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삶과 수행이야기]〈26〉세살 어린애라도 나보다 나으면, 그에게 배우리라
부처님도 안거 후 “미심쩍은 행동 지적하라” 요청
대중에게 평가받으며 수행…
배우려는 구도 자세가 ‘제일’
당나라 때, 거사 황삼랑(黃三郞)은 마조(馬祖, 709~788) 문하에서 공부해 한 소식을 얻은 재가자이다. 황삼랑 거사는 아들이 둘이 있었는데, 두 아들이 모두 당대에 걸출한 선사였던 마조에게 출가하였다. 1년쯤 지나 두 아들인 스님들이 집에 잠시 들렸다. 스님이 된 두 아들을 처음으로 본 아버지는 그들을 마치 살아있는 부처님처럼 모셨다. 아버지는 스님들께 절을 올리고 이렇게 말했다.
“옛 사람이 말하기를 나를 낳은 사람은 부모요, 나를 완성시켜주는 사람은 벗이라고 했습니다. 비록 두 스님이 나의 자식이지만, 출가자가 되었으니 나의 도반이나 다름없습니다. 부디 스님들께서 이 늙은이를 잘 이끌어 주십시오.”
출가 전에는 하늘처럼 모셨던 아버지가 자신들에게 겸손하게 예를 갖추고, 선지식이 되어 달라는 부탁에 스님들은 아버지에게 말했다.
“거사님이 비록 연세는 많지만, 수행하는데 어려울 것이 하나도 없습니다. 거사님께서 도를 구하는 마음이 간절하시니, 저의 스승님께 인도해 드리면 어떻겠습니까?”
두 스님은 아버지를 마조 선사에게 인도하였다. 거사는 마조의 가르침으로 공부한 뒤 선사에게 이런 말을 하였다.
“제가 스님을 뵙지 못했더라면 일생을 어영부영 살다갈 뻔 했습니다. 이렇게 늘그막이라도 스님을 뵙고 공부할 수 있게 되었으니, 마치 칼로 허공을 베어버린 기분입니다.”
조주종심(778~897)은 60세에 ‘세살 어린 아이라도 나보다 나으면 그에게 배울 것이요, 백살 노인이라도 나보다 못하면 그에게 가르쳐 주리라’라는 생각을 갖고 온 나라의 유명한 선지식을 찾아 발초첨풍(撥草瞻風)하였다. 조주는 80세가 되어서야 하북성 조주 관음원에 주석하였다. 조주가 14세에 출가하였으니 60세라고 하여도 법납이 40여년이 넘었을 터인데, 조주의 구도 정신을 가늠할 수 있을 것이다.
그런데 조주와 정반대의 스님이 있다. 부처님께서 기원정사에 머물 때, 대중 가운데 우다이 비구가 있었다. 우다이는 부처님과 같은 도량에 머물면서도 스승에게 배우려는 구도심이 없고, 법에 대해 아는 체하며 교만을 부렸다. 기원정사에 처음 온 초학 비구들은 우다이 비구가 교학에 대해 많이 아는 줄 알고, 5온에 대해 질문했는데, 놀랍게도 우다이는 교학에 대해 전혀 몰랐던 것이다. 부처님께서 이를 아시고 ‘교만하고 어리석은 자는 성자와 늘 함께 있어도 공부하는 구도심이 부족하다’며 걱정하셨다.
간화선을 하든 위빠사나를 하든 선지식을 찾는 것도 중요하지만, 배우려는 구도 자세이다. 즉 설령 자신보다 나이나 법납이 적을지라도 배우려는 마음자세를 갖는 것이요, 재가자라고 할지라도 자신보다 나으면 그를 선지식으로 섬기는 구도 자세가 중요하다고 본다. 논어에 세 사람이 길을 가면, 반드시 스승이 있다(三人行必有我師)고 하듯이, 아마도 자신보다 아랫사람에게 고개 숙였던 원조가 석가모니 부처님이 아닐까 싶다. <잡아함>45권 <회수경>에 전하는 내용으로 마무리하고자 한다.
포살이 범계를 스스로 반성하는 의식이라면, 자자(自恣)는 90일간의 안거가 끝나는 마지막 날 밤에 대중들이 한 곳에 모여 안거 기간 계율 어긴 것에 대해 서로 지적해주는 의식이다. 어느 해, 기원정사에서 안거 전날 500여명의 대중이 모여 자자가 있었다. 제일 먼저 부처님께서 말씀하셨다.
“비구들이여, 혹시 이번 안거 기간 동안, 내가 신구의(身口意) 3업으로 비난받을 일을 했거나 혹은 그럴만한 미심쩍은 행동이 있었다면 내게 지적해 주십시오. 지적해주면 이 자리에서 참회하고, 대중이 따르는 의식을 지켜나갈 것입니다.”
정운스님… 서울 성심사에서 명우스님을 은사로 출가, 운문사승가대학 졸업, 동국대 선학과서 박사학위 취득. 저서 <동아시아 선의 르네상스를 찾아서> <경전숲길> 등 10여권. 현 조계종 교수아사리ㆍ동국대 선학과 강사.
[출처 : 불교신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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첫댓글 ☞ 잡아함 45-1212. 회수경(懷受經) http://cafe.daum.net/daman1203/Ro5X/508
☞ 중아함경 29-121. 청정경(請請經) http://cafe.daum.net/daman1203/RugC/122
☞ 증일아함경 24-32:5. 선취품(善聚品) http://cafe.daum.net/daman1203/T8aE/1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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