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인관계를 멀리서 바라보면, 아주 명확한 RPG입니다.
나에게 어떠한 Role이 부여되고, 그 Role을 수행하면서 다양한 보상과 이야기의 흐름을 경험하는 것이 RPG잖아요?
대인관계도 아주 명확합니다.
다만 게임과 다른 것은 나에게 주어지는 역할이 주인공, 귀족, 능력자의 역할이 아니고 NPC1 노비, 대사가 없는 엑스트라인 것이 문제지만요.
먼저 우리에게 주어지는 역할이란 것이 얼마나 중요한지를 알 필요가 있습니다.
자 우리의 학창 시절을 떠올려 봅시다.
일주일 이내로 남자던, 여자던 서열싸움을 하지요.
이 서열싸움을 여러 가지로 해석하지만, 저는 이것을 1년 동안 반에서 어떤 Role을 담당할 것인가를 결정하는 과정이라고 정의합니다.
조금 더 좋은 역할을 차지하기 위하여, 옛날 말로 짱에 가까운 역할을 부여받기를 원하여 서열 싸움에 그렇게 힘을 쏟지요.
이 역할이 한 번 정해지면 잘 바뀌지 않습니다.
그래서 서열 = 역할이 딱 정해지면 반에 평화가 찾아옵니다. 이것이 역할이 고정되었다고 하지요.
옛날 만화 클리셰처럼 전학생이 온다?
그러면 이 견고하게 형성된 역할 구성에 변화를 줄 것인지에 매우 민감하게 반응하지요.
일주일 이내로 다시 서열 작업이 완료되고, 역할이 부여되고, 그 역할대로 관계를 이어갈 것입니다.
자신에게 부여된 역할이 얼마나 중요한지 아시겠죠?
그 역할은 엄청나게 다양한 압력을 통해 우리의 생각과 행동을 제한하고, 그 역할에 머물도록 만들어냅니다.
커다란 사회에서는 이 역할이 아주 견고하게 구성되어서 개인의 힘으로 바꾸기 매우 어렵지요.
그런데 대인관계에서는 이것이 약간 다릅니다.
대인관계를 이제 막 새로 만들려고 할 때, 우리는 서로에 대한 정보가 거의 없습니다.
그래서 우리는 자신의 역할을 새롭게 만들 기회를 얻을 수 있지요.
일본에서는 이것을 극단적으로 '데뷔'라고 하더군요.
고교 데뷔라고 하면, 고등학교를 멀리 떨어져 자신을 아는 사람이 없는 곳으로 가면서 자신에게 완전히 새로운 역할을 부여하고 그것에 따라 행동해서 자신의 역할을 이전과 분리시키는 것을 말하는 것이지요.
이전까지는 찐따라는 역할을 했다면, 고등학교 첫날에 염색하고 불량하게 등교해서 자신에게 찐따라는 역할을 남들이 부여할 수 없게끔 하려는 시도. 이것이 고교 데뷔의 핵심이겠죠.
자 대인관계의 처음에는 정보가 없습니다.
어떤 역할인지 서로 알 수 없지요.
그렇다면 상대방 입장에서, '나'의 역할을 파악하기에 가장 중요한 것은 무엇일까요?
바로 '나'가 '나'에게 자연스럽게 부여하던 역할이 무엇인지입니다. 그래서 그것을 탐색하지요.
스스로에게 모범생이라는 Role을 부여하고 있었다면, 자연히 그런 모습을 상대방에게 보입니다.
그런데 모범생이 스스로에게 양아치라는 Role을 갑자기 부여하고 하려고 하면? 좀 어색하겠죠.
그렇지만 의외로 상당 부분이 먹힙니다.
상대방은 나에게 관심이 있지만, 또 없습니다.
그냥 일반적으로 그런 역할을 하던 사람의 특성이 몇 개 보이면, 그냥 그렇게 인식합니다.
그러면 상대방은 나에게 내가 생각했던 역할로 대우를 해주고, 그러면 나는 자연스럽게 다시 그 역할을 더 잘 수행하게 되지요.
물론 너무 못하면 문제가 발생하겠습니다만.
그래서 어려서 자신이 어떤 역할에 익숙해지는가? 가 굉장히 중요합니다.
이때 익숙해진 역할을 상당히 오랜 기간 유지할 가능성이 높거든요.
자신은 어떤 역할을 하는가? 그리고 남에게는 어떤 역할을 하는 사람으로 보이는가? 나는 어떤 역할을 하고 싶은가? 그 역할을 최소한 연기할 수 있는 능력과 교양을 갖추고 있는가?
이런 질문에 대답해보시면, 대인관계에서 어떻게 좋은 위치를 점해서 편하게 대인관계를 잘 유지할 수 있는지 알 수 있을 것입니다.
첫댓글 SNS를 너무 간과하신듯
초중고 지역도 거진 연결될듯요~
1. 본문에서 말하는 '고교 데뷔'를 할 거면 당연히 SNS도 초기화 시킬 겁니다.
2. 무엇보다 이 글에서 '고교 데뷔'를 예시로 꺼낸 건 고등학교 때 새로운 모습으로 시작하는 게 가능하냐 마냐를 따지는 게 아니라 백지상태에서 새로운 역할을 부여받는 예시를 들기 위해서입니다.
어지간히 유명인사가 아닌 마당에야 몸이 멀어지면 관심도 멀어지게 마련이죠 전 같은 지역의 기숙사제 고등학교 나왔습니다만 초중학교때 친구들하고 연락 다 끊어졌습니다 제가 일부러 연락하고 만나고 다녔으면 관계가 유지되었을텐데 안그러먼 짤없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