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 : 윤상섭 사진전 "천상재회" 중에서)
사진가 윤상섭 사진전 ‘천상재회’
(글 : 사진평론가 덕암 장한기)
세상에서 하늘과 가장 가까운 곳에 살고 있는 사람들은 아마도 티베트 고원지대나 네팔 등지에서 살아가는 사람들이 아닐까. 그래서 그들은 언제나 하늘과 땅이 맞닿은 세계의 지붕이라 일컫는 히말라야의 고봉들을 바라보며 천상의 성스러움을 온 몸으로 느끼며 신에게 의지하며 살아가고 있는 것 아닐까? 세상에 존재하는 모든 생명체의 근원은 하늘과 땅의 조화로 부터 이루어진다. 그래서 인간은 기도를 올릴 때 천지신명 창조주를 제일먼저 찾게 된다. 인간이 지구상에서는 비록 위대하다고는 하나 무한한 우주공간 속에서는 채 100년도 못사는 유한한 존재에 불과하다. 그래서 인간은 외부문화와 괴리된 환경에서 살아가는 사람들일수록 인간 본연의 존재보다도 신의 존재를 더욱 숭상하며 정신적으로 의지하게 된다.
티베트는 세계에서도 몇 안 되는 중앙아시아 고원 지역으로서 토착 티베트인들의 고향이다. 평균 고도가 약4,900m이며, 지구상의 육지에서 가장 높은 곳에 위치하고 있어서 '세계의 지붕'이라고 일컫는다. 그들의 신화를 보면‘먼 옛날 이 설역 고원은 바다였으며, 바람이 일고 파도가 치니 거품이 일어나고 이 거품들이 쌓이고 쌓여 육지를 형성하였다고 한다. 그 후 보따낙가산 관음보살이 변종으로 나타난 원숭이를 대륙으로 보내어 살게 했는데, 이들 원숭이는 불도를 지키며 얄룽 계곡의 한 동굴에 살게 되었다. 수컷은 '투' 이었고, 암컷은 '초' 였다. 그 후 나찰녀와 원숭이 사이에서 서로 다른 변종의 여섯 자식이 태어났는데, 그들의 후손은 점차 털이 줄고 꼬리가 짧아지면서 결국 사람이 되었다고 전해지고 있다.’
태초의 전설속의 조상들에 의해 전수 되어온 그들의 종교는 티베트 특유의 문화인 티베트 불교로 발전한다. 티베트불교는 바하라야나(Varjrayana)의 독특한 형식을 따르지만 티베트에서만 행하는 것이 아니며, 몽골, 네팔, 부탄, 라다크 등지의 국가에서도 행해진다. 특히 티베트인들은 부처의 가르침에 아주 작은 의문조차도 품지 않는다고 하였다. 이러한 종교적 특성과 문화적 괴리에서 오는 그들의 삶과 애환을 탐구한 사진가 윤상섭이 '천상재회' 라는 제목으로 전시회를 펼친다. 그의 작품속의 면면을 보면 작가가 왜 천상재회라는 이름을 붙였는지 어렴풋이나마 이해할 수 있을 것 같다.
작품속의 주제는 한 마디로 작품 전체의 내용을 압축하여 표현 한 것으로써 그들의 생활이 의미하는 방향을 제시 해주고 있다. 즉 티베트 사람들의 생활의식에서 보듯이 천상재회가 의미하는 바는 티베트 사람들의 마음속에 내재한 불변의 종교이며 그것은 그들의 의식이나 생활속의 단면을 통해 표출되고 있음을 알 수 있다. 내세의 삶은 오직 타루초를 스처가는 바람과 같으며, 불교에서 주장하는 윤회의 원리를 깨닫는 순간 현실의 고통은 단지 영생을 위한 단초가 될 뿐이라고 믿고 있기 때문이다.
그래서 그들은 오체투지로 육체적 고통을 감내하면서까지 전생과 내세에서 지은 업보를 속죄하고 우주만물의 원리를 윤회생전에 근거하여 후세의 영광을 약속받고자 하는 것이다. 그것은 우주의 모든 생명체는 생성과 소멸을 반복하는 것으로써 인간이 한 생을 살다가 사라짐은 새롭게 태어남을 의미한다고 해석하기 때문이다. 또한 그것은 새로운 세상에서는 그 형태를 달리 할 수 있음을 예견하고 있기에 다시금 인간으로 태어나기를 간절히 소원하는 것으로써, 그러한 그들의 의식은 어쩌면 티베트 사람들의 삶의 전부라고 해도 과언이 아닐 것이다.
다만 티베트 사람들의 생활환경에서 그들의 육신을 이끌어가는 수단은 드넓은 초원에서 생성되는 수확물과 자연 상태에서 유목된 동물들이 생활의 조력자이자 영양 공급원이 되기도 한다. 반면에 그들이 종교 의식으로 행하는 타루초의 설치나 하늘과 땅을 연결하는 오방색의 휘장들은 지상의 기운을 천상으로 연결하는 신과 내통하는 의식의 통로가 되고 있다. 그래서 그들은 바람에 나부끼는 타루초 앞에서 두 손을 합장하고 관세음 보살님의 미묘하신 본심을 보이는‘옴 마니 반 메 훔’의 육자 진언을 올리며 생전 업보의 소멸을 기도하는 것 아닐까?
사진가 윤상섭은 한국사진작가협회 회원으로써 제23대,24대,25대 이사를 역임하였으며, 한국사협 회보 "한국사진"을 출판하고 있는 피알에이드 대표이기도 하다. 사진과 관련하여서는 1991년부터 현재까지 10여 차례에 걸쳐 유라시아 횡단촬영을 비롯하여 중앙아시아, 중남미, 남미, 인도, 네팔, 인도차이나반도, 라오스, 미얀마 등 세계의 오지를 촬영하였으며, 8번의 전시를 하기도 하였다. 이번 전시는 2011년 12월 21부터 2012년 1월 4일까지 삼청동 한벽원 갤러리에서 열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