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경을 보면, 길에서 강도를 만나 쓰러져 있는 사람을 도와준 사마리아인의 이야기가 나온다. 예수님이 말씀하신 비유 가운데 ‘선한 사마리아인 비유’로 잘 알려져 있는 이야기다.
오늘날 사람들은 같은 상황에서 어떻게 대처할까? 사마리아인처럼 도와주고 싶어도, 대부분의 사람들은 ‘괜히 나서서 상황이 악화되거나 사망이라도 하게 되면 어쩌나?’ 하는 걱정에 슬그머니 자리를 피할 것이다.
하지만 이제는 그런 염려를 할 필요가 없다. 응급환자를 돕다가 발생하는 민ㆍ형사상의 책임을 면해 주는 ‘선한사마리아인법’이 제정됐기 때문이다.
살릴 사람은 살리자‘선한사마리아인법’은 응급의료에 관한 법률개정안을 이르는 말로, 응급 상황에 있는 사람을 돕다가 해당 환자가 다치거나 사망하는 등 의도하지 않은 결과가 발생해도 도와준 사람이 정상 참작이나 면책을 받을 수 있게 한 법적 제도다. 이 법은 지난 6월 13일 제정ㆍ공포됐으며, 오는 12월 14일부터 본격 시행된다.
얼마 전까지만 해도 우리나라에서는 선한 뜻으로 응급환자를 돕다가 발생한 과실에 대해서는 도와준 사람 본인이 모든 책임을 져야 했다. 현행 의료법은 의료인이 아닌 일반인의 의료 행위를 금하고 있기 때문이다.
선한사마리아인법 제정과 관련 큰 힘을 보탠 인물 중 한 사람인 김정규 이사장(선한사마리아인운동본부)은 “이러한 환경이 일반 시민의 인명 구조 의욕을 억누름으로써, 이웃이 죽어가는 것을 보고도 외면하게 되는 각박한 사회풍조가 만연하게 됐다”고 지적했다.
이러한 풍토 탓인지 우리나라의 응급환자 소생률은 매우 낮은 편이다. 보건산업진흥원의 통계에 따르면, 예방 가능한 외상 응급환자의 사망률이 39.6%다. 미국이나 독일 등의 선진국이 10% 내외인 것과 비교하면 3~4배는 높은 수치다. 즉 신속한 응급 처치로 살릴 수 있었던 죽음이 그만큼 많다는 것이다.
이에 위급한 상황에 처한 응급환자뿐만 아니라 이들을 돕는 자들까지 함께 보호해 줄 수 있는 법률로 선한사마리아법이 개정된 것은 반가운 소식이 아닐 수 없다.
김 이사장은 “선한사마리아인법이 제정되었으니 앞으로는 일반시민들이 안심하고 인명 구조활동을 할 수 있게 될 것”이라고 밝혔다.
“응급환자 구조 활동은 기독교인의 본분”선한사마리아인법 제정으로 응급환자를 도울 수 있는 길이 넓어지긴 했으나, 법안의 정착 및 확산을 위해서는 아직 넘어야 할 산이 많다.
김 이사장은 “사회 전반에 걸친 생명의 존엄성에 대한 불감증을 극복하기 위해서는 일반인들 사이에 응급 구조에 대한 인식이 확실히 자리잡아야 한다”며 “심폐소생술 등 응급 구조 행위에 대한 교육이 시급하다”고 밝혔다.
그에 따르면, 우리나라의 응급환자 소생률(심정지환자)은 2.5%에 불과해 43%에 달하는 선진국의 6%에 불과하며, 응급환자에 대한 일반 시민들의 심폐소생술 시행률도 5%에 불과해 50%에 달하는 선진국에 비하면 매우 낮다.
이에 김 이사장은 ‘선한 사마리아인 의식’의 회복을 위해 한국교회가 적극 동참해 줄 것을 촉구했다.
선한사마리아인법이 장려하는 응급환자 구조 활동은 기독교인의 본분이요 의무인 생명 사랑의 실천이며, 기독교인은 이 법을 지키고 가꾸고 활용해야 할 의무가 있기 때문이라는 것이다.
특히 그는 “생명 사랑을 실천하기 위해서는 인명구조술의 학습이 뒤따라야 한다”며 “기독교인들이 인명구조술의 중요성을 인식하고 학습에 적극적으로 임할 수 있도록 교회가 독려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와 관련 그가 몸담고 있는 선한사마리아인운동본부는 응급환자를 돕는 다양한 프로그램을 기획, 추진하고 있다. △아주대학교와 공동으로 응급처치 교육 프로그램을 개발하는 한편 △응급 의료 환경 개선에 관한 세미나를 개최하고, △각 교회에 교육 요원을 파송, 응급처치 교육을 실시하고 있다.
김 이사장은 “예수님의 ‘선한 사마리아인 비유’는 이웃을 도우라는 하나님의 명령을 의미하는 것 아니겠느냐”며 선한사마리아인법을 통한 생명 사랑 실천에 한국교회가 지속적으로 힘써 줄 것을 거듭 당부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