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스카우트연맹의
크고 작은 스카우트 행사와 회의 때,
스카우트 제복을 입고 참석하시는 지도자 분들이
그리 많지가 않습니다.
지도자 회의를 위해서
별도로 제복을 챙기기가 쉽지 않기에
대부분 평상복 또는 양복 정장을 하고
회의에 참석하십니다.
그런데 여의도 중앙본부의 각종 회의와 행사 때,
저 멀리 전남 순천에서부터
언제나 스카우트 제복을 단정하게 차려 입고 오시는
스카우트 선배님 한 분이 계십니다.
그 분인들 KTX 타고 서울까지 오시면서
남들 눈에 확 띄는 스카우트 제복이
아무렇지 않게 편할 리 없으시겠지만
그런 시선 아랑곳 않고
언제나 스카우트 제복을 착용하시고
여의도까지 오시곤 합니다.
어느 날인가 그 선배님께 제가 말씀드렸습니다.
“매번 회의나 행사 때마다
스카우트 제복을 착용하시는 모습에 제가 부끄습니다,
저도 앞으로 공식적인 스카우트 모임에는
항상 스카우트 제복을 착용하도록 하겠습니다.”
매번 스카우트 행사와 회의 때 마다
스카우트 제복을 착용한다는 것이
생각처럼 쉽지 않더군요.
그래도 가능하면
스카우트 제복을 착용하려고 노력하고 있습니다.
선배님의 그 위풍당당(!)한
스카우트 제복 사랑을 떠올리면서 말이지요.
어떤 때는
스카우트 지도자 회의나 주요행사에 참석할 때에
스카우투 제복을 입으면
오히려 어색할 때가 있습니다.
대부분의 참석자들이 평상복 혹은 양복 정장을
입고 오시기 때문입니다.
부통령이 스카우트 연맹 총재인 나라의
스카우트 중앙이사회에 참석해 본 적이 있습니다.
부통령 이하 모든 이사님들이 한 분도 빠짐없이
스카우트 제복을 착용하고 계시더군요.
제가 참석한 그 회의 때 뿐만이 아니라,
그 나라는 크고 작은 스카우트 지도자 회의 때
당연히 모두들 스카우트 제복을 착용한다고 합니다.
(그 나라 NSO의 중앙본부 직원들은
매주 월요일은 스카우트 제복을 입고 출근을 합니다.)
꼭 특정국가가 아니더라도,
스카우트 활동이 활발한 나라들은
스카우트 행사나 회의 때 임원들과 지도자들이
대부분 스카우트 제복을 착용한다는 것을
알게 되었습니다.
역시
“형식이 본질을 좌우한다”라는 말은
틀림이 없는 것 같습니다.
우리도
스카우트 행사나 회의 때에는
당연히 스카우트 제복을
입어야 하는 것이 아닌가 싶습니다.
지도자들이 스카우트 제복 착용을 꺼려하면서
대원들이 제복 입지 않는 것을
탓할 수는 없을 것입니다.
대집회나 기타 단위대 행사에
단복을 차려입고 대원들을 마주하는 저에게
어느 분이 물으시더군요.
길거리에 스카우트 제복 입고 다니면
창피하지 않냐고요.
창피? 스카우트 제복이 창피?...
모든 집회와 행사에
크리스마스트리 같이 주렁주렁 부착물을 달고
스카우트 대원들과 함께 하는 이유는,
제가 동네 사람들 이목이 집중되는 것을 즐기는
관심병이 있어서가 아니라,
우리 대원들에게
스카우트 제복 입은 대장의 모습을
가능하면 더 자주 보여주기 위함입니다.
우리 대원들도 대장을 바라보며
저 어려서 대원이었을 때와 같은 생각을
하지 않을까 싶어서이지요.
“나도 커서 우리 대장님 같은 지도자 단복 입어야지...”
스카우트가 시작된 영국에서는
여왕 또는 왕을 알현하러 나아갈 때 입는 옷은
정장과 군복 등으로 제한되어 있습니다.
그런데 그런 불문율을 깨고
베이든 포우엘 경이 당당히 스카우트 제복을 입고
조지5세 국왕을 알현함으로써,
그 이후에 여왕 또는 왕을 알현하는
드레스코드에 스카우트 제복이 추가 되었습니다.
스카우트 제복은
영국 여왕을 만날 때
입을 수 있는 옷입니다.
그만큼 자긍심 넘치는 복장입니다.
스카우트 활동에는 드레스코드라는 것이 있습니다.
한국스카우트연맹 제복장구 매뉴얼에도
드레스코드가 명시되어 있습니다.
스카우트 제복 정복, 활동복, 자유복...
스카우트 활동을 하면서,
가장 명예롭고 가장 자부심 넘치는 복장은
일반 사복 정장도, 연미복도 아닌 스카우트 제복입니다.
스카우트 행사와 회의에서 당연히 입어야 할 복장은
스카우트 제복입니다.
스카우트 운동의
여섯 가지 구성요소 중 하나인
“상징 체계(Symbolic Framework)”를
굳이 논하지 않더라도,
스카우트 제복이 우리를
하나로 만들어 주고
스카우트답게 만들어 준다는 것은
군인이 군복을 입어야 하는 것만큼이나
자명한 사실입니다.
(제가 강의 때마다 강조하는 부분입니다.
양복을 입으면 신사가 되고,
예비군복을 입으면
그 옷에 걸맞는 행동을 하게 됩니다.
스카우트 제복을 입어야 스카우트다워 집니다.)
스카우트 제복을 착용하는 것이 부끄럽다면
우리는 이미 내부에서
우리의 정체성과 사회적 지위를
스스로 폄하하고 있는 것입니다.
그러면서 어떻게 사회와 일반인들이
스카우트를 몰라준다고 섭섭해 할 수 있겠습니까?
스카우트 행사와 회의가 많아지는 계절이 다가왔습니다.
다음 주에 있는 중앙본부 행사에,
무엇을 입고 가야할까 고민할 필요도 없이
저의 선택은
스카우트 행사에 가장 명예로운 복식,
스카우트 제복을 착용할 것입니다.
스카우트 지도자가 진짜 창피해야 할 것은,
스카우트 제복을 착용하고 시내를 돌아다니는 것이 아니라,
스카우트 제복 착용을 부끄러워하는 것이기 때문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