임형주가 말하는 바흐
지난 21일 서울 압구정CGV에서는 <바흐 이전의 침묵> 상영 후 팝페라테너 임형주가 바흐에 대해 이야기하는 자리가 마련됐다. 가장 존경하는 작곡가 중 한 명으로 바흐를 꼽는 그는 이 영화의 트레일러송으로도 쓰인 '예수, 인류 소망의 기쁨'을 다음달 내는 새 앨범에 수록할 예정이다. 그가 들려준 바흐에 대해 알고 싶은 몇 가지.
Q 왜 바흐가 음악의 아버지가 됐나.
A 바흐 이전에도 비발디나 헨델 등이 있었지만 이들은 바흐만큼 획기적인 음악가가 아니었다. 자신의 작품을 복제하고 모방하는 모습도 보인다. 예를 들면 헨델은 아리아 '울게 하소서'를 몇몇 오페라에 반복해서 사용한다. 하지만 바흐는 변화무쌍하다. '골드베르크 변주곡'만 봐도 알 수 있다.
그리고 대단히 과학적이라는 점을 들 수 있다. 공학도들도 악보를 보면 놀랄 정도다. 아마 이런 기본적인 이유 때문에 후대 음악에 대대로 영향을 미치지 않았나 싶다. 덕분에 나를 포함한 많은 현대 음악가들이 지겨울 정도로 바흐를 공부한다.(웃음)
Q 바흐의 아들인 크리스토퍼 프리드리히는 누구인가.
A 그는 바흐의 아들 중 가장 음악적 재능이 없었다. 집안 내력에 따라 그 역시 훗날 음악가가 되었지만 평생 스카우트 되지 않고 단 한 명의 귀족 밑에서 일했으며 세 곡의 교향곡만을 남겼을 뿐이다. 그나마도 현대에는 전혀 연주되지 않는다. 영화 속에 바흐가 그에게 음악을 가르치는 장면이 삽입된 것은 아마 그만큼 그를 안쓰러워했을 것이라는 뜻 아닐까.
Q 왜 바흐의 음악이 사후 50년이 지날 때까지 조명되지 않았나.
A 아마 바흐는 생전에 작곡가이기보다는 궁정음악가, 오르가니스트로 불렸을 것이다. 그래서 그의 작품들도 따로 정리되지 못했던 것 같다. 멘델스존이 바흐를 발견한 후에야 여기 저기 흩어져 있던 작품들이 '발굴'되기 시작했다. 그가 그냥 묻혀져 버렸다면 이후 음악사가 어떻게 되었을지 모르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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