존재 위백규가 <지제지>를 펴냈던 천관산(723m)은 천관보살이 머문다는 곳이다. 매년 남도의 따뜻한 온기에 진달래가 만발하는 곳으로 가을이면 장흥산악회 주최로 억새제가 열린다.
850년생 태고종이 풍채를 자랑하는 장천재는 동백나무숲이 일품으로 천관산 산행의 들머리라 하겠다. 장천재~체육공원~신선봉~금강굴~구정봉~천관산~정상~봉황봉~장안사 코스는 종주도 가능한 원점회귀산행으로 추천할 만하다.
마을주민들이 중봉 아래 치성을 드리는 금강굴을 지나면 경사가 심해지고 구정봉 오름길에는 바위지대라 로프를 잡고 안간힘을 쓰기도 해야 한다. 대장봉을 지나면 연대봉까지 부드러운 능선길이 이어져 가을이면 억새가 장관이다. 천관산 정상인 연대봉에는 봉수대가 있어 예전 한라산으로부터 신호를 받곤 했다.
이외에 천관사에서 출발해 9개의 기묘한 봉이 이어져 구정봉에 올라 대장봉, 천관산으로 오르거나 구정봉을 오른 후 정상을 지나 장안사로 하산해도 좋다.
*교통
광주나 장흥을 기점으로 삼아야 한다. 광주에서 관산행 버스는 광주종합버스터미널에서 05:00~21:00까지 30분 간격으로 다닌다. 장흥에서 관산행 버스는 장흥공용버스터미널에서 06:40~22:35까지 하루 50회 시외버스가 운행된다. 관산에서 들머리 장천재까지는 택시를 이용하는 편이 낫다.
*숙박과 먹거리
장천재 입구의 천관산관광농원이나 천관산자연휴양림이 있다. 장흥 인근의 율포와 수문포에서는 바지락회와 맛깔스런 덧밥을 맛볼 만하다.
*볼거리
천관산에는 천관보살의 유래인 김유신과 천관녀의 전설이 남아있다. 김유신에게 버림받은 기생 천관녀는 중이 되어 김유신을 도와주었으며 결국 그녀가 천관보살의 화신이었다는 것이다. 천관사는 신라때부터 천관신앙의 중심지로 융성시기에는 89개의 암자를 거느릴 정도였다고 한다.
관산읍 방촌리에는 두기의 장승이 남아 있다. 동쪽의 여장승과 서쪽의 남장승으로 모두 벽사진경의 호법장승이라 하겠다. 다소 투박하긴 하지만 꾸밈없는 서민의 정서를 나타내고 있다. 또한 남외리 석대들은 이방언이 이끄는 동학농민군이 마지막 전투가 벌어졌던 곳으로 역사의 애환을 되짚어 보는 것도 좋겠다. 이외에 국내 최대의 차밭이라는 보성의 차단지도
가깝다.
# 천관산 오르는 세 갈래 길
천관산 산행을 할 때 꼭 염두에 두어야 할 것은 오르고 내려가는 중간중간 보게 되는 바위들을 일일이 찾아 보아야 한다는 점이다. 바위마다 생김새가 제각이고 이름이 있어 바위를 하나씩 찾아보면서 산행을 하면 또다른 즐거움을 준다. 산행시간은 한나절이면 충분하기 때문에 시간에 쫓길 염려는 없다. 연대봉에서 구룡봉까지의 십리길은 평지와 다름없는 완만한 능선이라 이곳저곳 돌아보며 바위구경을 하는 것이 좋다.
천관산에서는 등산로를 따로 찾을 필요없이 능선자락만 따라가면 된다. 계곡은 경사가 급하고 너덜지대가 많아 오히려 험하고, 주변 경치를 제대로 보지 못하고 오르는 행위만 해야 하기 때문이다. 반면에 기암들은 모두 능선 위에 있어 기암을
감상하며 산행을 할 수 있고, 바위가 막아선다 하더라도 우회로가 나 있어 위험하지 않다.
