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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산 칠백리 트래킹 코스 중 갈맷길 코스를 택하여 청마가 출발하기에 새벽 잠을 깨고 인터넷 지도를 펼쳤다. 익장고속국도와 대통고속국도 남해고속국도 중앙고속국도를 차례로 달리게 된다.
차는 유일관광 소속이었다. 아마 지입차일 거다. 새로 뽑은 멋지고 쾌적한 차를 기분 좋게 탔다. 버스를 탄 느낌이 아니라 안방에서 TV를 보는 것처럼 편했다. 기사님의 노련한 베스트 운전에 차멀미를 걱정할 사람은 눈을 씻어도 없다. 남항대교 아래에서 하차하니 이정표가 고개짓을 했다.
하늘은 파랗고 바다는 푸르다. 청마는 역시 푸르고 파란 말이구나. 오늘 시월 11일은 최적의 트래킹 날씨다. 산악회장님의 키가 크시니 시야도 툭 트이고 날도 잘 받으셨다. 내가 몇년 전 정령치에서 바래봉까지 구비구비 능선을 타고 지리산의 정기를 만끽한 적이 있었다. 그날도 날씨가 최상이었다. 청마가 날개를 달고 하늘길을 날았렀다. 오늘은 청마를 타고 해변과 해안 절벽을 따라 갈매못길을 갈매기처럼 날고싶다.
거북섬이라. 처음의 이름을 개명한 곳이다. 송도가 거북섬으로 고쳐졌으니 거북이 구도가 된 것이다. 송도는 백사장이 있는 송도해수욕장에 뺏기고 말았으니 억울한 일이다. 마치 일본이 독도를 자기네 섬이라고 세계에 광고하는 것과 흡사하다.
송도에는 소나무가 자생하고 있었는데 뽑혔단다. 그래서 솔송자 송도인데 이름을 도난 당하고 의지하던 옷마져 벗겨졌으니 남은 게 거북이 모양의 바위섬이다. 억울한 돌섬을 구름산책로로 달래주었다. 여자분들이 인어인지 해녀인지 조형물을 안아주었다. 여자상이 있으면 남자의 조각상이 반드시 있다. 남자의 상을 붙잡고 기념 촬영하는 여자분은 눈에 안 뜨였다.
멀리 해상에 고래조형 등대가 있다. 옛날에 포경선을 피해 기겁을 하며 달아났을 고래가 떠오른다. 인간과 같이 허파로 숨을 쉬고 유방이 있어 젖을 먹여 새끼를 키운다. 요즘 고래들은 오염된 바다에서 몸부림친다. 스티로폼과 플라스틱 가루와 비닐을 먹고 잠수를 못하여 해변 백사장으로 떠밀려 온다. 인간들이 바다로 밀어 넣어도 둥둥 떠올라 살 수가 없다. 고래를 살리려면 비닐포장지를 쓰지 말고 플라스틱 제품을 만들지 않아야 한다. 어디 고래 뿐인가. 바다 속의 작은 새우며 프랑크톤까지 몸속에 플라스틱이 쌓이고 박히고 병이 깊어졌다. 그걸 잡아서 사람들이 식도락을 즐긴다. 결국 플라스틱을 만들고 함부로 바다에 버린 인간의 식탁으로 플라스틱이 되돌아 오는 것이다.
등대가 보이고 케이블카가 하늘을 가르고 있다. 등대는 밤바다의 교통신호등이다. 등대의 고마움을 배들은 칠흑같은 밤에 절실히 깨닫는다. 등대같은 사람이 되면 수많은 사람들을 구할 수 있겠다. 어둠과 고통에서 헤매는 사람들을 낙원과 천국으로 인도하신 성인들이 얼마나 위대한가.
케이블카가 평일이어서 사람이 타지 않은채 비어서 가는 게 더 많았다. 전기가 낭비되는 것이 눈에 보였다. 거리에 빈 택시들이 굴러다니고 기름 값은 치솟는다. 저와같이 빈 케이블카가 많으면 전기료가 오를 수 밖에 없다. 승차한 카만 보내고 사람이 안 탄 카는 쉬어야 맞다. 열 대 중에 한 두 칸만 사람이 탔으니 비어서 가는 게 낭비다. 재주가 넘치고 꾀가 많은 인류가 달에는 가도 저런 부조리는 어쩌지 못한다.
