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로마인 이야기'란 책이 있다.
세계적인 베스트 셀러다.
시오노 나나미라는 일본 여자가 썼다.
그녀는 로마교황청을 자주 찾았다.
집필 자료 수집을 위해서였다.
그러다 알게 된 추기경 한 사람이 있었다.
그가 루비가 박힌 골동품 십자가를 그녀에게 선물했다.
"나는 보석이라면 사족을 못쓴다.
하지만 그것을 목에 걸진 않았다."
시오노 나나미는 책 속에서 그렇게 말했다.
그 정도로 철저한 무신론자였다.
그녀가 '로마인 이야기'에 앞서 쓴 책이 있다.
'신의 대리인'이다.
무신론자가 쓴 종교와 정치의 이야기다.
거기에서 그녀는 둘의 갈등 관계를 정리했다.
한마디로 요약된다.
'정치가 제 기능을 못할 때 종교는 정치영역을 침범한다'.
그녀는 그것을 '종교의 반격'이라고 규정했다.
논리는 이렇게 전개된다.
'정치의 부실은 필연적으로 경제에 반영된다.
생산성이 떨어지고 서민생활이 위축된다.
경제력의 쇠퇴는 국방비(안전보장비)의 축소로 이어진다.
안전과 식량은 인간의 두 가지 기본욕구다.
그것이 중대하게 위협받는 상황이 온다.
현세가 그 꼴이면 사람들은 내세(來世)에 희망을 걸 수밖에 없다'.
그래서 종교가 맹위를 떨치는 시대가 온다는 것이다.
"지옥은 내세가 아니라 현세의 일이 되어버리기 때문"이라고 그녀는 진단했다.
그래서 이렇게 결론 내렸다.
"종교를 본래의 모습으로 만드는 가장 효과적인 방법이 있다.
그것은 정치가 제 기능을 하는 것이다."
지난 9일 서울 신학대에서 국제 학술회의가 열렸다.
고 문익환 목사 10주기 기념 행사의 일환이었다.
독일 목사 디트리히 본회퍼에 대한 세미나였다.
기독교 평화운동의 선구자로 평가되는 그다.
그러나 그는 히틀러를 두번이나 암살하려 했다.
성직자이면서도 말이다.
히틀러 암살 계획에 임하면서 그는 이렇게 말했다.
"미친 사람이 모는 차에 희생되는
많은 사람을 돌보는 것만이 나의 과제가 아니다.
이 미친 사람의 운전을 중단시키는 것이 나의 과제다."
어쩌면 시오노 나나미가 말한 종교 개입의 극단적 사례다.
원인은 두말할 필요도 없다.
히틀러의 불량정치다.
당시 한 종교인이 본회퍼에게 물었다.
"당신은 요즘 무엇을 위해 기도하십니까."
그는 주저없이 답했다.
"나는 조국의 멸망을 위해 기도합니다." 이유도 설명했다.
"조국이 온세계에 주고 있는 고통에 대한 대가라고 생각하기 때문입니다."
그러나 본회퍼는 히틀러의 비밀경찰에 체포됐다.
1945년 4월 9일. 그는 폴뢰센부르크 수용소에서 처형당했다.
종교와 정치는 어쩌면 불가분의 관계다.
인류 역사의 상당 부분이 그 속에서 창출됐다.
종교도, 정치도 그 객체가 사람이기 때문이다.
시오노 나나미도 이렇게 말했다.
"정치와 종교는 인간으로서 살아가는 데 필요한 두 바퀴다.
" 빵만으로 살 수 없기 때문이라 했다.
얼마 전 한 종교지도자의 발언을 두고 논란이 벌어졌다.
정치권을 향한 쓴소리가 발단이 됐다.
종교가 정치영역을 침범했다는 지적이 있었다.
당연히 지적할 건 지적해야 한다는 반론도 있었다.
논란은 아직도 정리되지 않았다.
그러나 종교를 논하기 앞서 우리 정치부터 돌아보기 바란다.
정치는 국민을 위해 존재한다.
그래서 국익도 중시된다.
그 때문에 양보도 해야 한다.
화해와 화합도 그래서 필요하다.
그러나 우리 정치는 그렇지 못하다.
그래서 국민이 정치를 걱정한다.
그럼에도 종교지도자가 침묵한다면 오히려 그것이 문제 아닌가 생각한다.
이연홍 정치부장
2004.02.18 중앙일보
네티즌 생각
****글 솜씨는 찬란하나 독서능력은 모자라는 이부장님.
시오노 나나미의 로마인이야기나 내 친구 마키아벨리를 다시 읽어보라.
정치가 어수선하면 종교인들이 개입해서 비판하고 수습해야한다고 쓰고 있는지
정치가 어수선할 때 종교인들이 정치권력에 개입해 인민을 오도한다고 쓰고
있는지.
정치가 혼란스러워 추기경도 입을 연다는 주장을 펴려고 시오노 나나미을
인용했다면 추기경이 당연히 할 말을 했다는 시각이 아니라 정치에 실망한
국민을 오도할 수 있다고 써야지.
****정치가 썩으니 종교도 같이 썩으려고 하는 어리석은 행위라고 판단 됩니다.
종교는 정치와 일정한 거리를 두고 정치가 부패타락하면 경고하고 바로 가도록
도와주는 것이 사명이 아니가요?
대개 종교인들이 정치권에 나가면 자신의 신성함을 지키지 못하는 것이지요.
그 대표적인 사례가 이재정신부입니다.
'종교 vs 정치' 그 뗄래야 땔 수 없는 관계를 바르게 유지해야 건전한
국가가 되는 것이겠지요.
이참에 철없는 종교인들에게 경고를 보냅니다.
*****이연홍부장님, 오랫만에 좋은 글을 올렸습니다.
저는 이부장의 글을 자주 바판한 사람입니다.
개인의 감추어진 어떤 면을 부각시키느니 차라리 이런 글이 얼마나 산큼합니까?
일반언론에 보도 안 된 건을 하나 귀띰해드리겠습니다.
지난 6일 기독교100주년 기념관에서 일부 기독교지도자들이 기독교정당 설립을
위한 모임을 가졌습니다.
정치가 썩어 제 구실을 못하니 종교인들이 나서보자는 취지에서지요.
이를 두고 기독교계에서는 비판적인 말이 많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