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느님 ! 제 부하를 다치지 않게 하소서 !
교통사고로 병상에 있다 보니 만감이 교차하는 가운데 오래전에 만난 큰 인물이새로이 떠 올랐다. 아코디언과 기타 합주를 맞추어 보기 위해 들린 종로3가의 전통 찻집에서 뛰어난 예비역 장성을 만났는데 바로 서해교전으로 유명했든 박정성 제독이었다. 해군이어서인지 전형적 무골로는 보여 지지 않았고 매우 안온하고 이지적인 선비스타일이었다.
해역사령부로 가기 전에는 정보 파트에 근무하였다고 했다. 그는 나름대로 정보분석을 해 본 바 반드시 서해 NLL 부근에 소규모 접전 도발이 있을 거로 보고 그 판단을 보고하는 데 게을리 하지 않았다.
그런데 나중에 발령 난 걸 보니 가장 위험하다는 2함대 사령부로 떨어져 있었다. 임지에 오자마자 작전계통에 군기를 잡기 시작했다. 평소 흘린 땀만큼 피를 덜 흘린다는 군 교훈도 있지만 평화 상태가 길어 멘너리즘에 빠진 대원들이 많아 이들을 휘어잡아 실전을 방불케 하는 독종 훈련을 계속하다 보니 부하들로부터 미움을 받기가 일수였다.
그러나 분위기를 바꾸지 않고 무섭게 끌어 나가 4개월을 지냈다.
그런 가운데 갑자기 비상이 걸렸다. 연습 비상이 아닌 실전 비상이었다. 진보 정권 아래 가급적 발포 않고 밀어내기로 버티어 왔는데 함선 옆구리가 찢어지고 수류탄이 날라 오는 근접전이 시작된 것이다. 부하의 귀한 생명과 국민세금으로 된 장비를 생각해야 할 시간이 되었다.
상대측의 선제 사격이 있고서야 짧은 기도로 마음을 정리했다.
“ 하느님 ! 부디 제 부하 다치지 않게 해 주소서 ! 제 친구의 귀한 외동아들도 함께 있습니다. 장비는 파손되더라도 인명은 한사람도 다치지 않게 해 주소서! 만약 저의 간절한 기도를 들어 주신다면 남은 삶은 하느님의 뜻에 따라 충실하게 살겠나이다 !”
그는 결전 명령을 내리고 상황판을 보고 있었다.
소형 잠수함과 소형 경비정 제조 실력은 세계 제일이라는 한국 신예 함정의 기동력과 부착 전자 장비의 우수성은 4개월의 고된 훈련 결과와 함께 한명도 사망하지 않고 상대측을 완파시킨 현대 해전사의 신화이자 기적을 낳았다. 이순신장군의 철갑선이 아님에도 한국 신형 함정은 전투 시 대다수가 배 안으로 들어가 앞의 컴만 보고 자판만 두들기면 되었다.
대원 한명은 기관포의 탄약 벨트가 걸려 매끄럽지 않아 우측으로 고개를 숙여 다듬는 사이 상대측의 철갑탄이 방호철판을 뚫고 얼굴이 있었던 부위로 지나갔다. 운도 작용했지만 조상의 음덕일까? 하느님의 가호일까?
또 다른 대원은 양 허벅지 사이로 굵은 탄환이 스쳐 지나가 크게 화상을 입어 삼성의료원에 입원시켜 피부를 이식, 당겨지는 근육통으로 당분간 힘들긴 했어도 결혼에는 지장이 없을 만큼 국내 최고 수준으로 성형을 시켰다.
먼저 도발한 상대측의 피해는 대패이상으로 크게 나타났다. 백여 명에 가까운 사상자외 어뢰정과 경비정은 침몰되었고 나머지 세척도 완파, 반파 등 불구 상태로 되돌아갔다.
모두 격침시킬 수 있었지만 우리들의 방어 의지와 임전 능력을 보여주면 되었지 북한에 태어난 죄 밖에 없는 젊은이들을 더 희생시키기가 안쓰러웠다는 것이다. 그래서 함상에 어지러이 비참한 상태로 실려 자기네 모항으로 되돌아가서 한국과의 전투 결과를 보이게 하는 것이 더 효과적일 거로 판단하고 마지막 매듭을 지었다. 이 사실은 그후 탈북한 북한군에 의해 확인된다. 한국 함정들이 모두 고철로 변해있는 자기네 함정들을 조준하고 있어 내심 마지막이라고 떨고 있었는 데 갑자기 한국 함정들의 포가 위로 올라가며 회항했다고 했다.
그 긴박한 순간에 박제독의 머리에는 마산고 학창 시절, 근교의 성주사 옆에서 토종벌 벌통을 관리하는 양봉가가 생각났다. 매미채를 휘두르며 벌통 근처를 오는 말벌과 서양벌을 잡아 죽이고 있었는 데 한 스님이 지나 가다가 충고하는 이야기를 들었다. “왜 그렇게 살생을 많이 하오? 쳐 들어오는 놈 몇 마리 다리를 부러뜨려 보내면 그들이 가서 거기는 가지 말라고 일러서 그다음에는 오지 않을 거요”
1999년 6월 서해교전 결과는 북한군에 엄청난 파장을 주었다. 미군만 빠지면 단번에 승리한다고 최면을 걸 정도로 교육시키다 한국군의 저력과 전투력, 전장지휘에 수십 년간의 최면이 깨어나는 계기가 되었다. 주변국에서도 한국군의 정예함과 매서움을 보고는 적어도 군사적으로 깔 볼 수가 없게 되었다.
2006년 10월 방한한 러시아 부총리 세르게이 이바노프 국방상은 공식 행사를 마친 후 박정성제독을 만나 군 출신끼리 긴 정담을 나누며 극찬했다. “내가 위성을 통해 스크린으로 연평도 근처 당신의 서해 교전을 영화 보듯 다 보았습니다. 분명 그 전쟁은 정의의 전쟁이었고 당신은 위대한 제독입니다.”
그리스 올림픽에서는 1등을 한 영웅이 있으면 그가 있는 도읍에서는 발 뻗고 잘 수 있다고 축하 잔치로 성을 허무는 축제가 있었다. 고구려에도 “연수영”이라는 연개소문의 여동생이 수군제독(세계사 여성 최초)으로 수송 및 해상권을 확보하고 있을 때까지는 강세를 유지하고 있었다.
우리들에는 이런 영웅들이 남아 있어 아직 희망이 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