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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10620 (월)
- 산이란 무엇이며 고개는 또 무엇인가?
• 서울에서 설악산 대청봉이나 비선대를 가려면 대관령, 한계령 또는 미시령을 넘어야한다.
• 동부제철 본사가 있는 “대치동”의 “대치(大峙)”는 우리말로 “한티”라고 하는데 이는
“큰 고개”를 의미한다.
• 옛날 경상도선비들이 한양으로 과거보러 오는 데는 여러 길이 있었지만 그중 가장 선호한
길이 “새재”를 넘는 것이었는데 “새재”는 한자로 “조령(鳥嶺)”이라고 말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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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올해는 우리카페회원님들이 산행을 즐기시겠다고 하여서 얼마 전에
“서울에서 가까운 산들”을 정리하여 올린 적이 있는데, 요즘과 같이 날씨가 덥고
햇볕이 너무 따가우면 산에 가기도 힘들겠습니다.
- 그러면 위의 예문에서 과연 “산”과 “봉”과 “대”는 무엇이며 또 어떻게 다른가요?
또한 “고개”와 “재”와 “령(嶺)”과 “치(峙)” 또는 “티” 그리고 “현(峴)”은 어떻게 다른지
의문이 있어서 알아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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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산이란 무엇인가?
가. 산(山) - 봉(峰=峯) - 대(臺) - 악(岳=嶽)
일반적으로 산을 나타내는 말에 위의 “산(山) - 봉(峰=峯) - 대(臺) - 악(岳=嶽)”
등이 있는데 다음은 사전적인의미와 일반적인 의미를 감안한 설명입니다.
* 제주도 한라산은 “백록담”, “윗세오름”, “성판악”, “일출봉” 등 화산지형에 따른 명칭이
육지와 많이 다른데, 언젠가 여유가 있을 때 자세히 살펴보기로 하고 여기서는 육지의
일반적인 이야기만 올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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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설악선 공룡능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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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산(山) : “평지보다 썩 높이 솟아있는 땅덩이”를 말합니다.
- "산(山)“은 중국의 갑골문(甲骨文)에서는 “������△⊿”으로 봉우리가 세 개인 산을 나타내는
글씨로 원래부터 큰 산을 뜻하였습니다.
* 갑골문(甲骨文) :
1899년 유악(劉顎)이라는 사람이 중국 최초의 왕조인 상(商)나라(은-殷-나라라고도
하지만 상나라가 옳음)의 옛 왕도 자리인 은허(殷墟)에서 발견하였는데 쓰여 있는
내용이 복점(占)에 관한 것이므로, 이것을 ‘은허복사(殷墟卜辭)’ 또는 간단히
‘복사(卜辭)’라고 하는데 “거북의 등 껍데기나 뱃가죽 뼈(귀갑-龜甲)”과 ”소 등
짐승의 뼈(골-骨)“에 새겨져 있었으므로 ”갑골문“이라고 하며 중국 한자(漢字)의
원초적 형태로 보고 있음.
- 갑골문의 발전과정
- 갑골문과 현대한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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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즉, “산(山)”이란 일반적으로 산 전체를 이르는 말로 그 산에 있는 꼭대기에 “봉”이나
“대”라는 말을 붙인 별도의 봉우리가 없는 경우 그 산의 꼭대기를 말합니다.
- 그리 크지 않은 산들은 대부분 이에 속합니다.
(예) 불암산, 수락산, 주흘산, 한라산(백록담은 원칙적으로 꼭대기가 아니지요) 등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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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그런데 우리나라 땅 이름 중에 바닷가에 있으면서 “산(山)”이라는 글자가 붙은 곳이
여럿 있는데 - 부산(釜山), 울산(蔚山), 마산(馬山), 군산(群山), 서산(瑞山), 안산(安山),
원산(元山) 등등 = 언젠가 지각변동이 있으면 이곳에 산이 새롭게 솟아올라온다는 말이
있는데 근거가 있는 것인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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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 봉(峰 = 峯) : “산봉우리”의 준말로서 산꼭대기의 뾰족한 부분을 일컫는데
줄여서 ‘산봉(山峰)‘이라고 하기도 하고, 우리말로는 ’멧부리‘라고
합니다.
- 높이에 관계없이 그 산의 높은 봉우리를 “봉” 또는 “대”라고 부르는데 일반적으로
그 산의 정상을 말할 때는 “봉”을 쓰며, “대”는 통상 “봉”보다 낮습니다.
- “봉(峯)”의 한자는 “받들 봉-奉”위에 “메 山”을 올려놓은 모양의 글자인 것으로
보이는데, 이는 그 산의 가장 높은 봉우리를 말하는 것처럼 느껴집니다.
