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육부 산하 국가 평생교육 진흥원 심층취재
<2023년 검정고시 지원사업 기관 및 학습자 사례집> _ 학습기관
PART 1 검정고시 교육기관
검정고시 합격자 2850명,
합격자 많은덴 다 이유가 있다
구미상록학교 정태하 교장
구미상록학교는 1985년에 창립해 올해로 38주년을 맞이한 역사 깊은 학교다. 배움의 기회를 놓친 만학도와 학업을 중단한 학교 밖 청소년의 학습지원에 앞장서며 검정고시 수업, 인성교육과 평생교육 과정을 운영하고 있다. 이러한 성과를 인정받은 구미상록학교는 2021년 대한민국 교육대상과 2022년 대한민국 평생학습대상 유네스코한국위원회 특별상을 받았다. 지속가능한 지역 사회공헌 활동에 힘써온 정태하 교장은 사각지대에 놓인 청소년들이 건강한 사회인으로 성장할 수 있도록 청소년범죄예방교육이나, 약물예방운동 같은 다양한 교육활동을 펼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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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선정 기준 요약 : 대한민국 평생학습대상 특별상수상 및 검정고시 합격자 2,850명 배출
“꿈을 향해 나아가다 보면 새로운 길이 열리고,
그 길로 들어서면 지금과는 다른 삶이 펼쳐질 거예요.“
구미상록학교와 함께 38년간 써내려 온 야학사
구미상록학교는 38년이라는 깊은 역사를 자랑하는 검정고시 교육기관입니다. 1985년 4월 자원봉사자 10여 명을 중심으로 구미향토학교라는 이름으로 처음 문을 열었어요. 지금 학교 이름인 구미상록학교로 불리기 시작한 것은 1993년부터예요.
한때 저도 야학 학생이었는데요. 고졸 검정고시에 합격하고, 1998년 대학을 졸업했어요. 학생 겸 후원회장으로 지내오다가 1997년 교장직을 맡게 됐죠. 2000년에는 김천 소년교도소와 자매결연을 맺고, 2013년까지 교육분과 교정위원으로 활동했었고요.
우리 학교는 깊은 역사만큼 우여곡절도 많아요. 2007년 정부 부처인 청소년위원회와 구미시로부터 지원금을 갑자기 중단하겠다는 연락을 받았습니다. 청소년 학습자 수가 성인 학습자보다 적다는 이유였죠. 안 그래도 운영비가 넉넉지못해 늘 힘들게 학교를 유지했었는데, 버틸 힘이 없어진 거예요. 다행히 구미시 도움으로 민방위 대피시설로 사용했던 지하 공간을 무상으로 임차했어요. 학습자들의 안전과 건강을 위해 여러 번 리모델링을 한 결과, 지금은 깔끔한 공간이 됐죠. 현재 학교에는 교육용 컴퓨터 20대가 비치돼 있고, 교실마다 검정고시 동문들이 제공한 신제품 냉·난방기가 설치돼 있어요.
그래도 민방위대피소로 쓰였던 곳이라 위치는 정말 좋아요. 구미역과 고속버스 터미널은 택시로 5분, 걸어서 20분 거리에 있어 학습자들이 학교 다니기는 편리할 거예요. 인근에는 구미 시청, 교육청, 경찰서 같은 관공서가 즐비해 있고요. 하지만 다른 기관과 비교하면 매우 열악하죠. 바람이 있다면 학습공간을 지하가 아닌 지상에 꾸리는 거예요.
열심히 가르치는 선생님과 열심히 배우는 학생
현재 구미상록학교는 50세 이상 성인학습자와 학교 밖 청소년에게 검정고시, 인성, 문화 교육을 하고 있어요. 성인문해 교육인 한글반과 초등, 중등, 고등 검정고시 4개 학급에서 학생 100여 명이 공부하고 있고, 자원봉사 65명이 교사로 있어요. 수업은 오전 9시부터 오후 6시까지 열려요.
성인학습자를 위한 평생교육 프로그램도 다양하게 운영하고 있는데요. 최근엔 성인문해 학습자와 지역 고령층 학습자에게 정보화, 디지털문해, 스마트폰 활용법을 무료로 교육하고 있어요. 특히 올해는 우리 구미상록학교가 정보통신부로부터 디지털배움터 무료 교육장으로 선정되었어요. 성인학습자들이 일상에서 더 가까이 디지털을 접하고, 생활화할 수 있도록 전문 강사 4명이 교육 프로그램을 이끌고 가고 있습니다.
