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국 중·고교생 가운데 기초학력이 미달되는 학생 비율이 5년 만에 증가세로 돌아섰다. 교육부가 29일 발표한 '2013년 국가 수준 학업성취도 평가 결과'에 따르면 올해 중3, 고2 전체 학생 중 기초학력 미달 학생 비율은 3.4%로, 지난해(2.6%)보다 0.8%포인트 증가한 것으로 나타났다. 기초학력 미달 학생은 국가가 정한 교육과정을 20% 미만으로 이해하는 학생들로, 이들에 대해서는 특별한 교육이 필요하다.
2008년 전국 단위 학업성취도 평가를 실시한 이후 기초학력 미달 학생은 계속 줄어왔다. 예컨대 2008년 첫 학업성취도 평가에서는 전체 학생의 8%가 기초학력에 미달됐으며, 2009년 5.4%, 2010년 4.2%, 2011년 2.8%, 2012년 2.6%로 점차 줄어왔다. 하지만 올해 기초학력 미달 학생이 다시 늘어나 정부의 낙오 학생 관리에 구멍이 생겼다는 지적이 나온다.
◇현 정부 들어와 낙오 학생 늘어
올해 6월 실시한 국가 수준 학업성취도 평가에서는 초등학생을 제외하고 중학교 3학년 학생들과 고교 2학년 110만명이 국어·영어·수학 세 과목 시험을 치렀다. 그 결과 중학교 3학년의 경우 수학 과목에서 기초학력에 미달되는 학생이 5.2% 나왔고, 영어 3.4%, 국어 1.3%였다. 고2는 역시 수학의 기초학력 미달 학생이 4.5%로 가장 높았고, 국어 2.9%, 영어 2.8%로 나타났다.
17개 시·도 지역 중학교 중에는 전북의 기초학력 미달 학생 비율(4.8%)이 가장 높았고, 이어 강원(4.7%), 세종(4.3%), 전남(3.8%), 경기(3.8%), 서울(3.7%), 광주(3.7%) 순으로 나타났다. 전북과 강원, 전남, 경기, 광주는 진보·좌파 진영 교육감이 있는 지역이다. 기초학력에 미달되는 중학생이 가장 적은 지역은 충북(1.1%), 울산(1.6%), 인천(2.2%), 경북(2.2%) 등이었다.
성균관대 양정호 교수는 "현 정부 들어 전반적으로 학생들 학력 증진보다는 학업 부담을 줄여주는 데만 교육정책의 초점을 맞춘 측면이 있다"면서 "낙오 학생 줄이기는 모든 국가가 경쟁적으로 추진하는 교육정책인데 우리가 이를 소홀히 해서는 안 된다"고 말했다.
올해부터 초등학생에 대한 학업성취도 평가를 제외한 것도 비판이 제기됐다. 충남대 천세영 교수는 "초등학교 때 학력이 뒤처지는 아이들을 찾아내 국가와 교육 당국이 적극적으로 개입하고 이들의 학습 향상을 도와줘야 한다"고 말했다.
◇전교생이 보통 이상 학력인 일반고, 수도권에는 하나도 없어
본지와 교육 업체 '하늘교육'이 정보공시 사이트 '학교알리미'에 공개된 전국 1763개 고등학교와 3126개 중학교의 학업성취도 평가 결과를 분석한 결과, 전체 고등학교 중 국·영·수 3개 과목에서 응시생 전원(100%)이 보통 이상 학력을 기록한 학교는 50곳이었다. 이 중 응시 인원이 30명 미만인 소규모 학교 4곳을 뺀 46개 학교 중에는 과학고가 17곳으로 가장 많았다. 다음으로 일반고 15곳, 외국어고와 자사고가 각각 6곳, 영재학교가 2곳으로 나타났다.
보통 이상 학력 100%인 일반고 15곳 중에 서울과 수도권의 일반고는 한 곳도 없었다. 경남 5곳(양산제일고·고성중앙고·함안고·함양고·창녕옥야고), 경북 4곳(경주고·모계고·풍산고·영양여고), 충북 3곳(충주중산고·청원고·한국교원대부설고), 전남 1곳(능주고), 충남 1곳(공주사대부고), 대구 1곳(포산고) 등이었다.
중학교는 보통 이상 학력 비율이 100%인 학교가 전국에 11곳이었다. 이 중 응시 인원이 30명 이상인 학교는 충북 충주의 충주 미덕중, 경기 가평군의 청심국제중, 전남 보성군의 용정중 등 3곳이었다.
☞기초학력 미달
국가가 정한 교육과정 성취 목표를 20% 미만으로 달성한 경우. 진급해도 수업을 따라갈 수 없는 학력 수준을 뜻하지만, 유급은 시키지 않는다.
☞보통 이상 학력
국가가 정한 교육과정 성취 목표의 50% 이상을 달성한 학생. 성취도가 20~50%면 '기초학력'으로 분류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