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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처: 해우(海隅)의 백합국어사랑방(신문사설&칼럼) 원문보기 글쓴이: 해우(海隅)
2010년 2월 23일 화요일, 오늘의 주요 신문사설&칼럼
* 일러두기 : 이 자료는 교육용으로 쓰기 위해 편집한 것이며 상업적 목적은 일절 없습니다. 선정된 사설의 정치적 성향은 본인의 성향과는 무관함을 알려 드립니다.
* 오늘의 주요 신문사설
[한국일보 사설-20100223화] 여당, 이왕 시작한 토론 알차고 의미 있게
한나라당이 세종시 문제 토론을 위한 연속 의원총회를 시작했다. 소집 여부로 줄다리기를 할 정도로 주류ㆍ비주류 사이에 견해 차이가 커서 원만한 세종시 해법을 도출할 가능성은 낮다. 다만 애써 마련한 토론이 최소한 내부 갈등 증폭의 자리는 되지 않도록 양쪽이 자제할 수만 있어도 값어치가 있다. 거대정당이 피하기 어려운 내부의 계파 분화가 무조건적 갈등 대신 적절한 견제와 균형을 보이는 이상형에 한 걸음 더 다가서기 때문이다.
가장 필요한 것은 참을성이다. 26일까지 매일, 경과에 따라 3월에도 계속될 의총인 만큼 어느 쪽이든 한두 번의 의사 표출로 결론을 낼 듯한 자세는 버려야 한다. 이미 상대방 주장의 요체를 알고 있더라도, 참을성 있게 듣고 한 마디라도 참고할 수 있어야 한다. 그것이 당을 같이 하는 사람들이 으레 있는 이견에도 불구하고 하나의 정치집단으로 존속할 기초다. 특히 감정적 언사를 피하고, 인신공격이나 비난을 삼가야 하는 것도 이 때문이다.
어제 첫 토론은 아직 이런 모습과는 거리가 있었다. 시작 전부터 주류 측은 단순 토론에 그칠 게 아니라 최종적으로 표결을 해서라도 당론 변경을 해야 한다고 적극성을 보였다. 토론마저 거부할 경우의 여론 부담을 의식, 마지못해 참여한 비주류 측을 압박하려는 자세다. 반면 박근혜 전 대표가 예상대로 불참한 비주류 측은 표결은 의미가 없고, 방향이 전제된 토론이라면 중도 하차도 불사하겠다는 뜻을 감추지 않았다. 의총 공개 여부로도 설왕설래가 있었다.
희망의 싹은 보였다. 일부 고함을 제외하고 대체로 진지한 발언이 이어졌다. 토론에 앞서 안상수 원내대표가 특별 주문을 하기도 했지만, 의원 개개인이 국민의 눈을 의식한 결과다. 정몽준 대표가 "중대한 문제를 하루 이틀에 끝낼 수는 없다"며 '끝낼 수 있을 때까지의 충분한 논의'를 약속한 것도 비주류 측의 '요식 행위' 우려를 덜었다.
여당 내의 본격적 토론은 이제 시작이다. 국민의 눈길이 당론변경 여부에 그치지 않고 여당의 국정운영 능력 전체에 쏠려 있음을 명심, 알찬 토론을 이어가길 기대한다.
[한겨레신문 사설-20100223화] 대형마트와 SSM 규제, 언제까지 미룰 건가
대형마트와 기업형 슈퍼마켓(SSM)을 규제해 중소상인을 보호하기 위한 유통산업발전법 개정이 2월 임시국회에서도 무산될 상황에 처했다. 전통상업보존구역을 정해 입점을 제한하자는 개정안이 회기 종료를 며칠 앞두고 상임위 안건에조차 오르지 못한 것이다. 국회는 가장 시급한 민생 법안을 제쳐놓고 무엇을 하겠다는 것인지 묻고 싶다.
현재 중소상인들의 처지는 절박하다. 중소기업중앙회의 이달 초 조사를 보면 중소상인의 79.2%가 대형마트와 기업형 슈퍼마켓의 확산으로 피해를 봤다고 대답했다. 폐업을 고려한다는 점포도 28.3%에 이르렀다. 그뿐 아니다. 대형 업체들은 기업형 슈퍼마켓을 가맹점 형태로 변형시켜 골목상권에 침투하고 있다. 중소상인들로서는 생존 자체를 위협받고 있는 실정이다.