일반적인 등산로는 관산읍 방면에서 천주봉~연대봉~장천재로 내려오는 길, 천관사~천주봉~연대봉~금수봉~장천재로 내려오는 길, 대덕읍에서 탑산사~구룡봉~천주봉~연대봉~삼동자석~탑산사로 내려오는 길이 있다. 이밖에도 깊은재에서 천주봉으로 오르는 길, 관흥에서 연대봉으로 오르는 길, 평촌에서 연대봉으로 오르는 길이 있다.
1. 장천재~천주봉~연대봉~장천재
장천재를 산행 들머리로 천주봉으로 올라 정상인 연대봉에서 다시 장천재로 하산하는 코스는 가장 많이 알려진 길이다.
천관산의 바위를 가장 많이 볼 수 있을뿐더러 하산길에는 다도해를 감상하며 내려올 수 있어 좋다.
산행들머리는 장천재다. 천관산 관광농원에서 포장길을 10분쯤 오르면 왼편으로 큰골에서 내려오는 물소리가 시원하게 들리는 곳에 장천재가 있다. 태고송이라 불리는 아름드리 소나무가 있는 곳으로 여름이면 발디딜 틈 없이 사람들이 많이 찾는 곳이다.
장천재에서 얼마 올라가지 않으면 체육공원이 나타난다. 이곳에서 길이 두 갈래로 갈린다. 체육공원에서 오른쪽으로 90도 방향을 틀어 능선으로 올라야 한다.가파른 능선을 5분쯤 오르면 부드러운 능선이다. 이곳에서 5분쯤 가 계곡을 건넌다.
계곡을 건너서부터 본격적인 산행이 시작된다. 이곳부터 천주봉까지는 에누리없는 오르막이다. 오름길 중 선인봉까지는 능선의 기울기가 급하다. 가파른 길을 15분쯤 부지런히 오르면 왼편에 쉼바위가 나타난다. 이곳부터 천주봉까지는 바위를넘고 돌아가면서 가는 길이다. 관산벌이 한눈에 보이고 다도해도 보이기 시작한다.
쉼터에서 15분쯤 더 오르면 선인봉에 닿는다. 선인봉에서 바라보면 능선 위로 천주봉을 비롯한 종봉, 석산봉 등의 바위들이 삐죽히 솟아 있다. 계곡 건너 왼편 능선 위에도 바위들이 군락을 이루고 있는 모습이 한눈에 든다. 평평한 바위들이 곳곳에 있어 오름길에 고된 몸을 쉬어가기 좋다.
선인봉에서부터 바위 능선길은 한결 부드럽고 기울기가 완만해진다. 선인봉에서 5분쯤 가 종봉을 왼편으로 돌아가면 작은 바위굴이 하나 있다. 10분쯤 더 오르면 기치창검한 바위들이 금방이라도 무너져 내릴듯이 가득하다. 이곳부터 능선인지 계곡인지 모르게 능선이 부드럽다. 천관산에서 기암괴석이 가장 많이 몰려 있는 곳이다.
석선봉을 지나 선재봉에서 천관사에서 오르는 등산로와 만난다. 선재봉에서 관음봉을 왼편으로 돌아 길이 나 있다. 관음봉에서 가장 높은 봉우리가 대세봉이다. <지제지>에는 '큰 벽이 기둥처럼 서서 하늘을 찌르니 보기에 늠연하여 감히 우러러 보지 못하며 나는 새도 능히 오르지 못한다'고 표현했다.
관음봉을 지나면서 길은 천주봉 오른편으로 돌아가게 나있다. 당번봉은 마치 장검을 꽂아 놓은 듯하며 천주봉은 천관산 바위봉우리 중 가장 높다.
천주봉을 지나면 720봉에 다다른다. 석선봉에서 이곳까지 내처 걷기만 하면 15분쯤 걸리지만 바위 구경도 하며 쉬엄쉬엄 오르는 게 좋다.
720봉에서 천관산 정상인 연대봉까지는 뛰어다닐 수 있을 정도의 부드러운 능선이라 땀을 식히며 천천히 걷기에 좋다.
