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율장 속 부처님 이야기] 13. 자자(自恣)의 유래
원만한 공동체 생활 위한 약속
상호 열린 마음이 진정한 화합
승단의 대표적인 행사 가운데 자자(自恣)라는 것이 있다. 자자란, 안거(安居)의 마지막 날, 안거를 함께 보낸 스님들이 전원 모여 3개월 동안의 율 위반을 서로 지적하며 참회하는 일종의 자기 반성회 같은 모임을 가리킨다. 우리나라에서는 우란분절, 혹은 백중이라는 말에 가려 일반인들에게는 다소 생소한 느낌일지도 모르지만, 승단에서는 매우 중요한 행사이다.
율장「자자건도」에서는 자자 제정의 인연담을 다음과 같이 전한다. 부처님께서 사위성 근처에 있는 기수급 고독원에 머무르고 계실 때의 일이다. 안거철을 맞이한 스님들이 한 절에 모여 함께 생활하게 되었다. 대중 생활로부터 빚어질 갖가지 충돌과 불화를 염려한 스님들은 ‘어떻게 하면 우리들은 서로 화합하여 싸우는 일 없이 즐겁고 안락하게 안거를 보낼 수 있을까?’ 상의했다.
그 결과 내린 결론은 ‘우리들은 서로 얘기도 나누지 말고 안부도 묻지 말자. 마을에서 걸식을 끝내고 먼저 절로 돌아온 자는 묵묵히 자리나 발 씻을 물, 식기 등을 마련해 두자. 나중에 돌아오는 자는 묵묵히 이것들을 정리하여 제 자리에 두자. 물병이 비어있는 것을 보는 자는 묵묵히 채워두고, 만약 스스로 못 할 사정이라면 손짓으로 다른 스님을 불러 역시 손짓으로 지시하여 채우게 하자. 그러면 굳이 말하지 않고도 생활할 수 있을 것이다. 이렇게 하면 우리들은 서로 충돌하는 일 없이 서로 화합하여 즐겁고 안락하게 안거를 보낼 수 있을 것이다.’라는 것이었다. 그리고는 우기 3개월 동안 이 방침에 따라 생활했다.
안거를 끝낸 후, 이 스님들은 부처님이 계신 곳으로 모여들었다. 안거 후, 부처님을 찾아 안부를 여쭙는 것은 당시의 관습이었다고 한다. 찾아온 이들에게 부처님께서는 물으셨다. “비구들아, 그래 너희들은 안거 기간 동안 서로 화합하며 별 어려움 없이 잘 지냈느냐?”
이미 다 알고 계셨지만, 그들에게 유익한 법문을 설하시기 위해 일부러 질문을 던지신 것이었다. 그러자 그들은 조금의 망설임도 없이 그렇다고 대답하며, 자신들이 화합을 지키기 위해 어떻게 생활했는지 그 간의 사정을 상세히 말씀드렸다.
이를 들은 부처님께서는 몹시 꾸짖으셨다. “이 어리석은 자들아, 너희들은 안락하게 살지 못했으면서 그것을 안락하게 살았다고 생각하는구나. 마치 축수(畜獸)들이 모여 사는 것처럼 살아 놓고 그것을 안락하게 살았다고 하는구나. 어찌하여 너희들은 외도나 지니는 벙어리계를 지키며 살았단 말이냐?”
그리고는 “안거를 보낸 자는 세 가지 점에 의해 자자를 실행해야 한다. 세 가지란, 보고 듣고 의심한 것이다. 이것에 의해 너희들은 서로 허물로부터 벗어나 율을 지켜야 한다”라고 가르치셨다.
그리고 법랍이 높은 스님부터 대중 앞으로 나아가 안거 기간 동안의 자신의 행동을 돌아보며 스스로 참회하고, 또 자신의 행동에 대해 잘못된 점을 보거나 듣거나 의심한 점은 없었는지 대중의 의견을 구하는 형식으로 자자를 실행할 것을 지시하셨다. 이런 방법으로 안거를 함께 보낸 모든 스님들이 한 명도 빠짐없이 차례로 자신의 행동을 돌아보게 함으로써, 스스로의 잘못을 고백·참회하고 나아가 승단의 청정을 확인하는 시간을 가지도록 하셨던 것이다.
공동체의 진정한 화합이란 무엇인가, 다시 되돌아보게 해주는 이야기이다. 공동체 생활에 있어 화합은 무엇보다 중요한 요소인데, 이것이 단지 불화가 일어날 것을 꺼려 남의 잘못된 행동을 눈감아주거나 묵인하는 무관심 등으로부터 이루어지는 것이라면 진정한 화합이라고 할 수 없다.
적극적으로 나와 남의 행동에 관심을 갖고 좀 더 좋은 방향으로 발전해 갈 수 있도록 상호 노력하며, 또한 서로의 지적을 감사하게 받아들여 개선해 나가고자 하는 열린 마음가짐과 올바른 실천을 통해 실현되는 화합이야말로 부처님께서 자자를 통해 추구하고자 했던 참된 화합이라고 할 수 있을 것이다.
이자랑
(도쿄대 박사)
[출처 : 법보신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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