규제 필요성에 대해서는 대체로 긍정적인 여론이 형성돼 있다. 여야 의원들도 대부분 공감하는 사안이다. 그런데도 국회는 구체적인 방안을 마련하지 못하고 제자리만 돌고 있다. 지난해 말 정기국회 때는 상임위를 통과한 관련법 개정안이 법사위를 통과하지 못했고, 이번 임시국회에서도 논란만 무성했지 정식 안건으로 채택되지 못했다. 여야 의원들의 견해차가 그렇게 큰 것도 아니다. 중소상인들이 요구하는 ‘허가제’에는 못 미치지만 전통상업보존구역 주변 입점 제한을 뼈대로 하는 ‘강화된 등록제’에 대해 어느 정도 공감대가 만들어져 있다.
법안 처리가 제대로 안 되는 주된 이유는 한나라당이 외교통상부 등의 반대를 들어 법안 통과를 뒤로 미루기 때문이라고 한다. 세계무역기구(WTO) 규정 위반이라는 것이다. 하지만 입점 제한의 취지는 외국 기업 차별이 아니라 대기업을 견제하는 데 있다. 중소상인 보호가 실질적인 국내 산업 보호라는 주장이긴 하지만, 이렇게 따지자면 대형 유통업체도 국내 기업들이다. 공허한 논리에 불과한 것이다.
중요한 것은 민생문제를 해결하고자 하는 의지다. 한나라당은 겉으로는 입점 제한에 찬성하는 듯하면서 뒤로는 시간끌기에 급급하고 있다. 금융위기로 중소상인들이 특히 어려운 때다. 실효성 없고 소리만 요란한 정부 지원책보다는 하루빨리 입점 제한을 가능하게 하는 법안 개정이 이뤄져야 한다. 중소상인들을 모두 거리로 내몰 생각이 아니라면 국회는 즉각 법 개정에 나서기 바란다.
[조선일보 사설-20100223화] 대통령이 교육 직접 챙겨 이젠 개혁 성과 보여줄 때
이명박 대통령이 22일 라디오 연설에서 "매달 교육개혁대책회의를 열어 학생과 학부모와 선생님들이 교육의 변화를 체감할 수 있도록 더 열심히 챙기겠다"고 말했다. 3월 초 열릴 첫 대책회의 주제는 '입학사정관제 활성화 방안'이며, 그 후 학교 다양화(多樣化), 교원제도 혁신, 대학교육 강화 등을 다루게 된다고 한다.
대통령이 교육 문제를 직접 챙기고 나선다면 정부가 교육정책에 기울이는 노력의 집중도가 크게 달라질 것이다. 미국 오바마 대통령도 지난달 "미국 학생의 과학·수학 성적이 세계 21위, 25위밖에 안 된다" "2억5000만달러를 들여 수학·과학 교사 10만명을 훈련시키겠다" "정부 과학자 20만명이 교실에서 학생들과 함께 실험하도록 하겠다"며 교육혁신을 독려했다.
이명박 정부의 대표 교육 공약(公約)은 '사교육비 절반, 공교육 만족 두 배'다. 정부 출범 2년 동안 학원 심야교습 규제, 외고 입시 개편, 방과후 수업 확대, EBS 인터넷 강의 내실화에 매달렸지만, 이런 사교육 규제의 성과를 피부로 느끼는 학부모는 거의 없다. 최근 통계청 조사에서 확인된 2009년의 사교육비 규모는 2008년보다 3.3% 남짓 늘었다고 한다.
교육개혁의 근본은 사교육 규제보다 공교육을 알차고 효율적으로 만드는 것이다. 3월부터 시행될 교원평가제(評價制)는 공교육 경쟁력을 강화시키는 중요한 교육 인프라가 될 수가 있다. 올해 신입생을 모집하는 자율형사립고·기숙형공립고·마이스터고 같은 학교들도 제대로만 운영하면 학부모·학생의 선택권을 늘려주면서 공교육을 한 단계 끌어올려줄 수 있는 제도다.
중요한 것은 정부의 교육 어젠다들이 일선 교육현장에서 제대로 구현되고 있는지, 아니면 보고서류상 실적(實績)만 늘어나고 있는 것은 아닌지를 철저히 점검하는 일이다. 입학사정관제만 해도 잘못 운영되면 학생들의 스펙(자격시험·특별활동·봉사활동의 경력) 경쟁을 불러일으켜 도입 취지와는 완전히 거꾸로, 있는 집 아이들의 입시 경쟁력만 높여주는 결과를 가져올 수가 있다.
