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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태양과 새’, 신라의 문화원형이 되다 … 만세는 상고시대 ‘솟대’에서 유래 |
한국 고대문화 원형의 상징과 해석 . Y形器와 鳥翼形 冠飾 그리고 萬歲 |
중국의 신석기시대 유물 가운데 ‘Y形器’라고 이름 붙인 중요한 두 가지 유물이 있다. 홍산문화 ‘Y形玉器’[그림1-(2),(3)]와 대문구문화 ‘Y形獐牙器’[그림2-(1)]가 바로 그것이다. 두 가지 ‘Y형기’들의 재질은 서로 다르지만, 형태면에선 새의 날개를 닮은 공통점이 있다. 이러한 ‘Y형기’의 용도에 대해선 巫師의 法具 혹은 씨족부락 수령의 권위적 상징물과 같은 儀器로 보는 것이 고고학계의 공통된 견해지만, 이에 대한 상징과 해석은 없다.
신석기시대 ‘Y형기’ 속에 저장된 정보엔 고대사회의 대단한 秘儀가 있다. 그 형태의 상징성 또한 비상한 관심을 끈다. 그러나 아쉽게도 중국의 고고학계는 Y형기의 상징에 대한 그 어떤 해석도 아직 시도하지 못하고 있다. 상징성을 읽어내지 못하므로 단지 物像의 형태만을 좇아 ‘Y형기’라고 이름붙이고 있는 그 자체가 이 유물의 상징을 전혀 해명하지 못한다는 증거이다.
대문구문화 ‘장아Y형기’는 새 숭배사상이 반영된 神竿
대문구문화 ‘장아Y형기’[그림1-(1)]는 推察하건데, 이 유물은 고대 동이족들이 그들의 원시신앙인 새 숭배사상을 반영한 族長의 神竿으로 보인다. 즉 날개를 쫙 펴고 비상하는 새의 모습을 형상한 것이 원초적인 ‘Y형기’의 조형이다. 도상학적으로 보면 神鳥인 솔개를 상징한 것인데, 크기가 10.5cm에 불과하므로 손에 쥐기엔 아주 적당한 크기다. 신간 끝에 장식하기에는 딱 알맞다. 크기가 작으므로 신간의 끄트머리에 장식해 지휘자의 신분과 지위 그리고 권위를 표지한 것이라고 해석하고자 한다. 즉 한국 고대 솟대의 原始 古形이라고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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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문구문화 Y형기 [그림1-(1)]의 중국 명칭은 ‘獐牙Y形器’, ‘獐牙器’, ‘獐牙鉤形器’ 등 다양하다. 장아형이란 뿔처럼 생긴 Y형의 재질이 노루 어금니이므로 생긴 이름이다. 뿔처럼 보이지만 장아가 상징하는 것은 뿔이 아니라 새의 날개다. 그 이유는 가운데가 볼록 튀어 나온 머리와 주름진 목덜미가 새의 형상 그대로이기 때문이다. 이것은 대문구문화의 특징인 새 숭배사상을 원시성이 가미된 고도의 상징적 기법으로 디자인한 神竿으로 해석하는 것이 이 유물의 본질에 대한 바른 설명이라고 생각한다.
‘장아형Y형기’는 산동 태안 대문구지구, 강소성 비현 대돈자 등 유지에서 고르게 발현되고 있는 유물이다(『간명중국문물사전』, 1991년, 중국역사박물관, 19쪽). 이 유물은 발굴 결과 대다수 死者의 손가락뼈 부근이나 허리부근에서 발견됐다(『20세기 중국 고고 대발현』, 2000년, 四川大學出版社, 75쪽)
유물의 발굴 위치는 지도자가 신간을 손에 쥔 채 묻힌 무덤으로 추정할 근거가 된다. 그런데 고대 동이족들의 사상과 문화를 나타내는 이런 중요한 유물들이 아직까지 주목받지 못하고 그 상징성조차 제대로 해석되지 않고 있는 현실은 고대 동이문화에 대한 연구가 漢文化 연구에 비해 상대적으로 그만큼 부진하다는 반증이다.
