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직은 앳된 모습의 신승찬. 그저 웃는 모습이 예쁜 소녀인 듯 보이는 신승찬은 대한민국 배드민턴의 미래를 짊어지고 갈 인재다. 기대주 꼬리표를 떼어내고 본격적으로 성인무대에 뛰어드는 그녀를 태릉에서 만났다.
글 문영광 기자 / 사진 김홍경 기자
초등학교 3학년 때 라켓을 처음 잡은 신승찬은 성심여중과 성심여고를 거치며 팀을 떠받들다시피 한 장본인이다. 탄탄한 기본기와 좋은 체격조건을 바탕으로 한 파워를 앞세워 언제나 또래 중 최고를 달렸다.
이렇게 파워 있는 공격이 일품이면서 이름까지 씩씩한(?) 신승찬이지만 그녀는 아직 웃음 많고 수줍은 많은 20살 소녀다. 건들기만 해도 웃음이 터져 나올 나이다. (실제로 웃음도 많았다.) 이런 때에 고교 졸업과 삼성전기 입단이라는 경사를 축하할 겨를도 없이 대표팀에 들어와 겨울을 땀과 함께 뒹굴고 있는 것이 힘들 것 같아 물었다. 그러나 그녀에게서 돌아온 것은 무덤덤한 대답. "곧 유렵에서 있을 대회를 위해 부족한 점을 보완하고 체력 훈련도 열심히 하면서 겨울을 보냈어요." 당연한 듯 대답하는 그녀에게서 국가대표로서의 마음가짐, 한국 여자 복식을 짊어지겠다는 당찬 각오가 엿보였다.
신승찬은 지난해 수많은 대회로 인해 쉴 틈이 없었던 것이 사실이다. 그러나 그에 따른 만족할 만한 성과도 있었다. 독일 세계주니어선수권대회에서 2연패를 거두며 자신들의 이름 석자를 확실히 새겼을 뿐 아니라 본격적인 성인 무대 진출을 통해 세계랭킹 20위권 안으로 진입하는 등 괄목할 만한 성장이 있었다.
특히, 이러한 활약에 힘입어 최고 명문 배드민턴단인 삼성전기에 입단할 수 있었다. 신승찬은 "기분이 너무 좋다. 삼성전기라는 명문 팀에 입단하게 되어 무한한 영광으로 생각한다. 앞으로 삼성전기 유니폼을 입었을 때는 더욱 열심히 해서 꼭 좋은 성적으로 보답하고 싶다"며 입단 소감을 밝혔다. 이어 "이틀 정도 삼성전기 언니들과 지냈었는데 너무 잘해주셔서 감사하다. 오빠들은 아직 친해질 기회가 없었다. 빨리 삼성전기 선배들과 더 친해지고 싶다"며 삼성전기 선수들에 대한 애정을 보였다.
중학교 시절 승승장구하던 신승찬은 중학교 3학년부터 고등학교 1학년까지 부상 때문에 운동을 제대로 하지 못했다. 중3 때는 무릎, 고1 때는 발목이 말썽이었다. 특히, 고1 때 발목 부상은 치료를 온전히 하지 않고 운동을 하다가 다시 쓰러진 것도 수차례다. 길어지는 부상과 고통에 배드민턴을 그만두고 싶었고 실제로 그만 두려고 마음 먹기도 했었다. 몸은 아프고 운동은 제대로 되지 않았다. 이대로 계속 할 수는 없을 것 같았다.
하지만 역시 힘들 때 일어설 수 있게 해준 것은 부모님이었다. 신승찬의 부모님은 "너무 힘들겠지만 이 고비만 넘기면 웃을 날이 올 것이다. 사람이 힘들 날만 있으면 어떻게 살겠느냐. 분명 좋은 날이 온다"며 힘을 주셨다. 대표팀 파트너 이소희도 옆에서 많은 도움이 되었다. 신승찬은 "어린 나이고 너무 힘들었기 때문에 부모님 말씀이 사실 모두 와닿지는 않았다(웃음). 힘든 건 어쩔 수 없었다. 그래도 결과적으로는 부모님 덕분에 내가 버티고 지금까지 올 수 있었던 것이다"며 감사한 마음을 전했다.
