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CKNER, SIBELIUS, NIELSEN
브루크너 교향곡 9번
시벨리우스 교향곡 2번
닐센 교향곡 4~5번
구스타보 두다멜, 지휘
예테보리 심포니 오케스트라
DG 477 9449
현재 두다멜은 시몬 볼리바르 심포니의 예술감독이며 LA 필하모닉의 음악감독이자 예테보리 심포니의 상임지휘자이다. 이 가운데 두다멜이라는 인물과 이질적으로 여겨지는 자리가 있다면, 그것은 그가 2007년부터 상임을 맡고 있는 예테보리 심포니일 것이다. 20년이 넘게(1982~2004년) 네메 예르비라는 이름과 맞물려 있었던 악단, ‘스웨덴의 국가적 오케스트라’인 예테보리 심포니의 수장 자리에 베네수엘라 지휘자가 오른 것이다. 그의 임기가 이미 두 차례에 걸친 계약 연장으로 2012년까지 늘어난 상태임을 감안하면, 지금까지 그의 활동은 상당히 만족스러웠던 모양이다. 그렇다면 이들이 음반으로 내놓은 첫 성과물인 이 세트는 어떨까?
이 세트는 세 장의 음반으로 구성되어 있는데, 수록 녹음은 모두 실황이다. 첫 장에는 브루크너 교향곡 9번(2008년 2월), 다음 장에는 시벨리우스의 교향곡 2번(2010년 3월), 마지막으로 닐센 교향곡 4번(2008년 2월)과 5번(2009년 9월)이 담겨 있다. 모두 만만치 않은 작품들이며, 특히 시벨리우스와 닐센의 교향곡들은 이 오케스트라의 만년 레퍼토리이기 때문에 순전히 두다멜의 능력에 따라 연주의 완성도가 결정될 수밖에 없다는 점에서 무척이나 흥미를 끈다.
지금까지 두다멜이 내놓은 다른 녹음들을 들어 본 사람이라면, 그가 이들 작품에서 세부적인 요소에 집착하거나 다이내믹을 정교하게 다루지는 않으리라고 짐작할 수 있을 것이다. 그리고 그 대신 화려하고 원색적인 색채감을 보여주리라는 것도 말이다. 실제로 이러한 측면은 이 세트에 수록된 모든 곡을 일관하고 있다. 특히 부르크너 9번 아다지오 악장에서는 전 현악기군이 철저하게 활을 눌러 긋고 있으며, 전반적으로 모든 것이 너무나 극적으로 진행되고 있다. 브루크너가 생전에 라틴아메리카의 성당을 방문했다면 나와 비슷한 당혹감을 느꼈을까? 닐센 교향곡 4번의 포코 알레그레토 섹션 역시 색채가 지나치게 밝고 선명해 블롬슈테트/샌프란시스코 심포니(Decca)가 그토록 간절하게 보여주었던 평화에 대한 희구 같은 것은 보이지 않는다. 물론 그 자체로 아름다우니 된 것 아니냐고 말할 수도 있다.
한편 시벨리우스 교향곡 2번에서는 음색에 ‘서늘함’이 전혀 없다(오히려 특히 목관은 ‘따뜻함’이 넘치고 있다)는 점도 그렇지만 두다멜이 저음현을 지나치게 강조한다는 사실이 문제가 되고 있다. 특히 1악장에서는 이 때문에 악상 진행이 크게 둔중해지고 있다. 대단히 화려하고 극적 전환이 뚜렷한 2악장은 흥미로우나, 피날레는 의외로 호쾌함이 부족하다(아마도 금관 때문일 것인데, 힘이 부족하다기보다는 밸런스가 다소 불리하게 설정된 편이다).
이 세트에 부정적인 요소만 있는 것은 결코 아니다. 브루크너 9번 2악장의 스케르초 섹션은 대단히 투박하지만(뭉툭한 팀파니 음향 때문에 한층 그렇게 들린다) 설득력이 없지는 않으며, 닐센 교향곡 5번의 경우에는 두다멜이 악상의 강조점을 명확하게 파악하고 있어 적당히 화려하고 흥미진진한 연주를 들려주고 있다. 거의 지나칠 정도로 생생하고 웅장한 1악장 후반부(아다지오 논 트로포) 말미처럼 두다멜의 자신감이 지나친 게 아닌가 하는 인상을 주는 대목도 있지만, 2악장을 마무리하는 알레그로 섹션의 영웅적인 연출은 훌륭하다. 한편 닐센 교향곡 4번의 경우 두다멜은 적어도 네메 예르비가 같은 악단을 지휘했던 1990년 녹음(DG)처럼 ‘나무만 있고 숲은 없는’ 우를 범하지는 않고 있으며, 여러 대목에서 과감한 템포 운용과 긴장감 있는 연출이 돋보인다(포코 아다지오 섹션에서 알레그로로 넘어가는 경과구를 들어보라). 마지막 알레그로 섹션에서 두다멜이 펼치는 광란의 오르기가 도를 넘는다고 생각할 수도 있겠지만, 지휘자의 강력한 확신은 어떤 식으로든 설득되지 않기가 어려울 정도이다.