이 대통령은 라디오 연설에서 일부 중·고교 졸업식 후의 알몸 뒤풀이 사건을 언급하며 "대통령인 저부터 회초리를 맞아야 한다. 인성(人性) 교육 또한 교육의 목표이자 교육자의 사명"이라고 말했다. 인성 교육도 대통령·총리·교육장관이 말로만 해서 되는 일이 아니다. 지금 학교에서 무슨 일이 벌어지고 있는지를 정확하게 파악하는 시스템부터 갖춰놔야 한다.
[서울신문 사설-20100223화] 지자체 자율통합 정략과 지역이기가 막았다
행정구역 자율통합 작업이 참으로 실망스럽다. 어제 열린 국회 행정안전위원회 전체회의에서 창원·마산·진해의 통합지원법률만 통과시켰다. 자율통합을 추진한 네 곳 가운데 겨우 한 곳만 성사될 가능성이 높아졌다. 2014년 지방행정체제 전면 개편을 앞두고 적어도 2~3곳은 성사되길 기대했으나 결과가 너무 초라하다. 이렇게 된 데는 국회와 기초의회 등이 주민의 의견은 뒷전이고 정략과 지역이기주의에 편승한 탓이다. 지방선거가 코앞에 다가온 시점에서 자율통합의 실패가 소지역 감정 등 또 다른 부작용을 낳지 않을까 걱정이다.
지난해 말 주민여론조사 결과 찬성률이 높아 자율통합을 추진한 곳은 창원권을 비롯해 성남·하남·광주, 수원·화성·오산, 청주·청원 등 4개 권역이다. 그러나 지난 주말 청원군 의회 의원 전원 반대로 청주권의 통합은 난산을 거듭하고 있다. 행정안전부는 어제 충청북도 의회의 찬성의결을 바탕으로 정부 입법이나 국회 입법을 추진한다고 하나 선거 일정상 쉽지 않은 상황이다. 특히 국회 입법은 지방선거를 앞두고 국회의원들이 적극적으로 나설지 의문이다. 수원권의 통합은 어제 화성과 오산의회의 통합반대 의결로 무산됐다. 성남권의 통합작업은 국회 행안위에서 민주당이 성남시 의회의 의결 과정을 문제삼아 반대당론을 정하면서 중단됐다. 비교적 원활하게 추진된 창원권의 통합만 여야 합의로 가까스로 살아났다.
자율통합의 부진은 지역이기주의가 만연하고 정당들의 정략적 접근이 여전한 탓이다. 주민의 의견과 기초의회 의결의 불일치도 그냥 넘어갈 문제는 아니다. 청원·오산·화성 등은 주민의 통합찬성 여론이 높았는데 기초의회가 이를 무시한 사례다. 아직 시일이 남은 만큼 국회는 일단 창원권 통합법안을 조속히 진행하고 성남권의 통합도 합의점을 찾길 바란다. 행안부도 청주권의 통합을 위해 끝까지 노력해주길 당부한다.
[한국경제신문 사설-20100223화] 경영인출신 교장 임용, 공모제 확산 계기되길
기업 경영인출신들이 개방형 공모제를 통해 유럽식 직업학교인 마이스터고의 교장으로 잇따라 임용되고 있어 눈길을 끈다. 교육과학기술부는 최근 교장공모를 통해 구미전자공고를 비롯 부산자동차고,울산정보통신고 등 3개 마이스터고에 민간기업 임원 출신을 교장으로 선임했다. 이에 앞서 서울시교육청도 공기업 경영인 출신을 수도전기공고 교장으로 임용한 바 있다. 교육계 경력이 전혀 없는 사람이 교장에 선임되기는 이번이 처음으로,교과부는 외부 전문가 유치를 위해 개방형 공모제를 활성화하는 방안을 강구할 방침이다. 비록 특수직업학교가 그 대상이지만 교육의 실용성을 높일 수 있는 교장 임용이자,틀에 박힌 과거의 연공서열식 인사관행을 탈피(脫皮)했다는 점에서 새로운 바람이 불고 있는 것이다.
