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 저두 MBC 카메라 테스트를 보고 왔습니다.
일단 오후 3시 반이라 얼굴이 부을 일은 없었는데요,
대신 예배 갔다 화장하고 하려니 시간이 빠듯하더군요.
평소 하지도 않는 화장까지는 괜찮았는데, 속눈썹은 도저히 안 되겠더군요.
한 4년만에 붙여본 거라 그런지 붙이기는 어렵진 않은데, 눈이 너무 아파서 그냥 다시 떼어버리고 갔습니다.
막상 가 보니 속눈썹 안 붙인 사람이 거의 없을 정도로 다들 신부화장을 하고 오셨더군요.
전 앞머리도 없이 올백으로 머리 묶고 갔는데, 저같은 사람은 거의 없더군요. ㅡ.ㅡ;
웬지 거울 보기도 주눅이 들었답니다.
암튼 그래도 제 자리가 행운의 7번이었다는데 큰 위로를 받았습니다.
그리고 차례가 다가오는데, 제 앞의 분은 정말 옆에서 보기 안타까울 정도로 떨었습니다.
손을 떨어 원고가 흔들리는 게 옆으로 보일 정도였습니다.
그런데, 막상 제 차례가 되고 보니, 저도 손을 떨고 있더군요.
다들 MC멘트를 주로 하셨는데, 전 정치관련 뉴스를 했습니다.
근데 정당이란 발음에서 그만 실수를...... 약간 우물거렸죠.
하지만 그냥 쭉 읽어내려갔습니다.
다시 읽다가 웬지 버벅거릴 것 같아서요.
그 다음엔 실수가 없었지만 이거 망했구나란 생각이 들었습니다.
그 다음 잠시 정면으로 카메라를 바라보는데, 손석희 님께서 아까 제가 버벅거렸던 그 첫문장을 다시 읽으라고 하시더군요.
역시 망했구나 생각하며 그냥 다시 읽었습니다.
물론 이번에는 틀리지 않았지요.
그걸 다시 읽고 나니 저도 모르게 웃음이 나더라구요.
시간이 좀 흐른 뒤라 카메라가 제 옆사람으로 간 줄 알고 배시시 웃었습니다.(물론 소리없이 웃었죠.)
제 옆에 분도 자기 차례가 되었는 줄 알고 유형 몇번 하겠습니다라고 하는데 세상에 아직 카메라가 제 얼굴을 비추고 있었나 봅니다.
바보같이 웃는 모습이 다 카메라에 잡히고 말았죠.
손석희님이 그 분께 아직 잠시만요, 하시더라구요.
그러다 그 분 차례로 넘어가고 전 웃는 얼굴이 카메라에 잡힌 걸 알고 당황해서 웃음을 그쳤죠.
완전 엉망진창이었습니다.
그 뒤에는 질문공세가 이어지더군요.
송정림이라고 전에 한지붕 세가족에 임채무의 딸로 나왔던 그 탤런트 분이 계셨는데, 좀 엉뚱하게도 대학 졸업했냐는 질문을 했습니다.
그 분은 이화여자대학교 나왔고 지금 대학원 재학중이라고 했죠.
그 다음 신동욱 님이 어떤 분께는 최근 뉴스중에 가장 큰 게 무엇이냐고 했죠.
제가 알기론 카메라 테스트에선 저런 질문 안 하는 줄 알았는데, 저도 물어볼까 약간 당황이 되더군요.
전 북한 핵개발 문제를 떠올리고 있었는데, 그 분은 약간 천천히 아시아 지역 테러라고 했더니 그럼, 그 테러에서 희생된 여자 이름을 알고 있냐고 했습니다.
그 분은 여자이름은 생각이 안 나고 자매인 것으로 알고 있다고 비교적 슬기롭게 넘겼습니다.
또 송정림 그 분께 가장 좋아하는 프로그램이 무엇이냐고 했고, 전파견문록이라고 대답하자 왜냐고 이유을 물었습니다.
아이디어가 좋다는 게 대답의 요지였고, 전 저에게 저런 어려운 질문을 안 하는 걸 감사했답니다.
갑자기 MBC프로그램은 상도밖에 생각이 안 났거든요.
또 어떤 분께는 좋아하는 연예인을 물었고, 그 분은 잠시후 정우성이라고 하셨습니다.
제 옆에 맨 마지막 분에게는 형제관계를 물었습니다.
이제 질문이 거의 다 끝나가나 싶었는데, PD로 보이는 한 분이 갑자기 제 이름을 부르셨습니다.
그러시더니 제가 읽었던 뉴스 원고 내용중 하나였던 자민련 무엇이냐고 하셨습니다.
전 대본을 다시 보지도 않았습니다. 대답하는 데 시간이 너무 걸릴 것 같았기 때문이죠.
그냥 순간적으로 제 발음에 대한 의구심으로 여겨 '의원이요'라고 대답했습니다.
아무래도 제가 '으원'으로 읽었던 것 같아서 대답을 그렇게 했는데,
그 분은 대답을 들으시더니 종이에 뭔가 적으셨습니다.
역시 아까 원고 리딩이 문제였습니다. ㅡ.ㅡ;
그렇게 하고 질문이 끝나고 저희는 퇴장했습니다.
복잡하고 착찹한 마음을 뒤로 접으며, 조용히 집에 돌아왔습니다.
테스트 받으면서 느낀 건데, MC원고 하시는 분들은 뉴스와 MC중간톤으로 많이들 하시는 것 같았습니다.
그리고 뉴스 하시는 분들도 떨어서인지 목소리가 많이들 약하신 것 같았어요.
앞으로 카메라 테스트 보시는 분께, 감히 조언 드리자면,
오디오 연습, 특히 발음도 중요하겠지만 배에서 울리는 우렁찬 소리를 연습하시라고 하고 싶네요.
긴장이 되서 평소만큼 소리가 잘 안 나오거든요.
저도 평소보다 목소리가 잘 안 나오더라구요.
얼만큼 소리내야 하는지 감도 잘 안 오구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