땅과 거북섬을 이어놓은 구름다리 끝은 바다쪽으로 유인하였다. 더 이상 바다를 향해 무한정 다리를 놓을 수가 없다. 구름산책로 끝 조망대는 더 이상 멀리 바라볼 수가 없다. 멀리 보려면 더 높은 조망대가 필요하다. 낮은 데서는 아무리 멀리 보려해도 가까운 것만 보이는 법이다. 높이 올라야 멀리 보인다. 사람의 정신도 마찬가지다. 안목이 높고 이상이 높아야 멀리 보인다. 마음의 눈이 낮으면 비록 하늘 높이 올라도 무지 몽매와 어리석음을 벗어나기가 어렵다. 되돌아 섰다. 송도해수욕장이다. 옛날에는 나무들이 서있었을 산에 높은 건물들이 키를 재며 버티고 내려다 보았다. 해수욕을 하는 이들을 몰래 굽어다 훔쳐 보려는 형세다.
모래 속의 깨진 병조각과 병뚜껑과 인간들의 지저분한 생산물들을 추려내는 작업을 하고 있었다.
사람들이 머물고 간 자리에는 흔적이 남는다. 흔적 없이 머물다 가면 좋으련만 꼭 상처를 남긴다. 동남아 여행 중에 대나무를 보다가 부끄러웠다. 대나무에 낙서를 했는데 한글이었다.
해상다이빙대가 눈을 끌어갔다. 태종대가 떠올랐다. 여기서 다이빙 연습을 하던 무직자 젊은이가 어느날 바다 안개가 짙은 음습한 날에 태종대에서 뛰어내릴 것만 같아서 마음이 저렸다. 인생의 행복은 오늘 자금 이 순간인 것이다. 한 생각 잘하면 천당이요 극락이며 한 생각 엉뚱하면 지옥이요 고해인 것이다.
절벽에서 폭포수가 낙하 비행을 즐겼다. 저 물은 사람들을 달래주는구나. 지난 번 태풍에는 바람을 타고 성난 파도가 절벽을 할퀴었을 것이다. 그날에 저 폭포수는 두려워서 벌벌 떨면서 하던 노래를 멈추고 숨울 죽였을 것이다. 폭포는 인간들의 수작을 비웃을지도 모른다. 원래 폭포는 자연의 선물인데 인간들이 흉내를 내어 인공폭포를 세웠으니 어디 물이 하늘에서 떨어지랴. 거꾸로 머리채를 당겨 올려진 물이 억지로 곤두박질을 쳐야하는 처지의 조작된 폭포수인 것이다. 물은 자유롭게 낮은 곳으로 흐르고 싶다. 인공 폭포수는 인간이 만든 억지 동물원의 동물들 신세보다 나은 게 없다. 입구에서 뿜어 올려지던 분수도 억지 춘향이요 가련한 삐에로다. 물을 하늘로 올리는 일은 인간의 업무가 아니다. 오직 천지가 할 일이다. 천지는 아무도 모르게 물을 하늘로 끌어 올린다. 증발시킨 물을 모아 비구름 물구름을 만든다. 대단한 솜씨다. 인간이 도저히 범접하지 못할 수준이다. 여우비 소낙비를 자유자재한다. 때로는 태풍과 허리케인으로 엄청난 폭우를 내려 홍수를 내고 자연에 도전하려는 가소로운 인간들을 징벌하기도 한다.
현인 광장이 송도해수욕장 한가운데에 자리했는데 현인 선생의 동상이 반겨주었다. 선생은 서구 출신이다. 굳세어라 금순아를 부르사더니 베사메무쵸를 부르시었다. 숨넘어 가듯이 긴장감이 고조되어 사람들의 귀를 잡아당기신 분이셨다.
송도 오션파크 오토캠핑장 부근에서 점심을 11시 초에 서둘렀다. 이처럼 깔끔하고 마땅한 곳이 또 어디 있겠는가. 선두에서 대장님과 여기가 좋다며 결정을 내리고 자리를 잡았다. 앞은 가슴이 시원하게 툭 트인 바다. 커다란 모선들이 낮잠을 자고 케이블카는 갈매기를 쫓고 있었다. 뒤쪽은 병풍같이 포근한 산에 곰솔나무들이 바람을 막아주고 있다. 소양에 사신다는 80을 훨씬 넘기신 어르신이 열매로 담은 가양주를 따라 주시었다. 송도해변에서 술을 마시니 천국이 열렸다. 극락이 여기요 낙원이 따로 없었다. 푸른 바다가 온통 술향기로 넘쳤다. 나는 드릴 게 농사지은 것 밖에 없었다. 사과대추와 단감을 드시라고 건내드렸다. 110년만의 살인적인 폭염과 땅이 타는 가뭄에도 기적같이 부활한 열매이니 깨물기도 미안한 과일이다.