720봉에서 연대봉까지는 15분쯤 걸린다.
연대봉 가기 전 잘록한 안부에 감로천이 있다. 가뭄이 극심할 대를 제외하고는 사시사철 물이 있는 곳이다. 이곳에서 5분쯤 둔덕을 오르면 연대봉 정상이다.
연대봉 정상에 서면 천주봉 쪽을 제외한 삼면이 탁 트인다. 관산읍에서 다도해, 회진항, 대덕읍이 막힘없이 보인다.
연대봉 정상에서 장천재로 하산하는 길은 봉수대 왼편으로 나 있다. 막힘없이 펼쳐진 다도해를 바라보며 내려가는 길이라 한결 마음도 여유롭다. 능선의 기울기도 완만해 두런두런 이야기를 나누며 걷기에 좋다.
봉수대에서 부드러운 능선길을 10분쯤 내려가면 다시 바위 군락이다. 첫봉우리가 사모봉이다. 마치 옛날 벼슬아치들이 쓰던 비단 실로 만든 모자와 같이 생겼다하여 붙여진 이름이다.
사모봉 아래의 바위봉우리가 석고바위다. 바위봉우리 맨 위에 있는 바위가 북 모양으로 생겼다하여 붙여진 이름이다. 전하는 말에 따르면 북 위에 둥근 샘이 있다고 한다.
석고바위에서 5분쯤 내려오면 봉황봉이다. 길 왼편에 바위쉼터가 있어 쉬어가기 좋다. 이곳에서 바라보면 옛날 장흥군의 고을 현이었던 방촌마을과 그 너머로 간척사업이 끝난 곳에 다도해가 시원하다. 한결 다도해에 가까와진 느낌이 드는 곳이다.
봉황봉에서부터 장천재까지는 능선의 경사가 다소 급해져 주변을 살필 것 없이 내려가기만 하는 곳이다. 작은 바위들도 능선 중간중간 있지만 그다지 폼새가 나지 않는 모양이다.
봉황봉에서 20분쯤 내려오면 바위 길도 끝이 나고 솔숲으로 길이 이어진다. 솔숲을 10분쯤 걸으면 길이 두 갈래로 갈린다. 왼편으로 난 길은 장천재로 내려가는 길이고, 오른편으로 난 길은 장천재 아래 정자로 내려가는 길이다. 어느쪽으로 가든 상관없다. 두 곳 모두 5분쯤 내려가면 된다.
2. 장천재~금수봉 능선~천관사
장천재에서 금수봉 능선으로 올라 천관사로 내려가는 길은 금수봉 능선을 오르는 동안 좌우 능선의 기암괴석을 감상하며 갈 수 있다. 또한 천관사로 내려오는 길에도 720봉에서 삼신봉까지 바위 군락을 감상할 수 있고, 내림길 끝에 천관사를 러 볼 수도 있다.
장천재에서 조금 올라가면 체육공원이 나온다. 체육공원을 지나 50m 정도 가면 계곡을 곧장 따라 가는 길과 오른편으로 능선을 따라 가는 길이 나뉜다. 갈림길에 비석이 세워져 있다.
오른편 능선을 따라 가파른 비탈을 10분쯤 오르면 능선 위에 닿는다. 이곳부터 곧장 능선을 보고 오르는 길이다. 천관산 오르는 대부분의 등산로가 그렇듯이 밑에서 능선을 오르는 길은 가팔라 힘이 들고 얼만큼 오르고 나면 완만해져 오르길 초반에 힘을 쏟아야 한다.
능선에 올라 15분쯤 오르면 쉼바위가 있다. 위로 금수봉의 웅장한 자태가 보이고 오른편 능선 끝 천주봉을 위시한 바위봉우리들이 하늘금을 그으며 삐죽히 솟은 모습도 보인다.
쉼바위에서 15분쯤 오르면 금수봉에 닿는다. 금수봉은 암릉으로 10분쯤 이어진다.
