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경재 신부님을 그리면서 (가톨릭 다이제스트에 게재 되었던 회고록)

[화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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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경재 신부님을 그리면서------ (가톨릭 다이제스트에 게재 되었던 회고록)

                                                    신부님의 복사, 치과의사 김평일(라파엘) 
'1998년 여름날 이경재 신부님을 그리다

--------1954년에 명수대 흑석동에서 꽃피우시고, 1998년 나자로 마을에서 별이 되시니--------

그리운 옛 그날 

님 오시어

벚나무 숲 명수대 언덕 위 
드 높은 주님의 집 우뚝 세우시고 

벚꽃 송이송이 같은 여러 날
다 꽃닢처럼 빛나도록
세상의 빛 밝히시더이다

꽃이 지고 또 지고 
열매가 열린 어느 날 
새 꽃 피우라 부르심에
홀연히 10년 미주 사목을 받으시다

나환우 사랑을 위하여

나자로 마을에  십자가 우뚝 세우시니
그 마을 산등성이 꽃 빛으로 불타고
주님의 집, 나 환우의 집
세상에서 가장 미소한 사람들의 집 

흩날리는 꽃닢마다 빛을 발하고 
꽃송이 하나하나
평화의 열매 사랑의 열매로 맺어지는
그 곳은

목 마른 주님 물 드리고
배고픈 주님 먹을 것 드리는 곳 
병드신 주님 치료해 드리고
아프신 주님 위로해 드리는 곳

지난 봄 수만 송이 꽃닢 툭툭 지던 어느날
주님 부르심에 응답 하시니
영원한 빛이 되란 말씀에
꽃은 별이 되더이다

    서울에서 가장 변두리였던 흑석동.-- 바로 인접한 동작동 국립묘지 앞을 지나면 지금 이수교 쯤 되는 곳에 "경기도" 라는 경계석이 서있었으니, 흑석동은 서울의 가장 변두리였었다. 미사를 참례하려면 서울역 뒤 약현(중림동) 성당이나 영등포의 도림동 성당에 가야 했었는데, 1954년 5월 그 흑석동에 명수대 본당(*註1*) 이 신설되면서, 첫 신부님으로 이경재(알렉산델) 신부님께서 부임 하셨다.
6.25의 포화가 그친 뒤, 온 나라가 불타고 다 깨어졌겠지만, 흑석동은 참으로 어려운 곳 이었다. 지금은 "현충로" 라고 불리우는 뚝방 길에는 아침에 빈 푸대 자루를 어깨에 멘 가난한 사람들이 줄지어 동지기(동작동)쪽으로 가고, 저녁이 되면 반대로 본동(한강대교)쪽으로 푸대에 뭔가 가득 채워 비틀거리고 걷는 까닭은, 지금의 강남구 쪽에 있던 채소밭에 무청 쭉정이를 얻어 가는 사람들 발걸음 때문이였었다. 이렇게 어려운 시절, 어려운 곳에 신부님께서 오셨던 것이다.
신부님 사목은 하느님의 양떼를 위하여 영혼의 양식 뿐 아니라 육신의 양식마저 마련 하셔야 했었다. 본당 구내에 N.C.W.C.급식소를 세우셨다. 이름하여 가톨릭 구제회 --강냉이 가루와 죽을 나눠주던 시설이다. 철 따라 구호 물자도 나누어주시고-- 신부님께서는 이렇게 가난한 사람들과 함께 하실 운명이셨고 그것이 신부님의 성소였다.
   "강냉이 가루 신자", "밀가루 신자", "구호 물자 신자" 라는 말이 유행했었지만 457명의 교우가 4년만에 2013명으로 늘어난 까닭(58년도 본당 건립 은인 초청장 내용에 의함)은 결코 강냉이 가루 때문이 아니었었다. 강냉이 가루 배급은 종파나 종교에 관계없이 어려운 이웃에게 베풀어 졌었다. 신부님의 사목은 정예 신자 주의.--- 영세(세례)준비를 위한 찰고(구두시험)는 매우 엄격 하셨고, 평일 미사참례에 나타난 열심도, 각종 신심 태도를 매우 엄격히 보신 후 세례를 허락하심으로, 신자로 받아들이셨다. 신학교에서 주최한 각종 교리 경시 대회에 항상 명수대 성당이 상위 입상을 휩쓴 기억은 이를 잘 대변 해 준다.
55년 7월 31일 노기남 주교님께서 축성하신 신축 성당 -지금은 헐리고 새 성당이 들어섰지만--당시 서울 교구에서 괄목할 신축 성당이였다. 소박하지만 효율적이며 예술적인 성당 그 당시 성당, 교회들의 이미지와 다르게 파격적으로 현대적인 감각을 지닌 그런 성당 이였다. 주님의 뜻 안에서 신부님의 기도와 이끄심이 중심 역할을 하고, 본당 교우들은 물론 많은 은인들의 기도와 정성으로 그 어려움 가운데에 기적과 같이 새 성당이 이루워 졌다. 
