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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항선, 고객(顧客) 없고, 고객(苦客)만 |
열차운영체계 단순 배차변경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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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영석 기자 reh2002@nate.com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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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월 30일 한국철도공사(이하 철도공사)가 밝힌 “수송수요 변화 및 교통여건을 감안해 6월 1일부터 시행하는 열차운행 체계를 전면 개편 하겠다”는 주장은 장항선의 경우 단순한 배차변경뿐인 결과로 나타났다.(관련기사 본지 818호) 장항선이용객의 불만사항인 ‘요금’, ‘운행소요시간’, ‘연착’ 등에 대한 불편사항은 개선·재고되지 않은 채, 오히려 대천 용산 구간을 운행하는 무궁화호와 새마을호의 도착시간이 평균 2분씩 늦어진 열차운영체계개편안(이하 개편안)이 만들어졌다. 배차간격단축이나 운행시간 감소 등의 서비스 개선은 없고 타 노선과 환경이 다른데도 거리를 기준으로 획일화 돼 있는 비싼 요금제 또한 변동이 없어 장항선 이용객의 불만이 높다. “무궁화호를 놓쳐서 할 수 없이 비싼 새마을호 타고 왔다”는 한 시민의 말(본지 818호 보도)과 “무궁화호와 새마을호의 차이를 모르겠다. 새마을호를 타도 거의 대부분 역에서 정차해 여행자체가 지루하다. 예전의 통일호 같다”는 한 시민의 말처럼 대천 용산 구간은 두 종류의 열차 모두 평균 3시간에 가까운 승차시간이 필요하다. 또한 “한 번도 정시에 도착하는 열차 못 봤다”는 한 시민의 말처럼 계속되는 ‘연착’ 등은 장항선 고객(顧客)을 불편하게 한다. 철도공사의 관계자는 이에 대해 “지역민들의 요구에 의해 정차역이 늘어나 어쩔 수 없었다”고 밝히며 “장항선의 경우 선로의 ‘입체화’ ‘직선화’ 작업이 진행 중이다. 복선화 작업도 계획 중이지만 당장의 천안역 이하 단선철로 운영의 어려움이 있어 운송시간의 단축은 어렵다”고 말했다. 실제로 개편안을 보면 대천 용산 구간의 평균 소요시간(열차시간표상)은 무궁화호의 경우 평균 2시간 59분, 새마을호는 2시간 50분이다. 시민들에게 새마을호의 장점으로 인식돼 있는 ‘시간절약’은 ‘9분간’이다. 철도공사 관계자는 새마을호의 ‘편안함’을 가격 차이의 요소로 밝히고 있으나 대천~용산 구간 왕복에 따른 1만 원 이상의 가격 차이는 서민들에게 부담이 크며, 2시간 이상 되는 동종열차 배차시간표를 보면 장항선 이용자의 열차등급 선택기회는 줄어들 수밖에 없는 입장이다. 이러한 선택기회 감소와 그에 따른 교통비 증가의 귀결은 장항선 이용자의 불쾌감을 높이고 있다. “운행요금에 대한 인하계획은 없는냐”는 철도공사 홈페이지를 통한 질문에 공사측은 “현재 철도운임은 원가 대비 69% 정도의 운임을 수수하고 있다. 운임을 더 인상해야 하지만, 공공요금에 포함돼 있어 정부시책에 따라 조정이 되고 있다. 열차의 안전운행 및 서비스의 질을 유지하고 더욱 향상시키기 위해서는 운임 인하는 어렵다”며 “다양한 할인제도를 이용하면 저렴하게 열차를 이용할 수 있으며 열차를 자주 이용해 주면 경영수지를 높일 수 있어 보다 안전하고 쾌적한 서비스를 제공할 수 있다”고 답했다. 적정요금은 더 높으나 정부 시책 상 요금이 조정·지원되는 공기업 성격의 측면과 수요가 늘면 서비스도 늘 수 있다는 기본 경제논리에 근거한 사기업 성격의 측면이 함께 나타난 답변이다. 2004년 4월1일 경부선에 KTX가 개통됐고 50여 년간 운행되던 장항선의 통일호가 사라졌다. 한 시민은 “경부선에 KTX가 생겨 남게 된 새마을호가 장항선에 투입돼 저렴한 요금의 통일호가 사라지게 된 게 아니냐”의문을 제기하며 “돈 모아 승용차 사야겠다”며 불만을 토로했다. 2005년 1월 정부투자로 새롭게 출범한 ‘한국철도공사’는 공익의 일정부분을 담당하는 공기업으로서의 부분과, 이윤추구를 해야 하는 사기업 특성의 양면 속에 ‘변방의 북’ 장항선 이용객의 원성은 높다. 