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람이 원체 모자라서인가, 다만 성격탓인가, 그도저도 아니면 순전히 운 때문인가.........
"신랑아~ 이번 주말에 어디 어디 좀 다녀오자~~~~으응?"
"티브이에서 보니까 어디 국수가 참 맛있다던데 그거 먹으러 갈까?
"참~~~ 그 영화 디게디게 재밌대. 그거 보러 가자~~"
.............. 싫다는 사람 억지로 끌고 다녀가며 맛난거 찾으러, 재밌는 거 보러 다녀봤지만 언
제나 나의 선택은 실패였고........
그때마다 울 신랑 왈 : "내가 두번 다시 니 말 듣고 어딜 가면 성을 간다!!"
"이번에도 아니면 마누라 확 갈아뿐다!!!" "또 어디서 좋다는 얘기 들었구만~~ 바람들지 마
라. 이번엔 절대 안간다, 안가~~!!" 하면서도 내 성화에 못이겨 결국은 따라가주는 신랑......
그리고 여지없이 또 실망하고 따라간 자신을 책망하며 머리를 쥐어뜯는 신랑......
이번 갑사여행은 신랑 모임에 내가 따라가는 격이니 작년에 즐거웠던 것마냥 맘껏 즐길 수 있
으리라...... 기대에 한껏 부풀었었다. 영평사 구절초 축제 얘기를 듣기 전까지만 해두.....
은하수맘!!!!!!! (까페에 은하수맘이 들어오면 신고 바람) 왈 :
"영평사에서 구절초 축제를 하는데 시월 구일엔 안치환, 한영애 온대. 갑사가는 길에 볼 수 있
으니까 한번 가봐라. 산사 주변으로 구절초가 쫙 피어있는데 꽃만 봐도 너무 좋더라......."
꽃구경이라면 환장을 하는 마담인데 거기다가 안치환과 한영애라니!!! 두눈 빤짝빤짝이며
"그~~으~~~래!! 그렇게 좋아? 날짜는 확실한 거냐? 정말 안치환이 오냐? 근데 영평사가 어
디에 있는 절이냐?" 아무리 좋아도 몇 번의 실패를 거울 삼아 특유의 조심성을 발휘해 가면서
잘못 찾아가거나, 정보가 틀렸을 모든 상황을 점검해 가며 아주 꼼꼼하게 물었더니, 은하수
맘 두말하면 잔소리라는 듯,
"으응~~. 그저께 친정갔다오는 길에 잠깐 들렸는데 구절초가 얼마나 예쁘게 피어있는지 몰
라. 증~~말 좋더라. 근데 9일에 산사음악제를 하는데 두 가수가 온다는 거야. 어디 있냐고?
정안, 정안에 있어. 찾아가기도 쉬어. 정안초등학교나 농협 뒷길로 쭉 올라오면 돼. 우리도 가
기로 했으니까 거기서 만나자~~!!"
"그래, 알았어!! 신랑 꼬셔봐야지!! 꼬~옥 만나자~~~!!!"
갑사에서 만날 약속 다 정해놓고 편안해 있는 신랑한테 이 소식이 전해지자 너무나 당연한 신
랑의 반응 "또 어디서 무신 소리 들었구만? 인터넷에서 봤냐? 누구한테 들었냐? 아니 내가 왜
궁금해 하지. 절대 안간다. 아니 못간다. 그렇게 우기면 너 안 데리고 간다!!!"
박박 우기는 신랑 이틀동안 울며불며, 반협박, 반 공갈로 달래고, 다 잡아 놓은 약속 일일이
전화해서 시간 늦추고 해서야 여러분에게 그렇게 자랑해마지 않았던 정안 영평사로 해서 갑
사로의 여행을 잡은 것이었다........!!!!!
드디어....... 갑사가는 날, 울 신랑 아무래도 내가 못미더운지 몇번이고 확실하게 확인하라고
재촉에 재촉을 거듭했다. 이번엔 친구부부까지 동행하기로 했는데, 이번에도 실수하면 무사
하지 못하리라..... 설마 며칠전에 다녀왔다던 절이 갑자기 없어질리도 없거니와 은하수맘
네도 간다는데 설마 잘못 찾아가겠어. 만에 하나 절이 예쁘지 않아도 안치환과 한영애가 온다
는데, 열일 제쳐두고라도 댕겨와야지...... 마냥 부풀었다........ 마곡사로 해서 정안으로 나가
는 길은 이른 가을인데도 간간이 단풍이 물들고 있었고, 황금들판 가로지르며 드라이브 하기
아주 좋은 청명한 날이었다.
아........ 그러나......... 정안에 가까워져도 그 흔한 현수막 하나 없는 것부터 의심했어야 했다.