금수봉 아래에 금수굴이 있다. <지제지>에 '넓기는 사람 하나가 들어갈 만하고 높기는 열자 남짓 되며 안으로 들어가면 그 속은 점점 넓어져 둥글고 길죽한 데 맑은 물이 고여 진금색을 띠고, 굴이 다한 곳에는 거품이 생겨 엉키고 뭉치어 큰 덩어리는 주먹만 하고 햇살이 밝게 비추며 옥처럼 빛난다'라고 금수굴의 신비스런 모습을 표현했다.
금수봉 암릉을 지나면 바위 하나, 나무 한 그루 볼 수 없는 부드러운 흙길이다. 기울기가 가팔라 보이지만 오르짓을 해보면 생각보다 가파르지 않다. 금수봉 능선에서 20분쯤 오르면 연대봉에서 720봉으로 이어진 능선에 올라설 수 있다. 바로 아래에 감로천이 있어 마른 목을 축이면 된다.
이곳에서 연대봉을 올랐다 다시 720봉으로 간다.
720봉에서 내려 가는 길에 있는 당번,천주봉에서 길이 두 갈래로 갈린다. 오른편 길로 가면 장천재에서 천주봉으로 올라 오는 길을 따라 가다 선재봉에서 천관사로 내려갈 수 있다. 왼편 길로 가도 관음봉에서 천관사로 내려가는 길과 만난다.
왼편 길은 문수,보현봉과 대세봉을 돌아서 가는 길이다. 관음봉에서 능선을 넘어가면 오른편으로 돌아갔던 길과 만난다.
천관사로 내려가는 방향으로 신상봉, 홀봉, 삼신봉이 우뚝하다. 길은 바위봉우리 오른편으로 나 있다. 홀봉에서 내려가는 길에 삼신봉을 바라보면 마치 탕건을 쓴 원숭이와 같은 재미난 형상을 하고 있다.삼신봉을 지나면 더러 바위봉우리가 나타나지 않고 내리막길이다.
삼신봉에서 30분쯤 가파른 내리막 길을 내려가면 능선의 기울기가 수그러들면서 부드러운 흙길이 나온다. 능선이 두 갈래로 갈리지만 푹 꺼진 구릉지대라 능선을 구별하기 힘들다. 하지만 등산로가 워낙 잘 나 있어 길을 잃어버릴 염려는 없다.
부드러운 흙길을 따라 5분쯤 가면 왼편으로 천관산자연휴양림으로 내려가는 길과 오른편으로 천관사로 가는 길이 갈린다.
갈림길에서 오른편으로 3분쯤 내려가면 천관사의 고즈넉한 풍경이 보인다. 천관사를 둘러보고 잠시 휴식을 취한 뒤 비포장 도로를 30분쯤 골어 내려가면 용전리에 닿는다.
3. 탑산사~구룡봉~연대봉~탑산사
탑산사에서 구룡봉으로 올라 연대봉~탑산사로 내려오는 코스는 천관산 등산로 가운데 가장 짧은 코스이면서도 볼 것은 다 볼 수 있는 코스다. 특히 천관산 바위 가운데 가장 아름다운 바위라는 아육왕탑, 대덕읍과 회진항 일대를 한눈에 바라볼수 있는 구룡봉을 오를 수 있다.
산행 들머리는 탑산사다. 탑산사까지는 최근에 포장이 되어 대덕읍에서 택시를 타고 가는 것이 편리하고, 차를 가지고 왔다면 탑산사에 주차하는 것이 좋다.
탑산사 입구에서 왼편 계곡으로 등산로가 나 있다. 소나무 숲길을 따라 10분쯤 가면 길은 계곡을 건넌다. 계곡을 건너면서부터 서쪽으로 구룡봉과 아육왕탑이 까마득한 높이로 모습을 드러낸다.
계곡을 건너 10분쯤 가면 석굴암에 닿는다. 기도처로 사용되었던 것으로 여겨지는 석굴은 안에 살림살이가 흩어져 있다.
길은 석굴암 가기 전에 90도 방향을 틀어 곧장 아육왕탑 쪽으로 올라간다.
