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5-17세기 한의학은 우리 나라 중세 역사에서 가장 높은 단계에로 발전하였다. 이 시기에 노 중례(盧仲禮),
허 준(許 浚), 임 언국(任彦國), 양 예수(楊禮壽) 같은 명의들이 활동하였으며 백과 전서적 의의를
가지는 3대 한의학 책들인 ((鄕藥集成方)) 전 85권, ((醫方類聚)) 전 266권, ((東醫寶鑑))
전25권을 비롯한 수많은 한의 서적들이 편찬 발행되었다. 세종때에 이르러 그동안 우리나라에 전해진 각종
중국의학서적이 체계적으로 총정리된 『의방류취(醫方類聚)』의 완성을 보게 되었다. 그 후 명으로부터 수입된
의방서들과 그 방서의 언해본이 많이 간행되어 전문분과의 경험방서들의 저술을 보게 되었으며, 임진왜란
직후에는 왕명으로 허준에 의해 『동의보감(東醫寶鑑)』이 간행되어 당시의 의학을 통합하였다. 우리나라의
의학은 이론면에서는 중국의학의 이론을 근간으로 하되 임상면에서는 향약을 위주로 하는 고유의학에 치중했었는데,
이런 이원적인 구조가 『동의보감』에 이르러 일원화된 것이다. 허준은 역대의 학설을 그의 독자적 이론체계로
통합했을 뿐 아니라 우리나라의 전통적 고유의학을 그 체계 안에 통일적으로 결합함으로써 동양의학의 한
줄기를 완성하였던 것이다. 『동의보감』은 우리의 고유의서인 동시에 오랜 역사를 통해 발전되어 온 제학설을
통일적으로 체계화하고 있다는 점에서 동양의학권에서 보편성을 지니는 것이다. 그렇기에 『동의보감』은 동양
3국에 널리 전파되었을 뿐 아니라 오늘날에도 큰 영향을 미치고 있는 것을 볼 수 있다.
조선후기에 이르러서는 실증주의적 학풍이 풍미하면서 실제와 경험을
중시하여 분과전문화되는 경향을 보였다. 특히 당쟁에서 벗어난 재야의학자들은 자신의 진료경험에 입각하여
당시 창궐한 질병의 치료에 주력하여 신학풍을 일으켰다. 또한 사회의 피폐화에 따라 실용적인
간편한 의서들이 만들어져 가난한 서민들의 질병을 고치는 데 활용되었다. 이런 의학이 유행하던 19세기에는
이제마의 사상의학(四象醫學)이 나왔다. 이제마의 사상의학은 심신의 통합체인 인간 개체를 체질분류를 통해
유형화하고 그에 상응한 치료방을 제시한 것으로 한국의학의 내용을 더욱 풍부하게 하였다.
이 시기에 편찬된 ((東醫壽世保元))에는 사람의 체질을 사상(四象) 즉 태양(太陽), 태음(太陰),
소음(少陰), 소양(少陽))으로 나누고 그에 맞게 치료를 하도록 서술하였다.
이와 같이 우리 나라에서 한의학은 높은 수준에서 고유한 전통을 가지고 계승
발전되어 왔으나 해방 전 일제의 민족 문화 말살 정책으로 말미암아 그 발전의 길이 막혔다. 일제는 한의학이라는
이름마저 빼앗고 "한방의학"이라 부를 것을 강요하였다. 1910년 이후, 일제의 민족문화 말살 정책과
서양의학의 유입으로 의료제도가 서양의학 중심으로 개편되면서 한의학은 40여년 간의 암흑기를 맞게되었는데,
조국의 광복과 함께 1951년 국민의료법이 제정되면서 정부와 국민의 성원 하에 비로소 한의사제도가 확립되었다.
국의학은 서양의학의 도입과 일제 강점기를 지나면서 많은 시련이 있었으나 그 맥이 면면히 이어져 새로운
발전의 역사를 계속해 왔다.
시대적 필요에 의하여 70년대 이후에 침, 뜸을 비롯한 한의학의 임상적 가치에 대하여 학술 및 연구
활동이 활발히 전개됨에 따라 교육기관 또한 꾸준히 늘어나 1999년 현재 한의과 대학이 11개에 이르고
있다.