아니 아니 그러기 전에 얌전하고 참해 보이는 은하수맘이 실상은 나보다 더 덤벙댄다는 걸 그
전에 알았어야 했다. 축제라고 떠들썩 할 것 같던 정안마을은 조용하다못해 권태로워보였다.
약간의 의심은 들었지만 절이 마을과 멀어서 그러겠거니 생각하고 초등학교와 농협을 찾았
다. 이정표도 안보이고 지나가는 사람도 없다....... 슬슬 겁이 났다. 신랑 눈초리도 매서워지기
시작했다. 등줄기로 땀이 흐른다. "참, 은하수맘네도 온댔지?" 전화를 걸었다.
"도착했냐? 왜 안오냐? 지금 안치환 노래 하고 있는데.... 빨리 와라~!!" 은하수맘이 재촉한다.
"근데.... 영평사 아무리 찾아도 없다. 여기 사람들도 모른댄다. 여기 정안 농협 앞이야. 뒷길이
없다니깐.......!!" 약간 신경질적이 됐다.
마침 경찰차가 지나간다.
"아저씨~~~~!!!!! 구절초 축제한다는 영평사가 어디 있어요?"
"아~~~~! 그 가수 온다는....? 그거 장기에서 한다듬만......."
"뭐시라고요? 정안이 아니라 장기라구요?????"
다시 은하수맘에게 전화를 걸어
"야~~~! 거기가 시방 정안이냐, 장기냐?"
"어? 여기? 정안이지! 정안 농협 뒤로 올라오라니깐~~!!"
끝까지 <정안>이라고 했다....... 나만 들은게 아니고 신랑도 같이 들었다. 그러고도 두명의
증인까지 있다.
"거기....... 장기 아니냐?" 치밀어 오르는 화기를 삼키며..... 내가 울듯이 물었다.
"어? 장기? 여기가 장기던가? 여보 여기가 정안이야, 장기야? 뭐? 정안이라구? 마담이 장기
라는데? 여기가 어디지? 야~~ 우리도 헷갈린다!!" (영평사는 장기에 있습니다.)
상황종료..............................................................
나의 여행은 그렇게 시작됐고........ 끝 또한 별반 다르지 않았다........ 갖은 눈총 받으면서도
포기할 수 없었던 영평사에서 사진 몇장 서둘러 찍고, 약속시간 지나 갑사에 도착........
그때 먹은 술이 아직도 덜 깬 듯하다.........
그리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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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음주엔 안면도를 간다........... 부디 나의 이 징크스를 저 깊은 바다 속에 수장시키고 돌아올
수 있기를 기대해 본다......
첫댓글 서마담, 그 기분 저도 늘 당하는 일이라 잘 알고 있습니다. 어쩔까나...저도 지난 여름 휴가 그래서 망쳤어요. 너무 좋다는 말만 듣고 갔는데 가도가도 나오지 않고 결국 남편과 와장창 싸우고 정말 썰렁했답니다. 언제나 정상으로 돌아올려는지. 팔자라고 생각합니다. 후흐~
그 상황을 보는 듯... 언제나 말만 듣고 갔다가 조개 하나도 못 잡고 그 모래사장을 다 매고 왔지요! 다음날 욱신거리는 팔까지.. 그래도 노동(?)은 안 하셨네요! 사진까지 찍으시고..
ㅎㅎㅎ.... 아직 절 과소평가하시는군요... 안면도 맛조개 잡으러 벌써 다녀왔지요.... 라일락님처럼 그 넓은 해수욕장 다 매고 왔습니다...... 그날은 새벽 3시에 일어나 김밥 싸고, 맛조개 많이 잡을 양으로 맛소금 3kg짜리 2봉지나 사갔답니다........
ㅎㅎㅎㅎㅎ 잼있네요. 저도 지난 여름 어라연 계곡에 갔다가 그늘 하나 없어 허겁지겁 도망치듯 빠져나왔죠.
서마담님, 참 재미있어요. 은하수맘도 참~~ 그래도 두 분 다 여유있어 좋아보이네요. 안면도행은 기대해볼게요. 서마담님 파이팅!
참 재미있네요. 여행은 찾아 헤메는 것이 또 하나의 매력인 것 같기도 해요. 저도 이번주에 안면도 갈 예정이었는데 다음주로 연기 되었지요 저는 친정이 안면도레요. 부디 좋은 추억 만들어 오시고 붉은 소나무의 맑은 공기 많이 마시고 1박을 하신다면 꼭 하늘의 별을 보세요 초롱초롱한 별들이 참 예뻐요
초록바다님, 안면도가 친정이셨군요. 초록바다님 말씀처럼 찾아 헤매는 것도 여행의 묘미군요. 역시 긍정적이셔.
영진이가 참 장가를 잘 갓다는 생각이 드네요 . 계속 우리 이러구 삽시다. 사람은 본인 생긴대로 살아야 행복해요 . 아자아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