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로야구 정규 시즌이 한창이다. 월드베이스볼클래식(WBC)의 감동을 이어가는 프로야구는 연일 명승부를 연출, 팬들의 환호성이 터지고 있다. 야구에서 득점을 올리는 방법은 홈런처럼 간단한 경우도 있지만 야구 규칙에 따르면 복잡한 상황도 얼마든지 나올 수 있다. 주자가 2루에 있는 상황에서 득점을 하기 위해서는 최소한 안타가 나와야 한다. 그렇다면 주자 3루 상황에서는? 안타를 비롯해 득점할 수 있는 방법은 무려 13가지나 된다. 야구 문외한이라면 룰이 복잡해서 관전하기 어렵다고 하소연할 법하다. 달리 보면 야구의 매력이자 묘미다. 한국야구위원회(KBO) 윤병웅 기록실장의 도움을 받았다.
1. 안타
안타(단타·2루타·3루타·홈런)는 가장 안전하고 쉽게 3루 주자의 득점을 올릴 수 있는 방법이다. 안타는 페어볼(파울볼의 반대)이 수비수에게 닿기 전에 페어 지역에 떨어지거나, 페어 지역 안의 펜스에 맞거나, 페어 지역의 펜스를 넘어가 타자가 안전하게 1루(또는 그 이상의 베이스)에 살아 나간 경우를 말한다. 이때 3루 주자가 홈베이스를 밟아 득점을 올리면 타자에게는 타점이 한 개 기록된다. 안타로는 내야 안타의 아슬아슬함에서 외야 펜스를 넘어가는 홈런의 장쾌함까지 있다.
5월 27일 열린 두산과의 경기 중 5회초 2사 3루에서 3루주자인 히어로즈의 정수성이 프로 통산 22번째 홈스틸에 성공하고 있다. [중앙포토]
2. 내야땅볼
타자가 안타를 치지 못하고 자신은 아웃되면서 3루 주자의 득점을 올릴 수 있다. 단 노 아웃이나 원 아웃이어야만 한다. 타자가 때린 땅볼 타구를 유격수 또는 2루수가 옆으로 많이 움직여서 잡을 경우, 3루 주자가 홈에서 세이프될 확률이 높다. 빗맞아서 내야수 앞으로 데굴데굴 굴러가는 경우도 마찬가지다. 팽팽한 접전 상황, 무사 또는 1사에서 주자가 3루에 있으면 내야수들은 전진수비를 펼치는 경우가 많다. 땅볼이 나오면 앞에서 재빨리 잡아 홈에서 득점을 저지하기 위해서다.
3. 폭투
투수가 던진 공이 지나치게 높거나 옆으로 빠져 포수가 보통의 수비로는 막아내거나 처리할 수 없어 주자를 진루시킬 때 폭투가 기록된다. 투수가 던진 공이 포수 앞에서 원바운드되어 처리할 수 없을 경우에도 폭투가 된다. 투수가 폭투를 해 공이 포수 뒤로 빠질 때, 3루 주자는 홈으로 들어와 득점을 올릴 수 있다.
4. 희생플라이
단체 운동, 조직력을 중시하는 야구의 독특한 규정이다. 타자가 친 타구가 높이 뜬 채 야수에게 잡혀 아웃되면서 3루 주자가 득점을 올리는 상황이다. 이것 역시 무사나 원 아웃이어야 한다. 일례로 1사 3루, 타자가 친 플라이 타구를 우익수가 잡으면 타자는 아웃된다. 우익수가 공을 잡고 난 뒤, 3루 주자가 홈으로 뛰어들어 태그아웃되지 않으면 득점이 된다. 이때 3루 주자는 3루 베이스를 밟고 있는 상태에서 수비수의 포구 후 베이스를 출발해야 한다. 수비수가 공을 잡기 전에 3루 베이스를 먼저 출발하면 수비 측의 어필로 인해 아웃이 되고 득점은 무효가 된다. 한편 타자가 희생플라이를 치면 그 타석은 타수에서 제외된다.
5. 패스트볼
폭투와 비슷한 경우다. 포수가 정상적인 수비로 받을 수 있는 투구를 포수가 놓치거나 처리하지 못해 주자가 진루할 경우에는 폭투가 아닌 포수의 패스트볼로 기록된다. 패스트볼의 경우, 실점은 투수의 자책점으로는 기록되지 않는다.
6. 4사구
주자가 3루뿐만 아니라 1루·2루까지 가득 찬 상태에서 볼넷이 나오면 3루 주자의 득점이 가능하다. 투수가 던진 공이 스트라이크 존 밖으로 4개가 투구되면 타자에게 4구가 기록되고 1루로 진루가 허용된다. 주자들은 차례차례 1루씩 진루, 3루 주자는 홈을 밟게 된다. 이때 몸에 맞는 볼도 4구와 마찬가지다.
7. 스퀴즈번트
주자가 3루에 있을 때 득점을 하기 위해 번트를 대는 작전을 말한다. 투수가 공을 던지는 동작과 동시에 3루 주자가 홈플레이트로 뛰어들고 타자는 무조건 번트를 하여 득점을 올리는 작전이다. 이 방법이 성공하기 위해서는 타자는 타구를 굴려서 내야 페어 쪽으로 보내야 한다. 뜬 공이 돼 수비수에게 잡히거나 파울 타구가 되면 실패다. 특히 번트 타구가 높이 떠 포수에게 잡히면 3루 주자까지 더블 아웃되는 경우도 종종 발생하므로 양날의 검으로 작용한다.
