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운악산 등정기(2) / 포천등로 편
【 1 】
3월을 앞세우고 찾아온 살폿한 봄기운은 수삼일 째 밤안개 짙게 피워 나목가지 마다마다에 맺힌 잎눈(葉芽)과
꽃눈(花芽)들의 잠자리를 보듬드니, 미명에는 는개 내려 그 눈들을 씻기우고 봄채비하라 속살거렸다.오랜 동면
속에 움추렸던 그들이 기지개를 켜고는 하루가 다르게 토실토실 커져간다. 시나브로 유색사사록 (柳色絲絲綠)
에 화류쟁춘(花類爭春)의 시절이 열리기 시작한다. 봄을 피우는 것은 봄햇살에 아지랑이 피듯 살가운 봄바람이
아니라 연두색 새싹이고 화사한 봄꽃이다. 삭풍을 밀어내고 왔어도 춘풍은 봄을 피우는 그들의 들러리일 뿐임
에 조금은 섭섭하였던지 양광(陽光)을 채근해 때 아닌 여름날씨를 푼다. 서울의 한낮이 23.8도, 남녁의 한낮이
28도를 넘기는 기상관측 이래 3월의 최고 기온을 기록하게 한다. 망측도 하지만 그런들 어쩌랴. 부푼 잎눈과
꽃눈들의 윙크가 좋고, 봄맞이 산행에 행장이 줄어들어 배낭 가벼워 좋다.
한수 이북의 조종산(祖宗산)으로서 한북정맥에 우뚝한 운악산(雲岳山)은 그 동쪽 자락에 천년 고찰 현등사(懸
燈寺)를 비롯한 눈썹바위. 만경대 등이 수려한 경관을 뽐내고, 그 서쪽 포천쪽 자락에는 대원사. 운주사를 비롯
해 무지치폭포.신선대. 망경대 등이 또한 빼어난 경관을 자랑한다. 운악산을 오르는 등산로는 크게 경기도 가평
군 하면의 현등사로부터 오르는 코스와 포천군 화현면 운주사와 대원사로부터 오르는 코스가 있다. 지난 2월
23일 운악산 가평등로에 이어 2013,03,09. 토요일, 오늘은 운악산 포천등로로 오르기 위해 새벽길 나선다.
아침 7시 서을 상봉역 앞에서 청량리를 출발 광릉내 (남양주군 진접읍 부평리)로 가는 707번 버스편으로 남양
주군 진접읍 부평리 '광릉내'로 가서, 다시 광릉내와 도평리(포천군 이동)를 운행하는 7번 선진시내버스를 타
고 포천군 화현면 화현리 '운악산휴게소' 앞에서 내린다. 아침 9시 10분이다. 서울에서 대중교통편을 이용한
운악산 가는 길이 멀기만 한 것 같아도, 청량리 기준 2시간 30분 ( 환승하는 기디리는 시간 포함)이면 갈 수 있
는 거리이다.
고즈녁한 운주사를 지나 무지치폭포를 향해 제1코스 등산로를 오른다. 정상부의 암벽길과 달리 울창한 송림의
오솔길엔 갓 떠오른 아침 햇살이 솔잎사이 연무를 헤집고 빛내림(숲속 틴들현상)을 하고, 텃새들의 봄맞이 사
랑노래에 이른 아침 나홀로 등산길을 더욱 호젓하게 한다. 폭포 전망 정자에서 바라본 무지치폭포는 거대한 빙
벽으로 하늘에 닿아 그 높이를 가늠할 수 없는데, 폭포를 따라 높이 이어놓은 데크 계단을 오르며 근접하여 바
라본 폭포는 누운 듯 수직 암벽을 타고 내리는 넓고 높은 그 규모에 눈길이 오싹해 진다. 약수터의 천년바위는
암벽 타는 등반가들의 훈련캠프로 우뚝하고, 신선대는 눈앞에서 밟고 가지만 그 턱밑이라 오히려 양명(揚名)
에서처럼 그 수려함을 보지 못하고 지나친다. 거대한 수직 암벽을 올려다 보느라 뒷목이 접혀 아프다. 궁예의
대궐터는 산중턱 협곡의 좁은 너들분지에서 단지 이름으로만 남았는데, 천년 세월이 무상해서인가 돌부리 가
득하다. 비록 그시절 반듯한 대궐터는 아니어도 산천협곡은 의구한 데 인걸은 가고 없고 대궐 또한 자취없다.
대궐터를 뒤로하고 다시 가파른 암벽에 붙여놓인 긴긴 사다리를 타고 능선에 오른다. 더넓은 포천 산하가 한눈
에 들어와 신선이 된 듯 한 데, 좁은 협곡 건너편엔 애기봉 능선타고 내린 또다른 거대한 암벽이 기기묘묘하게
웅장하다. 운길산의 만물상이다. 운악산, 그는 능선마다 기암 절벽이 천길 단애를 이루고 승경을 이루니 험한
가플막을 오르는 힘든 산행에도 지치게 하지 않는다. 노고송(老孤松) 가지 사이로 그 모습 담고 다시 애기봉을
오른다. 한북정맥 마루금이다. 애기 닮은 기암 곁에 더높은 어미바위가 선 것 같은 데도 그 이름 애기봉이란다.
애기봉앞 바위전망대에서 바라보는 가평쪽 협곡이 또한 놓칠 수 없는 풍경이고 멀리 연인산이 방싯거린다.
