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주명리학은 뉴-에콜로지다!
고미숙, 『나의운명 사용설명서』, 북드라망, 2012.
남궁효
초록교육연대 회원님들께서는 설 명절을 잘 쇠셨는지요?
2014 갑오년 새해에도 복많이 받으시고 뜻하신 바가 일사천리로 이루어지시기를 기원합니다.
그리고 개인적으로 저의 처가 장례에 조문과 조의를 표해주신 초록교육연대 이기영 상임대표님 이하 여러 회원님들께 깊이 감사드립니다. 장인 어른은 동두천 왕방산 자락 예래원이라는 공원묘지에 잘 모셨습니다. 모두 여러분의 도움 덕분이라고 생각합니다. 거듭 감사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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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이를 먹어감에 따라 우리전통의 습속에 관심을 두게 되는 것은 아주 자연스러운 일입니다. 음식도 고기 보다는 된장찌개나 두부김치찌개, 콩나물국, 미역국 등을 찾고, 집도 아파트 보다는 한옥에 한 번 살고 싶은 마음이 굴뚝 같지요. 옷도 한복이 양복보다 한결 편하고 푸근합니다. 음악도 국악이나 판소리, 민요 등이 귀에 편합니다.
그럼에도 점치는 일은 꺼림칙하지요. 동양철학관이라고 문패를 내건 점집에 들어가기도 그렇고, 점괘를 믿기도 그렇습니다. 왜냐하면 근대과학문명은 점을 미신이라고 규정해왔으며, 우리는 어릴 때부터 그런 주입식 교육을 받았기 때문입니다. ‘오리엔탈리즘’이라고 아시나요? 제국주의자들이 동양이나 비서구 세계를 정복한 다음 그 고유한 문명과 문화 체계를 싸잡아 미신으로 폄하하거나 신비로 초월시켰던 고도의 문화지배 전략을 아십니까? 사주팔자가 딱 거기에 놓여 있습니다.
하지만 요즘 드라마에는 종종 무당이나 점집이 등장하고 무속인을 주인공으로 하는 경우도 있습니다. 그만큼 점이나 역술인에 대한 현대의 관점도 크게 변화하고 있는 것 같습니다. 이러니 저러니 해도 사주(四柱) 팔자(八字)는 가장 꾸준히 우리들의 입에 오르내리고 있습니다. 아무래도 남녀 결합 과정에서 알아보는 궁합이 궁금한 탓일 것입니다. 저도 이제껏 딱 한 번 점집 문 앞에 가본 적이 있습니다. 선친께서 결혼 전에 꼭 궁합을 알아보라고 하셔서 할 수 없이 예비 신부랑 함께 가서 맞추어 보았습니다. 좋다는 말이 나오면 속이 시원하고 후련해지고, 나쁘다는 말이 나온다면 꺼림칙해지게 되지요. 여러분들은 혹시 어떠셨나요? ^^
인문학자 고미숙은 고전을 연구해서 오늘에 맞도록 의미를 부여하는 탁월한 고전학자인데, 몇 년 전에 그의 책, 『열하일기, 웃음과 역설의 유쾌한 시공간』을 읽을 때는 실학사상가 박지원의 일거수 일투족에서 상쾌한 유머와 위트, 그리고 본질을 꿰뚫는 혜안에 배꼽 잡으면서 감탄해마지 않았습니다. 국어 시간이나 국사 시간에 들었던 『열하일기』가 이토록 해학적인 줄은 몰랐습니다. 그녀는 그 후로 열하일기 3종 세트와 달인 3종 세트를 펴내더니만 최근에는 임꺽정과 동의보감(2011)을 새롭게 읽어냈습니다.(『임꺽정, 길 위에서 펼쳐지는 마이너리그의 향연』, 『동의보감, 몸과 우주 그리고 삶의 비전을 찾아서』)
몸과 우주, 그리고 운명의 비전을 찾아서
20세기 전반기까지만 해도 궁합, 이사, 여행, 집짓기, 수명 등의 제반 사항에 운영해왔던 사주 명리학은 해방 후 미국 문화의 홍수와 같은 유입과 기독교 문화의 확산 아래 최하위 바닥 문화로 천대를 받기에 이르렀습니다. 하지만 재밌는 것은 상류계급에서는 버젓히 애용해 왔다고 합니다. 국회의원 선거다 대통령 선거다 하면 역술가나 풍수가의 상담을 받지 않는 경우가 드물다는군요. ㅋㅋ
그에 비하면 소위 진보적 진영에서는 비과학적 숙명론이라고 하면서 원초적으로 터부시해왔다고 합니다. 진보주의가 동양전통사상에 대해서 가장 오리엔탈리즘적 태도를 취하는 경향이 있습니다. 역학(易學)뿐 아니라 유학, 불교에 대해서도 크게 다르지 않았다고 합니다. 우리의 근현대는 유물론 : 관념론이라는 이분법적 틀로 사상사를 구획시켜왔습니다.