1994년에 신설된 국립 한의학 연구원과 1996년에 설치된 보건복지부 한방제도담당관실은 대한한의사협회와
더불어 한국의 한의학을 보호, 육성하는 버팀목이 되고 있다.
이제 우리 나라엔 국가적인 한의학 교육 체계와 한의 의료 봉사 체계가 확립되었고 한약 자원을 전망성
있게 개발할 수 있는 한약 기지가 갖추어졌다. 한의학 분야에서는 진단에 현대적인 의료기구들과 검사법들이
널리 도입되어 과학적으로 질병을 진단할 뿐만 아니라 수많은 한약들의 약리 작용과 성분들이 전면적으로
검토되고, 경옥고를 비롯한 수많은 한약제재들이 사람들의 건강 증진에 과학적으로 쓰이고 있다. 오늘날,
서양의학이 고도로 발달했음에도 불구하고 공해로 인한 생태계 파괴와 환경오염으로 새로운 질병들이 끊임없이
생겨나고, 화학 약품의 부작용이 크게 대두되면서 우주자연과 인간 생명에 대한 새로운 인식이 요구되고
있다. 민간요법들이 수집 정리되어 이론적으로 체계화되고 있으며 그것들이 임상 실천에서 난치병들을 고치는데
효과적으로 쓰이고 있다. 오늘 우리 나라에서 한의학은 높은 수준에 이르렀으며 서양의학과 잘 배합되어
국가의 예방 의학적 방침을 관철하고 사람들에 대한 의료 봉사 사업을 개선하는데 적극 이바지하고 있다.
이제 인류는 지금까지 이어온 문명의 흐름에서 한 획을 그을 수 있는 중요한 시기를 맞이하게 되었다.
한의학계도 이 중요한 2000년대를 맞이하여 민족 한의학이 세계인류 건강증진에 기여할 수 있도록 한의학의
세계화를 위한 노력을 하고 있다. 한의학 세계화의 일환으로 국제동양의학학술대회, 한중학술대회를 주최하고,
카자흐스탄 공화국에 한의사 무료 진료팀과 주재한의사 파견 및 베트남과의 학술교류가 추진되고 있으며,
인터넷 홈페이지 제작, 영어 등 외국어로된 한의학 서적 발간 등 한의학을 해외에 널리 알리는 작업을
지속적으로 추진하고 있다.
그러나 한편으로 우리의 선조들의 병을 치료했던 공헌을 한 한의학은 많은 사람들의 뇌리에서 가치를 잃어가고
있는 것도 사실이다. 아직도 어떤 이들은 한의학을 신비의 의학이라고 말하며 많은 이들은 한의학을 미신적인
요소로 설명하는 사람이 있다. 여전히 한약을 보약 정도나 강장제 정도로 인정하며 병의 치료를 위한 약으로
생각하지 않는 사람이 있다. 우리는 정말로 우리의 것들에 대해 무엇을 알고 있는지 생각해야 한다.
21세기의 한의학은 학문적으로 2천년 동안 동양 세계에서 축적된 경험과 지혜를 정치화하여 세계 모든
의료사회에서 통용될 수 있는 의학으로 발전하게 될 것이다.
앞으로 한의학 특유의 치료술인 한약과 침술의 효과가 현대적으로 검증되어 한국, 중국, 일본 등 한자문화권에서
사용되는 국지의학이 아니라 전세계 인류가 공유할 수 있는 의학이 될 수 있도록 지금도 한국의 한의사들은
대학, 연구소, 임상병원에서 연구 노력을 계속하고 있다.
우리 나라에서 전통적으로 내려오면서 병 치료와 건강을 보호 증진하는
오랜 역사적 과정에서 창조되고 발전하여온 민족의학, 한의학은 우리나라에 풍부한 한약과 뜸, 침, 부항,
안마 등 독특한 치료법을 이용하여 사람들의 병 치료와 건강 보호 증진에 이바지하여 왔으며 우리 민족의생활
습성과 신체 구조에 맞게 발전되어온 민족의 귀중한 의학 유산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