홍산문화 ‘Y형옥기’의 상징 해석과 칸(干)
홍산문화 Y형옥기[그림1-(2),(3)]는 뛰어난 그 精美性 때문에 홍산옥기 가운데 으뜸[紅山玉器之冠]으로 치는 중요유물이다. ‘獸面紋玉Y形器’, ‘Y形獸面紋玉器’,’ ‘옥玉獸面紋Y形器’, ‘獸面弦紋Y形玉器’ 등으로 불러 아직 그 이름이 통일되지 않은 이 옥기엔 Y형, 짐승 얼굴[獸面]이란 두 가지 설명이 늘 붙어 있다. 위로 솟아 Y형처럼 보이는 부분을 짐승의 두 귀[雙耳]로 파악하며, 두 눈과 입과 목덜미로 표현된 모양을 神獸로 보는 것이 홍산문화 Y형 옥기에 대한 기존 해석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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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러나 홍산문화 Y형옥기의 문양은 짐승 얼굴이 아니다. 그렇게 보는 것은 고대 이 지역을 담당한 세력들의 원시신앙을 잘못 읽은 결과다. 대문구문화 Y형기와 홍산문화 Y형옥기의 형태를 자세히 관찰하면, 거기엔 상징을 해석할 수 있는 열쇠가 이미 숨어 있다. 두 가지 유물을 연계해 설명한 글을 아직 읽어본 적이 없지만, 두 유물의 형상은 ‘동이족의 새 숭배사상이 반영된 神物’임을 확실하게 보여준다. 이런 사실을 설명한 문징은 찾아 볼 수 없다. 그러나 유물의 시각적인 형식언어는 이것이 동이족의 새 숭배사상의 신물임을 강력하게 발언하고 있다. 유물에 내장된 정보를 이렇게 읽어내는 것이 해석고고학의 참된 사명이다.
위의 [그림2]에서 (1) 대문구문화 Y형기와 (3) 홍산문화 Y형옥기를 정확하게 관찰해보면, 다음과 같은 요점이 간추려진다.
① 神竿인 의기라는 점 ② 양 날개 가운데가 볼록 솟은 것은 새의 머리를 형상화한 점 ③ 하단부의 못 구멍과 몸피를 약간 깎은 자루[柄]의 모습은 기물을 막대 끝의 홈에 끼우고 못으로 고정시킨 장치라는 점 ④ 홍산문화 Y형옥기는 새의 양쪽 눈, 콧구멍, 입이 선명한 점 ⑤ 두 가지 Y형기 자루의 주름무늬는 [그림2]와 같이 새의 긴 목을 형상화한 점 ⑥ Y형기의 길이가 모두 10~13cm 미만의 비교적 작은 형태인 것은 손에 들고 다닐 수 있는 작은 크기의 신간이라는 점 위와 같은 분석은 이 의기들이 神鳥인 솔개가 양 날개를 펼친 모습을 형상한 神竿의 원시적 古形으로 해석할 수 있는 근거가 된다. 태양숭배사상과 새 숭배사상은 고대 동북아시아의 대표적 원시문화이기 때문에 이러한 사상을 반영한 族丈의 신분 표지는 부족의 토템이나 族徽로 흔히 해석하는 바다. 한반도에서 출토된 유물 가운데 이런 유형의 잔영으로는, 대전 괴정동 출토 청동기 농경문 솟대[그림2-(1)] 와 국립중앙박물관 소장 雙鳥竿頭飾[그림2-(2)]이 이에 속한다고 할 수 있다. 새를 문화의 아이콘으로 삼은 이런 표지물들이 문자화할 때 干(칸) 자의 기원으로 진화한다. [그림3]에서 볼 수 있는 칸의 갑골문, 금문, 한인, 소전의 서체가 이를 증명한다.
고문자학계의 기존 해석에서 칸(干)은 방패·간섭하다·저촉되다·방해하다·추구하다·마르다·간지 등의 의미가 있지만, 神鳥의 날개를 형상한 신간으로 보는 해석은 없다. 그러나 字學上 古體들의 형상을 보면 ‘Y형기’가 문자화된 것임을 간파할 수 있다. 신간을 든 왕을 칸(干)으로 부르는 습속은 새 숭배사상을 원시신앙으로 하는 부족들의 공통된 문화다. 출토 유물의 신자료에 근거한 이러한 해석은 문자학의 기존 해석을 수정하기를 요구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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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문구문화의 Y형기와 홍산문화의 Y형기는 재질만 다를 뿐 동이족 새 숭배사상의 신간임을 앞에서 밝혔다. 동이족 수령들의 표지물인 Y형기는 문자로 진화할 때 ‘선우(單于)’의 ‘單’자나 ‘칸(干)’자로 변한다. 즉 ‘單’과 ‘干’은 神鳥의 형상인 상형문자로서 방패와 같은 무기가 아니라, 신간 또는 그 수령을 상징한 문자로 해석하려는 것이 나의 생각이다. 칸(干)에 대한 이러한 문자학적인 새 해석은 중국 고문자학계에 제시할 만한 새로운 이론이다. 東胡, 鮮卑, 匈奴 등 북방유목민족은 그들을 이끄는 지도자를 칸(干)이라 부른다. 칸은 흉노어로서 곧 왕을 가리킨다. 神鳥인 솔개로 장식된 신간을 든 으뜸 지도자를 일컫는 것이다. 신라의 角干, 太角干의 칸도 이 범주에 속한다고 볼 수 있다. 칸은 비상하는 새의 날개를 형상화한 문자로서 유구한 동방 새 숭배족들의 표지물이었던 것이다. 신라 고분에서 출토되는 조익형 관식의 기원과 상징에 대한 해석을 설득력 있게 전개한 글을 필자는 아직 보지 못했다. 신라의 관식에 대한 威儀를 정확하게 해석하지 못하는 것은 그 시대 최고의 상징, 최고의 사유에 대한 의미를 상실한 우리들의 부끄러움에 다름 아니다.