성당 건축 설계 이희태 서울 미대 교수. 십자가 성모상 서울 미대 김세중 교수. 성수대 서울 미대 이순석 교수. 79위 복자 모자이크 서울 문리 사대(현 명지대) 남용우(*註2*)  교수. 성모도 성심여중 김교만 선생. 십사처 성화 성심여중 김교만 선생, 계성 여고 권순형 선생. 정문 현판 서울 미대 장우성 교수 필(筆). 이순석 교수 각(刻)--그리고 1959년 봄 프랑스 모(이름 기억이 없음) 유명 여류화가에 의해 제대 전면에 반추상 벽화, 아마도 요한 계시록을 나타내는 대작이 그려졌는데-- 아깝게도 후임 신부님 때 그 성화를 다 지워 버렸으니 너무도 애석하다. 신부님 사랑과 많은 교형 자매 미술인들이 하나가 되어 이룬 그 작품들 -. 폐허의 6.25 직후임에도 불구하고 이렇게 훌륭하게 이룩된 명수대 성당, -- 바로 예수님의 몸이신 성당은 성체처럼 희생과 사랑으로 이루어졌으니 바로 성체의 신비를 증거한다.
성탄전야가 되면 전 교우들이 각자 손수 만든 십자가 등불을 들고 입당 행렬을 떠났다. 십자가를 앞에 모시고 복사단 어린이로부터 노인에 이르기까지 아기 예수님을 새 성당에 영접하는 놀라운 기쁨. 저녁 9시에 성당에서 출발하여 흑석동 1,2,3동 전역, 상도동, 노량진동. 본동까지 드 넓은 모든 본당 관할 구역을 성탄 성가를 부르며 가졌던, 전 교우들의 행렬, 3시간 걸려 자정 12시가 되면 본당에 도착하여 자시 미사를 올리던 그 시절, 당시 명수대 교우들에게는 영원히 잊을 수 없는 감격으로 남아 있다.
본당 신부님으로써 이경재 신부님은 파란 풀밭으로, 잔잔한 물가로 양떼를 인도하시는 착한 목자의 역할에 충실 하셨다. 항상 매사에 엄격하셔서 냉정해 보이시지만, 착한 목자의 직무에는 최선을 다 하셨다. 어린 복사단을 위해 모래 벌판 이였던 새남터 순교 성지, 구용산 성직자 묘역 등지를 일일이 도보로 인솔하여 가르치시고, 교리 공부를 위한 전 신자의 저녁 모임을 갖거나, 사순절 시기의 성로신공(십자가의 길)을 위한 저녁 모임 등에서 신자들로,-- 항상 주일 미사 때처럼,-- 성당은 꽉꽉 채워지도록 사목하셨다. 레지오 마리애 도입기 였던 그 시기에 장년부터 소년까지 골고루 프레시디움을 만드셨다. '첫 첨례 5,6,7'(*註3* )을 위한 아홉 개 도장을 찍을 수 있는 상본(성화 카드)을 만드셔서 교우들에게 나눠주시어 신심 미사 참례를 적극 권면 하셨다. 
   "베니크레아또르 스삐리뚜스--" 낭랑하게 부르신 성령 송가를 시작으로 하여 반드시 성체강복까지 하신 주일 미사로 부터, "--어지신 동정 마리아여."로 끝나는 성모 찬송에 대사를 얻기위한 기도까지 교우들과 함께 하신 평일 미사에 이르기까지 미사 전례에 바치신 신부님의 정성은 기도 생활의 소중함을 지금도 우리들에게 일깨우고 계신다. 2주에 한 번씩 의무적으로 고해성사를 보던 그 시절, 신앙 생활은 한마디로 이경재 신부님 성품 그대로, 완전함을 추구하셨고, 교우들을 완덕의 길로 인도 하셨다. 첫 번이자 마지막 본당 신부님 사목을 흑석동에서 마치신 신부님,-- 명수대 교우들에게는 영원한 목자가 되셨다.
1960년 초여름 미국 피츠버그로 서울 대교구 연락 책임 사목(식량 의복 구호 사업)을 위해 성당을 떠나실 때, 교우들에게 남기신 사랑과 이별의 아픔은 고통이겠지만, 신부님을 통하여 얻은 천주님 사랑은 크나큰 열매로 남았다. 유창하신 영어 회화 구사 능력을 받으신 신부님은 미국 전지역을 순회, 어렵던 60년대 우리 나라 경제 민생고를 해결하기 위한 교회의 소명을 받고, 70년 6월까지 미국에서 사목 하신다. 명수대 성당 구내에 있던 강냉이죽 급식소는 그 당시 우리 나라 경제가 얼마나 어렵고, 식량 부족이 심각함을 잘 말해 준다. 이러한 도움을 받기 위한 신부님의 미국 사목 10년,--영혼의 양식 뿐 아닌 육신의 양식을 구하기 위한 사도직 이셨다. 그리고 임무를 마치신 1970년 12월 귀국 길에 오르시고, 바로 나자로 마을로 가셨다.

