듀오 연주가 갖는 특별한 재즈연주의 미학을 너무도 잘 이해하고 있는 두 거장의 보석 같은 앨범이다. ECM의 터줏대감으로 유로피언 모던재즈의 역사와 함께해온 이탈리아의 트럼펫, 플루겔 혼 연주자 엔리코 라바(83)가 뉴욕을 중심으로 자신만의 독창적인 연주세계를 펼쳐가고 있는 중견 피아니스트 프레드 허쉬(67)와 듀오 앨범을 발표했다. 듀오 연주는 여러 연주자가 연주하는 일반적인 편성의 재즈연주와 크게 다르다. 쿨재즈나 일부 현대적인 재즈연주에서 솔로잉 보다 즉흥적인 앙상블 구현하거나 연주자 간 인터플레이에 비중을 두는 경우도 있지만 보통의 경우 테마를 연주하고 연주자가 돌아가며 각각 자신의 독창적인 솔로잉을 선보이며 존재감을 드러내는데 치중한다.
그러나 듀오 연주에서는 주어진 공간이 크고 서로를 응시할 수만 있다면 그 어떤 연주도 가능해지기 때문에 서로 대화하듯 마음껏 자신의 이야기를 펼쳐 보일 수 있다. 앨범 전 트랙에 이와 같은 두 연주자의 여유로움과 보조적인, 그리고 때로는 격정적인 연주가 잘 혼합되어 모든 트랙을 들을 때까지 신비로운 감정을 느끼게 한다. 앨범의 포문은 ‘Retrato em Branco e Preto’는 반음계적이고 반복적인 모던 보사노바의 전형을 보여주는 카를로스 조빔의 고전으로 열고 있다. 이 곡은 엔리코 라바가 2006년 당시 34세였던 피아니스트 스테파니 볼라니와 녹음한 그 유명한 듀오 앨범 ‘The Third Man’에 두 테이크 녹음된 적이 있어 당시의 연주와 비교해서 듣고 싶은 충동이 생기게 한다. 낭만주의적 스테파니 볼라니의 연주가 뇌리에 강렬하게 남아있기 때문인지 프레드의 연주는 따뜻하고 감각적이며 엔리코 라바의 트럼펫 사운드를 감싸는 느낌을 받게 된다.
두 번째 트랙 ‘Improvisation’은 유일하게 스텐다드 곡들 사이에서 오리지널로 연주된 곡이다. 그렇다고 해서 특별히 즉흥성을 강조하기 보다는 조성 안에서 두 사람의 대화가 펼쳐지는 듯한 화성과 리듬의 향연을 듣게 된다. 중반부 이후 다소 비조성적인 사운드가 겹쳐지지만 그 이후에 이어지는 ‘I’m Getting Sentimental Over You’와 앨범 타이틀이기도 한 ‘The Song Is You’ 등 유명 스텐다드 곡이라고 해서 결코 통상적인 연주로 들리는 법은 없다. 프레드 허쉬는 니콜라 페로우토와의 인터뷰를 통해 “단선율을 내는 엔리코 라바의 악기가 솔로를 하고 자신이 반주 한다는 개념은 처음부터 없었으며 곡에 대한 설명이나 방식에 대해서도 최소한의 이야기를 나누고 모두 그저 연주했을 뿐이다”라고 말했다. 두 연주자는 자신들의 디스코그래피에서 듀오연주의 높은 비중을 자랑한다.
엔리코 라바의 경우 앞서 언급한 이탈리아의 피아니스트 스테파니 볼라니가 당시 20대일 때 ‘Rava Plays Rava’(1999)와 ‘The Third Man’(2007)를 각각 녹음했으며 2000년에 피아니스트 Ran Blake과 발표한 ‘Duo en noir’또한 좋은 평가를 받은 바 있다. 프레드 허쉬 역시 듀오연주에 최적화 된 독창성과 선율을 만들고 멜로디를 이끌어내는 서정적인 연주력은 여러 듀오 앨범을 통해 우리에게 잘 알려져 있다. 특히 클라리넷 연주자 ‘아낫 코헨’과의 라이브 앨범, ‘Live In Healdsburg’(2018)과 기타리스트 빌 프리셀과 줄리언 라지와 각각 발표했던 ‘Songs We Know’(2021)과 ‘Free Flying’(2015) 등이 대표적이다. 또한 2006년에는 뉴욕의 재즈클럽 ‘빌리지 뱅가드’에서 1주일 간 솔로 피아노를 연주했을 정도로 능동적이고 주도적인 피아노 연주에 능하다고 할 수 있겠다. 그 후 2010년 말 역시 1주일 간 펼쳐진 솔로 피아노 연주는 2011년 ‘Alone At The Vanguard’라는 앨범으로 발매되기도 했다.
이 두 거장의 연주는 앨범의 후반부 ‘Child’s Song’, ‘Misterioso’, ‘Round Midnight’ 등에서 더욱 독창적이며 서로 유기적인 연주를 엮어가고 있으며 재즈 애호가들을 매료시키기에 충분한 앨범이라는 긍정적인 평가를 하게 된다.
https://youtu.be/xacHPStIQgE