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6. 5. 28. 토
노태인:11 / 노강인:9 / 노시인 :7 / 노주인:3(20개월)
빛나리:아빠 / 봉숭아:엄마
동생
봉숭아 : 여보, 강인이가 주인이 태어나서 행복하대요.
왜 행복하냐고 했더니 귀엽고 이쁘데요.
강인 : 놀아도 줘요.
빛나리 : 주인이가 너랑 놀아줘?
강인 : 네.
시인 : 주인이가 안태어났으면 어쨌을 뻔 했어요. 한 명 더 낳아요.
소꿉놀이
오늘은 토요일.
가족과 함께 하는 날이지만 남편은 아침 일찍부터 학교에 갔다.
텃밭에 아이들이랑 가서 채소들을 돌보고 소꿉놀이를 했다.
강인이는 삽으로 땅을 파서 끝없이 물을 부었다.
시인이는 냄비, 그릇들에 정성껏 음식을 만들었다.
강인 : 밭에는 날마다 와야 좋아요. 그래야 말라 죽는지 알죠.
상추를 따서 이웃집에 드리니 분식집에서 동그란 과자를(와플) 하나씩 사 주셨다.
강인 : 이거 처음 먹어봐요.
소꿉놀이를 끝내고 동네 벚나무에 열린 버찌를 따먹으러 다녔다.
적극적인 강인이는 벚나무에 올라가 열심히 버찌를 땄다.
얼려서 버찌 아이스크림을 먹기 위해서이다.
상당히 따서 얼려 놓았다.
고액과외
토요일 오전에 2-3시간 바둑 개인지도를 받고 있다.
한 달에 개인지도료가 30만원이라고 하는데
태인이, 강인이는 무료로 받고 있다.
개인지도를 받으니 실력이 갑자기 늘고 있다고 한다.
그래서 개인지도가 필요한가 보다.
한 달 전 바둑학원 원장님께 전화가 왔다.
원장님 : 제가 태인이를 특별지도를 하려고 합니다. 토요일에 보내 주세요.
봉숭아 : (무슨 토요일까지 학원을 보내라고 하시나. 가족과 함께 보내는 날인데....)
네... 시간 되면 보낼께요.
나중에 알고 보니 고액 과외를 그냥 해주겠다는 특별 혜택이었는데
한 번도 고액과외를 받아 본 적이 없는 나는
감사는커녕 귀찮은 일로 치부했던 것이었다.
무식하니 무례한 전화를 받은 것이었다.
오늘은 남편이 없어서 태인이, 강인이가
처음으로 둘이 버스를 타고 토요 개인지도를 받으러 학원에 갔다.
강인 : 무서워요. 가기 싫어요.
봉숭아 : 강인이는 엄마나 아빠 없이 혼자 버스 타는 것이 이번이 처음이구나.
그래서 무섭구나?
강인 : 네.
봉숭아 : 태인이형이 있잖아. 태인이형은 버스, 전철 혼자 많이 타봤어.
태인이형만 따라가면 돼.
태인아, 강인이가 무서워하니까 강인이 먼저 태워.
강인이 손 꼭 잡고 다녀.
태인 : 네.
학원 홍보
강인 : 엄마, 바둑학원에서 이거(광고지) 줬어요.
강인이는 흥분이 되는지 광고지를 전부 읽어 내려갔다.
강인 : 3-4만원 장난감도 준대요.
그제서야 강인이가 왜 그렇게 광고지를 읽었는지 알았다.
그 학원에 가서 선물을 받고 싶은 게다.
봉숭아 : 이 바둑학원 네가 다니는 데야.
강인 : 네? 아니에요.
봉숭아 : 여기 위치를 봐. 다이소건물 4층이잖아.
강인 : 네? -_____-;
봉숭아 : 선생님이 너한테 그렇게 잘해주셨는데 선물 준다고 다른 학원에 가버려?
선생님과 오랜 정도 뒷전이다.
선물 준다고 하면 당장 가고 싶어하는 강인이가 귀엽다.
강인 : 엄마, 피아노학원에서 자꾸 나보고 오래요.
피아노학원에서 며칠 홍보를 나왔는데 선물공세가 많았다.
선물 받고 싶어서 피아노학원을 다니고 싶은 것이다.
학교 방과후 컴퓨터도 선물이 많다.
강인이는 컴퓨터가 하고 싶다고 한동안 졸랐다.
눈앞에 보이는 것이 있으면 아기처럼 당장 달려드는 강인이가 사랑스럽다.
바둑알
집에 소형 바둑알이 많이 깨져있다.
강인 : 바둑학원에 못쓰는 바둑알 있으면 가져올까요?
봉숭아 : 아니, 가져오지 마. 바둑알 사면 돼.
인터넷으로 바둑알을 골라놓았다.
책가방
다른 엄마들이 신기하다.
아이들 시험이 언제이고
어느 단원 무슨 시험인지 몇 점을 맞았는지까지
좌악 꽤고 있다.
나는 학교에 가서 재미있게 놀다 오라고 하고 있기에
시험엔 전혀 관심이 없다.
재미있게 지내면 그만이다.
나는 아이들 책가방을 거의 열어 본적이 없다.
오봉산 등반을 한다고 물병을 가져오라고 하길래 물병 가방을 찾았다.
아무리 찾아도 물병 가방이 나오지 않았다.
곰곰이 생각해 보니 지난 주에도 오봉산 간다고 물병가방을 가져 간 적이 있었다.
혹시나 해서 강인이 가방을 뒤져보니
1주일을 보리차가 들어있는 물병과 물병 가방을
책가방에 넣고 다닌 것이었다.
클래스팅에 강인이 사진이 있었다.
책상에 강인이 필통을 보고서야
강인이 필통이 무엇인지 처음으로 알았다.
사촌이 물려준 필통으로 바꾸었기 때문에 생소한 필통이었다.
강인이 친구 엄마 : ㅇㅇ야 미안해. 엄마가 알림장 안챙겨 줘서 오늘 알림장 못썼지.
알림장을 안챙겨간 아이가 문제지
엄마가 못챙겨 줘서 미안하다니
우리 집에서는 있을 수 없는 말이라 헉 했다.
강인이가 배즙을 따르다가 흘렸다.
봉숭아 : 일 만들어 주시네.
빛나리 : 다른 집 엄마는 엄마가 다 따라 줘요. 혼자 따라먹는 것이 얼마나 훌륭해.
강인이는 열심히 바닥을 닦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