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이 먹고 붙잡게 된 화두 하나.
'역마살'
역마살의 사전적 풀이는 한 곳에 머물지를 못하고
이곳저곳을 떠돌아 다니는 나그네. 또는 그런 사람 이라고 한다
내 젊어서 배낭 하나 달랑 메고 이곳저곳을 떠돌아 다닌 시간들이
아련한 추억이 되었구나
젊어서야 힘이 넘쳐 그렇다 해도 지금은 그저 집구석에 쳐박혀서
책이나 읽고 글이나 쓰며 하시절을 그냥저냥 보내는 한량이나 다름없는
생활을 하고 있으니 내가 생각해도 한심하기 이를 데 없다
내 고향 금산.......
인삼 하나 빼면 그닥 볼품도 없는 마을이라 딱히 정을 붙일 데는 없음이니
지금까지는 고향이니 눌러 살아야 한다는 의무감 (?) 비슷무리한 거 때문에
살아왔지만 나이가 들어갈 수록 또 그건 아니라는 생각이 불현듯 들게 되더라
절이 싫어지면 중이 떠나가는 것이라 하듯이
지금은 백세시대 잘도 떠들어 대지만 뭇 생명들이란 언제 어느 순간 가게 될지
아무도 모른다는 것,
내 고향이라 해서 평생 한 곳에서 눌러 살아야 한다는 이 답답하고 먹먹한 가슴이
날마다 나를 짓누르는 즈음이다
하여 생각을 해보았다
옆나라 중국 땅에 비하면 좁디 좁아터진 한반도......
게다가 분단으로 두 동강난 상태의 남쪽 땅, 이 비좁은 곳에서 나는 마냥 고향에서
눌러 살아야 할까??
이건 아니지 싶었다
더 늦기 전에 두루두루 살아봐야 하겠다는 생각이 들더라
하여 금산을 떠나기로 했다
첫번째는 전라도 전주 땅.
광역시가 아니므로 인구 수도 적당하고 먹거리 풍부하고 볼거리, 놀거리도 많은
전주라는 곳에 필이 꽂혔다
전주를 말하기에 앞서 한 가지 사실을 말해보겠다
MBN 방송에서 보내주는 '나는 자연인이다' 라는 프로그램이 있다
개그맨 윤택과 이승윤 씨가 번갈아 가며 출연하여 산 속에서 홀로 살아가는
사람을 찾아가서 함께 2박 3일 정도 지내며 산 속 생활을 보여주는 방송인데
내가 이 방송을 처음 본 것은 약 3년 전이다
평소에 자연을 벗삼아 놀기를 좋아라 하는 나인지라 이 프로그램은 나의 흥미를
불러 일으켰다
싫어하는 종편 방송였지만 자연(산)에 들어 홀로 고적하게 살아가는 사람들
이야기를 다룬 프로그램이라서 한동안 이 방송을 찾아 봤다
그리고는 결심 비스무리한 것 까지 하게 되었다
나도 언젠가는 산에 들어가서 저렇게 홀로 고적하게 살다 생을 마감하겠노라고....
자연 속에서 하루 왼종일 움직이다가 밤엔 글을 쓰는 게 나의 꿈 아니었던가??
그냥 땅뙈기만 있다면 당장에라도 컨테이너 하나 갖다 놓고 살아갈 수도 있었다
근데........
작년까지 유지돼왔던 이 생각은 올해 초부터 깨져버렸다
생각하고 생각을 해보니 나는 산 속에서 홀로 사는 생활을 못할 것이란 결론.....
이유를 생각해 보았다
왜 생각이 변햇을까??
가장 큰 이유는 '외로움' 때문이었다
외롭다고 말하는 사람은 진짜 외로움이 뭔지를 모른다고 사람들은 말하지만
그 말이야 말로 말장난일 뿐이다
내가 외롭다고 말하는 데 거기서 뭘 더 보태고 빼고 할 것이 있단 말인가??
나는 지금까지 충분히 홀로 외롭게 살아왔는데 굳이 산까지 들어가서 더 외로워야
하는가 라는 질문에 내 고개가 저절로 저어지더라
물론, 산에 들어가서 약초 캐고 나물 뽑아 먹고 신선처럼 고즈넉히 살아가겠노라
생각했었다. 근데 아니더라
분명 나의 성격이라는 것은 산이나 자연들과 딱딱 맞아 떨어지지만 계속되는
외로움엔 백기투항을 했다고나 할까??
난 더이상은 외롭고 싶지 않았다
그래서 저잣거리에 남아있되 아무런 볼것도 없는 금산을 떠나서 내가 맘에 들어하는
곳으로 가보자고 찾아본 곳이 전주였다
전주 !!
그렇게 큰 도시도 아니고 작은 곳도 아니고 옛 정취가 남아잇고 먹거리가 풍부한 곳,
움직이기도 또한 좋아서 내 좋아라 하는 운동도 실컷 할 수 있고 주변에 저수지도
많아서 낚싯대 드리우고 신선놀음 하기도 좋은 곳,,,
그래 전주로 가봐야겠다
언제까지 살지는 모르지만 살만큼 살다가 다른 곳으로 또 이동할 것이다
나는 앞으로 죽을 때까진 한 곳에서 오래 머물지는 않으련다
길면 3년, 짧으면 1년이나 2년을 머물고 움직일 것이다
그렇게 해서 사방팔방 내 나라 내 땅 두루두루 살아봐야 겟다
이게 역마살이라면 역마살일까?/
금산에 있는 나의 단짝 친구가 말한다
'무심코가 없는 금산은 지옥'
하지만 친구여 !!
금산에는 이미 정이 떨어졌네. 정 떨어진 곳에 억지로 있어야 한다는 건 활력을
상실하는 것이야
활력이 없다면 죽은 시체나 마찬가지.......
이 좁디 좁은 땅에서 자동차로 두어시간만 달리면 만나는 곳에 있으니 무어 그리
슬프랴??
자네가 찾아오고 내가 찾아가면 기쁨의 술이 놓여있고 살아가는 이야기에 울고
웃으며 희노애락 주고받기 좋으니 이 또한 살아가는 한 방편에 다름 아니던가??
지옥도 나 생각하기에 따라 얼마든지 천국이 되어줄테니......!!
전주. 그 다음은 목포, 그리고 여수........
탐라에서도 한 번은 살아봐야 겠네 친구여 !!
봄비가 그치고 안개가 사부작사부작 내려오는 이른 아침에......
첫댓글 델몬트 !!
= 그대가 곁에 있어도 나는 그대가 그립다 !!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