마이스터고는 정보통신 등 유망 산업분야의 수요에 맞는 직업훈련과 교육을 받고 현장에서 필요로 하는 장인(Meister)을 양성 배출하기 위해 설립됐다. 그런 만큼 수십년에 걸친 산업현장의 경험과 전문 지식을 갖추고,취업알선과 공동연구 등 산학협력을 이뤄낼 수 있는 경영인 출신을 이번에 교장으로 영입한 것은 당위성이 충분하다. 더구나 우리의 대학 진학률이 80%를 웃돌지만 대학에서 기업이 필요로 하는 기술을 제대로 가르쳐주지 못하고 있는 현실에 비춰볼 때 이 같은 기업경영인 출신의 교장 임용에 대한 기대는 더욱 각별할 수밖에 없다.
마이스터고가 기업과의 긴밀한 협력 아래 학생들이 산업현장에서 요구되는 기술을 익힐 수 있도록 교육과정을 마련하고 졸업생들을 기업에 내보낼 수 있는 시스템을 구축하는 일이 시급한 것도 그 때문이다. 중요한 것은 이번 기회에 개방형 공모제 도입을 더 확대해야 한다는 점이다. 최근 서울시에서 일어난 인사비리 사건도 실상은 교장으로 승진하는 확실한 코스인 장학사가 되려는 일부 교사들의 그릇된 출세욕,폐쇄적 교장 임용 시스템에서 비롯된 병폐라는 점에서 그러하다. 이번 마이스터고의 기업인 출신 교장선임이 공모제 확산의 계기가 되길 바란다.
[매일경제신문 사설-20100223화] 국민연금·펀드, 株總 건전한 감시자 돼야
이번주부터 12월 결산 상장사 정기 주주총회가 본격 개막한 가운데 기관투자가들이 주총에서 어떻게 의결권을 행사할지 주목되고 있다. 특히 50조원 가까운 주식을 가진 국내 최대 기관투자가인 국민연금기금이 사외이사 선임을 비롯한 기업지배구조 관련 안건에 어떻게 대응할지 비상한 관심을 모으고 있다.
그동안 국내 기관들은 증시의 큰손이면서도 주총에서는 `거수기` 노릇만 한다는 비판을 받았다. 적극적인 의결권 행사를 통해 경영진을 견제하면서 기업 가치를 제고하는 역할을 다하지 못했다는 지적이다. 작년 주총 시즌 자산운용사들의 의결권 관련 공시를 보면 이들은 전체 1만1000여 개 안건 중 98.4%에 대해 찬성했으며 반대는 0.4%(49건)에 불과했다. 국내 증시에서 기관투자가가 5% 이상 지분을 보유한 상장사가 400개 가까이 될 정도로 기관의 영향력은 커졌다. 하지만 이들은 적극적이고 책임 있는 자세로 기업 의사결정에 참여하기보다는 일반 소액투자자나 다름없는 소극적인 자세로 일관했다. 대주주나 시민단체의 시선을 의식해서 그랬을 것이다.
올해 주총 때는 기관투자가들이 보다 적극 나서 기업 경영에 대한 건전한 감시자 역할을 하기 바란다. 지나친 간섭은 바람직하지 않겠으나 경영 투명성과 지배구조 개선에 도움이 되도록 의결권을 행사하는 일은 주요 주주로서 당연한 책무다. 기관들이 그 책무에 충실할수록 증시 전체의 투명성과 신뢰도 높아질 것이다.
특히 100여 개 상장사에 대해 5% 이상 지분을 보유한 국민연금부터 의결권 행사의 모범적인 준칙을 확립해 가야 한다. 경영진과 유착될 수 있는 장기 재임 사외이사 선임을 반대하는 데 그치지 않고 필요할 경우 투자기업에 사외이사를 추천할 수도 있을 것이다. 다만 최근 KB금융 이사회 참여 논란 때처럼 국민연금이 정부 입김에 따라 관치에 나선다는 오해를 사지 않도록 어떤 경우에 사외이사를 파견할지에 관한 공정하고 투명한 준칙을 만들어야 할 것이다. 모든 기관의 의결권 관련 공시 의무를 더 강화하고 상장사 주총이 특정일에 몰리지 않도록 하는 일도 중요하다.