<내몸 사용설명서>는 들어보았는데, <나의 운명 사용설명서>는 제목부터 흥미롭다.
1997년 소위 IMF, 외환위기 이후로 저자는 두 가지 측면에서 세상의 변화를 겪습니다. 하나는 민주화와 함께 온 것이기도 한데, 신자유주의의 만연으로 ‘자본’의 독주가 더욱 심해지고, 정치적 진보와 보수의 구분이 명확하지 않게 되었다는 점이고, 두 번째는 제도권 밖에서 공부공동체를 이끌면서 겪게 되는 공동체원 사이의 인간 관계의 문제였습니다. 고미숙 선생은 오늘날 진보단체들이 부딪히는 가장 큰 문제는 더 이상 권력의 탄압이 아니라, 공동체원 사이에서 벌어지는 ‘감정의 틈’이라고 합니다. 운동의 가치와 명분이 자신의 몸, 그리고 삶의 현장과 동떨어져 있는 탓에 내적 충족감이 떨어지고 우울증을 겪는 경우도 많다는 군요.
혁명과 ‘구도(求道)’는 어떻게 조우하는가?
쉽게 말해서 사회를 변혁시키려는 사람이 스스로 변하지 않고는 말과 관념만 앞서게 되어 나타나게되는 갈등과 모순을 겪으면서 저자의 관심은 서양철학에서 동양적 사유로 전환하게 됩니다. 유교, 불교, 도교의 스승들의 이야기에 귀기울이게 되었다고 합니다. 거기서 얻게 된 결론은 마음을 바꾸지 않고는 세상을 바꿀 수 없다는 사실이었습니다. 사주명리학을 연구하게 된 것은 어느날 우연히 마주한 역술인의 풀이가 그런 구체적 갈등의 속내를 한 방에 정리해주었던 강한 경험 때문이라고 합니다.
고미숙은 다음과 같이 이야기합니다.
“동양의 사상은 하나같이 마음의 혁명, 곧 구도(求道)를 설파한다. 도(道)란 무엇인가? 마음과 우주과 하나임을 깨달아 존재를 완벽하게 탈바꿈하는 것이다. 이보다 더 파격적이고 전복적인 사유가 어디 있는가. 그런데 왜 그것은 사회 혁명이념과 만나지 못하는가? 근대과학문명의 영향으로 해체와 전복의 사유가 점점 봉쇄되어 버렸다. 자연과 역사, 개인과 사회, 실존적 자유와 역사적 해방 등등 모더니즘은 양분법을 창안해냈고, 그와 더불어 혁명과 구도(求道)는 양극단으로 물러나게 되었다. 우리가 넘어서야할 이분법, 최후의 장벽이리라.”
얘기가 어렵지요? 쉽게 말하면 우리가 다수의 삶을 혁명적으로 바꾸고 싶다는 발상은 모순이라 합니다. 왜냐하면 저 자신도 구원 못한 주제에 남을 구원한다는 논리 자체가 말이 안 되지요. 게다가 진보 세력이나 운동권은 대중들을 도구화시키고 스스로 권력에의 의지를 강화시키기 때문인 것 같습니다. 그러니 진보 세력에 대한 대중의 지지도 50%를 넘기 어려울 듯합니다.
사람은 오직 자신만을 구할 수 있을 뿐인데, 어떤 개인도 홀로 존재할 수 없지요. 우리의 존재성 자체가 사회적 우주적 인연의 산물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고미숙은 “그러므로 관계의 배치를 바꾸지 않는 구원이란 있을 수 없다. 구원(救援)이란 운명에 대한 사랑이다. 어떤 상황 열악한 조건에서도 자아 존중감을 버리지 않는다면 그 어떤 권력이나 자본도 회유하거나 훼손시킬 수 없다. ‘운명애’야말로 혁명과 구원의 원천이라 할 수 있다. 운명을 사랑하는 힘으로 세상을 바꾸는 흐름에 참여할 때, 그것이 곧 혁명이다.”라는 결론에 다다릅니다.