가파른 비탈길을 10분쯤 오르면 대나무가 빼곡히 들어차 있다. 아기자기한 바위들과 대나무가 이상적으로 어울리는 모습이다.
대나무 숲길을 따라 얼마 오르지 않으면 갈림길이 나타난다. 오른쪽 길로 가면 탑산암이고 왼쪽으로 가면 구룡봉으로 오를 수 있다. 갈림길에서 탑산암은 지척의 거리로 들렸다 가는 것이 좋다. 연화봉 아래에 자리잡고 있는 탑산암은 예전에 탑산사라는 큰 절이 있던 곳으로 지그은 빨간 지붕을 한 암자 하나만 남아 있다.
갈림길에서부터 구룡봉까지는 감탄사가 절로 나오는 아름다운 풍경이 이어진다. 바위가 산비탈에 가득하다. 어느 것은 높고 웅장하고, 어느 것은 생김새가 기이하고, 어느 것은 뭉툭하고 아담하다. 이 모든 바위들이 어울려 축제를 벌이고 있는듯한 모습이다.
갈림길에서 10분쯤 오르면 아육왕탑에 닿는다. 엣날 인도 아소카왕이 쌓았다는 전설이 있는 아육왕탑은 4층 석탑 모양으로 되어 있어 자못 기이한 느낌을 준다. 본래는 5층이었으나 맨 위의 것이 암자에 떨어져 4층만 남았다는 전살이다. 아육왕탑 아래 암자터로 보이는 곳에 돌담과 돌계단, 석등이 하나 남아 있다.
암자터에서 코가 땅에 닿는 길을 10분쯤 오르면 구룡봉에 설 수 있다. 구룡봉은 두 마리의 용이 서로 얼굴을 마주 보고있는 모습이라해서 붙여진 이름이다. 육산으로 된 연대봉과 바위로만 이루어진 구룡봉이 좋은 대비를 이룬다. 구룡봉은 천관산에서 가장 전망이 좋은 곳으로 예전에 기우제를 지내며 기도처로 사용했던 것으로 보이는 알터와 용알터가 구룡봉 위에 가득하다.
구룡봉에서 720봉으로 가는 길은 오르길이라 느껴지지 않을 만큼 부드러운 길이다. 왼편으로 깊은재로 이어진 능선에 진죽봉, 석단, 비로봉, 중수봉의 모습이 세 갈퀴 쇠스랑처럼 솟아 있어 인상적이다. 구룡봉에서 720봉까지는 10분쯤 걸린다.
연대봉에서 탑산사로 하산하는 길은 봉수대 오른편으로 난 길을 따라 간다. 대덕읍이라는 안내화살표를 따라 3분쯤 내려가면 능선에 샘이 있다. 샘터에서 10분쯤 내려가면 헬기장에 닿는다.
헬기장에서 얼마 가지 않아 능선이 두 갈래로 갈린다. 왼쪽 능선을 따라 가면 연흥마을로 내려가게 되고 오른쪽 능선을따라 가면 탑산사나 연지리로 갈 수 있다. 능선이 갈리는 봉우리에 널찍한 쉼바위가 있어 이곳에 앉아 회진항과 다도해를 바라보며 쉬어가는 게 좋다.
쉼바위에서 5분쯤 내려가면 능선이 두 갈래로 또 갈린다. 오른쪽으로 길을 잡아야 한다.작은 봉우리를 하나 넘으면 크고작은 바위들이 마중을 나온다. 봉우리 세 개가 올망졸망 솟아 있는 바위봉우리가 삼동자석이고, 그 아래 원숭이를 닮은 듯한 바위봉우리가 불영봉이다. 불영봉에서 바위봉우리가 끝이 나고 능선을 따라 곧장 내려가면 연지리에 닿는다.
탑산사로 하산하는 길은 삼동자석에서 오른쪽으로 90도 방향을 틀어 내려가거나 불영봉에서 오른쪽으로 90도 방향을 틀어 내려가야 한다. 등산인들의 발길이 많지 않아서 길 초입 찾기가 쉽지 않다.