* 오늘의 칼럼 읽기
[동아일보 칼럼-오늘과 내일/박성원(논설위원)-20100223화] 6·15와 6·25
중학생들은 빨치산 출신 장기수들을 ‘훌륭한 분’이라고 칭송하는 편지를 낭독했다. ‘전쟁 위협하는 외세 몰아내고 우리 민족끼리 통일하자’는 구호를 제창하며 손뼉도 쳤다. 2005년 5월 28일 전북 순창군 회문산에서 ‘6·15 공동선언 실현과 한반도 평화를 위한 통일연대’ 소속 ‘통일광장’이란 단체 주최로 열린 소위 ‘남녘통일애국열사 추모제’ 전야제에서다. 180여 명의 학생 학부모를 이끌고 간 K중학교 김모 도덕교사는 인민군 혁명가와 ‘주체철학은 독창적 혁명철학’이라는 북한 원전을 소지했다. ‘6·15시대의 전진을 가로막아온 미국의 죄악’이라는 글을 인터넷에 올린 사람도 그다. 당시 행사에는 빨치산 출신들도 참가해 학생들에게 ‘통일에 기여한 공로’를 치켜세우는 표창장을 줬다. 이들은 “제국주의 양키군대를 한 놈도 남김없이 섬멸하자”고 외치고, 우리 정부를 ‘괴뢰정부’로 지칭했다.
2000년 6·15 남북정상회담은 남북간 화해무드 조성에 기여하기도 했지만 결과적으로 대한민국의 체제방어 시스템을 약화시켰다는 비판을 면키 어렵다. 정상회담 4개월 뒤 결성된 ‘6·15공동선언 실천연대’의 한 간부는 2004년 중국 베이징에 가서 ‘황장엽과 김영삼을 응징(살해)하고 보안법 철폐 및 반미투쟁을 강화하라’는 북한 공작원의 지령을 받고 돌아왔다. 2001년 3월 결성된 통일연대는 “6·15 공동선언에서 (남북의 통일방안에) 공통성이 있다고 인정한 만큼 연방제 통일안이 과거처럼 불온시될 수 없다”는 성명을 냈다. 2001년 남파된 북한 국가안전보위부 소속 여간첩 원정화는 군 장교들을 포섭해 각종 군사비밀을 빼내다가 2008년 보수정권 출범 후에야 검거됐다.
6·15 공동선언이 북한의 개혁·개방을 이끌 것이라는 가설은 그럴듯했지만 의미 있는 증거는 나오지 않고 있다. 북한 김정일 국방위원장에게 핵무기와 장거리미사일 개발 등 ‘비대칭 전력’을 강화할 자금만 두둑이 쥐여 줬다는 비판을 피하기 어렵다. 그런데도 민주당 정세균 대표는 “6·2지방선거 전이라도 정상회담을 통해 남북관계를 제자리로 돌리라”고 채근하며 “정상회담이 설령 정략적이고 선거에 도움을 받기 위한 것이라 해도 반대하지 않는다”는 ‘아량’까지 보였다.
남북문제를 국내정치에 이용하거나 북핵 같은 안보 위협과 국군포로 납북자 송환 같은 인도적 문제 해결을 외면하는 정상회담이라면 안하느니만 못하다. 북한은 1974년 3월 미국에 평화협정 체결을 제의한 이후 군사·외교 문제는 미국과만 상대하고, 남한은 오직 ‘민족내부 거래’의 상대로서 경협자금을 제공하는 ‘봉’ 정도로만 취급해 왔다. 북한 노동신문이 6·15 선언에 대해 2000년 그해 연말 사설에서 ‘김정일 정치실력의 승리’라고 묘사한 것도 그런 틀이 관철됐기 때문일 것이다.
이명박 대통령과 김 위원장의 정상회담은 잘못된 남북협상 프레임을 뜯어고치는 데서부터 출발해야 한다. 남북간에 지금 필요한 것은 공허한 ‘우리 민족끼리’ 구호가 아니라 북한의 핵 포기와 진정한 화해 노력을 통한 전쟁위협 제거다. 북한 땅과 비무장지대에 묻혀 있을 것으로 추정되는 5만2000명의 국군 전사자 유해를 남북 공동으로 발굴하는 작업도 남북 화해와 신뢰 구축에 도움이 될 것이다. 곧 10주년이 되는 6·15의 한계를 발전적으로 극복하고 60년 전 6·25와 같은 불행한 무력충돌을 막는 것이 3차 정상회담의 지향점이 돼야 한다.
