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반포5차 재건축 진퇴양난
이주 지연으로 부담비용 증가 … 책임 소재 논란 가중
 | 신반포5차 재건축사업이 나아가지도 물러나지도 못하는 진퇴양난에 빠져있다.
신반포5차 재건축조합(직무대행=김정수)은 작년 8월부터 관리처분계획 수립절차를 진행했지만 조합원 4/5 이상의 동의를 얻지 못해 인가가 이뤄지지 않은 상태다. 올 초부터 시작된 이주 절차는 반대 조합원이 제기한 관리처분 무효소송으로 이주비 지급 등이 중지돼 사실상 조합 업무는 중단된 것이나 다름없다.
문제는 조합원 이주비 금융비용이 지속적으로 늘어난다는 점이다. 반대 조합원 경우 ‘동의하지 않았기 때문에 자신들과는 상관없다’는 입장이어서 이주한 조합원들과의 갈등이 심화되고 있다. 무엇보다도 현재와 같은 고착 상태가 나아질 조짐이 미미하다는 것이 더 큰 문제로 다가온다. 조합원 중에서는 사업 추진 여부에 대해 적지 않은 고민을 하는 것으로 알려진다.
조합은 21일 반포동 소재 종합사회복지관에서 조합원들에게 사업 현황을 알리고 해결책 마련을 위한 공청회를 개최했다. 논란이 되고 있는 금융비용의 책임 소재를 비롯해 사업무산시 부담금 주체 등이 주된 화제로 다뤄졌다. 이날 공청회는 주거환경연합 김진수 사무총장을 초빙해 해결책 마련을 위한 의견을 구했다.
초과이익환수제 시행을 앞둔 작년 8월 신반포5차 재건축조합은 총회를 개최해 과반수 동의로 관리처분계획안을 통과시켰다. 그리고 결의된 관리처분계획의 인가신청을 구청에 접수했었다. 이후 통상적인 사업 절차에 따라 11월부터는 조합원 이주 및 신탁등기 절차를 진행했었다.
그러나 지난 2월 반대 조합원들이 제기한 관리처분 무효소송에 따른 가처분이 받아들여지면서 조합 업무가 중단되게 됐다. 문제는 이때 이미 조합원 1/3 가량이 이주한 상태였고, 당연히 이주 지연 등에 따른 금융비용에 대한 논란이 불거지게 됐다.
현재 조합원들이 가장 우려하고 있는 부분이 이주비 금융비용이다. 현재 신반포5차는 전체 555세대 조합원 중 약 170명이 이주했다. 시공사인 대림산업 관계자에 따르면 조합원 이주비에 대한 금융비용이 매달 1억5000만원 가량 발생한다고 한다.
이에 대해 미이주 또는 관리처분계획에 반대하는 조합원들은 “동의하지 않았기 때문에 이주 지연에 따른 비용발생의 책임에서 벗어난다”고 주장하고 있다. 21일 공청회에서 조합원들이 주로 질의한 부분 역시 ‘늘어난 사업비를 누가 책임지는가’ 하는 점이었다.
공청회에 참석한 조합원들 대부분은 이주한 조합원들이었다. 한 조합원은 “반대 조합원들은 이주한 조합원이 늘어난 사업비를 감당해야한다고 주장하는데, 만일 재건축 사업을 완전 포기할 경우 기 투입된 비용은 어떻게 처리되는가?”라고 묻기도 했다.
김진수 사무총장은 “현재까지 법원 판례에 따르면 사업이 중도에 무산될 경우 당시까지 소요된 비용에 대해 최초 재건축결의에 동의한 조합원인 경우 모두 부담 주체에 포함된다”며 “이는 미이주 조합원과 관리처분계획에 동의하지 않은 조합원, 그리고 조합원 지분을 양수한 새로운 조합원까지 모두 공동부담의 의무를 지게 된다”고 설명했다.
김 사무총장의 의견에 따르면 개별 조합원의 이주 또한 조합의 사업범위에 포함되기 때문에 개별적 책임이 아닌 전체 조합원의 몫이라는 것이다. 즉 사업지연이 장기화될수록 전체 조합원의 부담금이 늘어난다는 것과 같다.
조합 관계자는 “현재 관리처분의 무효여부에 대해 진행중인 본안 소송이 언제 끝날지 알 수 없기 때문에 시간이 지날수록 조합원 부담금 증가할 것”이라고 밝혔다. 이 관계자는 “공사비 등 관리처분의 내역에 대해 불만이 있을 수도 있다. 하지만 이주 및 신탁등기 등 조합원 의무를 이행하지 않고 권리만 주장하다보면 더 큰 손해를 볼 수 있다”며 조합원들의 참여를 부탁했다.
한편, 대림산업은 7월부로 조합의 운영비 지원을 중단한다는 공문을 보냈다. 대림 관계자는 “소송으로 조합이 꼼짝못하고 있는 지금 상황에서의 사업비 지원은 오히려 조합의 부담금 증가로 돌아오기 때문에 불필요하다는 판단에 의한 것”이라고 밝혔다. 이 관계자는 “만일 사업추진이 무산된다면 기 투입비용에 대한 정산과 직·간접적인 손해 배상 청구가 불가피할 것 같다”고 전했다.
결론적으로 신반포5차 재건축사업이 정상궤도에 오르기 위해선 관리처분계획에 대한 조합원 80% 이상의 동의가 필요하다. 2000년 초반 사업을 처음 시작하던 당시와는 무수한 규제정책으로 인해 시간도 많이 흘렀고, 사업여건 또한 크게 바뀌었기 때문이다. 그로 인해 공사비도, 또 조합원 부담금도 당초보다 높아졌다.
주거환경연합 김진수 사무총장은 “관리처분 내역에 대해 공신력을 지닌 전문기관에게 공사비와 부담금 등 공사내역의 검증 절차를 통해 관리처분의 동의율을 높여야한다”고 충고했다. 바뀐 여건에 따라 조정된 공사내역의 검증을 거친 뒤 추후 총회를 통해 관리처분을 성사시키는 것이 가장 합리적인 방법이라는 조언이다.
현재 관리처분계획에 동의하지 않은 조합원은 약 70명, 신탁등기를 하지 않은 이는 대략 180여명으로 알려진다. 직접적인 반대의사를 가진 조합원은 약 50명이며, 130여명의 조합원은 찬성도 반대도 아닌 관망 자세를 유지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진다. 조합측은 “50여명의 소수 반대자로 인해 300명에 가까운 다수의 일반 조합원이 피해를 보고 있다”며 안타까워했다.
조합은 9월경 총회를 개최해 향후 사업 방침을 정할 계획이다 |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