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후부터 폭설이 올 거라며 작은 딸이 말하길 오늘 차를 가지고 나가지 말라합니다.
그러나 가야만 합니다. 이미 약속 된 천사 (쉼터여성)들이 우리를 기다리기에!
딸 아이의 말 처럼 정오 무렵 부터 눈이 지속적으로 퍼 붓고 있습니다.
며칠 전 소금창고 복이 터졌습니다.
미리내 천주성삼 성직수도회 에서 겨울 의류만을 선별해 모아 놓았다고 강가밀로 수사님 연락 왔지요.
우린 급히 옷을 준다는 성동장애인 종합복지관 으로 찾아갔습니다. 대자 승합차량을 동원해서,
현장에는 말레이시아 보육원 설립 기금마련 바자회 에 쓰라고 지원한 많은 양의 의류가 쌓여 있었습니다.
알다시피 그곳은 더운나라, 여름옷은 수도회로 실어보내고 겨울 옷은 우리 소금창고에 기증해 주신 것입니다.
너무나 많은 물량, 손바닥만한 소금창고 가져갈 수는 없고, 순간 떠 오른 지혜 즉시 나눔을하자.
창고는 금호동인데 물량을 싣고 구리시에 있는 대자 박아오스딩 가게 이층 창고로 옮겨 선별 작업을 했지요.
소금창고로 한 차를 실어오고 남은 물건은 구리 이층 빈 공간을 창고삼아 보관해 두었답니다.
그 후, 며칠 뒤 볼 일이 있어 나의 주치의? 윤 원장이 있는 일원동 '이야기 내과' 를 갈 일이 있었습니다.
대화 중 서울역 '여성노숙인 쉼터' 에 옷을 보내주면 좋겠다는 원장님 얘기를 듣고 혼쾌히 수락을 하고 왔습니다.
다음 날 알려준 연락처로 쉼터 담당자와 통화를 했더니 장소는 홍제동으로 옮겼고 시간은 일요일 오후 6시 약속.
창고에서 여성의류만 추려 미리 두 자루 준비해 두었고 싣고가는 날 구리시에 들려 또 선별해 가져가기로 했습니다.
소금창고에서 미리 골라 준비한 의류, 여기에 당일 구리시 창고에서 골라 보탤 것입니다.
창고지기 막달레나가 예쁜 제안을 했습니다. '며칠 뒤면 설날이니 새 옷으로 좋은 것만을 갖다주자' 했지요.
그러면서 이것 저것 상표가 달린 브라자, 포장지도 뜯지 않은 핑크빛 미니 손가방, 털실로 짠 쇼올(목도리) 등등.
역시 막달레나는 달랐습니다. 여성 노숙인의 숨겨 진 애환, 상처를 보듬어주는 자상한 엄마의 마음을 보듯 했습니다.
그런데 가져다 주기로 약속한 일요일 낮 부터 눈이 엄청 내리는 겁니다. 눈길운전 위험하니 다음으로 미룰까?
얼른 맘을 다졌지요. '아니야! 기다리는 그분들을 실망시키면 안되지. 첫 마음을 잃치말고 그냥가자.'
금호동 소금창고 가서 미리 준비해 둔 자루를 싣고, 우린 눈길을 조심달려 구리시 와서 한 바탕 또뽑기 했습니다.
쌓아 둔 옷더미에서 쉼터의 천사들이 좋아하고 받아서 기뻐할 옷을 고르느라 막달레나 먼지 무지 먹었을 겁니다.
나는 늘 이런 막달레나의 모습을 보며 감동을 먹습니다. 그는 먼지 먹고, 난 감동 먹고, 먹은 건 쌤쌤인가요?
이왕 구리 온김에 창고로 가져 갈 물건도 몇 자루 가득 담아 내렸습니다. 황소같은 대자가 이층에서 차까지 봉사.
옷을 꾸려 밖으로 나오니 눈은 더 많이 하얗게 쌓였습니다. 그런데 신기한 것은 갈 길 걱정 보다는 환희였습니다.
온 세상의 추함, 더러움도 모두 하얀 솜이불을 쓰고 있으니, 설날 새옷 선물로 받아 입을 그 분들을 생각하니. !!!
다행히 큰길은 운전에 큰 지장을 주지는 않았습니다. 네비게이션이 없으니 물어물어 찾아갈 수 밖에,
힐튼호텔 건너편 동네에서 길을 잘 못들어 할 수 없이 전화했더니, 담당자가 잘 일러줘 쉽게 현장에 도착 했습니다.
좁은 골목에 있는 여성센타에 뒤로 진입, 물건을 내렸습니다.
우리를 반겨 맞아 주신 분은 '열린 여성센터' 김 용희 모금팀장님 이셨습니다.