[중앙일보 칼럼-분수대/신예리(논설위원)-20100223화] 끝장토론
조선 시대에도 끝장토론이 벌어진 적이 있다. 양민들이 군에 가는 대신 베를 바치던 군역(軍役) 개혁을 두고서다. 1750년 7월 3일 이른 아침 영조는 3정승과 6승지를 대동하고 창경궁 정문인 홍화문으로 나섰다. 성균관 유생 80여 명과 일반 백성들이 기다리고 있었다. 영조는 개혁을 더 이상 미룰 수 없다며 ‘호포론(戶布論)’과 ‘결포론(結布論)’을 놓고 재상·유생·백성 순으로 의견을 내라고 했다. 두 안 모두 양반까지 징수 대상을 확대하되 전자는 가구 단위로, 후자는 토지 단위로 걷자는 차이가 있었다. “호포가 좋다” “결포가 좋다” 설왕설래는 석양 무렵까지 이어졌다. 보다 못한 영조가 새로 하교를 내렸다. 호포에 찬성하면 북쪽, 반대하면 남쪽에 서라 했다. 모든 신료가 남쪽에 섰다. 다음엔 결포에 찬성하면 북쪽, 반대하면 남쪽에 서라 했다. 이번에도 10여 명을 빼곤 대부분 남쪽에 섰다.(박홍갑 등, 『승정원일기』)
끝장토론의 역사는 몽골까지 거슬러 올라간다. 이국 문화에 관대했던 몽골 제국의 수도 카라코룸에선 종교 토론회가 자주 열렸다. 불교도·이슬람교도·기독교도가 함께 참여하는 토론회에서는 자유로운 발언이 보장됐다. 금기는 단 한 가지. “말다툼을 일으킬 말은 하지 않는다”는 것뿐이었다. 1라운드 토론이 끝나면 2라운드를 준비하며 술을 마셨다. 라운드가 거듭돼도 상대를 설득하거나 개종시킬 순 없었다. 하지만 참가자들이 더 이상 토론할 수 없을 정도로 취할 때까지 토론회는 계속됐다.
18세기 조선이건 13세기 몽골이건 끝장토론에서 말 그대로 끝장을 보지는 못했다. 그래도 갈등이 심한 이슈를 놓고 다른 의견을 최대한 수렴하려 애쓴 것 자체의 의미를 무시할 수 없다. 25일(현지시간)로 예정된 미국 건강보험 개혁 관련 끝장토론도 마찬가지다. TV로 생중계하는 가운데 양당 의원들이 백악관에 모여 한나절 동안 상대 입장을 충분히 들어보자는 게 버락 오바마 대통령의 제안이다. 정치쇼에 불과할 뿐 합의점을 찾기 힘들 것이란 회의론이 고개를 든다. 그러나 미국을 양분할 만큼 견해차가 큰 문제이니 나중에 “할 만큼 했다”며 개혁을 밀어붙이자면 그런 쇼라도 필요하단 지적이 많다. 흡사 나란히 달리는 기찻길처럼 거리가 좁혀지지 않던 세종시 문제를 놓고 첫 의총을 연 우리 여당 의원들도 염두에 둬야 할 대목 아닐까.
[경향신문 칼럼-여적/박성수(논설위원)-20100223화] A형 간염
봄의 길목을 알린다는 입춘도 달포가 훌쩍 지났다. 따사로운 기운마저 느껴진다. 올 겨울이 유난히 추웠던 탓에 봄을 기다리는 사람들도 많았을 듯싶다. 그러나 봄이 오면 어김없이 찾아오는 불청객들이 있다. 황사, 알레르기 비염 등 계절성 질환이다. 도심을 뿌연 먼지 속에 파묻히게 하는 황사는 불쾌지수를 높이기도 하지만 무엇보다 호흡기 환자를 괴롭힌다. 버드나무 등에서 날리는 봄 꽃가루는 보기에는 아름다워도 알레르기 비염의 주요 원인이다. 봄은 백내장 환자에게도 위험한 절기다. 일조량이 크게 늘어나면서 눈을 더욱 침침하게 만든다는 게 전문가의 설명이다. 올해는 이 같은 봄철 질환에 A형간염을 추가해야 할 것 같다. 후진국병으로 거의 사라진 것으로 보였던 A형간염 환자가 급증하고 있다는 보도다. 2002년 인구 10만명당 15.3명이었던 환자수가 2008년에는 4배 이상 증가했고, 지난해에는 15명의 사망자가 발생했다고 한다. 서울·경기 등 수도권에서 집중 발생하고, 젊은 사람들 사이에 전염되는 사례가 많다는 조사 결과다.