   "--내 욕심이지, 가장 좋은 몫을 차지하려고 나자로 마을로 왔어, 10년 동안 미국에서 도움을 청하려 다니면서 그들의 사랑과 봉사가 얼마나 소중한가 생각했지, 그래서 귀국하면 꼭 이리로 와야 되겠다 생각했어-- 여기 나환우들,-- 저 환우는 열 손가락 모든 마디마디가 다 떨어져 나가고 엄지의 마지막 마디 하나 남았지, 그 마지막 마디를 갖고 묵주 기도를 드리는 거야. 이 세상에서 열 손가락으로 무수한 악을 행하는 사람들, 손가락 가락마다 보석으로 치장한 사치스러운 손들 마저 구원 되도록 저 환우의 한 마디 엄지 묵주 기도는 올려지겠지---."

본당 사목 하실 때와 다르게 신부님은 너무나 다른 모습을 하셨다. 신부님 복사 시절 제의와 성작을 갖추시고 시계 초침을 보시다가 정각이 되면 제의실에서 제대로 나가시던 신부님의 칼날 같으신 엄격함이 어느새 부드러움으로 변화 되어 있으셨다. 신부님 말씀대로 가장 좋으신 몫을 차지하셔서인지 신부님은 환우들의 좋은 모습을 점점 빼 닮아 가셨다.
나자로 마을을 볼 때마다 옛 명수대 성당의 이미지가 떠오르는 것은 벚꽃이 화려한 꽃마을 모습도 그렇고 모든 이들의 정성이 모이고 사랑이 모인 모습도 그렇다. 한양대 유희준 교수가 설계한 나자로 마을 성당은 옛 명수대 성당의 이미지를 빼어 닮았다. 

   "--이 성당 안의 모든 성물은 옛날 명수대 성당 성물을 제작한 미술가 분들 그분들 작품이야 명수대 참 좋았지!--"

신부님은 명수대를 잊지 않으시는구나. 하긴 유일무이(唯一無二)한 본당 사목 이셨으니까.
나자로 마을은 제2의 명수대 성당이였다. 아니 나자로 마을을 준비하기 위해 명수대 성당이 먼저 예비 됐는지도 모른다. 이웃과 나누고 예수님과 일치하기 위한 많은 이들이 마음을 열고 모여드는 집 나자로 마을은 나병 요양소이기 이전에 수고하고 짐 진자들이 모여드는, 주님 계신 곳이다,  

