고 명절이면 더욱 더 외로움에 사무친다고 한다. 미국 스탠포드대학교의 연구 결과 지역별로 차이는 있어도 상위 1%의 소득을 가진 40세 남자는 87.3세까지 살고 최하위 소득 1%의 남자는 72.7세 밖에 살지 못했다고 한다. 부자가 가난한 노인들보다 무려 15년을 더 산 셈이다. 일찍이 미래학자 피터 드러크는 그의 저서『Next Sociey』에서 “고령인구의 급속한 증가와 젊은 인구의 급격한 감소”를 예견한 바 있다. 앞으로 살아갈 날보다 죽을 날이 가까운 노인에 대한 사회적 공경의식을 높여야할 때다. 65세 이상 노인 5명 중에 3명은 가족을 떠나 요양원에서 살고 있다. 가족의 보살핌을 받지 못한 채 홀로 세상을 떠나는 ‘고독사(孤獨死)’를 맞는 노인이 하루 3명에 이른다. 고독사는 혈통이나 정분 또는 법률상으로 맺어진 가족관계가 없는 사람이 홀로 최후를 맞는 경우를 말하지만 우리 주위에는 버려지고 잊혀진 현대판 고려장이라고 하겠다. 과연 노인을 위한 나라는 유토피아일 뿐일까? 여기저기서 독거노인들이 숨졌다는 소식과 죽은 지 몇 달 지나서 뒤늦게 시신이 발견됐다는 뉴스가 결코 남의 이야기처럼 들리지 않는다. 고독사의 원인인 무연사회(無緣社會)의 실상을 그대로 보여주는 우리의 문제이고 우리의 미래다.
까마귀는 전 세계에 100종(種)이 있다. 까마귀는 강하고 튼튼한 부리를 가진 새로 몸길이가 23~71㎝ 정도에 검정색 싱글을 입은 하늘의 신사다. 우리나라에서는 북방 고구려에서 길조로 보았으나 신라는 흉조로 보여겼다. 우리나라와 중국에서는 흉조로 보지만 일본에서는 길조로 본다. 또 유럽에서도 흉조로 보는 나라가 있으나 고대 신화 속에서 까마귀는 숭배의 대상이었고 북유럽 최고의 신 오딘의 두 어깨에 앉은 까마귀는 각각 오딘의 눈과 마음, 기억을 상징하며 지혜를 뜻한다. 그리스 신앙에서는 예언하는 길조로 여기나 기독교에서는 까마귀를 ‘악마의 새’로 보았다. 이처럼 나라와 종교에 따라 시각과 관점이 다르겠지만 일상생활에서 까마귀는 까치보다 영리하고 독수리와 맞서는 용기와 협동심이 강한 익조(益鳥)이며 효조(孝鳥)로 보았다. 나는 까마귀의 반포(反哺)사상, 즉 은혜를 갚는 지혜와 지능을 높이 산다. 내가 이른 아침 투석치료를 받기 위해 집을 나설 때 뒤에서 ‘의욕을 잃지 말라“며 ”까악~까악~“하고 큰소리로 외친다. 까마귀는 고대 그리스의 아이소포스로부터 전해지는 이솝우화와 전설 심지어 생활 풍자에 자주 등장하는 새다. 인디안 공동체에서는 전체를 위해 자신을 희생하는 용기를 말해주는 전설도 있다. 우리 선조들은 까마귀를 반포조(反哺鳥)라고 불렀다.
그 이유는 어미가 높은 나무 위에 둥지를 틀고 알을 낳고 품어서 깨어난 새끼에게 먹이를 잡아다 먹여 어린 까마귀가 자라서 둥지를 벗어날 때쯤이면 어미새가 창공을 나는 법과 낙하연습을 시켜 함께 현장실습을 통래 홀로 서게 한다. 그랬던 어미새가 늙어서 제대로 날지 못하면 자식새들이 부지런히 먹이를 구해다 먹이는 것을 반포(反哺)라 일컫는다. 부모새의 은혜를 잊지 않고 효도하는 자식새는 자식이 자라서 어버이께 길러주신 은혜에 보답하는 효성을 반포지효(反哺之孝)라는 사자성어도 있다. 요즘 세상에 자식이 부모 섬기기를 거부한 채 부부 중심의 이기적 핵가족제도를 당연시 하면서 노인이 된 부모을 업신여기고 학대하며 심지어 폭행까지 일삼는 경우가 뉴스를 장식하곤 한다. 이런 배은망덕한 군상들의 모습을 지켜본 까마귀들이 우리에게 각성을 촉구하고 있는지 모른다. 살아갈 날보다 죽을 날이 가까운 노인이 홀로 살다 홀로 죽어 가는데 어떻게 인간의 존엄성을 말할 수 있을까? 정부가 노인들에게 희망과 긍지를 느낄 수 있는 고령화정책이 시급하다. 노인들도 소외감을 털고 일어나 포기하거나 좌절하지 말고 젊은 날의 열정과 용기로 새로운 마음을 다잡아야 할 것이다. 시인 사무엘 울만(Samuel Ullman)은 그의 시 청춘(Youth)에서 “청춘이란 삶의 어떤 한 시기가 아니라 그것은 마음가짐이며, 발그레한 뺨, 붉은 입술이나 유연한 몸놀림이 아니라 불타오르는 열정, 풍부한 상상력과 의지력을 말함이니 그것은 인생의 깊은 샘에서 솟아오르는 청신함”이라고 읊지 않았던가.
미국의 99세 할머니 아이다크 클린은 100m를 59.8초로 달려 세계신기록을 세웠고 일본 여류시인 시바타 도요는 99살에 첫 시집『약해지지 마』를 출판했으며 우리나라에서는 노인을 주제로 쓴 신경림의의 시(詩) 『자리 짜는 늙은이와 술 한 잔을 나누고』를 비롯해서 시조까지 합치면 200여 편이 넘고 에세이는 셀 수도 없다. 소설은 노벨문학상 수상한 행동하는 휴머니스트 어니스트 헤밍웨이의 단편『노인과 바다』를 비롯해서 코맥 맥카시의『노인을 위한 나라는 없다』와 요나스 요나슨의『창문 넘어 도망친 100세 노인』이 베스트셀러 반열에 올라 영화로 만들어지기도 했다. 주인공 알란은 100세 생일날 자유분방한 영혼으로 요양원의 창문을 뛰어넘어 버스 정류장에서 습득한 돈가방을 들고 전 세계를 여행하며 우리에게 역사, 살인, 돈, 사랑의 메시지를 전한다. 아프리카의 토인들도 마을에서 가장 오래 살아온 노인 한 분이 돌아가시면 박물관이나 도서관이 불타 사라지는 것과 같다는 비교로 아쉬워한다. 우리는 젊음이 영원하길 바란다. 그러나 생겨난 모든 것은 때가 되면 기운이 쇠하여 무너지고 결국은 사라진다. 그래서 ‘생로병사의 해탈’이 불가의 영원한 화두가 되었나 보다. 이른바 ‘100세를 구가하는 장수시대’에 까마귀는 우리에게 ‘인간의 존엄성을 다시 생각해보라.“는 충고가 머리를 떠나지 않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