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헉! 너 누구니? 도마뱀이잖아!![월드컵경기장 가다가 도마뱀을 만나다]호미숙
2010년 10월의 마지막 날인 30일 지난여름부터 전국으로 빡센 여행길에 무릎이 무리를 했는지 통증으로 인해 그동안 타지 못했던 자전거도 탈 겸해서 서울숲을 달려가 가을풍경을 담고 여유로운 시간을 더 보내려 하늘공원을 향해 룰루랄라~~샤방샤방!! 자전거로 씽씽~~ 가을바람 쐬며 한껏 즐거운 라이딩을 하면서 달려갑니다
성산대교를 지나 막 월드컵경기장 쪽으로 오르는 길을 끙끙 달려가고 있는데 오마나~~ 저게 뭐야? 쫄래쫄래 도망치는 한뼘 정도 되는 뱀도 아닌 것이 뭐였더라~~ 갑자기 생각이 나지 않다가 아하~! 도마뱀이었습니다 화들짝 놀래서 목에 메고 갔던 카메라 얼른 앵글 맞추고 찰칵!! 처음엔 쪼르르 도망치듯 하더니만 그대로 길 한가운데 멈추어 서서는 한참을 그대로 있는 겁니다
아이고, 이런 길에 나와 다니면 사람들에게 밟히거나 자전거에 깔린다 어쩌누 어서 숲으로 도망가~~ 하면서도 내심 가만히 있는 도마뱀이 얼마나 귀여운지 사진 찍기 여념이 없었습니다
그때, 자전거를 타고 내려오시던 어르신 한 분이 제게 다가와 그게 뭐냐고 묻기에 "도마뱀이 길에 막 돌아다니네요" 하니까 이곳은 뱀도 있어요~ 하시더라고요 하늘공원이나 노을공원 정도에 그런 파충류가 출몰한다해도 이해하지만 날씨마저 풀려서 가을 뙤약볕 아래 뜨겁게 달궈진 보도블록을 기어 다니는 도마뱀이 걱정스러웠지요
자전거를 한 옆에 세워두고 사진 찍다가 일부러 자전거 끌어다 눕혀 놓고 찍어도 가만있고 제가 신고 간 구두를 나란히 다가가도 꿈쩍도 하지 않네요
손가락보다 약간 긴 정도였는데 아주 용감했답니다 제가 자전거를 일으키는 사이 아저씨가 휘휘 쫓자 도망가는 쪽도 또 보도블록 위로 쪼르르 미끄러지네요~ 아저씨는 "야야! 그리로 가면 어쩌냐 얼른 저 풀섶으로 가라~" 하면서 방향을 잡아 쫓아 주셨네요
요즘 서울 근교 자연생태공원에도 뱀이며 개구리 등이 출몰하는데 그만큼 자연처럼 잘 가꾸었다는 뜻이겠지요
부디 그 도마뱀도 무사히 하늘공원으로 돌아갔으면 좋겠습니다
자전거 타고 가다가 급히 내려서서 자전거는 내팽개치고 쬐끄만 그 녀석에게 다가가 보니
처음엔 이름이 생각나지 않았다가 한참 뒤에 생각난 도마뱀!!
어릴 적 유년 시절 시골에서 많이 보았고 솔직히 개구쟁이처럼 짓궂게도 놀았는데
처음에 저를 보자 쪼르르르 도망치듯 하더니 한참을 달려 간 곳이 가을 햇볕에 달궈진 보도블록 위를 쭈욱 달려가다가 멈추데요 일단 도망칠세라 급히 서둘러 셔터 연속으로 눌러대면서 혼잣말을 중얼거립니다
카메라 바짝 들이대도 꿈쩍도 안합니다
야, 너 어디서 온 거야. 왜 이러 큰 길에 나와 돌아다니는 거니 얼마나 위험한데....
크기를 비교해 볼 겸 그리고 숲으로 도망치라고 구두를 들이밀었는데도 고개만 홱! 돌리고
경계의 눈빛으로 두리번거리면서도 숨을 할딱이는 모습이 보입니다
일부러 자전거 끌어다 세우면서 연출도 해봅니다
어쭈구리~~ 여전히 겁도 없구나, 어서 가라~~니 그러다 큰일 난데이!!
바퀴 틈새로 빼꼼히 올려다보고 있네요, 하하하~~ 고녀석!! 자전거 재미있어요? 나도 타보고 싶어요~ 저 좀 태워주실래요? 네? 아이구!! 전입가경일세, 얼렁얼렁 이 자리 피해, 이 길은 정말 위험하다고~~
에이! 아줌마 아줌마가 쫒는 바람에 뜨거운 보도블록 위를 달려 숨이 차서 그런 거니 좀 쉬게 놔두실래요~~ 얼씨구~~~ 그런데 아줌마~~!! 저 안 무서워요? 저 지금 뱀눈 뜨고 있어요 ~~ 호호, 야야! 내가 살던 고향엔 너 같은 도마뱀은 그냥 놀이 친구였단다 ㅎㅎㅎ 항개도 안무셔!!!!
이때 자전거 탄 아저씨 나타나서 무사히 도마뱀을 숲 속으로 보내줬답니다 아마도 도마뱀을 야생에서 본 것은 무려 40년 만인 듯하네요 이런 서울의 도심에서 길을 활보 하는 녀석을 보니 공연히 걱정이 앞서네요..
혹시라도 여러분들도 도마뱀 보시면 절대로 잡지 마시고 숲 쪽으로 쫓아 주세요~~
원문-http://homihomi.tistory.com/380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