죽은 시인의 사회(Dead Poets Society)
최용현(수필가)
졸업생의 75% 이상이 아이비리그에 진학하는 웰튼 아카데미에 키팅 선생(로빈 윌리엄스 扮)이 영어교사로 부임해온다. 그는 첫 시간부터 틀에 박힌 입시 위주의 주입식 강의를 버리고 고대 로마시인 호라티우스의 라틴어 시의 한 구절인 ‘카르페 디엠(carpe diem)’을 설파한다. ‘오늘을 잡아라(Seize the day).’ 혹은 ‘오늘을 즐겨라(Enjoy the present).’라는 뜻이다.
이 학교를 졸업한 선배이기도 한 키팅 선생은 암살당한 에이브러햄 링컨을 애도하기 위해 월트 휘트먼이 쓴 시의 제목 ‘오 캡틴! 마이 캡틴!(Oh Captain! My Captain!)’을 인용하면서 자신을 캡틴이라고 불러도 좋다고 말한다. 이것은 ‘카르페 디엠’과 함께 방황하는 청소년들의 길잡이가 되는 자유정신을 상징하는 말이 되었다.
키팅 선생은 ‘시의 이해’라는 책에 대해서 전통적인 방법으로 강의를 하다가 갑자기 쓰레기 같은 이론이라며 해당 페이지를 찢어버리라고 말한다. 또 학생들에게 세상을 다른 각도에서 넓고 다양하게 바라보라고 하면서 한 사람씩 교탁에 올라서보게 한다. 학생들은 키팅 선생의 독특하고 파격적인 강의 방식에 신선한 충격을 받으면서 차츰 빠져들게 된다.
닐(로버트 숀 레너드 扮)과 다섯 명의 친구들은 키팅 선생이 오래전 학창시절 때 ‘죽은 시인의 사회(Dead Poets Society)’라는 비밀 문학클럽을 만들어 활동했음을 알게 된다. 이들도 같은 이름의 클럽을 결성하고 밤에 몰래 기숙사를 빠져나가 근처 동굴에 모여서 각자 쓴 시를 돌아가면서 낭송한다. 그러면서 차츰 문학과 창조적인 삶에 눈을 뜨기 시작한다.
내성적인 성격의 토드(에단 호크 扮)는 남 앞에 나서는 것을 꺼려했으나 키팅 선생의 유도(誘導)대로 따르다가 자신에게 숨겨진 야성과 시적 재능을 발견하게 된다. 녹스(조시 찰스 扮)는 짝사랑하던 여학생에게 자작시로 사랑고백을 하고, 찰리(게일 핸슨 扮)는 학교신문에 ‘죽은 시인의 사회’의 이름으로 ‘여학생 구함’이라는 광고를 실었다가 교장에게 불려가 혼쭐이 난다.
닐은 의사가 되어야 한다는 아버지의 강요 때문에 늘 꿈꾸어오던 연극을 포기하려다가 아버지 몰래 연극부에 들어간다. 그곳에서 닐은 셰익스피어의 연극 ‘한여름밤의 꿈’의 주요인물인 ‘퍽’ 역할을 맡으면서 자신에게 잠재되어있는 자질과 능력을 한껏 발휘하여 연극 공연을 성공으로 이끌고 큰 박수를 받는다.
그런데, 연극 공연을 하는 도중에 아버지가 찾아오고, 공연이 끝난 후 집으로 끌려간 닐은 내일 학교에 자퇴서를 내고 육군사관학교로 전학을 시키겠다는 아버지의 최후통첩을 받는다. 그날 밤, 닐은 극중 ‘퍽’이 쓰던 관을 머리에 쓴 채 아버지의 서재에 있던 권총으로 짧은 생을 마감한다.
교장은 닐의 자살 원인을 비밀클럽인 ‘죽은 시인의 사회’ 탓으로 돌리며 키팅 선생을 희생양으로 삼으려 한다. 교장은 클럽 회원들을 한 사람씩 불러서 퇴학시키겠다는 엄포를 놓으며 키팅 선생이 클럽을 만들도록 사주했고, 키팅 선생 때문에 닐이 잘못되었다는 서류에 서명하도록 종용한다. 결국 키팅 선생은 학교를 떠나게 된다.
키팅 선생이 떠나는 날, 교장이 영어 수업에 들어온다. 키팅 선생이 교실에 둔 물건을 가지러왔다가 나갈 때, 토드가 책상위로 올라가 ‘오 캡틴! 마이 캡틴!’을 외치는데, 이때 다른 학생들도 교장의 호통에도 불구하고 키팅 선생을 향한 인사와 존경의 표시로 한 명씩 계속 책상 위로 올라가면서 영화가 끝난다.
