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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구 옥동 문수로 |
걱정이 앞서고 눈을 맞고 버스를 기다리며
떨고 있을 악우들 걱정에 마음이 급해옵니다.
부더러운 첫 눈이 바람에 휘날릴때 마다
휭하고 저만치 달려 간 차량의 뒤안길에
순색의 눈살이 흩날리는 장면이 장관이고
순식간에 보기 드물게 울산 땅 공간마다
흰 가루를 뿌려 놓은 듯 하얀 세상입니다.
고속도로에 접어 들었지만 눈 발은
진정되지 않고 여전히 위세가 강합니다.
차창밖에 펼쳐지는 눈의 세상을 봅니다.
나무는 가슴을 열고 눈송이를 맞고 있고,
매서운 바람이 나목(裸木)들 사이를 가로질러
불어와 하늘에 먹구름 가득 담고 있습니다..
죄다 제 모습을 드러내고 있는 나무들.
여유가 있고 품위도 있어 보입니다.
우뚝한 나무둥치와 쭉쭉 뻗어 나간 곁가지들,
시인 조이스 킬머는 ‘나무처럼 아름다운 시는
결코 볼 수 없으며, 오직 신만이 나무를 만들
수 있다’고 ‘나무처럼 아름다운 시(A Poem
Lovely As a Tree)’라는 시에서 노래했습니다.
기운이 넘쳐나는 나무들의 모습이 경이롭습니다.
잠자는 듯한 겨울나무들의 눈매와 수피,
옹골찬 은행나무의 모습이 한결 더 멋지고
아름다워 보입니다.
눈오는 모습은 좋지만 앞으로의 걱정과
온 갖 추측들을 잊고 새우잠을 청해봅니다.
이번 산행은 악천후 속에서도 아량곳 하지않고
보기 드물게 45명의 악우들이 찾았습니다.
눈은 대구를 기점으로 위력이 점차 약해고
곳곳에 참혹한 사고를 여러 번 목격했습니다.
6중충돌도 일어나고 심하게 다친 사고도 있는
그야말로 아비규환의 모습들을 지나쳤습니다.
안전벨트를 착용하고 침착성을 갖도록
독려를 했습니다.
눈 덮힌 도로사정 때문에 천천히 달리는 차량으로
인해 지체되었지만 무사히 경산에 도착하여
눈 덮힌 휴게소에서 따뜻한 국으로 아침을
먹고나니 조금은 위안이 됩니다.
이제 우리가 달리는 곳에는 눈이 멈추고,
언제 눈이 왔느냐는 식으로 원래의 세상모습이
펼쳐지고 있지만 울산은 눈이 많이 온다는
전갈이 유선을 타고 전해져 옵니다.
추풍령 휴게소에서 세상을 봅니다.
영동에 도착해 천태산을 올랐는데
영국사 가는 길에 물흐름이 멈춘 폭포가
눈덮힌 모습으로 이미지를 창출합니다.
천태산계곡에 아직은 살아 숨쉬는
살아있는 것들의 모습이 보입니다.
영국사 앞 은행나무는 신령스러움을 엿보게
하며 참으로 위엄스럽게 서있습니다.
수령이 다해 상처투성이 은행나무지만
하늘을 향해 힘차게 가지를 뻗고
건제함을 나타냅니다.
한시간 20여분 동안 산등성이 길을 걸었습니다.
약간 경사가 있었지만 태체로 완만한
코스였고 눈을 머금은 흙에서 미끄러움이
돋아나 위험했습니다.
위험한 바위를
밧줄에 의존한 채 힘차게 오르는 젊은이가
아름답게 보이지만 엄두를 못낸 나는
75미터 높이의 바위를 오르자니 미끄러워
그냥 우회를 해서 산을 올랐습니다.
날씨도 온화하고 눈도 멈춘 산길을 여유롭게
올랐습니다.
힘차게 가지짓을 하는 나무들이 부럽습니다.
엄동설한에도 꿋꿋하게 힘을 내는 나무.
기습적인 눈발을 맛고도 세를 잃지 않는
가지사이로 바람이 불지만
떨리지 않은 탓인지 소리 조차 조용합니다.
나무에게서 인생의 그림자를 읽습니다.
말없는 자연물 앞에서 걷는 걸음을 잠시 멈추고
나를 돌아 봅니다.