사무실에서 커피를 대접받으며 짧은 시간이지만 대화를 통해 몰랐던 불우한 여성의 처지를 알게 되었습니다.
차량의 로고와 받아 든 명함에 새겨 진 '열린 여성센터'라는 이름이 내 맘을 위로했습니다.
'여성 노숙인 쉼터'라는 표현보다는 어쩔 수 없는 여건과 고통으로 인해 이곳에 머무는 여성들을 위한 배려 같았기에.
여성센터에는 몇 명의 아이도 있고, 20대에서 60대까지 다양한 연령층의 여성들이 함께사는 자활공동체 였습니다.
세상은 아름답습니다. 이런 시설을 운영하는 주체가 있고 함께하는 봉사자와 후원자가 있기에 사회는 존재합니다.
현재는 30 여분의 식구들이 꿈을 그리며, 새로운 재기의 희망을 가슴에 담고 이곳에서 생활하고 있다 했습니다.
인사를 뒤로하고 돌아나오는 골목길의 어스름 불빛이 정겨웠습니다.
모금팀장님의 재치와 순발력, 얼른 옷 자루에서 핑크 목도리를 꺼내 와 포즈를 취해 주셨어요. 감사 ^>^
소개팜플렛을 찾는 팀장님과 이를 지켜보는 창고지기 막달레나
사랑의 배달부 임무를 마치고 나오는 길 밖에서 본 센터 건물
그러고보니 주일미사를 드려야하는데? 우린 동시에 명동성당 9시 미사를 가기로 궁합이 맞았습니다.
눈발이 주춤한 덕분에 눈길이지만 예상보다 일찍 명동성당에 도착했습니다. 순간 허기가 엄습해 왔습니다.
막달레나와 나는 가끔 가는 명동교자에서 칼국수를 나는 공기밥 두 그릇에 사리 하나 추가 본전을 뽑았습니다.
저녁을 먹은 명동칼국수 2층입니다. 거울을 보고 내가 나를 찍었습니다.
순대를 채우고 밖으로 나오니 눈은 소리없이 수줍은 시골처녀 마냥 조용히 계속 내리고 있었습니다.
미사를 마치고 나오니 눈은 더욱 많이 쌓였습니다. 분위기를 돈보다 더 좋아하는 나 이기에 성당입구에서 '찰칵'
금호동 창고로 진입하는 도로 골목도 온통 새 하얗게 덮였습니다. 까만 밤 하얀 눈길을 운전하는 나는 행운아!
왜냐면? 나는 유독 눈를 좋아합니다. 내 심성이 눈 같이 맑고 깨끗한 탓이 아닌가 합니다. '아님 말구'
밤 9시 미사를 마치고 나오는 길, 눈이 쏟아지는 명성성당 입구에서
밤 11시가 다 되어가는 시간 소금창고를 향해 가는 길, 차 안에서 한 장 찍었습니다.
성모님의 마음으로 사랑실천은 친구 막달레나가 하고, 난 기껏 운전기사 노릇만 했는데도 행복온도 는 같았습니다.
행복할 수 있도록 기회와 여건을 마련해 주신 '미리내 천주성삼 성직수도회'강 가밀로 수사님께 감사♥♥♧
설이 다가오는 싯점 축복의 통로가 이어지도록 정보를 주신 '이야기 내과' 원장님과 김진숙선생님께도 감사♡♥♡
연약한 대부를 대신하여 힘을 써 준 대자 아오스딩/ 기쁘게 받아주신 '열린 여성센타 팀장님' 께 감사드립니다.
첫댓글 일요일 여기도 많은눈이 내렸답니다 이웃들과 나눔의얘기를 듣고 있노라면
제 마음도 행복해집니다 정작 저는 실천하지도 못하면서 .....ㅎㅎ
어젯밤 행복했어요. 알맹이를 그동안 눈으로만 봤는데, 어젠 소리를 들었으니까요!
저는 알거지, 껍떼기만 예수님, 저도 알맹이가 될래요. 속과 겉이 예수님 닮은 알맹이~~~~.
소금창고에 가면 주님의사랑을 봅니다
지금까지 살아오면서 너무나 몰랐던 세상을 보며 그속에 가득한 주님의사랑을.......
모든 생명과행복이 흘러나오는 원천이신 하느님 아버지 자비시여!
소금창고를 이끌어주시어 무한 사랑과 찬미영광 받으소서!
여타의 사정 으로 거리를 배회해야 하고 갈곳을 잃은 여성약자에게 쉼터와 재활할 수 있도록
사랑의 거처가 마련되어져 있는 '열린여성센타' 가 있음에 감사한다.
우리는 협력하여 선을 이룬다. 땡큐 하느님
저에게도 행복바이러스가 그대로 전해져옵니다.
사랑의 배달부땀시요~~~~~~
풍성한 소식! 감사드립니다~꾸뻑^^