혁명과 운명애, 변혁과 영성(靈性), 평행성처럼 달려온 이 두 쌍을 음양오행이라는 매트릭스 안에서 조우하게 하는 것이 사주명리학 공부의 목표라고 합니다. 음양오행에는 안팎이 없으며, 내가 곧 우주이고 자연이 나의 연장이 됩니다. 개인과 사회, 공공과 사사가 나누어지지 않으며, “무의식보다 더 깊은 심연까지 탐구의 대상이자 혁명의 과정이다. 아니, 혁명이란 존재의 심연에 대한 탐사, 그리고 그것을 통한 대자유에의 여정에 다름아니다. 이 매트릭스는 우주로 통하지만 ‘나에게로 가는 길’이기도 하다. 고로 몸과 우주, 그리고 운명은 하나다!”
그의 글을 읽으면서 몸-마음-우주-운명을 하나로 비정하는 동양철학의 정수 안에서 사주명리학을 통하여 그 운명의 비밀을 탐구하여 나를 알고 너를 알아가면서 진보적 혁명마저 완수하고 싶은 염원을 읽게 됩니다.
사실 자연의 이치 속에서 존재와 운명의 비의를 탐색하고자 한 인류의 노력은 아주 연원이 깊습니다. 애니어그램, 별자리, 수상과 관상, 풍수지리 등등. 아마 모든 원주민들은 저마다 운명학을 가지고 있을 것입니다. 자신의 존재를 우주적 인과 속에서 살펴보는 삶의 기술은 원초적 본능이기 때문입니다. 저도 애니어그램 연수를 받은 적이 있는데, 나 자신의 기질과 성향을 알고는 참으로 신기했습니다. 어쩜 그리 신통하게 맞추는지...^^ [에니어그램 연수 기록이 본 카페 자유게시판에 있습니다. http://cafe.daum.net/educationofhope/5NDQ/341]
하지만 인류가 고안해 낸 여러 가지 운명론 가운데 음양오행론은 단연 독보적이랍니다. 다른 점성술은 운명을 읽어낼 수는 있지만 거기서 끝나고 그 다음 스텝이 없는데, 음양오행론은 무엇보다 의학과의 긴밀한 결합이 가능하며, 몸과 우주, 그리고 운명을 하나로 관통하는 ‘의-역학’이라는 배치 가운데 가장 원대하고 고매한 비전탐구이자 동시에 구체적이고 실용적인 용법을 지니고 있다는 것이지요.
음양오행, 혹은 매트릭스
사주명리학을 이해하려면 천간과 지지를 알아야 합니다. 천간(天干)이란 오행(목화토금수)에 음양이 붙은 것으로, 갑을(甲乙:목)/병정(丙丁:화)/무기(戊己:토)/경신(庚辛:금)/임계(壬癸:수)로 하늘을 움직이는 기운이라고 합니다. 10 가지여서 십간이라고도 하지요.
지지(地支)는 우리가 친숙한 12가지 띠 동물에 오행을 붙인 것으로 자축인묘진사오미신유술해(子丑寅卯辰巳午未申酉戌亥)입니다. 이를 계절에 따라 배열하면, 인묘진(봄)/ 사오미(여름:화) / 신유술(가을:)/ 해자축(겨울)이 된다. 결국 계절의 끝(진미술축)에 환절기를 의미하는 토가 붙어 있다. 10간과 12지가 결합한 것이 그 해의 간지(干支)가 됩니다.
갑자(甲子)에서 시작해서 계해(癸亥)까지 60년이 걸립니다. 60세를 환갑이라함은 60갑자를 한 바퀴 돌았다는 뜻이지요. ‘인생은 환갑부터’라는 말이 사실이라네요. 왜냐하면 앞의 60갑자가 선천이라면 뒤의 60갑자는 후천의 흐름이 되는데, 『동의보감』에서 말하는 인간의 자연스러운 수명은 120세라고 때문입니다. 요사이 영양과 의료 발달로 100세 시대를 떠들먹거리는 것이 오히려 쑥스럽네요. ^^
이러한 간지의 순환을 가지고 한 사람의 인생살이를 풀이하는 것이 사주명리학입니다. 사주(四柱)란 네 개의 간지(생년/월/일/시), 명리란 운명의 이치란 뜻이지요. 네 개의 기둥을 통해 내 운명의 지도를 그린다는 의미입니다.
아래는 이 글을 쓰고 있는 오늘(2014년 음 1월 3일 낮12시)에 태어난 아기의 사주입니다. 이러한 정보는 <만세력>에 다 들어있습니다. 서점에 나가시면 손쉽게 <만세력>을 구입할 수 있습니다. 이 책이 없으면 비록 용한 사주쟁이도 사주를 뽑을 수 없답니다.
첫댓글 많이 공감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