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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영월 주천시장을 찾은 할머니들이 선보이고 있는 오이와 가지 등의 농산품. |
평창·충북 제천 상인 장터 형성 산초두부 등 시골향 입맛 자극
어린 손자 등짐에/돗자리 짊어 지켜/앞서 거니 뒤서 거니/ 긴 담뱃대 휘휘 적적/ 장터로 나선 길/서너푼 받을까/고등어 세손은 사겠지/온 산이 붉게 물든/이 가을처럼/어이 훠이 아이야/어린 손 불러 잡고/하늘만 보는 늙은 할애비-영월 출신 김원식 시인의 ‘할애비’.
주천시장(조합장 신호식)의 개장 시기는 정확하지는 않으나 1940년쯤 발간된 강원도지(江原道誌)에 주천에 정기시장이 있었던 것으로 기록돼 있다. 당시 시장이 열렸던 곳은 사람의 왕래가 가장 빈번했던 곳이어서 주천면의 규모를 엿볼 수 있다.
영서지방 최대 규모의 5일장으로 명성을 날릴 때에는 전국 각지의 5일장을 찾아 다니며 장사를 하는‘장꾼’들로 북적거렸다. 이들은 농촌에서는 귀한 공산품과 생필품 위주로 등짐에 지고 와 팔았다. 또 봄이면 인근 마을 주민들이 산나물을 뜯어와 팔고 농사지을 씨앗과 각종 농자재를 구입해 집으로 돌아갔다. 여름에는 옥수수에다 찐빵 등을 만들어 팔았으며 가을 수확철에는 보리와 수수·조 등의 잡곡류를 지고 왔다. 겨울 내내에는 집안에서 멍석과 짚신·가마니를 짜서 판 뒤 내륙에서는 좀처럼 맛보기 어려운, 소금으로 범벅이된 고등어를 한손 산 뒤 새끼줄에 매고 걸어서 집으로 돌아갔을 것이다. 조금 더 여유가 있었으면 강릉 바다의 새우젓도 맛볼 수 있을 것이다.
특히 주천(酒川)지명에 걸맞게 대형 양조장이 두곳이나 성업을 이뤄 장터 주변에 들어선 막걸리집에서는 젓가락 두드리는 소리가 끊이질 않았다고 한다.
주천장을 찾는 사람들은 원주와 충북 제천, 평창을 연결하는 통행로인 탓에 영월의 서면과 수주면·북면을 비롯해 원주시 황둔, 평창 마지, 충북 제천 송학 등의 주민들이 대부분을 차지해 그 규모가 대단했다.
또 당시 주천시장은 현재 주천복지회관이 있는 주천강변 우시장(牛市場)과 함께 개설됐다. 이 우시장은 횡성 우시장 보다 규모가 컸던 것으로 전해지며 80년대 초반 역사 속으로 사라졌다. 주천시장은 이보다 앞선 1970년대 초반 현재의 주천 7리 영월경찰서 주천지구대 뒷편 대지 2510㎡로 옮겨져 이제껏 5일장의 명맥을 유지하고 있다.
80년대 초반만 해도 인근 상인들과 주민들의 노점상이 넘쳐나 주변 도로까지 차지할 정도로 성황을 누렸으나 생활 패턴 변화와 함께 인근 충북 제천과 원주시에 대형 마트가 속속 들어서면서 소비층이 감소하면서 점차 쇠락의 길을 밟아 왔다.
현재에는 음식점과 미용실·다방 등 23개 상설 점포가 영업중에 있으며 5일장이 서면 생필품과 의류·생선류·약초류 등의 품목을 취급하는 충북 제천과 평창지역 30여 장꾼들의 노점을 비롯해 20여명 마을 할머니들이 산나물류와 계절별 농산물을 내놓아 손님을 기다리며 옹기 종기 시골장터를 형성하고 있다.
주천시장에서 빼놓을 수 없는 먹거리는 토종돼지인 꺼먹돼지(흑돼지). 영월의 대표 토속 음식으로 선정됐으며 일반 돼지고기에 비해 육질이 좋고 비린 냄새가 없어 관광객들로부터 더할 나위 없는 유명세를 타고 있다. 또 산초두부와 꼴두국수 역시 시골장을 찾는 도시민들에게 정감있고 구수한 시골맛을 안겨준다.
지난해 가을부터는 한우 가격 파괴를 선언한 다하누촌 가맹점이 시장을 중심으로 들어서기 시작해 현재 주말이면 인산인해를 이루고 있다.
영월군은 지난 2003년 시장 현대화사업으로 6억원을 들여 장내 주차장 포장과 함께 화장실을 신축했으며 지난 8월에는 상인들을 대상으로 서비스 개선 도모 차원의 교육을 6회나 마련하기도 했다.
신호식 주천시장 조합장은 “사람 냄새가 물씬 풍기는 전통 5일장의 명맥을 유지하는 한편 신세대 취향에도 부응하는 장터를 만들어 나가겠다”고 밝혔다.
영월/방기준 kjbang@kado.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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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영월 주천면 주천5일장 전경 |
“한우맛 보시려면 준비 서두르세요” [터줏대감] 신호식 주천시장 조합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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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신호식 주천시장 조합장 | 신호식(54·사진)주천시장조합장은 “강원 영서남부지역에서 가장 역사가 오래된 주천 5일장은 오늘도 여전히 장이 서는 날이면 산나물이나 약초, 잡곡 등을 들고 나오는 촌로들의 모습이 정겹다”고 자랑한다.
2005년부터 조합장직을 맡은 그는 “손주들 책과 학용품 살 용돈을 마련하기 위해 노구를 이끌고 장을 찾아 오고 손님과 장꾼들이 정겨움을 주고 받으며 대단한 흥정(?)을 벌이는 모습은 손쉽게 찾아볼 수 없는 광경”이라고 덧붙인다.
또 “최근 다하누촌 가맹점 활성화로 전국에서 한우맛을 보기 위해 찾아오는 수많은 관광객들을 맞이할 준비를 서둘러야 한다”며 시장 발전을 위해 상인들의 고객 맞춤형 서비스의식 개선과 화장실 리모델링, 노후된 시장 건물 및 바닥 정비 등이 시급하다고 제안했다.
특히 그는 “주 고객층이 대다수 지역 주민을 비롯해 인근 법흥 휴양계곡과 다하누촌을 찾아오는 외지 관광객인 만큼 이들을 위해 시골 장터의 구수함을 기본으로 하고 현대적 시설 편의성과 메뉴 다양화 등의 상권 형성이 필요하다”고 역설했다. 영월/방기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