철도공사에 지원되는 PSO 현재 철도공사에는 정부차원(건설교통부)의 PSO를 통한 지원이 시행되고 있다. PSO(철도사업의 공공서비스업무)란 ‘공공목적’을 지닌 철도 운행 성격상 발생된 일정 손실분을 정부가 보상해 주는 제도다. 철도를 이용하는 고객 중 생활보호 대상자, 경로우대자, 국회의원 등은 요금할인 및 무료다. 또한 물류 수송에서 석탄, 곡물 등 기초물류비용은 원가 이하로 수송비를 책정하는데 이러한 과정에서 발생하는 손실을 정부가 보전해준다는 게 PSO다. 그 총액은 상당하며 한국철도공사 적자의 많은 부분이 PSO활용으로 메꿔지고 있다. 열차요금을 정부차원에서 개입·관리함은 그만큼 일반시민의 생활에 적지 않은 영향을 끼친다는 반증이며, 철로운송에 있어 정부기관에 준하는 독점적 지위를 인정받는 공기업이라면 그에 합당하게, 이윤추구를 위한 정책도 공공성에 바탕을 두고 제정·시행돼야 한다는 비판적 시각이 제시된다면 이를 수렴해 수정·보완하는 적극적인 자세가 요구된다. 경부선 ‘KTX’등장과 함께 사라진 장항선 ‘통일호’ 1955년 8월 15일 운행을 개시한 이래 반세기 동안 저렴한 운임에 장항선이용 수송수요를 충당해 오던 통일호는 2004년 4월1일자 경부선에 개통된 KTX의 운행과 때를 같이하며 운행이 중단됐다. 2003년 기준 서울 서천구간 통일호 요금은 어른 6천7백 원이며 2007년 기준 동 구간의 무궁화호 요금은 1만 3천9백 원이다. 금년 1월 발표된 통계청자료에 따르면 지난해 12월 기준 1년간의 열차요금 상승률은 9.5%다. 이를 토대로 통일호가 존속한다는 가정 하에 현재요금을 추론해보면 2006년12월 기준 8천7백 원대의 서천 서울 구간요금이 산정된다. 2만 4백 원인 새마을호, 1만 3천9백 원인 무궁화호와 함께 통일호 8천7백 원대의 요금이 소비자의 선택을 받는다면 어려운 경제 환경을 고려할 때, ‘저렴하며 도착시간이 크게 다르지 않은’ 통일호를 이용하겠다는 장항선 이용자의 수는 많다. 시민들은 교통수단 이용 시 편안함과 시간절약을 원한다. 지역민이 원해 지역민의 편의를 위해 어쩔 수 없이 모든 면단위의 정차역까지 멈춰가야 한다면, 늦은 시간에라도 예정된 시간 목적지에 도착하길 원한다. 단선철로의 여건상, 32대의 열차가 꼬리를 물어, 전동열차와 일반열차의 교행에 따른 기술적 문제 때문에 “어쩔 수 없다”는 무책임한 철도공사측의 입장은 장항선 이용객을 약속시간 어기는 신용 없는 사람들로 만들어 가고 있다. 오랜 시간동안 장항선은 ‘코리안타임’의 전형을 보여준다. 늦게 플랫폼에 들어오는 기차지만 그냥 반가울 뿐이며 예정시간표와 다른 시각에 들어오는 기차에 올라 지루한 여행 끝에, 또 예정된 시간과 다른 시각에 목적지에 도착하는 게 장항선 이용객에겐 너무도 익숙하다. 잘못된 건 고쳐야 한다. “경부선에 KTX가 생겨 ‘밀어내기식’의 열차 폐지와 개편이 이루어진 게 아니냐”는 의혹에서 출발해 “어쩔 수 없이 이용해야만 하는 무궁화호와 새마을호”라면 “그 요금에 합당한 서비스를 제공해 달라”며 독점적 지위를 갖는 철도공사에 부탁하는 것이다. 경부선만이 흑자인 것은 이용고객이 많아서이다. 경부선열차를 이용하면 다른 교통수단에 비해 요금과 시간대비 만족이 커 많은 사람들이 경부선철도를 이용한다. 같은 논리로 장항선도 이용고객이 많아져 흑자를 이룰 수 있도록 장항선 이용객의 민원사항에 귀를 열어놓는 철도공사의 모습을 시민들은 기대하며, 적자만 내는 애물단지가 아닌 흑자를 내는 애정 가는 노선이 되는 건 장항선 고객들도 바라는 바이다. 사이다와 계란의 추억 속에 서민의 애환과 꿈을 실어 나르던 철도 역사가 100년이 지났다. 적자에 허덕이던 구 철도청의 전신을 이어 2005년 1월 ‘한국철도공사’가 공기업으로 출발하게 됐다. 정부의 지원도 중요하지만 결국은 경제시장에 적응하지 못하면 도태되는 현실 앞에 그간의 고객을 떠나보내는 우(愚)는 없길 바란다. 21세기 철도 르네상스 시대를 열어나갈 주역임을 자처하며 출발한 한국철도공사. 장항선 변방에서 휘갈기는 ‘채찍’에 힘차게 유라시아 대륙을 질주하는 ‘철마’의 모습을 장항선 고객들은 기다린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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