불영봉에서 능선을 따라 바위를 돌아가며 15분쯤 내려가면 포봉에 닿는다. 포봉까지는 바위능선을 오른쪽으로 돌아 내려가야 하며 잘못하여 계곡으로 내려설 경우 가시나무에 혼쭐이 날 수도 있다.
포봉에서부터 길이 분명하다. 포봉을 오른쪽으로 돌아 내려가다 길은 오른편으로 계곡을 건너 작은 능선을 넘는다. 삼동자석에서 내려온 능선으로 능선 위에 서면 갈림길이 보인다. 이곳에서 3분쯤 내려가면 탑산사다.
*** 참고
암봉미와 능선미의 절정
장천재~금강굴~구정봉~억새능선~연대봉~정원석~장천재 코스
장흥 천관산(723m)은 지리산, 내장산, 월출산, 능가산(내소사 뒷산)과 함께 호남 5대 명산 중 하나로 꼽히는 산이다.
천관산이 뛰어나다는 것은 무엇보다 무수한 기암을 멀리서 혹은 가까이에서 마음대로 돌아보며 감상할 수 있다는 점에서다. 호남에서 기암괴봉의 경관이 대단키로는 영암 월출산이 으뜸으로 꼽히지만 웅장하고 철옹성처럼 굳건하여 접근이 만하지 않은 반면 천관산은 월출산에 비해 결코 뒤지지 않는 형세의 기암괴봉이 수없이 솟아 있으면서도 산세는 순하기
이를 데 없다.
서쪽 사면 일부를 제외한 나머지 산세는 어느 쪽이건 능선이 부드럽고 완만한 데다 상봉을 비롯한 주능선 일대는 억새밭을 이루고 있다. 이 억새능선 곳곳에 온갖 형상의 바위들이 여기저기 널려 있다. 특히 암봉 아홉개가 하나의 암봉군을 이루고 있는 구정봉은 마치 이집트의 석물을 모아 놓은 듯 기기묘묘하다.
억새와 어울린 기암괴봉의 풍치와 함께 다도해의 조망이 어울리며 천관산 산행의 매력은 배가 된다. 동쪽 능선 끝자락은 장 바닷속으로 빠져들만큼 바다와 인접해 있어 능선 어디서든 다도해 풍경은 눈에서 벗어나는 일이 없다. 뿐만 아니라 조망은 전남 일원의 모든 산과 멀리 제주도까지 보일 정도로 뛰어나고, 계절에 따라 변화무쌍한 모습은 보는 이의 입을벌어지게 한다.
뛰어난 산세 때문에 지제산, 천풍산, 풍천산, 신산 등 다양한 이름으로 불려온 천관산은 이 산의 인문지리서라 할 수 있는 <지제지(支提誌)>에 이렇게 그려져 있다.
'우리나라에는 산이 많으니, 큰것은 수 개 군에 걸쳐 있고 작은 것도 일 개 읍을 뒤덮고 있는데, 이 산은 예로부터 특히 묘하고 기이한 것으로서 이름이 높아 비록 두류(지리산)나 서석(무등산) 같은 높고 큰 산으로도 능히 당할 수 없으니..'
천관산은 이 지역 주민들이 오래 전부터 신령스럽게 받들어 온 산이기도 하다. 때문에 광복 전까지만 해도 망종 날이면 천관산 일대 4개 읍 주민들이 산에 오르는 풍습이 있었고, 또한 가물 때면 능선의 억새밭에 불을 지른 후 구룡봉에 개를 물로 바쳤다고 한다.
고찰도 여럿 있었다. 특히 천관산 북서쪽 기슭에 위치한 천관사는 <동국여지승람>에 통일신라 때 통영화상이 창건했다
고 기록돼 있는 고찰이다. 이 사찰은 오랫동안 폐찰로 버려져 있다가 1963년 장한택 스님이 극락보전을 세우고 천관사라 칭한 다음 신도들이 요사채를 짓고 주위의 3층석탑(보물 제795호), 석등(지방유형문화재 제134호), 5층석탑(지방유형문화재 제135호) 등의 유물을 복원해 놓으면서 사찰로서의 모습을 되찾았다.
