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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 2023.08.29 03:30
사관학교
▲ 서울 노원구 육군사관학교에서 열린 입학 및 진학식. /고운호 기자
육군사관학교(육사)가 다음 달 9일 하루 시민에게 전면 개방된다고 합니다. 신분증을 내야 입장이 가능했던 기존과 달리, 군사기밀 시설을 제외한 육사 내 모든 곳을 관람할 수 있다고 해요. 군 장교를 육성하기 위한 전문 교육기관인 사관학교는 어떤 역사를 지니고 있을까요?
서양에서 근대 이전 군대는 영주와 기사단 중심이었습니다. 따라서 지금의 사관학교 같은 장교 양성 기관에서 장교를 양성하는 것이 아니라, 귀족 신분만 장교가 될 수 있었죠. 하지만 근대에 접어들며 군대에 변화가 생겼어요. 절대왕정 시기 국왕의 권력을 뒷받침하는 상비군이 필요해졌고, 화약 무기가 발전하면서 군대의 전술이 변화했습니다. 또 지방분권적인 봉건사회가 중앙집권적인 절대왕정 국가로 바뀌면서 국가 간 국경 개념이 점점 명확해졌죠. 이러한 변화로 유럽 각국은 18세기부터 사관학교를 만들고 장교를 육성하기 시작했습니다.
현재 알려진 최초의 사관학교는 1701년 덴마크에 생긴 왕립해군사관학교입니다. 이후 유럽 각지에서 동시다발적으로 사관학교가 생겨났어요. 영국은 1716년 런던 근처 울위치에 있는 왕립조병창에 포병과 공병을 독립된 병과로 만들고 1720년 포병 장교와 공병 장교 양성 과정을 개설했어요.
프랑스는 1750년 파리에 왕립육군사관학교를 세워 귀족 자제를 장교로 육성했어요. 프랑스 육군사관학교는 근대적 사관학교의 효시로 평가됩니다. 바로 프랑스 혁명 때문이죠. 프랑스 혁명 때 국왕 루이 16세가 단두대에서 처형당하자 유럽 수많은 나라들은 긴장감을 느끼고 프랑스를 공격했어요. 이때 프랑스에서 권력을 잡은 나폴레옹 보나파르트(1769~1821)는 왕립육군사관학교를 폐지하고 특별육군사관학교를 새로 세웠습니다. 특별육군사관학교는 귀족 자제만 입학할 수 있던 기존 사관학교와 달리, 평민도 입학할 수 있어 능력만 있으면 신분에 구애받지 않고 누구나 장교가 될 수 있었어요.
미국에서는 1802년 육군사관학교가 개교했어요. 미국 육군사관학교는 지도학이나 토목 공학 등이 수업 과정에 포함됐어요. 그래서 사관학교 졸업생들이 미국 철도·교량·도로 등 발전에 큰 기여를 했다고 합니다.
우리나라에서는 조선 시대 때 과거 시험에서 무과(武科)를 실시하면서 군관을 등용했어요. 개항기 때 조선과 그 뒤를 이은 대한제국은 서양과 일본의 강력한 군대를 목격하고 근대적 군대와 장교 양성의 필요성을 느꼈습니다. 이에 1898년 칙령 제11호를 통해 무관학교관제를 반포했고, 18세부터 27세 사이 남성 200명을 선발해 교육했어요. 그러나 1907년 일제가 대한제국 군대를 강제로 해산하면서 그 맥이 끊겼고, 1910년 국권 피탈 이후에는 독립운동가들이 신흥무관학교나 임시육군무관학교 등 사관학교를 세워 독립군 장교를 양성하고자 노력했습니다. 광복 이후에는 미군정 때인 1946년 조선경비대사관학교가 세워졌고, 현재 육군사관학교가 이를 계승하고 있습니다.
김현철 서울 영동고 역사 교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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