A형간염은 봄철에 시작돼 여름철에 기승을 부리는 질환으로, 증상이 신종플루와 비슷해 혼동을 일으킨다고 한다. 최근 타미플루를 복용하던 신종플루 의심환자가 황달증세를 보여 재검사를 해본 결과 A형간염 환자였다는 사례도 보고됐다. 신종플루 여진이 가시지 않은 상황에서, 걱정거리가 하나 더 늘어난 셈이다. A형간염은 조개 등 어패류를 날것으로 먹거나, 오염된 물을 끓이지 않고 마셨을 때 감염될 확률이 높다고 한다. 발열, 오한 등 감기와 유사한 증상을 보이지만 심해지면 복통, 구토, 설사, 황달 등이 나타난다. 가족 중 환자가 있으면 감염 확률이 10배로 높아진다는 연구 결과도 나와 있다. A형간염이 급증하고 있다는 경고에도 이렇다 할 정부 대책은 들리지 않는다. 홍보 부족에 예산 마련도 미미하다는 우려의 소리가 높다. A형간염은 예방접종이 유일한 해결책이지만 백신을 모두 수입에 의존해야 하는 게 현실이다.
지난해 신종플루 백신이 모자라 법석을 떨었던 기억이 생생하다. 국민보건을 위해 가이드라인을 마련하는 등 홍보대책이 시급한 시점이다. 춘래불사춘(春來不似春)이라 했던가. 많은 사람들이 질병에 시달린다면 춘색(春色)인들 흥이 나겠는가.
[서울경제신문 칼럼-기자의 눈/황정원(경제부 기자)-20100223화] 성의없는 국회의원과 공청회
(쇠고기 수입 문제를 둘러싸고) 캐나다와 세계무역기구(WTO) 분쟁절차에 들어가면서 왜 미국 때 같은 촛불시위가 없는 것입니까?"
"중국은 왜 미국이나 캐나다에서 쇠고기를 수입하지 않는다고 WTO에 제소당하지 않습니까?"
"우리도 대만처럼 미국과의 쇠고기 협상에서 강경하게 나가야 하는 것 아닙니까?"
지난주 국회에서 개최된 '캐나다 정부의 WTO 제소 및 쇠고기 수입 문제' 관련 비공개 공청회에서 나온 국회의원들의 질문이다. 캐나다는 우리의 쇠고기 수입거부에 대해 WTO에 불공정무역으로 제소, 현재 심사가 진행되고 있다. 국회 농림수산식품위원회와 농림수산식품부 등은 이 문제를 놓고 내용과 시기의 민감성을 감안해 비공개 공청회를 개최했지만 큰 소득은 없었다.
캐나다와의 쇠고기 협상 문제를 어떻게 해결한다는 논의보다는 왜 이런 문제가 발생했는지의 규명이 앞섰던 까닭이다. 그러다 보니 논의는 과거로 거슬러 올라가 미국산 쇠고기 협상을 다시 해야 한다는 주장까지 제기됐다. 공청회가 다양한 의견을 개진하는 특성이 있지만 의원들의 사전준비와 인식이 크게 부족한 탓에 의미 없는 네 탓 공방만 이어지고 원론적 이야기만 반복됐다.
공청회에 참가한 의원들의 태도에 대해서도 뒷말이 무성하다. 전화를 받으러 회의장을 오가는 모습부터 점심 약속 때문인지 중간에 자리를 뜨는 숫자가 늘더니 2시간이 지나 끝난 공청회의 마지막을 지킨 의원들은 극소수에 불과했다. 특히 일부 의원은 일방적으로 질문한 뒤 간단하게 답변해달라고 요구해 참석자들의 원성을 사기도 했다.
이 자리에 참석한 한 관계자는 "미국의 전례가 있다 보니 모두가 책임을 회피하려고 해 진전이 없는 것 같다"고 말했다.
다음달 말이면 사실상 캐나다와의 WTO 분쟁 1라운드가 끝난다. 우리 측의 승산 가능성이 희박한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결국 지금은 분쟁절차를 어떻게 해결할 것인지, 양자협상을 할 경우 어느 정도 수준에서 수입을 허용해야 할지 등에 대한 논의가 필요한 타이밍이다. 이러한 때 흘러간 노래만 반복하고 있는 국회의원들을 어떻게 봐야 할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