  "-- 나자로 마을을 돕는 사람들은 여유 많아서 돕는 사람은 많지 않아 예수께 내어놓은 어린이의 오병이어(五餠二魚)처럼 가난한 이의 나눔이지.-- "

무교동에 있던 유명한 맥줏집 월드컵의 여종업원들이 한푼 두푼 모은 정성이 5천명을 먹이신 예수님의 기적처럼 환우들을 위한 대극장 규모의 시청각관을 이루었다. 환우들을 감염의 위험을 무릅쓰고 치료해 주는 자원 봉사자들 가운데는 우리들이 무조건 싫어하는 일본 사람들이 상당수 있었다. 신부님은 수고하고 짐 진자들을 부르시는 주님을 위하여 수고하고 짐 진자들을 찾아 다니셨다. 그리고 그들을 주님 앞에 안내하시고 주님께서 그 짐을 벗겨 주시는 일을 도우셨다. 도움을 원하는 자를 찾아다니시고, 도움을 줄 수 있는 자들을 찾아 다니셨다. 전자에게는 주님의 사랑을 전해 주시고 후자에게는 주님의 지혜를 일깨워 주셨다. 가난한 이와 부유한 이를 한 형제로 만드시는 일 그것이 신부님의 성소(미션)이셨다.
나자로 돕기운동, 백만인 걷기 운동, 음악회 "그대 있음에", 사제 마을 운동, 등과 같이 눈에 보이는 운동도 있지만 기관차처럼 쉬지 않고 달리신 그 생애 자체가 마음이 닫힌 이들에게 나눔의 기쁨을 주시고 소외와 고통을 받는 이들에게 위로를 주셨다. 솜씨 좋은 교통순경처럼 사람들을 구원과 평화의 길로 인도 하셨다.
나환우를 위한 자금을 위해 매년 마다 개최하던 음악회 "그대 있음에"가 금년도에도 열렸는데 신부님 돌아가신 며칠 뒤여서 더욱 가슴이 아프게 신부님 생각을 하게 하였다. 

   "-- 언젠가 은인들이 환우를 잊을 수도 있지 않겠어 그때를 위해 교구에 환우들을 위한 공탁금을 만들어 둘 참이야 ---- "

나환우라면 전국 어느 곳이든, 아니 연변 동포들까지 찾아가시던 신부님께서는 94년 나자로 마을 경내에 사제 마을을 기획 하셨다. 은퇴하시고 주님의 부르심을 기다리는 신부님들은 또 다른 소외 된 이웃 이였기 때문이다. 바로 이분들을 위한 공동체 마을을 꾸미시는 일 -- 아마도 신부님도 사제 마을에 입주하여 주님의 부르심을 기다리시려나 보다 짐작했었는데 마을을 이룩하시고 홀연히 주님 앞으로 가셨다.

결코 쉬는 일없이 봉사하신 신부님을 주님께서는 "천국의 사제 마을"로 부르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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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註1*  -- 명수대는 본당초기의 옛 이름이다 그러다 명수대 명칭의 유래가 일본인들 때문이란 사실이 밝혀져

              교구에서 흑석동으로 개명 하였다.

*註2* --  남용우 교수는 당시 뿐 아니라, 현재 신축성당에 이르기까지 모자이크 성화 창작으로 본당 60년을 함께 하신 분이시다.

              1861년에 입국한 리델(Ridel, 李福明)신부에게 우리말도 가르치신, 왕실 교육 담당 승지 남종삼(요한) 순교성인의

              후손이시다. (1866 병인년 3월 7일 서소문에서 순교 : 2016년 병인순교 150주년)

*註3*-- 첫첨례 5,6,7은 매월 첫 목, 금,토요일로 성찬 수난 성모를 상징한다.

              현재는 토요일 성모 심신 미사만 남았다. 매월 첫 목,금,토 중에 택1 하여

              9번 연달아 미사 영성체하는자는 선종을 약속하싱 예수성심 발현 기적에서 유래 한다.

              신부님은 전교우에게 성화 뒷면에 9개 칸을 만들어 도장을 받도록 신심을 고무 시키셨다.

              이를 충실히 실행한 필자의 모친에게 진정 기적과 같은 선종이 있었음을 증언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