왕부는 번왕의 궁궐을 말한다. 번왕이란 황제가 아들이나 공신에게 일부 지역을 분봉하여 임명한 왕을 말한다. 우리나라와 같이 독립국의 개념은 아니지만, 그 지역에서 나오는 세금으로 왕위를 대대손손 이어가는 것이니 그 또한 대단한 권력이라 할 수 있다. 국경의 일부 수비를 담당하기도 하기 때문에 군대를 보유하는 경우도 있다.
계림의 정강왕은 주원장의 조카이다. 이곳 광서성 계림은 척박한 곳이라 넉넉한 삶을 살기 어려운 곳이다. 그래서 자기 아들은 보내지 않고 대신 조카를 보낸 것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계림의 한 복판에 왕성을 건설하고 아름다운 풍경속에서 12대 14명의 왕이 왕위를 이어가고 있다. 이곳 왕부에서 압권은 왕부의 현무봉이자 주산의 역할을 담당하는 독수봉이다. 독수봉은 말 그대로 홀로 빼어난 봉우리라는 뜻이다. 우뚝 솟아오른 독수봉 정상에 올라 본 모습은 정말 아름답다. 말로 다 표현하지 못하고 사진으로 담아내지 못하는 것이 안타까울 따름이다. 비록 돌산이지만 줄줄이 이어진 용맥과 좌우 청룡·백호 안산 그리고 물길이 이곳을 환포하고 있어 그야말로 천하 명당이다. 이곳 왕부가 형세 풍수에 바탕을 두고 입지선정이 이루어졌다는 것을 확인시켜주고 있다.
현재 이곳 왕부는 대학으로 사용하고 있는데 광서사범대학이다. 가이드의 말로는 이곳에서는 제법 유명한 대학중에 하나라는 것이다. 한마디로 이 대학을 졸업하면 먹고 사는데 지장이 없다는 것이다. 역시 명당의 힘은 위대하다. 오랜 시간이 흘러도 그 기운은 여전하고 이곳에 사는 사람들에게 미치는 영향 또한 다르지 않은 것이다. 어차피 인간은 자연의 일부이고 자연의 영향력에서 자유롭지 못하기 때문이다.
이를 합리적이고 논리적으로 정리해서 현대인들이 인문학의 하나로 인식하게 만드는 것은 결국에 우리 풍수인들의 몫이 아닐까 싶다. 필자의 책임이 크다고 할 것인데, 갈수록 게을러져 젊고 유능한 제자가 그 역할을 대신해주길 바라지만, 현재로서는 많은 부분에서 부족함을 느끼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