그래서 일반적으로 그 산의 정상을 “~~봉‘이라고 부르는 경우가 많습니다.
# “봉”은 원래는 “峯”이었는데 쓰기 편하게 “峰”을 쓰게 된 것으로 보입니다.
(예) 도봉산-자운봉-만장봉, 설악산-대청봉, 지리산-천왕봉, 속리산-천황봉 등등
- 그러나 꼭 그렇지도 않은 것이 북한산만 보아도 “인수봉”, “노적봉”, “비봉” 등등
“봉”자의 봉우리가 꽤나 많은데도 오히려 가장 높은 봉우리는 “백운대”이며 관악산도
“연주대(연주봉 이라 부르기도 하지만)", 청계산 "망경대" 등은 “대”를 붙인 경우입니다.
# <북한산연구회>라는 단체가 쓴 글에 의하면 “백운대”라는 이름은 북한산이
“삼각산”으로 불릴 때의 예전에는 “백운봉‘이었다고 합니다.
그런데 일제강점기 때 우리민족의 정기를 깎아내리려고 “대(臺)”라고 고쳤다는
주장입니다. 그래서 “백운대”가 “인수봉”보다 높은데도 “대(臺)”가 되었다고 합니다.
* 산봉우리 이름을 들다가 또 하나 이상한 것은 우리나라 산 꼭대기에 “천왕봉” 또는
“천황봉”의 이름을 가진 산이 많다는 것입니다.
- 지리산 천왕봉(天王峰), 무등산 천왕봉(天王峰) 등은 “임금 왕(王)”을 쓰고,
속리산 천황봉(天皇峰), 월출산 천황봉(天皇峰) 등은 “임금 황(皇)”을 쓰는데,
계룡산 천황봉(天凰峰)은 “봉황새 황(凰)”을 씁니다.
- 그런데 한 연구가에 의하면 김정호의 대동여지도에는 지금 “천황봉”으로 되어있는 곳이
모두 “천왕봉”이었다고 하면서 이 역시 일제의 잔재라고 주장하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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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 대(臺) : “대(臺)”는 “돈대(墩臺) 대”라고 하는데 “조금 높직한 평지”를
말합니다.
- 산에서의 “대”는 통상 “봉”보다 낮은 봉우리에 붙이는데 의외로 “대”가
붙은 봉우리가 많습니다.
- 그런데 “대(臺)“의 글자를 약간 억지로 풀어보면 ”높을 고(高)“에 ”이를지(至)“를 붙인
형상의 글자로서 물건을 놓는 받침대, 대들보 또 망대(望臺) 등 사방을 바라볼 수 있는
높은 곳을 이르는 데, 산에서 “대(臺)”자를 붙여 쓰는 곳은 꼭 정상이 아니라도
주로 큰 바위로 이루어진 봉우리에 많이 붙여 쓰이고 있습니다.
(예) 북한산-백운대-만경대, 도봉산-신선대, 속리산-문장대, 설악산-비선대,
무등산-서석대, 입석대 등등
# “돈대 대(臺)”자는 우리말에서도 약자로 쓸 때에는 “台(태)”라고 쓰는데
이 글자의 “台(태)”는 원래 “별이름 태, 또는 높임의 뜻을 가진 태”라고 읽어야 하는데,
일본말에서는 “たい” 또는 “だい”로 읽어서 우리말의 “대(臺)”와 같은 뜻을 가져서
그런지 우리도 “대”로 읽는 경우가 많아서 “대”인지 “태”인지 문맥을 보아서 알아야
합니다.
- “대만(臺灣)”을 “台灣(태만)”이라고 쓰고는 “대만”이라고 읽어 달라는데,
아는 사람은 괜찮겠지만 모르는 사람들은 그렇게 읽지 않겠지요.
“대만” 사람들은 “태만(怠慢)”한가? 하겠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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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 악(岳=嶽) : “악(岳=嶽)”은 “큰 산 악”이라고 하는데, “岳”이 “嶽”보다
오히려 더 오래된 글씨라고 합니다.
- 우리나라 산에는 끝에 “악”으로 끝나는 산 이름은 따로 없고 그 뒤에 “산”등을 붙여서
“관악산”, “설악산” 등으로 부르는데, 단지 특정한 산을 말하는 대화체 등에서는
그냥 “악”으로 끝나게 말하는 경우가 많습니다.
