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회용 고무 밴드
대체로 자동차의 후면경(後面鏡)엔
자신의 신앙이 걸려있다.
십자가나 염주 혹은 부적 같은 것 말이다.
간혹 연인으로부터 받은 선물이라 할지라도
그건 신앙과 같은 게 아닐까.
난 뭐가 걸려 있을까
궁금해서 언뜻 보니
일회용 고무 밴드 하나가 걸려 있다.
그게 언제 것인지 모르겠지만
아마 면장갑을 10켤레씩 묶었던 것이리라.
그런데 그 고무 밴드들은
대체로 작기도 작지만
너무 가늘어서 쓸모가 없었다.
그런데 그 중 하나가
저것, 굵은 저것인 모양이다.
그렇다면 나는 신앙 대신
쓸모를 걸어둔 셈이다.
그런데 신앙과 쓸모의 차이는
얼마나 클까.
상인(商人)과 시인(詩人)만큼 클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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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회용 고무 밴드
최희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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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회 63
13.03.31 09:50
댓글 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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첫댓글 참참참...다들 자신이 믿고 있는 신앙의 징표를 걸어두는데 그러고보니 별반 차이가 없는것 같네요.저역시 거리의 수호신을 부착하긴 했습니다만 한번도 생각해보지 않았네요.
정말 부지런하신 것 같아요. '생각의 뿔'도 쓰시고 시도 쓰시고.. 클까. 하는 두 부분에서 차이이면서도 같음을 생각하게 되네요. 삶에 뿌리내린 신앙, 삶에 뿌리내린 詩를요 ^^
신앙과 쓸모의 차이는 전혀 상반되거나 완전 일치하거나 그 사이를 왔다 갔다 하겠죠. 시인들이 자기 직업을 노출하기 꺼려하는 것과 일부러 노출하는 것 사이도 신앙과 쓸모의 간극 같기도 하군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