낭산일기 76
녹수계곡(綠水溪谷)
가평군 상면(上面)의 녹수계곡(綠水溪谷)-
청평 검문소가 있는 삼거리에서 현리 방향으로
3킬로 남짓 도로와 냇물이 나란히 이어지다가
기암괴석이 어우러진 바우유원지가 끝날 즈음에서
냇물의 줄기가 오른쪽으로 급히 꺾인다.
명지산에서 물줄기가 시작하여 운악산을 거쳐
현리 앞을 지나와 청평에 이르러 북한강에 합류되는
조종천 줄기 중간쯤에 있는 계곡이다.
조종천의 길이는 고작해야 20여 킬로미터 남짓으로
그리 긴 편을 아니지만, 사방으로 큰 산들을 끼고
있는데다 삼림이 울창하여 냇물의 수량이 제법 많다.
뿐만 아니라 크고 작은 바윗돌과 자갈이 뒤섞여
자연경관이 매우 뛰어나고 아름답다.
골짜기 곳곳엔 깊은 소(沼)를 이루어
각종 물고기가 다양하게 서식하고 있다.
1급수에서나 살고있는 쉬리와 갈겨니가 주종을 이루고
밤에는 산메기와 빠가사리 퉁사리 동자개같은
희귀 어류가 곧잘 잡힌다.
아직 반딧불이가 있고 그 먹이가 되는 다슬기가 많아
생태계 보존 지역으로 보호받고 있다.
수도권에서 별자리를 가장 잘 관측할 수 있을 정도의
청정 자연이 잘 보전되고 있는 곳이기도 하다.
마음이 한적할 때면 이 녹수계곡을 곧잘 찾는다.
물고기나 다슬기를 잡기도 하고,
가끔은 청우산과 대금산 산행을 하기도 하고
널찍한 바윗돌에 누워 호젓이 자연심에 심취해 보기도 한다.
그래 녹수계곡은 오랜 세월 마음 곁에 두고 있는 곳이다.
혼자 골짜기 깊은 곳 아무도 들어오지 못하는 조가터
외딴 곳까지 개울을 두 번이나 건너 계곡 깊숙히 들어간다.
초여름의 삽상한 산들바람이라 했더니
앞뒷산이 이마가 닿을 만큼 좁은 골짜기로
두어 차례 소나기가 훑고 지나간다.
녹음 속에서 뻐꾸기가 울어대고 개울 건너 숲에서는
가끔씩 꿩소리가 정적을 깨뜨린다.
저렇게 한 곳에서 수컷 장끼가 자꾸 울어대는 걸 보면
그 곁에서 까투리가 알을 품고 있는 것이 분명하다.
돌을 주어다 담을 쌓고 어항을 대여섯 개 놓았으니
몇 시간이 지나면 물고기가 가득 들어올 것이다.
어족 자원의 남획 방지로 투망이나 촉고(그물)의 사용이
금지되어 혼자 고기잡이를 즐기기엔 어항이 제격이다.
물고기야 어항에 들어오든 말든 적막강산이 그대로 좋다.
자연의 품속에 들어있는 순간은 언제나 행복하다.
너럭바위에 누워 파란 하늘에 둥실 떠가는 뭉게구름을
우러르고 있노라면 잡다한 상념들이 하얗게 바래지고
원초의 순수심에 유년의 동심 속으로 나를 재우곤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