천관산 자락의 방촌리는 전라남도가 지정한 전통문화마을로 고인돌 집단지인 방촌지석묘군을 비롯, 전통 가옥이 여러 채 있다. 방촌은 곁에 있는 마을이라는 의미인 '곁마실'의 한자음으로, 고려 때 수령의 치소(治所)가 생기자 그 곁에 들어섰다는 마을이다. 이 마을은 장흥 위씨 마을로 잘 알려져 있다.
전라남도는 자연미가 뛰어나고 도지정문화재인 장천재가 들어서 있는 천관산과 보물 1점과 문화재 2점을 가지고 있는 천관사를 묶어 98년 10월 10일자로 도립공원으로 지정했다. 전남도는 앞으로 천관산을 개발과 보전의 조화를 통한 이상적인 공원으로, 또한 고인돌 집단지구인 방촌지석묘군(도기념물 제134호)과 위계환가옥(중요 민속자료 제161호). 위성룡, 성탁 가옥(민속자료 제6,7호) 등을 한데 엮어 방촌 전통문화마을로 보호 발전시켜 나아갈 예정이다.
*코스가이드
천관산은 산악인들에게도 인기높은 만큼 등산로도 여러 가닥 나 있다. 그중 가장 많이 찾는 코스는 장천재에서 금강굴~구정봉~억새능선~연대봉~정원석~장천재로 이어지는 원점회귀형 코스다.
관산읍소재지에서 남쪽(대덕 방향)으로 500m쯤 떨어져 있는 방촌리 탑골마을에서 천관산으로 향하면 장안사 갈리길을 지나 영은동천으로 들어선다. 사계동천, 당번동천, 옥계동천, 청학동천, 연화동천 등 천관산을 대표하는 여섯 골짜기 가운데 경관이 가장 뛰어나다는 골짜기다.
갈림길에서 장천재 사이의 계곡은 청풍담, 백설뢰, 도화량, 세이담, 명봉대, 추월담, 청령뢰, 와룡홍 등 존재 선생이 장천팔경이라 일컬은 명소가 들어서 있다.
장천재 위 체육공원에서 등산로는 계곡코스, 금수굴코스, 금강굴~구정봉코스 등 세 가닥으로 나뉘는데, 천관산 특유의 바위군을 제대로 보려면 금강굴~구정봉 코스가 가장 적합하다. 체육공원에서 오른쪽 산길을 타고 능선과 계곡을 가로지른
다음 두번째 능선 날등길을 따르면 금강굴로 이어진다. 잡목에 가려 한동안 답답하게 느껴지지만 선인봉 암부에 닿으면 기묘한 형상의 구정봉이 솟구치고 등뒤로 남해바다가 한눈에 들어오는 등 천관산의 진면목이 고스란히 드러나면서 입이 벌어지고 만다.
구정봉은 맨왼쪽에서부터 대장봉, 천주봉, 문수보현봉, 대세봉, 선재봉, 관음봉, 신상봉, 홀봉, 삼신봉 등 각기 기묘한 형상을 하고 솟구친 9개 암봉을 통틀어 일컫는 명칭이다.
선인봉에서 조금 더 오르면 종봉 아래 금강굴에 닿는다. 금강굴 위에는 지금도 깨진 기왓장이 널려 있는 암자터가 있다.
암자터를 지나면서 길이 험해지지만 위험 구간마다 안전로프가 설치돼 있다. 문수보현봉을 100여m 남겨두고 오른쪽으로 내려서는 길은 자연휴양림과 천관사로 이어지는 산길이다. 문수보현봉 앞에서 산길은 두 갈래로 나뉜다. 왼쪽길은 구정봉남사면을 타고 환희대를 거쳐 연대봉으로 가는 길이고, 곧장 오르는 길은 구정봉 북사면 길로 역시 환희대로 이어진다.
길은 남사면, 전망은 북사면 길이 좋다.
환희대는 책을 쌓아놓은 듯하다는 대장봉 정상의 평평한 석대를 말한다. 환희대에 이르면 천관산은 사방팔방이 터진다.