개인적인 의견을 밝히자만, 시벨리우스는 별로 마음에 들지 않고 브루크너와 닐센의 경우는 판단을 내리기가 그리 쉽지 않으나 닐센 쪽을 좀 더 긍정적으로 볼 수 있을 것 같다. 적어도 이들의 앞날에 기대를 걸어볼 수준은 되는 세트이다. 녹음은 잔향이 부족한 것은 아니나 울림이 좀 답답한 편이며, 특히 브루크너에서 그렇다(역시 실황 녹음인 반트의 프로필 녹음과 비교해 들어보라). 다소 인위적으로 조정된 인상을 주는 밸런스는 모든 성부를 동등한 비중으로 놓고 있어 그 자체로는 모범적이라고 볼 수도 있으나(특히 브루크너 9번 1악장 코다의 밸런스는 실로 완벽한 수준이다), 앞서 지적했듯이 예컨대 시벨리우스 2번의 피날레처럼 그 때문에 손해를 보는 경우도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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결론적으로, 브루크너는 좀 당혹스럽고 시벨리우스는 별로고 닐센은 그런대로 잘한 느낌입니다.
첫댓글 Dudamel/Bruckner, Sibelius, Nielsen? It's a combination hard to imagine ..... but I am always ready to be pleasantly surprised!
도리안님~ 오해는 하지 말고 들어주세요.
글을 읽는데 시각적으로 살짝 피로하니
사이사이의 간격을 좀 넓혀 주시옵소서.^^
아 그게요, 여러 가지로 기술적(?)인 문제가 있어서 좀 ㅡㅡ;;
ㅋㅋ맞아요~시각적으로는 살짝 피로합니다.
하지만 귀에 쏙~들어오지요.^^
게다가 도리안님의 글을 읽다보면, 같이 호흡이 빨라지는 느낌이 살짝~~숨쉴 틈을 안주세요~~ㅎㅎ
도리안님은 신문기자나 칼럼니스트가 분명합니다.^^
저 또한..오해는 마시구요~~ㅎㅎ오랫동안 글읽는 직업의, 직감적인 본능으로 말씀드린 것입니다.ㅋ
신문기자는 해본 적이 없고, 잡지 기자는 했었지요 ㅋ 앞으로 종종 제 글 좀 평가해주세요. 제가 글에 결함이 많은데 시원하게 지적해주시는 분은 별로 없어서 ㅡㅡ;
도리안님~제가 무슨 평가를 하겠어요~별말씀을 다하세요~ㅎㅎ
윗글을 읽다보니 스펀지처럼 흡수되어가는 느낌이 들어 한 말씀 올린거랍니다.ㅋ
글에 마력이 있는 듯 해요..템포가 점점 빨라져가는 듯도 하고요..ㅎㅎ이게 도리안님의 스타일이시구요.
천성 글쓰실 거 같구요ㅋ..^^지적할 거 없습니다.ㅎㅎ
'시벨리우스에서 서늘한 음색이 전혀없다'는 것은 저에게는 큰 걸림돌이 되겠습니다.
Thank you, but no thank you!
저에게도 그랬고, 아마 많은 분들에게 그럴 것 같습니다^^;
Inbal/CPO/Exton M5th SACD 들어 보셨나요? 하나 싸게 (서울에서) 구입했는데, 구반에 비해 지나치게 밝게 들리는군요. 싸운드는 매우 좋아졌지만.
도리안님의 글은 저에게는 ... 참 읽기가 편합니다. 어떻게 보면 ... 영어식 어감과 표현이 종종 있는것 같아서요~~
사실 그 점 때문에 지적을 많이 받았는데, 그래도 좋게 봐 주시는 분이 계셔서 다행입니다^^;
도리안님의 리뷰 참 좋아요. 자신의 색깔이 있네요. 살까 말까고민하게 만드네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