8. 실책
타자의 타격 시간을 연장시키거나 아웃될 주자(타자주자 포함)를 살려주거나 주자에게 1개 베이스 이상 진루를 허용한 실수(공을 잡다가 놓치는 것, 공을 떨어뜨리는 것, 악송구 등)는 실책으로 기록된다. 일례로 2루수가 타자의 땅볼 타구를 잡아서 시간상으로 충분히 아웃시킬 수 있었으나 1루로 던진 공이 옆이나 뒤로 빠져서 타자주자가 1루에서 세이프됐다면 실책이 된다. 그사이 3루 주자는 홈을 밟아 득점을 올리는 방법이다.
9. 보크
투수가 보크를 하면 모든 주자들은 각각 1루씩 진루하게 된다. 즉 3루 주자는 자동으로 홈을 밟아 득점하게 된다. 보크는 타자나 주자를 속이려는 투수의 행위들을 말한다. 투수판에 발을 댄 투수가 투구 동작을 하다가 공을 던지지 못했을 때, 투수판에 발을 댄 투수가 1루에 견제하는 흉내만 내고 실제로는 던지지 않을 때, 투수판에 발을 댄 투수가 누에 견제하기 전에 발을 그 누의 방향으로 똑바로 내딛지 않을 때, 투수가 타자를 정면으로 보지 않고 공을 던지거나 타자가 충분한 타격자세를 갖추기 전에 던졌을 경우 등이 보크에 해당한다. 이 밖에도 보크의 경우는 많다.
10. 타격 방해
타격 방해로 3루 주자가 득점할 수도 있다. 이때는 주자가 만루여야 한다. 포수가 미트로 타자의 배트를 건드리거나 타자의 몸을 건드릴 경우, 타격 방해가 선언된다. 타격 방해가 되면 타자는 1루로 자동 진출한다. 1루 주자에 밀려 차례차례 누상의 주자들도 1개 베이스씩 진루한다. 따라서 만약 1·3루에서 타격 방해가 선언된다면, 만루가 되고 3루 주자는 득점하지 못한다.
11. 홈스틸
박찬호(필라델피아)가 5월 13일 첫 승을 거둘 때, 동료 제이슨 워스는 7회 3루 주자로 있다가 포수가 되돌려준 공을 투수가 잡으려는 상황에서 홈스틸을 성공시켜 화제가 됐다. 3루 주자가 홈을 훔치는 홈스틸은 한국 프로야구에서 1982년 7월 21일 김일권(해태)이 인천 삼미전에서 처음 성공시켰다. 지난해까지 홈스틸은 21차례, 1년에 한번 볼까말까한 진기록이다. 가장 최근에는 5월 27일 정수성(히어로즈)이 두산전에서 프로 통산 22번째 홈스틸을 성공시켰다.
홈스틸은 주자의 발도 빨라야 하지만 3루에서 투수의 투구 동작 등에 대한 세심한 관찰과 정확한 판단력이 요구된다. 마운드에 좌투수가 있고 타석에 우타자가 있는 상황이 홈스틸에 조금 더 유리하다. 좌투수는 투구 준비 동작에서 1루 쪽을 쳐다보기에 3루 주자의 리드 폭을 간과하기 쉽다. 또 우타석에 타자가 서 있으면 포수는 타자에게 가려 3루 주자의 움직임을 놓칠 경우도 있다.
12. 주루 방해
주루 방해는 수비수가 주자의 주루를 방해하는 행위로 주자에게 1개 베이스 이상 진루를 허용한다. 일례로 2루수가 타구를 잡으려고 2루 베이스 쪽으로 몸을 날렸으나 공을 잡지 못했다. 공을 놓친 2루수가 2루 베이스 위에 드러누워 1루 주자의 진루를 지연시켰을 경우, 2루수의 주루 방해로 1루 주자는 3루까지 갈 수 있다. 3루 주자의 득점은 협살에 걸렸을 때 주루 방해를 받는 경우에 가능하다. 3루와 홈 사이에서 협공당하던 주자가 공을 가진 포수를 피해 3루 쪽을 향하다가 공을 갖지 않은 3루수와 충돌했다. 심판이 3루수의 주루 방해를 선언하면 3루 주자는 1개 베이스를 진루, 홈플레이트를 밟아 득점을 올리게 된다.
13. 야수선택
용어 자체가 조금 낯설 수 있다. 땅볼 타구를 잡은 수비수(야수)가 1루에서 타자 주자를 아웃시키는 대신 앞의 주자를 아웃시키려고 다른 베이스로 송구하는 것을 야수선택이라고 한다. 일례로 1사 1·3루에서 타자가 유격수 앞 땅볼을 쳤다고 하자. 타구를 잡은 유격수가 1루 주자를 아웃시키기 위해 2루 베이스로 들어온 2루수에게 공을 던졌다. 1루 주자가 아웃됐지만 타자주자는 1루에서 살았을 경우, 야수선택에 해당한다. 물론 그 사이 3루 주자는 홈을 밟아 득점을 올릴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