동쪽과 남쪽은 남해바다가 펼쳐지고 북으로는 월출산에서부터 제암산, 팔영산에 이르기까지 영암, 강진, 장흥, 보성, 고흥 남도 일원의 크고 작은 산들이 한눈에 들어온다.
'구정봉. 구룡봉. 연대봉' 등산로 안내판이 서 있는 환희대 삼거리에서 남동쪽 주릉을 따르면 정상인 연대봉, 남서쪽으로 가면 구룡봉에 닿는다. 구룡봉쪽으로 향하면 저녁노을을 감상하기에 뛰어난 장소로 알려진 탑산사나 또는 부처상을 거쳐 대덕쪽으로 내려가는 산길이 나 있다. 또한 삼거리에서 구룡봉으로 향하다 오른쪽 능선을 따르면 천관산자연휴양림으로내려선다.
천관산 억새능선은 환희대에서부터 펼쳐진다. 특히 정상인 연대봉 능선은 매년 10월 중순 억새제가 열릴 정도로 장관을 아룬다. 능선 남쪽 사면에는 샘이 두 곳 있다.
옛날 옥정봉이라 불리기도 했던 연대봉은 고려 의종 때 봉화대를 설치했던 곳이니만큼 당연히 전망이 뛰어나다. 날씨가 좋을 때는 제주도 한라산까지 보인다.
정상에서 하산은 남쪽 능선을 타고 불영봉을 거쳐 외동쪽으로 내려서거나, 북동쪽 능선을 타타가 능선 갈림길에서 북릉을 타고 장안사로 내려선다.자연휴양림에서 비로봉으로 올라 연대봉까지 간다음 다시 구정봉으로 되돌아와 인천이씨 사당~휴양림으로 이어지는 코스도 요즘 들어 많이 찾는다.
천관산 산행은 어느 코스를 택하든 5시간 정도면 충분하다. 정상 능선에 샘이 두 곳 있으나 억새철 사람이 많아 붐빌때 는 산행기점에서 준비해 올라가는 것이 확실하다.
*드라이브 코스
광주에서 13번 국도를 타고 나주~영산포를 거쳐 영암에 이른 다음 계속 13번 도로를 타고 약 3분 주행하면 왼족으로 835번 지방도로가 갈라지는 삼거리에 닿는다. 삼거리에서 835번 지방도로로 들어가 약 20분 주행하면 병영면 소재지가 나타난다. 이곳에서 계속 835번 지방도로를 타고 15분 더 달리면 장흥이다. 광주에서부터 장흥까지 거리는 약 87km.
장흥에서부터 용산면을 경유하여 관산까지는 약 20km로 25분 안팎이 소요된다. 서울에서부터 관산까지 거리는 약 410km, 순천~관산 약 96km, 목포~장흥 약 89km 거리다. 관산읍 번화가에서 남족 읍사무소 앞을 지나 일직선으로 이어지는 대덕 방면 23번 국도를 따라 약 1km 거리에 이르면 오른족으로 '천관산 장천재 800m' 라고 쓰인 적색 안내판이 나타난다. 이 안내판 앞에서 오른족 진입로를 따라 탑동 마을을 지나면 곧이어 천관산 관광농원, 자연보호헌장비, 유자과
수원을 지나 주차장에 닿는다. 승용차는 이곳에 세워둔다.
귀경길에는 천관산 남쪽에서 서쪽 마량을 경유하는 23번 국도를 타고 칠량~강진~성전에 이른 다음, 북으로 펼쳐지는 월출산 풍광을 만끽하며 불티재휴게소를 경유해 영암을 지나 광주에 이르는 드라이브 코스도 운치있다. 이 코스에서는 마량을 지난 대구 마을에서 고려청자 가마터, 칠량에서는 옹기가마터를 구경할 수 있다. 그리고 강진에 이르러 왼쪽으로
갈라지는 해남 방면 18번 국도를 타고 5~6분 거리에 있는 다산초당과 백련사 등도 볼거리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