파트너 이소희 이야기를 빼놓을 수 없었다. 애초에 두 선수에게 똑같은 질문을 던지겠노라 마음 먹었던 기자는 준비했던 뻔한 질문을 던졌다. "신승찬에게 이소희란?" 그녀는 1초의 망설임도 없이 "가족"이라는 대답을 했다. "소희는 가족 그 이상이라고 할 수 있다. 있는지 없는지도 모를 정도로 항상 붙어있지만 막상 없으면 허전한 그런 존대가. 이젠 그만 떨어지자는 말도 농담 삼아 많이 한다. 운동을 하던 밥을 먹던 잠을 자던 너무 오랫동안 같이 해왔기 때문에 소희가 항상 옆에 있어야 든든하다"며 파트너에 대한 애정을 보였다.
신승찬과 이소희가 함께 호흡을 맞추기 시작한 것은 중학교 1학년. 중3, 고1 때는 잠시 헤어져 있었지만 그 때 외에는 항상 붙어있었다. 어린 나이에 대표라는 명목으로 만나 다른 지역 아이와 짝을 이뤄 복식을 치는 것이 처음에는 너무 쑥스럽고 웃음이 나왔다. "게임 들어가도 서로 쳐다보고 계속 웃어서 선생님들께 혼난 적도 많다"는 신승찬의 대답에서 그 상황을 짐작 해 볼 수 있었다. 단식을 주로 했던 어린 시절이기에 처음에는 호흡이랄 것도 없이 그저 정신없이 운동했고 어느새 둘은 지금에까지 오게 되었다.
청소년, 주니어 대표팀에서 산전수전을 다 겪었던 탓일까. 신승찬은 가장 감사한 은사님을 꼽아달라는 질문에 이득춘 감독을 꼽았다. 그녀는 "모든 은사님이 감사한 것은 당연하다. 그래도 굳이 꼽으라고 하면 이득춘 감독님인 듯하다. 혼나기도 많이 혼났지만 오히려 그것 때문에 지금의 강한 내가 있지 않나 생각한다"고 말했다.
자신의 장단점을 묻는 질문에 신승찬은 "나는 네트플레이 할 때 앞에서 끊어주거나 뒤에서 때릴 때 파워가 좋은 것이 장점이다. 단점은 뒤에 있다가 앞으로 달려가는 순발력이 조금 느린 편이다. 소희보다 상대적으로 몸이 느리다"며 자평을 내렸다. 신승찬과 이소희 조의 장점을 묻는 질문에는 한 치의 망설임도 없이 "공격"이라고 답했다. 두 선수 모두 큰 키를 바탕으로 좋은 파워를 가족 있기 때문에 충분히 수긍할 만한 대답이었다.
신승찬의 현재로써 가장 큰 목표는 아시안게임에 출전하는 것이다. 그것을 위해 올해와 내년까지 대표팀에서 열심히 배우고 땀흘려야 한다. 아직 대표팀 내에서도 뛰어 넘어야 할 선배들이 많다. 그리고 내년 쯤에는 여자 복식 세계랭킹 10위권까지 노려보고 싶은 마음이 있다. 하지만 목표는 거저 이루어지는 것이 아니다. 그녀도 잘 알고 있다. 때문에 지금은 오로지 운동에만 전념하고 있다.
인터뷰 내내 유쾌하고 솔직하고 웃음 많은 신승찬의 모습을 통해 함께 한 모두가 힐링을 받는 시간이었다. 많은 사람의 바람처럼 신승찬이 대한민국 배드민턴의 위상을 드높여줄 그날을 고대해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