‘죽은 시인의 사회’는 미국의 명문사립 남자고등학교에 부임해온 키팅 선생과 여섯 명의 제자들인 닐, 토드, 녹스, 찰리, 카메론, 믹스가 일궈내는 가슴 뭉클한 이야기를 담은 1989년 영화이다. 이 영화에서, 참스승이라 할 수 있는 키팅 선생은 학생들에게 ‘오늘을 놓치지 말라.’ ‘자신만의 독특한 인생을 살라.’고 가르치고 있다.
웰튼 아카데미 출신 작가 톰 슐만은 자신의 체험을 바탕으로 이 영화의 시나리오를 써서 아카데미 각본상을 받았는데, 이를 각색한 소설 ‘죽은 시인의 사회’도 전 세계에서 수천만 부가 팔린 베스트셀러가 되었다. 키팅 선생 역에는 빌 머레이와 더스틴 호프만, 리암 니슨 등이 거론되었으나 피터 위어가 감독을 맡으면서 로빈 윌리엄스로 낙점이 되었다.
로빈 윌리엄스는 희극배우 출신으로 TV에서 활동하다가 ‘뽀빠이’(1980)로 영화에 데뷔하였다. 주요 출연작으로는 ‘굿모닝 베트남’(1987), ‘후크’(1991) ‘피셔 킹’(1991), ‘미세스 다웃파이어’(1993), ‘쥬만지’(1995) ‘바이센테니얼 맨’(1999) 등이 있으며, ‘굿 윌 헌팅’(1997)으로 아카데미 남우조연상을 수상했다. 골든글로브상을 6번, 그래미상을 4번, 에미상을 2번 받았고, 2014년 치매와 우울증으로 자살했다(64세).
이 영화에서 웰튼 아카데미는 우리나라의 과학고나 외국어고와 같은 영재학교로 엄격한 통제 하에 기숙사생활을 하는 곳이다. 목표는 오로지 학교와 학부모의 기대에 부응하는 좋은 상급학교에 진학하는 것이다. 대학입시 설명회장에 수험생보다 학부형이 더 많이 오는 우리나라도 이와 별반 다르지 않다.
그런데, 영화는 닐이 자살하고 키팅 선생이 쫓겨남으로써 획일화된 교육의 말로를 실감나게 보여주고 있다. 마지막 장면에서 책상 위에 올라가지 않고 자리에 그대로 앉아있는 학생들도 있는데, 이것은 그전까지 보여준 획일화된 행동에서 벗어나 학생들 개개인이 자유의지에 따라 선택적 행동을 하고 있음을 보여주는 것이다.
이 영화는 나온 지 오래되었지만 워낙 유명해서 요즘 청소년들도 대부분 봤을 거라고 생각하는데, 혹시 못 본 청소년이 있다면 지금이라도 찾아서 보라고 권하고 싶다. 자기주도적인 인생을 위해 어떻게 인생을 설계하고 어떻게 살아가야할지 진지하게 고민하는 시간을 갖게 해주는 영화이기 때문이다. 키팅 선생의 명대사를 결구(結句)로 소개한다.
“자기 걸음을 걸어라. 나는 독특하다는 것을 믿어라. 누구나 몰려가는 줄에 설 필요는 없다. 자신 만의 걸음으로 자기의 길을 가라. 바보 같은 사람들이 무어라 비웃든 간에.”
첫댓글 월산처사 님!
참 신선한 감동를 빋은 영화였어요
자식을 키우는 사람들과
선생님들께 꼭 한 번 감상하시기를
추천하고 싶응 영화
당사자의 자질과 취향을 묵살하고
부모들의 기대에 따라주기를 강요받고
붕어 빵 씩 교육을 받아야 하는
교육이 얼마나 비극적인 결과를초래히는지를
아이들은 얼마나 다양하고
창의성이 넘치는 존재들인지!
일깨워 주는 영화였지요
수고에 감사드립니다
네, 감사합니다.
저는 마지막에 인용한 키팅 선생의 명대사가 제일 마음에 들어요.
젊은 사람들에게 꼭 해주고 싶은 말이기도 하고...
“자기 걸음을 걸어라.
나는 독특하다는 것을 믿어라.
누구나 몰려가는 줄에 설 필요는 없다.
자신 만의 걸음으로 자기의 길을 가라.
바보 같은 사람들이 무어라 비웃든 간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