▼ 경기도 포천군 화현면 운악산휴게소와 운주사 입구 풍경
▼ 운악산 산행지도
▼ 무지치폭포 전망 정자
▼ 무지치폭포 빙벽 - 1
▼ 무지치폭포 - 2
▼ 무지치폭포- 3
▼ 무지치폭포 - 4
▼ 무지치동굴
▼ 샘터와 암벽
▼ 세월의 흔적- 하나의 바위가 갈라지는 모습
▼ 신선대(神仙臺) / 아래에서 올려다본 풍경
▼ 제2코스로 이어지는 갈래길 계곡풍경
▼ 대궐터로 오르는 협곡의 로프길 / 하단부
▼ 대궐터로 오르는 협곡의 로프길 / 상단부
▼ 태봉국 궁예의 대궐터
▼ 애기봉 능선으로 오르는 데크 계단
▼ 가파른 사다릿길
▼ 능선길의 소나무 - 1
▼ 능선길의 소나무 - 2
▼ 능선길에서 내려다본 '대궐터' / 협곡에 천혜의 요새이다.
▼ 애기봉 아래 능선으로 오르는 데크
▼ 애기봉 아래 능선 전망바위와 명품소나무
▼ 운악산 만물상(萬物象)
▼ 만물상 - 2
▼ 명품소나무 - 2
▼ 포천군 화현면 풍경
▼ 애기봉
▼ 애기봉과 그 주변 풍경
▼ 애기봉 동사면 계곡과 연인산
▼ 애기봉 정상 풍경
▼ 운악산 서봉
▼ 서봉 망경대에서 바라본 운악산 정상인 동봉
【 2 】
935,5봉 운길산 서봉은 바로 뒤 애기봉쪽 북사면의 투터운 적설과는 달리 봄볕 따사로워 2주전에 왔을 때의 눈 덮
힌 모습 간 데 없고, 촉촉한 민낯으로 해바라기에 여념 없다. 서봉 망경대에 서서 발아래 펼쳐지는 포천의 광활한
풍광을 가슴에 담으며 생수 한잔에 등정길의 피로를 가셔낸다.
서봉 망경대(望景臺) 위에서는 정작 그 발아래 기암절벽의 승경을 볼 수 없다. 2코스로 내려가도 스쳐갈 뿐, 제대
로 볼 수 없기는 마찬가지라서 제2코스에서 볼 수 있는 운악사 답사를 포기하고 대원사로 가는 제3코스로 하산
키로 하고 동봉으로 간다.
937,5m의 운악산 정상 동봉(東峰)에도 잔설(殘雪)이 봄볕에 서럽게 녹으며 질퍽되는데, 마치 여름 같은 봄낮의
열기가 고산 나목의 잎눈들이 경기(驚起)하게 한다. 낮 12시 이른 시간인데도 벌써 한무리의 산악회원들이 일찍
등정하여 저마다 장승같은 표지석을 끌어안고 기념촬영에 여념없다. 모두가 마치 연인 품에 안기 듯 그 포즈 또
한 각양 각색이다.
동봉아래 한북정맥 절고개 대원사 삼거리 갈림길의 물멍진 전망바위에서 김밥으로 허기를 떼우며 건너편의 서봉
망경대 아래의 빼어난 절벽과 능선을 담는다. 암벽에 빌붙어 독야청청하는 고송(孤松)들을 바라보면 암벽보다 오
히려 그 청송들이 더 경외롭다. 바위 틈을 휘감아 그 몸을 지탱하고 그 틈의 엷은 부엽토층에 그 뿌리를 내리었다
하나, 한여름 갈수기 한발은 어떻게 견뎠으며, 세한 삭풍은 또 어떻게 이겨내고 저리 푸르단 말인가! 봄볕 받은 송
엽(松葉)들이 녹색으로 더 빛난다. 그러고 보면 서봉의 망경대는 그들을 품어서 더 기품있다.
대원사 깊은 계곡의 물소리 청량하다. 그 옛날 왕건의 군사들이 목욕하던 소(沼)라던 '귕소'를 지키는 큰 바위에
철없이 갓 우화(羽化)한 황색 나비가 앉았다가 카메라를 보고 놀래서 날아 간다. 아무리 둘러봐도 풀 한포기 꽃
한송이 없는데, 그들은 또 어디서 꿀을 따랴! 봄날의 때이른 고온(高溫)에 일찍 나온 나비가 애처롭다. 운악산 포
천등로로의 일주산행이 독락속에 마친다. 대원사의 백구(白犬)가 졸다말고 인기척에 멍멍된다.
▼ 서봉 망경대 정상의 쉼터
▼ 망경대에서 바라본 서봉 마루
▼ 해발 937,5m의 운악산 정상 동봉(東峰)
▼ 동봉에서 바라본 서봉 망경대 풍경
▼ 한북정맥 대원사갈림길 삼거리 풍경 / 우측 바위가 전망바위.
▼ 전망바위에서 바라본 서봉 망경대와 그 능선 풍경
▼ 전망바위의 석송(石松)
▼ 전망바위 아래 능선길
▼ 망경대 아래 제2코스 능선길 풍경
▼ 제3코스(대원사길) 능선길 풍경 - 1
▼ 제3코스 능선길 풍경 - 2
▼ 제3코스 능선길의 '사다릿길' 풍경 / 사진속과 달리 뒷걸음으로 내려서야 한다.
▼ 귕소
- 궁예의 병사들이 모여 목욕을 했던 소(沼)와 바위 -
▼ 귕소 바로 아래 풍경
▼ 대원사계곡 석상천 / 포말지는 낙수청음(落水淸音)에 마음을 씻는다.
▼ 운길산 대원사
▼ 100대 명산을 혼자 찾는다는 산사나이 / 하산길 귕소에서 만나 함께한 산우
▼ '광릉내'(남양주시 진접읍 부평리) 환승지와 광릉내~운길산~이동으로 운행하는 '7'번 버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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첫댓글 잘생기셨네ㅐ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