말을 타고 달리던 인디언들은 한 번쯤 말을
멈추고 오던길을 뒤돌아 본다고 합니다.
쉬는 것도 그냥 뒤돌아보는 것도 아닌
다만 자신의 영혼이 뒤를 따라 오는지 확인을
하는 것이라 합니다.
자연친화적인 인간인 인디언들에게서
자연의 메세지를 듣습니다.
내 영혼이 따라 오는지 잠시 멈춰 뒤돌아봅니다.
아름다운 자연에 묻혀 내영혼을 훈육시키는
산을 오르는 일이 그래서 나에겐 즐겁습니다.
정상에 올라 하늘을 향해 휘호를 외치는 듯한
바위톨에서 천상의 세상을 보며.
경건하게 자연의 위대함을 노래 해봅니다.
눈덮힌 산하.
순백의 세상이 펼쳐지는 파노라마에 넋을
잃고 정상의 감회를 느낍니다.
정상식을 가졌습니다. 애국가도 부르고
산악인의 선서도 하고....
오른자만이 누릴 수 있는 쾌감을 맛보며
세상을 향해 외쳤습니다.
정성에서 외친 나의 소리가 메아리가 되어
귀 뒷전을 울립니다.
산악인의 목젖소리는 우렁차고 힘이 있습니다.
하산길은 흙길이 이어지지만 미끄럽습니다.
영동의 독지가가 만들어 놓은 등산로에
눈이 얼어 미끄러웠는데 그만 내동댕이치듯
한 바탕 굴렀습니다.
하마터면 큰일이 날뻔했습니다.
안전 산행의 교훈을 깨달음합니다.
길가에 놓인 속살을 드러낸 바위가 아름답습니다.
흙길을 걷자니 기분이 상쾌합니다.
그사이 영국사에 도착해서 한 숨을 돌리며,
다시금 은행나무 밑에서 감탄을 해 봅니다.
길가 가이드라인에는 수많은 전국 방방곡곡의
산악인들이 왔다간 흔적을 남겨두고 갔는데
푯말을 걸어 둔 모습이 장관입니다.
바로 직행하지 않고 3층석탑이 있는 코스로
향했습니다.
수려한 이곳에 돌탑을 세울 수 있었던 것은
신령스러운 마음으로 가능했으리라 봅니다.
탑모습이 수려했습니다.
자연석 위에 만들어 세운 탑 꼭데기가
하늘을 찌릅니다.
외침이 있었지만 그 뜻을 헤아리기가 쉽지
않습니다.
길을 걸으며 천천히 음미 해 보렵니다.
하산을 마치고
장만해온 순두부로 하산주를 마십니다.
순백의 눈위에서 맛 본 두부가 좋았습니다.
울산으로 향하는 마음이 무겁습니다.
폭설이 내려 야단법석이라는 내고향 울산.
귀소본능의 마음이 걱정을 뿜어올립니다.
단체로 찾아 온 LG화학의 Eastern Eleven 5명과
또다른 산악회 소속 6인이 함께한 하루였습니다.
특히 두 번째 무한을 찾은 LG화학팀은 선물보따리
를 참가자 전원에게 주었는데 감사를 드립니다.
싱싱한 꽈메기를 장만해 오신 남현아님과
양주를 찬조해주신 강종수부회장님께도 감사를
드립니다.
건천까지는 쌩쌩달렸는데 경주까지
30여분간 차가 지체 되었습니다.
울산에 도착했지만 도로 곳곳은 눈이 얼어 붙어
버스도 택시도 끊겨 시민들은 야단법석입니다.
준비가 안 된 시행정의 무능이 극명하게
드러난 울산시내를 달렸습니다.
방어진 까지 곳곳에 사람들은 걷고 있었지만
눈길을 걷는 탓인지 화난 얼굴은 아닙니다.
걱정했던 순간들이 지나가고
무사히 집으로 돌아와 멱을 감습니다.
일상으로 돌아 온 집은 평화 자체입니다.
내일 아침 출근길이 걱정이지만
오늘 밤은 잊기로 했습니다.
첫댓글 지난 날의 사진과 멋진 글 정말 아름다운 추억이 였습니다. 그때는 폭설로 인한 걱정으로 안전한 산행 무사한 산행이 될까, 항상 뇌뢰에 고심했는데,지금은 그때가 그립습니다 국장님 산행대장님 이하모두가 고생많아 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