학교 밖 청소년을 위해서는 대구 육군 제2군 작전사령부, 법무부, 김천소년교도소와 업무협약을 체결하고, 고졸학력이 필요한 장병과 시설에 있는 청소년에게 검정고시와 인성 교육을 하고 있어요. 또한, 대구 서부보호관찰소를 포함해 전국보호관찰소 청소년을 대상에게 다양한 평생학습 프로그램을 제공하고 있습니다.
다행히 성인학습자와 학교 밖 청소년 학습자 모두 수업에 열심히 참여하고, 잘 따라와요. 자원봉사 선생님들과 학습자들 사이에 소통도 잘 이뤄지고요. 그래서 수업 만족도도 높아요. “선생님들이 모르는 걸 여러 번 물어봐도 화내도 안 내고 잘 가르쳐줘서 학교에 나오는 게 재미있어요.”라고 말한 성인학습자도 있었죠. “열심히 하려는 학생들을 보면 힘이 나요.”라고 말한 자원봉사 선생님도 있었어요. 학습자 눈높이에 맞는 맞춤형 교육프로그램과 열심히 가르치는 선생님과 열심히 배우는 학습자가 있기에 가능한 일이라고 생각해요.
평생학습대상 유네스코한국위원회 특별상 받았어요
올해 8월을 기준으로 지금까지 검정고시에 합격한 학습자만 2,850명이에요. “검정고시 합격자 배출 비결이 뭐예요?”라는 질문을 받을 때가 있어요. 그럴 땐 “비결이라기보다 구미상록학교에서 잘하는 일이 있다. ‘전문기관과의 지속적인 교류’, ‘학습자에게 도움을 줄 수 있는 유관기관들과의 업무협약 체결’이다.”라고 답해줘요.
실제로 우리 학교는 전국 대학과 업무협약을 맺고 경제적으로 어려운 가정의 청소년 졸업생들이 검정고시 합격 이후에도 배움을 이어갈 수 있도록 다양한 지원을 하고 있어요. 지원 분야는 ‘대학진로 상담’과 ‘국가 장학금제도 안내’인데요. 대학에 입학한 청소년 졸업생들이 등록금 없이도 대학에 다닐 수 있도록 대책을 마련해주고 있어요. 대학에 입학하지 않은 청소년 졸업생들에게는 구미 농심 같은 기업 취업을 알선해 줘요. 주중에는 직장생활을 하고, 주말에는 주말 과정 대학에서 공부할 수 있도록요.
성인학습자들을 위해서도 노동부와 구미시가 함께하는 사회공헌 일자리 창출사업’, ‘보건복지부가 시행하는 시니어 인턴십 사업’ 등을 연계하고 있어요. 성인학습자들이 경제적 사정으로 중도에 학습을 포기하지 않도록 시니어 일자리 창출에 앞장서는 것이죠.
이런 모든 활동이 결실을 보아 2021년에는 대한민국 평생교육 대상을 받을 수 있었고요. 뒤를 이어 2022년에는 대한민국 평생학습 대전에서 유네스코(UNESCO) 한국위원회 특별상까지 받을 수 있었다고 생각해요.
저는 초등학교도 졸업하지 못했습니다
38년을 야학에 몸담아 왔으니 잊지 못할 사연이야 많죠. 그 수많은 사연 중에서 아직도 떠올리면 눈시울이 붉어지는 얘기가 있어요.
10여 년 전 일이에요. 학교에 60대 여성이 찾아왔어요. “남편은 학교 교장이고 딸들도 모두 대학을 나와 번듯한 직장에서 일하고 있다.”면서 “가난한 집에서 태어나 초등학교밖에 나오지 못했다.”고 했어요. “엄마가 뭘 알아.”라는 말에 상처도 받고, “남편의 무시도 참아왔지만, 이제 배우고 싶다.”는 것이었죠.