송도해안산책로에 들어섰다. 송도해안볼레길이라고도 하는지 차안에서 받은 안내장에 씌어있다. 산행장소는 부산 갈맷길 4코스라 하였다. 송도해수욕장에서 해수욕을 한 사람들이 암남공원까지 산책을 하면 좋겠다. 800m의 절벽을 철재 데크와 두 개의 구름다리로 이었다. 바위에 구멍을 뚫고 철기둥을 심었다. 오르락 내리락 공사를 하느라 무척 고생을 하였겠다. 그 분들이 수고하신 덕분에 바다를 흠뻑 마시면서 기분이 맑아졌다. 하지만 자연은 상처를 입은 것이다. 우리가 편하게 되어 좋으나 절벽은 철주에 찔리고 모습은 치열교정하듯이 철판으로 덕지덕지 엮였다. 중국 장가계에 갔을 때 잔도를 걸었었다. 사람들이 하늘을 찌를듯한 높은 절벽에 매달려서 마치 신선이나 된 듯이 아래 세상을 내려다 보면서 우쭐거리는데 남녀노소 울긋불긋 가관이었다. 그 곳에 비하면 이 길은 점잖은 길이다. 바다를 보면서 너그러운 마음이 들고 티끌같은 작은 이해타산에도 옹졸했던 내 마음이 한없이 부끄러운 생각이 들었다. 멀리 수평선 너머에 사는 콧대 높은 나라의 기름진 삭탁에
배부른 사람들도 그리고 어린 핏덩어리가 나오지 않는 젖을 물고 깡말라 피골이 상접한 체 눈만 휑하게 뜨고 어머니의 눈물도 마른 품에 안겨 죽음 직전에 신음하고 있는 안타까움도 교차하여 가슴을 스쳐갔다. 세상은 아름답고 또 슬프다. 내가 이란성 쌍둥이 남매를 손자 손녀로 받은 것은 아름답고 아기를 낳은 날 밤에 죽음을 맞이한 며느리는 슬픔이다. 갑자기 하늘이 멍하고 바다가 울었다. 쌍둥이는 초등학교 2학년으로 컸고 며느리 무덤애는 백목련이 심어져서 한 번 말라죽고 다시 심어 두 길은 자랐다. 앞으로 애들은 씩씩하게 자라고 며느리 무덤 위 백목련은 큰 나무가 될 것이야. 바다는 잔잔하고 하늘은 나를 껴안아 주었다.
두도가 보인다. 콩처럼 생겼는데 콩두자가 맞는지 모르겠다. 안내판 보다 사진이 급했다. 돌섬 위에 나무들이 가족을 이루었다. 세상은 저와같이 하나의 가족이어야 맞다. 나는 오늘 청마산악회의 가족이다. 그간 아내와 나는 8년 동안 외출도 삼가고 산이며 바다며 굶었다. 해외 여행은 뜬구름이었다. 어느덧 쌍둥이가 자라서 오늘 새벽에는 자기들이 알아서 학교에 갈테니 잘 다녀오라고 안심을 시켜주었다. 오랜만에 애들 키우느라 고생한 아내를 동반한 트래킹이 아내의 주름살을 펴주었다.
김수로왕릉 옆 박물관 입구 공원에 허씨 왕비가 서서 우리를 맞이했다. 인도에서 왔다면 국제혼인이다. 돌아가신 어머니가 그 후손이니 나도 이 할머님의 피를 받았다.
진영휴게소에 들러 활어회 춤판을 열었다. 내 성미에 가만히 있을 수 없어서 식탁을 나르고 비닐을 깔았다. 방어가 살아있었다. 입에 넣으니 펄펄 뛰었다. 소주와 맥주를 섞어서 달래니 진정이 되었다. 총무님이 바빠서 못 오시고 상추와 쌈장 된장 와사비 마늘이 대신해서 총 출동했다. 차안에서 헌칠하신 쾌남 회장님이 5만원을 먼저 꺼내면서 활어회를 먹자고 하셨다. 당연하고 말고 박수를 쳤다. 5천원씩 더 내고 이리도 입이 감질을 하며 잘 빨아들이니 뱃속은 함성을 지르고 야단법석이다. 이 큰 축복에 혼이 푹 빠져서 오늘 이 찰나 얼마나 인생이 즐거운가. 청마를 타고 이 시간에 내가 함께 있음이 하늘같은 은혜요 바다같은 기쁨이다.
집으로 올라오는 버스 차창 밖 저녁 하늘에 용 한 마리가 청마를 향해 미소를 짓고 있었다.
청마야 , 오늘 새벽부터 저녁까지 수고가 많았다. 까르페 디엠, 오늘이 즐거우면 인생이 행복하다
첫댓글 우 와 ᆢ
대 ㆍ다 ㆍ나 ㆍ다
배우고 싶다 ᆢ
대단해요 ᆢ
엄지척 입니다 ᆢ
와~~우 잘 보았습니다 두분의 나들이 앞으로도 자주 있으시길 바래 그럼 볼께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