(예) 경기 오악(五嶽), 설악(雪嶽), 북악(北岳=백악-白岳 이라고도 부릅니다.) 등 등
- 대개 “악”을 가진 산들은 대부분 큰 바위로 이루어진 산들에 많은데 특히 재미있게
말하는 사람들은 “악”이 붙은 산은 오르기가 어려워서 “악!!!” 소리가 저절로 나오는
산이라고 말들 합니다.
* 악(岳)은 “메 산(山)” 위에 “언덕 구(丘)”를 붙여서 만든 글자인데
- “구(丘)”는 옛날 중국 갑골문(甲骨文)을 보면 “������⊿” 라고 봉우리가 두개인 산(山)을
그린 모습이라고 하며, 현재의 글자는 “예서체(隸書體)”로서 모양이 많이 바뀌어
글자모양만 보고는 원래의 뜻을 알 수 없게 되었습니다.
- 따라서 “악(岳)”은 산(山)위에 또 두 개의 산을 붙인 글자이니까 큰 산을 의미한다고
하며, 위에서 말씀드린 대로 “악(岳)”이 “악(嶽)”의 고어(古語)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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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예서체 - 글씨체의 종류 ]
“전서체(篆書體), 예서체(隸書體), 해서체(楷書體), 행서체(行書體), 초서체(草書體)”
그리고 그 밖에 “인전체(印篆體)”, “감정류(勘亭流)” 등등의 글씨체에 대하여는
언젠가 시간이 나면 다시 다루어 보겠습니다.
- 이 중에서 우리가 가장 일반적으로 접하는 글씨체는 “해서체(楷書體)”로서
글자모양이 가장 반듯하여 “정서(正書)”라고도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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따라서 이상을 정리하여보면 “산(山)-봉(峰=峯)-대(臺)-악(岳=嶽)” 중에서
“악(岳=嶽)”은 별도로 하고 높이의 순서가 일반적으로 “산(山)-봉(峰=峯)-대(臺)”
의 순서임을 알 수가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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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음에는 “고개” 등을 나타내는 말에 대한 이야기입니다.
감사합니다.
첫댓글 학장님 수고가 많습니다. 드디어 문화사학 부문으로 연구하시니 기대가 됩니다. 그런데 서양 사람들은 산은 큰 산만을 이야기 하고 우리가 말하는 작은 산 즉 동산은 산 취급도 않고 언덕(hill)이라고 하더라고요.
그렇습니다. "언덕" 이야기는 다음 편에 올립니다. 서양사람들은 특별한 목적의 전문적으로 오르는 것만을 "등산"이라 하고 우리가 보통 다니는 산행은 "하이킹( hiking)"이라고 하더군요. 그래서 우리가 등산이 취미이고 매주일 간다고 하면 깜짝 놀랍니다.
산의 표현방법이 다채롭군요. 그리고 아름다운 강산에 대한 일제의 의도가 괘씸하군요. 산 정상 말뚝이나 중앙청 걷어내듯 섬나라 속 좁은 친구들의 조작을 아름다운 원래의 이름으로 되 돌려야 겠군요. 아! 천황봉!
그렇습니다. 일제의 잔재가 산에만 남아있는 것은 아니지만, 가끔 어쩌면 저렇게 조직적으로 또 계획적으로 그리고 또한 문화적으로도 또 일상생활쪽으로도 침투했는지 어안이 벙벙합니다. 그저 우리 것을 잘 지키는 일이 가장 중요합니다.
산 이야기가 나온 김에 여기 일본 에도막부 말기에 석월성이라는 무사의 시를 하나 소개 합니다
男兒立志出鄕關 學若不成死不還 埋骨豈期先墓地 人間到處有靑山
남아입지출향관 학약불성사불환 매골기기선묘지 인간도처유청산
사나이가 뜻을 세워 고향을 떠났다 만약 학문을 이루지 못하면 죽어도 돌아가지 않으리
뼈를 묻는데 어찌 선산을 기대할소냐. 사람 사는덴 모두가 푸른산이라(거기에 묻히면 된다)
이 시에서의 청산은 조물주가 만들어 준 고향이 아닐까요?
이 사장님의 한시 실력에는 감탄을 금할 수 없습니다. 말씀하신 내용은 결국 성철스님의 "산은 산이요, 물은 물이로다."로 이어지는 것은 아닌지??? 물론 그 말씀을 성철스님이 처음 말씀하신 것은 아니라고 하지만도... 처음에는 그 말 의 뜻이 무언지 도무지 몰랐었는데 나이가 먹어갈수록 점점알듯 말듯 합니다.
청산에 살으리랐다가 생각나는군요. 어차피 세상 만물이 다 조물주의 것이죠 ㅎㅎ