신라 관식의 시원은 고대 동방 夷族의 원시사상인 태양숭배사상과 새 숭배사상에 연원한다. 특히 조익형 관식은 홍산문화와 대문구문화의 ‘Y형기’에 바로 그 祖形이 있다. 곧 원시사상 가운데 새 숭배사상의 시원적 형태가 관식으로 나타난 동이문화의 상징적 부호다. 신라 관식에서 태양숭배사상은 불꽃무늬로 관식화 됐고, 새 숭배사상은 조익형 관식으로 나타난다. 새를 ‘영혼의 전달자’란 해석에만 머무는 것은 『삼국지』 「위지·동이전」의 기록을 벗어나지 못하는 이른바 문헌실증파의 한계를 드러낸 수준이다. 태양숭배와 새 숭배는 영혼의 절대자유라는 동방민족의 고유한 사상이 빚어낸 위대한 우주적 사유의 산물이다. 이런 사유가 좀 더 구체성을 띄면서 형성된 것이 玄妙之道이며 풍류사상이다. 그리고 그런 사상이 국가적 존재와 근거의 이데아로서 확립된 것이 화랑도정신이라고 생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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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라 관식의 불꽃무늬는 이른바 出字形 또는 山字形으로 간략하게 디자인된 세움장식을 말한다. 이것은 천손족의 고유사상인 태양숭배에서 배태된 光明理世의 이상을 나타낸 부호와 같은 조형이다. 새 숭배사상을 반영한 조익형 관식은 신조 솔개가 태양의 대행자로서 상서롭고 광영스런 환희의 무한한 누림을 관식으로 나타낸 상징적 표상이다. 거듭 말하거니와 불꽃무늬와 조익형 관식은 단순히 왕의 위세를 위한 관식이 아니다. 그것은 신라정신의 이상을 왕의 관식을 통해 표현한 형식언어였던 것이다. 홍산문화와 대문구문화의 ‘Y형기’는 신라시대 조익형 관식의 祖形이다. 특히 대문구문화는 신라 김씨 스스로 대문구를 근거로 태양과 새를 숭배하던 동이족의 수령 少昊 황제의 후예라고 말한 사실을 유념한다면, Y형기와 조익형 관식의 상관성은 비상한 관심을 끈다. 특히 신라문화를 형성한 뿌리가 무엇인지를 암시한다. 그것은 태양과 새를 문화의 모형으로 삼은 신라인들의 지혜였던 것이다.
만세는 몸의 언어이자 은유
국가의 경축행사 때마다 우리는 환희의 만세를 삼창한다. 그 만세의 상징성이 무엇이며 그 기원은 어떻게 유래된 것인지 한번이라도 생각해본 적이 있는가? 만세는 솔개가 비상하는 자세를 환희의 감정으로 표현한 인간의 몸짓이다. 그것은 강력한 힘을 지닌 몸의 언어다. 만세는 동방의 새 숭배족이 발상한 현실적 사물의 원형에 대한 감각을 은유한 것이다.
만세는 상고시대부터 존재한 솟대에서 유래한다. 그리고 더 멀리 홍산문화와 대문구문화의 ‘Y형기’에서 그 祖形을 찾아볼 수 있다. 우리들이 부르는 만세에 내포된 상징의 역사는 이처럼 유구하다. 천년만세, 독립만세, 자유만세를 외치면 우리는 흉중의 에너르기가 끓어오른다. 태양을 향해 창공을 비상하려는 神鳥 솔개처럼 힘차고 거침없으며 영원할 것을 발원하는 정신이 만세의 본질이며 상징의 세계다.<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