그렇게 중등 검정고시 과정을 시작했어요. 세월이 흘러 중등 검정고시 시험을 치르는 날이 다가왔는데, 학습자가 학교에 나오질 않는 거예요. 시험에도 응시하지 못했죠. 혹시 무슨 일이 있나 싶어 학습자 집을 찾아갔어요. 안부를 묻자, 울면서 “교장 선생님! 교장선생님 사실은...사실은... 저는 초등학교도 졸업하지 못했습니다.”라 “그동안 남편에게도, 가족에게도 말하지 못하고 교장 선생님에게도 차마 말하지 못해 중등 과정을 공부했다.”는 거예요. “처음부터 다시 시작하자!”고 학습자를 다독였죠. 다음날부터 저와 학습자의 일대일 과외가 시작됐어요. 한번은 신나서 제게 와 “저 대학만 보내주시면 땅문서 드릴게요.”라고 하더군요. 그렇게 초등, 중등 검정고시에 합격하고, 아쉽게도 고등과정에서는 몇 과목만 통과했죠. 그리고 또다시 자취를 감추었어요. 어느 날 남편에게 연락이 왔어요. “아내가 갑자기 뇌졸중으로 쓰러져 응급실에 있다.”고요. 늦은 시간이라 다음 날 병원에 가려고 했는데, 부고 문자가 날아왔어요. “교장선생님 염치없지만 아내가 그토록 애원하든 고등학교 명예 졸업장이라도 해 줄 수 없나요?” 제게 물었고, 저는 명예 졸업장을 만들어 그동안 함께 공부한 학습자들과 함께 영안실에 갔어요. 영정 사진 앞에 학습자가 꿈에 그리던 명예 졸업장을 소리 없이 읽어가며 정중히 품에 고이 안겨드렸죠.
학교 밖 청소년들이 밝고 건강한 사회구성원으로 자라기를
지금 가장 시급한 문제가 있어요. 장소 이전인데요. 지하 대피소로 쓰던 곳이라 교실이 지하통로 양옆으로 자리 잡고 있어요. 무엇보다 수업받는 학습자들이 학습에 집중하지 못하는 구조인 점이 문제고요. 시민들의 통행에 불편을 주고 있다는 점도 문제예요. 그래서 대책을 찾는 중이에요. 하지만 이전할 장소를 구하기도 어렵고, 장소 이전에 따른 비용 부담도 크고요. 장소를 찾을 땐 학습자들의 이동 편의성도 고려해야 하죠. 많은 어려움이 산재하고 있어서 당분간 장소 이전 문제에 집중할 계획입니다.
앞으로도 구미상록학교는 지금처럼 학교 밖 청소년 학습자와 성인 학습자를 중점적으로 검정고시 학습, 대학 진학, 취업 등을 지원하려고 해요. 특히 학교 밖 청소년들이 밝고 건강한 사회구성원으로 성장할 수 있도록 더욱 체계적인 교육프로그램을 마련해 나가려고 합니다.
지금 어디에선가 자신의 꿈을 향해 향학열에 불타고 있을 학교 밖 청소년 학습자들과 성인 학습자들에게 따뜻한 사랑과 힘찬 응원의 박수를 보냅니다.
Mini Interview
나에게 검정고시란?
검정고시는 어둠을 밝히는 작은 등불입니다
영국의 역사 철학자 아놀드 토인비(Arnold Toynbee)는 역사는 도전과 응전의법칙에 의해 발전하며, 창조적 수소에 의해 건설된다고 했습니다. 모든 값진 인생은 창조적으로 자기의 환경을 극복하고 개척해 나가는 데 있다고 확신합니다. 비록 작은 힘이나마 ‘하면 된다’는 마음으로 자기 꿈을 펼쳐나가기를 바랍니다. 모진 세파와 짓밟힘 속에서도 피어나는 한 떨기 들국화처럼 어제도, 오늘도, 내일도 꾸준히 노력한다면 언젠간 학습자 여러분도 어둠을 밝히는 작은 등불이 되어 늘푸른 인간 상록수로 길이 남을 것입니다. 고생 뒤에 영광이 있다고 합니다. 지금은 칠흑 같은 어두운 바다 한가운데 홀로이 떠 있는 돛단배처럼 힘들 수 있습니다. 하지만 목표를 향해 쉼 없이 자신을 독려하다 보면 검정고시 합격이라는 기쁨을 맛보게 될 것입니다. 배울 때 어려움은 잠시이지만, 못 배운 서러움은 한평생이라고 합니다. 지금도 어디에선가 홀로 투쟁하는 검정고시 학습자 여러분을 진심으로 응원합니다.
구미상록학교 정태하 교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