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학에 입학한 재형씨에게 친구는 많았다. 재형씨는 영문학과였지만 사학과 친구들과 더 친했다. 학부제여서 1학년 때부터 함께 생활한 사학과 친구들과 어울려 다녔다. 98학번 정 아무개씨(25)는 기자가 찾아갈 때까지 재형씨가 끔찍한 일을 저질렀다는 사실을 알지 못했다. 다른 선후배나 동기 들도 마찬가지였다. “설마 재형이가 그 사건과 관련된 줄 몰랐다.
상상이 안 된다. 주변에서 볼 수 있는 평범한 학생이었다”라고 정씨는 말했다. 재형씨는 학교에서 외톨이는 아니었지만 마음을 열 친구를 사귀지는 못했다. “친구들에게 집안 문제나 고민을 이야기하지 않았다”라고 재형씨는 말했다. 대학에서도 성적은 바닥이었다. 재형씨는 평균 평점 3.3 이상만 되면 2년 동안 등록금을 면제받는 장학생이다. 재형씨는 1학년 1학기 평점 1.72로 학사경고를 받았고(평점 1.75 이하이면 학사경고를 받는다), 2학기 때는 학사경고를 겨우 면했다(평균평점 1.82). 지난해 2학기 때 0.88로 다시 학사경고를 받았다. 영어 성적은 뛰어났지만, 미학이나 문학사 성적은 나빴다. 지난해 2학기 때는 잘 하던 영어 과목마저 출석 미달로 F를 맞았다 그런 재형씨에 대한 기대를 이교수는 접었다고 친인척들은 말했다. 대신 이교수는 재형씨의 동생들에게 기대를 걸었다. 동생들은 재형씨와 나이 차가 꽤 난다. 어머니 우 아무개씨의 건강 때문에 동생을 늦게 보았다. 이교수가 캐나다 대학에서 교수로 있을 때 낳은, 현재 중학교 2학년인 여동생과 초등학교 6학년인 남동생은 캐나다 시민권을 가지고 있다. 이교수는 국내에 들어와서도 두 자녀를 외국인 학교로 보냈다. 재형씨 전철을 밟지 않기 위해서였다. 지난해 12월 이교수는 기러기 아빠가 되기로 작정하고 부인과 두 자녀를 미국으로 보냈다. 집에는 아버지 이교수와 할머니만 남게 되었다. 재형씨에게 말벗이 사라진 셈이다.
재형씨를 면회했던 이교수의 동료 교수는 재형씨가 미운 오리새끼 심리에 사로잡혔을 것이라고 보았다. 아버지를 비롯한엘리트 집안에서, 안으로만 쌓아두었던 콤플렉스가 한꺼번에 폭발했을 것으로 짐작했다. 6월12일 새벽 미국에서 귀국한 어머니 우 아무개씨(46)는 “군대를 보낸 뒤 미국을 가는 건데”라며 말끝을 흐렸다. 어머니 우씨는 2년 전 부모 토막 살인 사건을 기억하고 있었다. 남의 일처럼 여겼다며, 똑같은 재앙이 자신에게 닥치리라고는 상상도 못했다고 했다. 우씨는 아들을 위해 변호사를 선임했다. “변호사를 선임했다고 해서, 재형이를 이해한 것은 아니다. 우리도 범행 이유가 궁금하다”라고 우씨는 말했다.
증가하는 존속 살해 사건은 더 이상 ‘남의 일’이 아니다. 미국의 하이드 박사에 따르면, 부모로부터 받은 학대가 존속 살해의 직접적인 원인이 된다(). 학대는 사랑과 종이 한 장 차이다. 부모의 애정 표시를 자녀는 때로 고통으로 받아들인다. ‘자녀의 눈높이로, 하루에 한번씩 눈빛을 마주하라’. 듣고 지나치기 쉽지만, 전문가들이 말하는 해법이다.. |
첫댓글 슬프다.. 어느정도 공감가는 부분도 있다
죽은 부모도 불쌍하지만. 지랄맞은 마음으로 매년을 살아왔을 아들놈도 불쌍하다.. 이해받지 못한 열등감의 폭발이 존속살해로 결론지어져서 안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